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입양한 고양이 잡아먹은 사연

믿고 보냈는데 탕으로 ‘후루룩’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입양한 고양이와 7년 동안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를 부모에게 보내 삶아 잡아먹게 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사실이 충격적이기만 하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2013년 1월 길고양이 ‘진이’는 사람한테 맞아 다리가 크게 부러졌다. 평소 길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주던 A씨가 너덜너덜한 진이의 다리를 발견하고 곧바로 수술시켰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진이는 다리에 철심을 박아야 했다. A씨는 임시보호엄마와 함께 1년 가까이 진이를 재활치료까지 시키며 애지중지 보호했다.
 
닭잡듯 잡아
 
2013년 12월 A씨는 봉사단체에서 지인을 통해 알게 된 B씨에게 진이를 입양 보냈다. B씨는 고양이 ‘콩이’를 5년 동안 기르고 있는 애묘인이었다. B씨는 자신의 일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로운 콩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 진이를 입양해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씨는 고양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으며 진이를 B씨에게 보냈다. 
 
A씨는 입양계약서까지 작성하며 보내는 순간까지 진이를 꼼꼼히 챙겼다. 이후 A씨는 B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라온 진이의 사진을 보고 잘 있으리라 믿었다.
 
올해 3월19일 A씨는 B씨가 결혼한다는 소식과 B씨가 키우고 있던 고양이 두 마리를 부모 집에 보냈다는 소식을 듣는다. A씨는 입양 계약서에 위반한 내용이라며 B씨에게 고양이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고양이가 친정집에 잘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말을 번복하며 “사실 고양이가 지금 친정집에 없다. 알아보는 중”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A씨는 이런 점이 의심스러워 직접 B씨의 가게를 찾아갔다. 고양이를 보낸 부모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B씨는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나중에 알려준다는 말만 반복하며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6시간 동안 끈질기게 추궁한 끝에 B씨에게 부모 주소를 받아냈다. A씨는 그날 저녁 8시에 B씨 부모가 거주하고 있는 경북 영주로 향했다. 

동물 사랑하는 애묘인인 줄 알았는데…
어머니가 ‘몸에 좋다’ 말 듣고 몸보신
 
어머니 C씨는 A씨를 만나주려고 하지 않았다. A씨가 “입양 계약서 위반 문제로 고소한다”는 사실을 밝힌 뒤에야 만날 수 있었다. C씨는 1시간 이상 고양이가 여기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결국 고양이 두 마리를 잡아먹었다고 실토했다. 
 
C씨는 “고양이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집에서 약(고양이탕)을 해먹었다”고 말했다. A씨는 “어떻게 잡아먹었느냐”라는 질문에 C씨는 “평소에 닭 잡듯이 집에서 산 채로 잡았다”며 “통째로 삶아 먹었다”고 말했다. C씨는 자신이 직접 집에서 고양이를 삶아 고양이탕을 해먹은 것이었다. 
 
 
믿기지 않았던 A씨는 자신이 입양 보낸 고양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양이 몸에서 철심이 나왔느냐” 물었다. C씨는 다리에서 철심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사연이 있는 고양이인지 몰라서 그랬다. 이미 세상에 없는 애들이니 잊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A씨는 “고양이를 잡아먹은 부모보다 B씨의 태연함에 더 화가 난다”며 “7년 가까이 키운 고양이와 입양한 고양이를 부모가 잡아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죄책감이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기자는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B씨가 입양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계약서 위반으로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B씨가 계약상 위반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제1항이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경우 즉시 원 보호자에게 알린다. 유기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이어 제3항 ‘절대 고양이를 구타하지 않으며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B씨는 이미 이 두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다. 유기와 구타를 넘어 입양 보낸 고양이가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통째로 삶아 먹었다”
 
제6항 ‘어떠한 이유든 입양자의 사정으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게 될 경우 절대 보호소나 개인에게 보내서는 아니 된다. 반드시 입양 보낸 당사자에게 돌려보내야 한다’ B씨는 입양했던 고양이를 당사자인 A씨에게 보내지 않고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부모에게 보냈다. 제7항 ‘책임후원비는 어떠한 이유로든 반환하지 않는다’라고 나와 있지만 B씨는 책임후원비 3만원조차 보내지 않았다. A씨는 “처음에는 그 돈으로 고양이들과 맛있는 것을 사서 드시라는 생각으로 눈 감았다”고 말했다.
 
동물 애호가들은 대략적으로 입양 시나리오가 몇 가지 있다고 전했다. 잘 키우거나, 키우기 힘들어 돌려보내거나, 유기, 판매, 폭행 등이 있다. 아주 심하면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애호가 김씨는 “이번 사건은 한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라며 “입양 동물을 잡아먹은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아직도 우리나라는 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너무 소름 돋는다.”  
 
박람회에 방문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지난 27일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이하 고보협)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 세텍 전시장에서 열린 ‘2015년 대한민국 펫 산업 박람회’ 입구에서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박선미 고보협 대표는 “이번에 잡아먹힌 진이가 수술할 당시 고보협에서 수술비 20%를 지원했다”며 “가해자 B씨는 고보협에서 정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입양했지만 그 내용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전혀 미안하다는 말이나 반성의 기미도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생명이 구조가 되고 1년 동안 재활치료를 하며 많은 사람의 응원 속에서 입양을 갔던 아이가 너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며 “제대로 된 동물법이 절실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아직도 검사나 판사들이 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낮다고 주장하며,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몇몇 사람은 ‘잡아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B씨를 계약서 위반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동물법으로 하나의 판례를 남기는 게 목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입양을 보낸 보호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는 이 사건에 대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 글이 올라 온지 3일 만에 현재까지 약 1만여 명의 누리꾼이 서명을 했다. 누리꾼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반드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실형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건수는 2002년 1명에서 2008년 50명, 2011년 113명으로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형이 내려진 사례는 징역 6월을 선고받은 2건에 불과하다.
 
법적 처벌은?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계약서가 형사적으로 효력은 없다. 하지만 민사로는 효력이 있다”며 “아직 입양한 동물을 죽여 처벌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문제는 단순히 동물 학대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거가 없으니깐 죽였을지라도 말을 바꾸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C씨가 철심을 발견했거나, 정황상 드러난 사실 등 간접적 증거를 내세워 가해자들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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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