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레이더> 잘나가는 형지 위험한 선택, 왜?

속 더부룩∼오바이트 조심!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에스콰이아의 새 주인이 된 패션그룹 형지. 잔칫집 분위기다. 회사 전체가 잔뜩 들떠 있다. 최병오 회장이 그토록 바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다. ‘저럴 때가 아닌데…’란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왜 그럴까.

 
형지가 에스콰이아를 품에 안았다. 형지는 지난달 30일 계열사인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을 통해 제화기업 이에프씨(EFC)의 인수합병(M&A)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마냥 웃을 때가…
 
EFC는 에스콰이아, 영에이지 등 제화 브랜드를 비롯해 소노비, 에스콰이아컬렉션 등 핸드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제화잡화 기업이다. 형지는 이번 인수를 통해 여성복, 남성복, 아웃도어, 학생복, 골프웨어, 유통 등 기존 사업영역에 제화와 잡화 부문을 추가하게 됐다. 종합 패션·유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회사 관계자는 “EFC는 금강제화, 엘칸토와 함께 국내 제화산업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브랜드로 경기불황과 경영악화에도 연간 1500억∼2000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달성해온 기업”이라며 “형지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 자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키워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최병오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인수 전 여려 차례에 걸쳐 강한 자신감과 의지를 내비쳤다. 인수 확정 후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이전부터 제화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며 “직원들에게 인수를 적극 추진하라 주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인수에 필요한 금액은 670억원. 형지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오래 준비해 왔기 때문에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유상증자, 사내유보금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도 “(인수 후유증에서)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처럼 차갑다. 인수 능력을 의심하는 눈길이 적지 않은 것. 과연 통큰 베팅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물음표다. 형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아 업계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게 형지의 자금 사정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잇단 M&A가 발단이 됐다. 형지는 2012년 남성복업체 우성I&C를 시작으로 이듬해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 쇼핑몰 바우하우스, 베트남의류업체 C&M을 인수했다. 지난해 프랑스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을 인수한데 이어 이탈리아 명품 여성복 브랜드 스테파넬과 아웃도어 와일드로즈의 라이선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670억 베팅’ 제화명가 에스콰이어 인수
재무구조 괜찮나…‘승자의 저주’ 우려
 
물론 그에 따라 덩치가 불었다. 연매출 1조원대 회사로 발돋움 했다. 반면 재무구조엔 빨간불이 켜졌다. 차입금이 불어나 부채비율이 한때 300%를 웃돌았다. 형지의 총부채는 2012년 1277억원에서 2013년 1675억원으로 늘더니 2014년 3319억원까지 불어났다.
 
위기를 느낀 형지는 인수한 회사를 도로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 지난해 총부채가 2434억원으로 줄고, 부채비율도 200% 수준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형지가 EFC를 직접 인수하지 않고 자회사인 에리트베이직을 내세운 것도 재무구조 때문이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화그룹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M&A 시장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무턱대고 인수전에 나섰다가 큰 코 다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무게가 있는 M&A엔 항상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이 따른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EFC가 형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61년 서울 명동에 차린 10평 남짓의 작은 구둣방이 모태인 에스콰이아는 1970년대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금강제화와 제화업계 양대산맥을 형성했다. 질주는 2000년대 들어 서서히 감속한 후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IMF 외환위기 때만 해도 잘 버텼다. 그러다 2003년부터 곤두박질쳤다. 2009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사모펀드사인 H&Q AP코리아(현 EFC)에 인수됐고, 2012년부터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 사정이 악화됐다. 급기야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12월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563억원, 영업손실 6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형지가 운영한다고 해서 에스콰이아가 나아질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당장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 등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목 잡힐라
 
형지는 EFC 인수와 관련 실사를 받고 있다. 이게 끝나고 대금을 납입하면 인수가 마무리 된다. 적극적인 M&A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형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 갈 길을 갈지 주목된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에스콰이아 몰락 스토리
 
제화명가로 이름을 날리던 에스콰이아가 위기를 맞은 이유는 경기판단 착오에 따른 무리한 투자였다. 에스콰이아는 IMF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2003년부터 호경기를 예상, 제화는 물론 패션부문에 투자를 늘렸지만 곧바로 터진 ‘카드대란’폭탄을 맞고 풍전등화의 처지에 내몰렸다.
 
무엇보다 상품권 남발은 품질 저하로 이어져 기존의 명품 이미지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싸구려’로 인식된 것. 한때 에스콰이아의 상품권 발행은 매출 60%선까지 육박했고 시중엔 최대 반값에 상품권이 거래되기도 했다.
 
2005년엔 신뢰감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상품권 판매를 일반상품 판매로 위장해 신용카드 영수증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거액을 탈세했다는 내부 직원들의 폭로가 잇따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게다가 오너 2세가 각종 구설수에 올라 창업주가 40년 가까이 어렵게 쌓아올린 깨끗한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창업주의 아들 이모씨는 1980년대 중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미모의 인기탤런트와 결혼했다가 9개월 만에 이혼했다. 2008년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동업자를 폭행하고 돈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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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