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입양한 고양이 잡아먹은 사연

믿고 보냈는데 탕으로 ‘후루룩’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입양한 고양이와 7년 동안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를 부모에게 보내 삶아 잡아먹게 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사실이 충격적이기만 하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2013년 1월 길고양이 ‘진이’는 사람한테 맞아 다리가 크게 부러졌다. 평소 길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주던 A씨가 너덜너덜한 진이의 다리를 발견하고 곧바로 수술시켰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진이는 다리에 철심을 박아야 했다. A씨는 임시보호엄마와 함께 1년 가까이 진이를 재활치료까지 시키며 애지중지 보호했다.
 
닭잡듯 잡아
 
2013년 12월 A씨는 봉사단체에서 지인을 통해 알게 된 B씨에게 진이를 입양 보냈다. B씨는 고양이 ‘콩이’를 5년 동안 기르고 있는 애묘인이었다. B씨는 자신의 일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로운 콩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 진이를 입양해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씨는 고양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으며 진이를 B씨에게 보냈다. 
 
A씨는 입양계약서까지 작성하며 보내는 순간까지 진이를 꼼꼼히 챙겼다. 이후 A씨는 B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라온 진이의 사진을 보고 잘 있으리라 믿었다.
 
올해 3월19일 A씨는 B씨가 결혼한다는 소식과 B씨가 키우고 있던 고양이 두 마리를 부모 집에 보냈다는 소식을 듣는다. A씨는 입양 계약서에 위반한 내용이라며 B씨에게 고양이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고양이가 친정집에 잘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말을 번복하며 “사실 고양이가 지금 친정집에 없다. 알아보는 중”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A씨는 이런 점이 의심스러워 직접 B씨의 가게를 찾아갔다. 고양이를 보낸 부모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B씨는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나중에 알려준다는 말만 반복하며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6시간 동안 끈질기게 추궁한 끝에 B씨에게 부모 주소를 받아냈다. A씨는 그날 저녁 8시에 B씨 부모가 거주하고 있는 경북 영주로 향했다. 

동물 사랑하는 애묘인인 줄 알았는데…
어머니가 ‘몸에 좋다’ 말 듣고 몸보신
 
어머니 C씨는 A씨를 만나주려고 하지 않았다. A씨가 “입양 계약서 위반 문제로 고소한다”는 사실을 밝힌 뒤에야 만날 수 있었다. C씨는 1시간 이상 고양이가 여기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결국 고양이 두 마리를 잡아먹었다고 실토했다. 
 
C씨는 “고양이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집에서 약(고양이탕)을 해먹었다”고 말했다. A씨는 “어떻게 잡아먹었느냐”라는 질문에 C씨는 “평소에 닭 잡듯이 집에서 산 채로 잡았다”며 “통째로 삶아 먹었다”고 말했다. C씨는 자신이 직접 집에서 고양이를 삶아 고양이탕을 해먹은 것이었다. 
 
 
믿기지 않았던 A씨는 자신이 입양 보낸 고양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양이 몸에서 철심이 나왔느냐” 물었다. C씨는 다리에서 철심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사연이 있는 고양이인지 몰라서 그랬다. 이미 세상에 없는 애들이니 잊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A씨는 “고양이를 잡아먹은 부모보다 B씨의 태연함에 더 화가 난다”며 “7년 가까이 키운 고양이와 입양한 고양이를 부모가 잡아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죄책감이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기자는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B씨가 입양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계약서 위반으로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B씨가 계약상 위반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제1항이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경우 즉시 원 보호자에게 알린다. 유기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이어 제3항 ‘절대 고양이를 구타하지 않으며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B씨는 이미 이 두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다. 유기와 구타를 넘어 입양 보낸 고양이가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통째로 삶아 먹었다”
 
제6항 ‘어떠한 이유든 입양자의 사정으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게 될 경우 절대 보호소나 개인에게 보내서는 아니 된다. 반드시 입양 보낸 당사자에게 돌려보내야 한다’ B씨는 입양했던 고양이를 당사자인 A씨에게 보내지 않고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부모에게 보냈다. 제7항 ‘책임후원비는 어떠한 이유로든 반환하지 않는다’라고 나와 있지만 B씨는 책임후원비 3만원조차 보내지 않았다. A씨는 “처음에는 그 돈으로 고양이들과 맛있는 것을 사서 드시라는 생각으로 눈 감았다”고 말했다.
 
동물 애호가들은 대략적으로 입양 시나리오가 몇 가지 있다고 전했다. 잘 키우거나, 키우기 힘들어 돌려보내거나, 유기, 판매, 폭행 등이 있다. 아주 심하면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애호가 김씨는 “이번 사건은 한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라며 “입양 동물을 잡아먹은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아직도 우리나라는 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너무 소름 돋는다.”  
 
박람회에 방문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지난 27일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이하 고보협)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 세텍 전시장에서 열린 ‘2015년 대한민국 펫 산업 박람회’ 입구에서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박선미 고보협 대표는 “이번에 잡아먹힌 진이가 수술할 당시 고보협에서 수술비 20%를 지원했다”며 “가해자 B씨는 고보협에서 정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입양했지만 그 내용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전혀 미안하다는 말이나 반성의 기미도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생명이 구조가 되고 1년 동안 재활치료를 하며 많은 사람의 응원 속에서 입양을 갔던 아이가 너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며 “제대로 된 동물법이 절실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아직도 검사나 판사들이 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낮다고 주장하며,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몇몇 사람은 ‘잡아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B씨를 계약서 위반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동물법으로 하나의 판례를 남기는 게 목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입양을 보낸 보호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는 이 사건에 대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 글이 올라 온지 3일 만에 현재까지 약 1만여 명의 누리꾼이 서명을 했다. 누리꾼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반드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실형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건수는 2002년 1명에서 2008년 50명, 2011년 113명으로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형이 내려진 사례는 징역 6월을 선고받은 2건에 불과하다.
 
법적 처벌은?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계약서가 형사적으로 효력은 없다. 하지만 민사로는 효력이 있다”며 “아직 입양한 동물을 죽여 처벌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문제는 단순히 동물 학대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거가 없으니깐 죽였을지라도 말을 바꾸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C씨가 철심을 발견했거나, 정황상 드러난 사실 등 간접적 증거를 내세워 가해자들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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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