<성완종 게이트> ⑦충청 민심의 명암

“충청 대통령은 물 건너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완종 사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보는 이에 따라서는 대한민국 정치인의 ‘부정부패’로, 어떤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음모론’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충청도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그간 영·호남 싸움에서 자유로웠다는 정치적 자부심에 큰 흠집을 남긴 사건으로 기억될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 민심은 어쩌란 말인가. 집안 싸움에 도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번 논쟁이 충청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남기업은 충청도를 대표하는 건설사 중 하나였다. 성완종 회장이 애착을 가지고 운영해왔던 서산장학재단은 그간 충청도 인재 발굴의 핵심이었다. 충청포럼은 충청도를 움직였던 인사들을 위한 친목의 장이었다.

결국 집안싸움

충청민들은 그간 자부심과 자괴감을 함께 느껴왔다. 매번 벌어지는 영·호남 간 진흙탕 싸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깨끗하다는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계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 자괴감도 많이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인재는 많은데 정권은 잡지 못했다.’ 충청도 출신 대통령이 나오지 못했다는 점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오죽하면 충청향우회 등 충청권 원로들의 모임이 매년 새해에 ‘충청도 출신 대통령 배출’을 주제로 대담을 나눌까. 그만큼 정권을 잡을 인재를 원해왔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잇는 충청 거물이다. 과거 대통령이 되지 못한 김 전 총리를 추억하며 충청도민들은 그간 이 총리에게 많은 애정과 지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로 충청인들의 민심이 많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계에서는 이 총리에 대한 사퇴 요구가 한창이다. 문제는 동향인 충청권에서도 사퇴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 모여 이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완구 국무총리는 더 이상 국민을 모독하지 말라”며 “즉각 총리직 사퇴 후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해명하는 사실마다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3000만원을 받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그동안의 이 총리의 언행을 보면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인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충청 민심은 한 번도 한대하지 않았다”며 “성 회장의 메모에 적힌 인물 중 이 총리가 가장 많이 접촉했고 금품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충남지역민의 자존심과 정신을 져버리는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난 인사청문회를 언급하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청문회에서 언론을 탄압하는 듯한 녹취록으로 구설수에 오를 때도 충청민들은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성완종 사태’가 벌어진 것은 뒤통수를 친 격이라는 주장이다.

“청문회 때도 지켜줬는데…”돌아선 민심
‘회장 동정론’ 반대급부 확산…구명되나?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이 총리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곤경에 처하자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 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대선 두고보자!’ 등의 현수막이 걸린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대전 시민 제보자는 “차를 타고 다니며 그런 현수막을 수도 없이 봤다”며 “대전뿐만 아니라 충청권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알렸다.

그런 충청민들의 지지에 이 총리는 다시 한 번 상처를 남겼다. 지난 16일 있었던 대정부질문에서 자꾸 말을 바꾼다는 한 의원의 지적에 ‘충청도 말투’ 때문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이 총리는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라며 “이게 곧바로 딱딱 얘기를 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왜 보통 ‘글쎄요’ 하는 것 있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충청도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돌발 발언에 본회의장은 술렁였다.

여론을 보면 본회의장만 술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복된 논란에 이미 국민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저 혼자 살겠다고 충청도 사람들 거짓말쟁이로 만드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라는 반응이다.

반면 성 회장에 대해선 다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당시 검찰에 의해 경남기업이 수사대상에 오를 때만 해도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부정적 시각이 많았었다.

그러나 평소 성 회장을 가까이서 모셨던 측근들의 진술이 이어지자 상황은 바뀌고 있다. 그 중 한 측근은 방송에 나와 “성 회장은 주변 사람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등 호의적인 평가가 많이 나오자 동정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충남지역민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경남기업 수사가 진행될 때 많은 사람들은 성 회장을 비자금 만든 사람으로 생각했다”면서 “(녹취록) 전문을 보니 억울함이 느껴지더라. 주위 얘기를 들어보니 그간 베풀기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초상집 분위기


이러한 민심이 반영된 듯 경남기업 사옥에서는 의문의 전단지가 뿌려져 화제가 된 적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전단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경남기업 사옥 근처 건물에서 뿌려진 것이다. 전단지 앞면에는 성 회장의 사진과 함께 ‘부패한 권력에 버림받고 죽음을 선택한 성완종 회장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가 담겨있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완구 후폭풍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지역적으로 대전·충청·세종 등 충청지역에서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란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42.7%로 나타나 지난주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부정평가에 대해서는 2.1%포인트가 상승한 52.3%를 기록했다.

 
충청권 민심 이반, 박근혜 지지율 하락으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충청 민심이 돌아선 것이 눈길을 끈다. 지난주 43.4%로 나타난 충청지역 지지율은 3.1%포인트 하락한 40.3%를 기록해 여타 지역 중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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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