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식 ‘섹스 전도’ 소문과 진실

몸 섞는 포교…몸파는 여신도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이단 종교의 엽기적인 행태가 담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사이비종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과거에 ‘섹스 포교’를 당했다는 남성의 사연도 덩달아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 논란을 일으켰던 섹스 포교 폭로 기자회견을 중심으로 충격적인 사연을 재구성해봤다.
 
 
중년남성 A씨는 2013년 11월16일과 12월4일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사이비종교 여전도사 B씨에게 ‘섹스 포교’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가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였다. 사랑했던 B씨가 사이비종교를 탈퇴하길 바라는 마음과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 준 사이비종교의 추악한 실체가 이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득 어느날
다가온 그녀
 
A씨는 2012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1년3개월가량 사이비종교를 경험했다. 이 종교의 신학원 과정까지 수료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를 사이비종교로 인도한 건 유부녀 전도사 B씨였다. 혼자 살던 A씨에게 B씨의 존재는 마른땅에 단비와 같았다.
 
재미한인회 회장을 지낸 A씨는 한미 FTA 체결을 위해 미국 하원의원들을 만날 정도로 활동영역이 넓은 인물이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인사였다. 그러나 자녀들의 독립과 아내와의 이혼은 그를 한없이 외롭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사업 차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2년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초청행사였던 ‘해외 한인지도자 초청 4대강 순방 프로그램’에 초대돼 60여명의 재외교포들이 두 버스에 나눠 탔다.
 

버스에는 두 여성이 있었다. 이들은 버스에서 엔터테이너 같은 역할을 했다. 개그, 유머, 게임 등 사람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는 여성들이었다. 버스 타고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때 A씨는 한 여성을 눈여겨봤다. 번호를 교환하고 카톡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 여성에게 털어 놨다. 평일에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도 외롭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이 여성은 “당신에게는 좋은 친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여자가 B씨였다. 첫 데이트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즐겼다. A씨는 B씨의 외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살갑게 대해주는 태도도 고마웠다. 이들은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에서 가벼운 스킨십을 시작으로 점점 더 깊은 관계를 예고했다.
 
B씨는 “남편은 있지만 싱글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면서 호칭도 달라졌다. ‘오빠’ ‘자기’ 등 A씨는 청춘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혼자 살기 힘들지 않냐” “밥을 차려주고 싶다”는 등의 말을 건네며 결국 A씨가 사는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냈다. 
 
B씨는 꽃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A씨의 오피스텔에 방문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B씨는 “날씨가 너무 덥다”며 샤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B씨를 A씨가 지켜만 봤을 리 없다. 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격렬한 섹스를 했다. 혼자 살던 A씨의 외로움이 단번에 씻겨 내려갔다. 
 
세 번 만나고
자연스레 동침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꿈에 자기 엄마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A씨의 어머니는 모 사이비 단체 출신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결국 정신착란 증세를 앓다가 쓰러졌다. A씨는 자신의 아픔을 B씨에게 토로했다. 그러자 B씨는 “사실 나는 전도사야. 엄마가 꿈에 나타나 간곡히 자기를 잘 인도해 달라고 부탁하셨어. 그래서 이렇게 관계까지 맺게 된 거야”라고 했다. A씨는 B씨가 다니는 교회에 출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함께 성경공부를 했다. 그런데 A씨는 요한계시록을 배우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머니가 빠졌던 사이비 단체와 교리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성경공부에 정작 예수님은 없었다. B씨는 성경을 봉함된 비밀이라며 말세에는 예수님의 말씀을 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의 대리자를 알아야 구원을 받는다고 했다. 
 
 
결국 B씨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이비종교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 이야기를 들려줬다. 빚을 내면서 헌금을 내는 사람, 전도에 목매다 가정이 파탄난 사람 등. 그러나 A씨는 처음처럼 B씨를 대했다. 격렬한 섹스 뒤에 찾아오는 행복감이 그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다.
 
1대1 성경공부 하자며 오피스텔 방문
갑자기 옷벗어 던지고 ‘몸으로 과외’
 
이후 형식적으로 30분 정도는 어색하게 성경공부를 하는 척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는 듯 섹스를 즐겼다. 그러다 차츰 성경공부는 생략됐고 매번 술까지 마셔가면서 점점 야릇하고 음탕한 섹스를 즐기게 됐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질탕한 섹스를 이어가던 도중 B씨는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센터에 가서 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유했다. 이후 A씨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센터 인근으로 이사까지 했다. 심지어 A씨는 3년간 막대한 돈을 들여 준비하던 사업도 접고 사이비종교 활동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B씨를 위해 뭐든 하겠다고 생각했다. ‘전세계로 확장해 갈 화장품 사업을 구상 중이다. 3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사이비종교 포교화에 사업 전체를 바치고 헌신하겠다. B씨가 원하는 사람이되는 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헌신하려 해도 어머니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사이비종교를 하나하나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B씨는 두 눈을 치켜뜨고 A씨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몇 번을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고서야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A씨는 생업도 학업도 모두 버리고 교주에게 충성하기를 강요하는 B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게 됐다. 참을 수 없는 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교였다. A씨에게 사회 저명인사를 포섭하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특정 포럼의 원장급, 모 아카데미 이사급 등. 그중 A씨와 친분이 있던 모 포럼 원장은 이들의 신앙강좌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B씨의 포교행위였다. B씨는 A씨를 만나기 전 이미 3명의 남자들을 포교한 상태였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A씨는 나름대로 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포교행위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B씨는 계속 다른 남자를 찾았다. 어떤 예술가를 1대1로 만나 성경공부를 유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B씨는 그 예술가를  일주일에 2~3번 찾아갔다. 때로는 하루 종일 있기도 했다. A씨는 심각했다. 자신에게 다가올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예술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다른 남자도
몸으로 포교
 

A씨는 B씨를 설득했다. “네가 나를 만나기 전에 포교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포교를 했든 따지지 않고 묻지 않을 거야. 그러나 앞으로 다른 사람을 포교하지는 말아줘. 당신 다른 남자 포교하러 다니는 거 못 봐 주겠어. 상대랑 둘이서 1대1로 만나는 거잖아! 뭐하고 다니는 거야!”
 
그러나 설득은 먹히지 않았다. A씨는 사이비종교를 떠나자고 제안했지만 B씨는 “곧 종말이 온다”며 자신의 섹스 포교를 모른 척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신도 이제 교육을 받았으니 나의 전도 행위를 무조건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A씨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남자들을 포교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B씨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A씨는 교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B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묵묵히 따랐던 것이다.
 
그리고 2013년 10월6일, A씨는 B씨와 섹스를 하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그는 잠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B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기에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노트북도 사라졌다. 불안했던 A씨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차 시동을 걸고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그녀의 차가 보여서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 뒤따르는 경찰차를 마주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관련글 와글와글
대중에 폭로하자 “얼씬 거리지마”
 

경찰은 A씨의 차를 세우며 하차를 지시했다. “앞 차에 있는 여성이 신고했습니다. 같이 서에 가주셔야겠습니다.” A씨는 상황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 책상에 휴대폰과 노트북이 있었다. 경찰은 “이 여성은 당신이 공갈·협박했다는군요. 노트북과 휴대폰에 이 여성의 나체사진이 가득하다면서요? 비밀번호 알려주세요.”
 
A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그 안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일인데 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까? 만일 고소된 사건이라면 내 자문 변호사를 선임해서 답변하겠습니다.”
 
 
이어 “이 노트북과 휴대폰은 제 것입니다. 이게 왜 여기 와 있습니까? 제 허락도 받지 않고 이곳까지 물건을 갖고 온 건 문제가 안 됩니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B씨는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자신의 물건을 들고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A씨의 노트북과 휴대폰에는 경찰 복장, 오피스, 란제리 등 야릇한 모습을 연출한 B씨의 은밀한 사진이 가득했다. 외로울 때 혼자 해결하기 위해 A씨가 저장해 둔 것들이었다.
 
경찰서에 다녀온 일이 있은 뒤 A씨는 B씨에게 사이비종교의 엽기적인 전도방식과 패륜적인 사고방식을 폭로하겠다고 선언했다. 관계가 틀어진 뒤 A씨는 사이비종교 센터 출입을 통제 당했다. 지문인식으로 들어갈 수 있던 출입문에 자신의 지문이 인식되지 않았다. 사실상 퇴출당한 것이다. B씨는 여전히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초 엽기적인
사이비 종교
 
이후 A씨는 B씨가 자신의 험담을 여기저기 퍼뜨리고 사이비종교 관계자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자신의 입장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A씨는 사이비종교 교주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이비종교 XX가 나를 섹스를 미끼로 포교했다 ▲나는 성관계를 미끼로 포교 당했는데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도사 교육용 자료를 보고 싶다 ▲교주와 후계자 간 예사롭지 않은 관계에 대해 문의했지만 교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A씨는 B씨의 남편에게도 전화했다. 
 
“제가 B씨의 남자였습니다. 아내가 사이비종교에 세뇌를 당해 부도덕한 행동을 계속하고 다니는데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를 방조하는 겁니까?” 남편은 묵묵부답이었다.
 
A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이비종교를 ‘종교’로 착각하면 안된다며 교주를 맹비난하면서 사이비 집단이 확산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자회견 뒤 B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 집에 얼씬 거리지마. 코빼기라도 보이면 바로 고소할거야.”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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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