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식 ‘섹스 전도’ 소문과 진실

몸 섞는 포교…몸파는 여신도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이단 종교의 엽기적인 행태가 담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사이비종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과거에 ‘섹스 포교’를 당했다는 남성의 사연도 덩달아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 논란을 일으켰던 섹스 포교 폭로 기자회견을 중심으로 충격적인 사연을 재구성해봤다.
 
 
중년남성 A씨는 2013년 11월16일과 12월4일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사이비종교 여전도사 B씨에게 ‘섹스 포교’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가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였다. 사랑했던 B씨가 사이비종교를 탈퇴하길 바라는 마음과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 준 사이비종교의 추악한 실체가 이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득 어느날
다가온 그녀
 
A씨는 2012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1년3개월가량 사이비종교를 경험했다. 이 종교의 신학원 과정까지 수료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를 사이비종교로 인도한 건 유부녀 전도사 B씨였다. 혼자 살던 A씨에게 B씨의 존재는 마른땅에 단비와 같았다.
 
재미한인회 회장을 지낸 A씨는 한미 FTA 체결을 위해 미국 하원의원들을 만날 정도로 활동영역이 넓은 인물이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인사였다. 그러나 자녀들의 독립과 아내와의 이혼은 그를 한없이 외롭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사업 차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2년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초청행사였던 ‘해외 한인지도자 초청 4대강 순방 프로그램’에 초대돼 60여명의 재외교포들이 두 버스에 나눠 탔다.
 

버스에는 두 여성이 있었다. 이들은 버스에서 엔터테이너 같은 역할을 했다. 개그, 유머, 게임 등 사람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는 여성들이었다. 버스 타고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때 A씨는 한 여성을 눈여겨봤다. 번호를 교환하고 카톡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 여성에게 털어 놨다. 평일에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도 외롭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이 여성은 “당신에게는 좋은 친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여자가 B씨였다. 첫 데이트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즐겼다. A씨는 B씨의 외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살갑게 대해주는 태도도 고마웠다. 이들은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에서 가벼운 스킨십을 시작으로 점점 더 깊은 관계를 예고했다.
 
B씨는 “남편은 있지만 싱글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면서 호칭도 달라졌다. ‘오빠’ ‘자기’ 등 A씨는 청춘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혼자 살기 힘들지 않냐” “밥을 차려주고 싶다”는 등의 말을 건네며 결국 A씨가 사는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냈다. 
 
B씨는 꽃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A씨의 오피스텔에 방문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B씨는 “날씨가 너무 덥다”며 샤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B씨를 A씨가 지켜만 봤을 리 없다. 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격렬한 섹스를 했다. 혼자 살던 A씨의 외로움이 단번에 씻겨 내려갔다. 
 
세 번 만나고
자연스레 동침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꿈에 자기 엄마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A씨의 어머니는 모 사이비 단체 출신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결국 정신착란 증세를 앓다가 쓰러졌다. A씨는 자신의 아픔을 B씨에게 토로했다. 그러자 B씨는 “사실 나는 전도사야. 엄마가 꿈에 나타나 간곡히 자기를 잘 인도해 달라고 부탁하셨어. 그래서 이렇게 관계까지 맺게 된 거야”라고 했다. A씨는 B씨가 다니는 교회에 출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함께 성경공부를 했다. 그런데 A씨는 요한계시록을 배우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머니가 빠졌던 사이비 단체와 교리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성경공부에 정작 예수님은 없었다. B씨는 성경을 봉함된 비밀이라며 말세에는 예수님의 말씀을 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의 대리자를 알아야 구원을 받는다고 했다. 
 
 
결국 B씨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이비종교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 이야기를 들려줬다. 빚을 내면서 헌금을 내는 사람, 전도에 목매다 가정이 파탄난 사람 등. 그러나 A씨는 처음처럼 B씨를 대했다. 격렬한 섹스 뒤에 찾아오는 행복감이 그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다.
 
1대1 성경공부 하자며 오피스텔 방문
갑자기 옷벗어 던지고 ‘몸으로 과외’
 
이후 형식적으로 30분 정도는 어색하게 성경공부를 하는 척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는 듯 섹스를 즐겼다. 그러다 차츰 성경공부는 생략됐고 매번 술까지 마셔가면서 점점 야릇하고 음탕한 섹스를 즐기게 됐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질탕한 섹스를 이어가던 도중 B씨는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센터에 가서 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유했다. 이후 A씨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센터 인근으로 이사까지 했다. 심지어 A씨는 3년간 막대한 돈을 들여 준비하던 사업도 접고 사이비종교 활동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B씨를 위해 뭐든 하겠다고 생각했다. ‘전세계로 확장해 갈 화장품 사업을 구상 중이다. 3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사이비종교 포교화에 사업 전체를 바치고 헌신하겠다. B씨가 원하는 사람이되는 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헌신하려 해도 어머니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사이비종교를 하나하나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B씨는 두 눈을 치켜뜨고 A씨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몇 번을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고서야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A씨는 생업도 학업도 모두 버리고 교주에게 충성하기를 강요하는 B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게 됐다. 참을 수 없는 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교였다. A씨에게 사회 저명인사를 포섭하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특정 포럼의 원장급, 모 아카데미 이사급 등. 그중 A씨와 친분이 있던 모 포럼 원장은 이들의 신앙강좌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B씨의 포교행위였다. B씨는 A씨를 만나기 전 이미 3명의 남자들을 포교한 상태였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A씨는 나름대로 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포교행위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B씨는 계속 다른 남자를 찾았다. 어떤 예술가를 1대1로 만나 성경공부를 유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B씨는 그 예술가를  일주일에 2~3번 찾아갔다. 때로는 하루 종일 있기도 했다. A씨는 심각했다. 자신에게 다가올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예술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다른 남자도
몸으로 포교
 

A씨는 B씨를 설득했다. “네가 나를 만나기 전에 포교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포교를 했든 따지지 않고 묻지 않을 거야. 그러나 앞으로 다른 사람을 포교하지는 말아줘. 당신 다른 남자 포교하러 다니는 거 못 봐 주겠어. 상대랑 둘이서 1대1로 만나는 거잖아! 뭐하고 다니는 거야!”
 
그러나 설득은 먹히지 않았다. A씨는 사이비종교를 떠나자고 제안했지만 B씨는 “곧 종말이 온다”며 자신의 섹스 포교를 모른 척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신도 이제 교육을 받았으니 나의 전도 행위를 무조건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A씨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남자들을 포교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B씨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A씨는 교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B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묵묵히 따랐던 것이다.
 
그리고 2013년 10월6일, A씨는 B씨와 섹스를 하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그는 잠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B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기에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노트북도 사라졌다. 불안했던 A씨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차 시동을 걸고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그녀의 차가 보여서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 뒤따르는 경찰차를 마주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관련글 와글와글
대중에 폭로하자 “얼씬 거리지마”
 

경찰은 A씨의 차를 세우며 하차를 지시했다. “앞 차에 있는 여성이 신고했습니다. 같이 서에 가주셔야겠습니다.” A씨는 상황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 책상에 휴대폰과 노트북이 있었다. 경찰은 “이 여성은 당신이 공갈·협박했다는군요. 노트북과 휴대폰에 이 여성의 나체사진이 가득하다면서요? 비밀번호 알려주세요.”
 
A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그 안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일인데 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까? 만일 고소된 사건이라면 내 자문 변호사를 선임해서 답변하겠습니다.”
 
 
이어 “이 노트북과 휴대폰은 제 것입니다. 이게 왜 여기 와 있습니까? 제 허락도 받지 않고 이곳까지 물건을 갖고 온 건 문제가 안 됩니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B씨는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자신의 물건을 들고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A씨의 노트북과 휴대폰에는 경찰 복장, 오피스, 란제리 등 야릇한 모습을 연출한 B씨의 은밀한 사진이 가득했다. 외로울 때 혼자 해결하기 위해 A씨가 저장해 둔 것들이었다.
 
경찰서에 다녀온 일이 있은 뒤 A씨는 B씨에게 사이비종교의 엽기적인 전도방식과 패륜적인 사고방식을 폭로하겠다고 선언했다. 관계가 틀어진 뒤 A씨는 사이비종교 센터 출입을 통제 당했다. 지문인식으로 들어갈 수 있던 출입문에 자신의 지문이 인식되지 않았다. 사실상 퇴출당한 것이다. B씨는 여전히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초 엽기적인
사이비 종교
 
이후 A씨는 B씨가 자신의 험담을 여기저기 퍼뜨리고 사이비종교 관계자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자신의 입장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A씨는 사이비종교 교주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이비종교 XX가 나를 섹스를 미끼로 포교했다 ▲나는 성관계를 미끼로 포교 당했는데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도사 교육용 자료를 보고 싶다 ▲교주와 후계자 간 예사롭지 않은 관계에 대해 문의했지만 교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A씨는 B씨의 남편에게도 전화했다. 
 
“제가 B씨의 남자였습니다. 아내가 사이비종교에 세뇌를 당해 부도덕한 행동을 계속하고 다니는데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를 방조하는 겁니까?” 남편은 묵묵부답이었다.
 
A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이비종교를 ‘종교’로 착각하면 안된다며 교주를 맹비난하면서 사이비 집단이 확산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자회견 뒤 B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 집에 얼씬 거리지마. 코빼기라도 보이면 바로 고소할거야.”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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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