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국에 김무성 ‘친기업 행보’ 노림수

‘박심’ 등에 업은 이완구 앞차기…“결국 대통령 돌려차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부정부패 발본색원.” 이완구 국무총리는 취임 후 가진 첫 대국민담화 자리에서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는 이 총리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해석이 유력 정치인들 사이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 와중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마치 박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권력을 향한 ‘골육상쟁’이 시작됐다. 정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국무총리는 치열한 파워게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위치에서 서로 교감하며 당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던 관계에서 벗어나 이젠 경쟁자의 자격으로 서로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최근 동향을 분석해 보면 한쪽에서는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고 한쪽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가 없도록 상처를 보듬어주는 등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부정부패
발본색원

지난 12일 이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중 핵심은 부정부패 척결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총리는 “취임 한 달 동안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을 해 왔고 국정운영의 큰 걸림돌이 사회 곳곳에 잔존하고 있는 고질적인 부정부패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담화 발표 배경에 대해 “고질적 부패구조와 공직기강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경제 살리기와 개혁 성공 등 국정과제 추진이 힘들다고 이 총리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여야 의원들은 이러한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두고 ‘이 총리의 판단’이 아닌 ‘박심(朴心 : 박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고 있다. ‘발본색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과거 유신정권 시절에 많이 사용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는 의원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에 국무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부패청산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국민들과 나라경제를 위한 사명감으로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청와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척점에서 움직이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이 총리의 발언이 있은 지 4일 후인 지난 16일 새누리당은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정책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기업들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기업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김 대표의 발언은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하는 청와대의 입장이 발표된 후 나온 것이라 정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첩파동’에 이은 또 다른 홀로서기 시그널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과 이 총리는 발언에 앞서 대표적인 부정부패로 다음의 4가지 사례를 꼽았다. ‘방위사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부실 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공적문서 유출’이 그것이다. 이 총리는 항목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근절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적폐청산
드라이브

검찰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지난 13일 검찰은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감으로써 사실상의 기업 압박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 또한 실시중이다. 이 총리의 발본색원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이었다.

수사에 들어간 서울중앙지검은 인천 송도에 위치한 포스코건설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재 정 전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곧 검찰 소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회장 임명 당시 낙하산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수사란 게 가장 가까운 것을 하는 것이다. 5~6년씩 묵혀놨다가 정권 끝나고 뒤집나”라며 “검찰이 그때 권력의 부패를 잡아내야지, 그때는 가만뒀다가 정권이 바뀌면 한다? 그러니까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이미 3년 전에 내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부패청산에 대해 발언한 지 하루가 지난 18일에는 기업수사의 규모가 더욱 확장됐다. 검찰이 자원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완구 “부정부패 발본색원” 선언
박근혜 “부정부패 척결
총리 지지

대기업 비자금에 대한 수사도 넓어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동국제강과 금호아시아나, 신세계, 동부그룹 등도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에 재계는 ‘기업 쥐어짜기’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박 대통령의 대기업 사정을 두고 역대 정권에서 보여주던 자연스런 움직임이라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역대 정권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대대적 사정을 해왔던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2010년 한화그룹, 노무현정부는 2005년 두산그룹을 상대로 각각 대대적 수사를 벌인 바 있다.

나홀로 친기업
독자노선 행보


김 대표는 청와대와 정반대에서 소위 ‘기업 보듬기’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대한상의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와 만나 기업 경제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발언을 하던 중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규제개혁 남발로 인해 기업의 경영사정이 악화됐을 것이다”며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법인세와 임금 인상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언급하며 “기업 경영환경이 매우 악화됐는데도 불구하고 기업의 힘든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법인세 인상, 임금 인상 등을 압박하는 것에 여러분의 속이 많이 상하실 것으로 안다”고 위로했다.

최근 논란이 진행 중인 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기업의 편에 섰다. 김 대표는 “기업인들이 임금 문제는 노사자율에 맡겨야지, 정치권에서 거론할 사항이 아니라며 굉장히 우려를 표했다”며 “이에 대해 저희들이 동감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법인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재계와)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속상했을 것” 기업 보듬기
이재오 “대표가 말려서 참는다” 울분

이러한 김 대표의 행보를 두고 정치 평론가들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친기업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 보고 있다. 이 총리와 현 정부가 기업 때리기에 앞장설 때 김 대표가 그들을 막아서며 기업친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란 뜻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기업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두 번째는 친박계와 대립각을 세워 권력지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 비단 이 총리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과 상반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옥죄고 있는 최근 친박계 동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세 번째는 김 대표의 가족관계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한상의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김 대표의 조카로 잘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 바로 김 대표의 친누나다. 기업인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겪고 있는 일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보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 총리를 위해 박 대통령이 지원사격을 했다면 김 대표의 지원자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17일 임금인상 문제와 관련해 “임금은 노사가 정하는 것”이라며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회복을 위해서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재계에 임금인상을 압박한 최 부총리의 입장과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하루 전 친기업행보를 보인 김 대표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새누리당을 이끌고 있는 비박 실세 두 명이 한 목소리를 냄으로 인해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친박계 핵심인사들의 입각과 정무특보 임명 등 일련의 인사를 보면 이미 친박과 비박 간 권력지도가 완성된 모습이다. 여당의 핵심 계파 둘이 서로 반목하고 있어 지도 위 국경선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친박·비박·친이
계파갈등 심화

두 거대 계파의 싸움에 친이계는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과 자원외교 비리 사정 등 청와대의 압박에 위기감을 느낀 친이계가 당 지도부를 맡고 있는 비박계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8일에 있었던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은 “(정무특보 임명 등 청와대 중심의 국정에 대해) 마지막으로 제가 마음먹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당대표께서 오늘은 하지 말라고 해서 당을 존중해 오늘은 말을 줄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 의원의 어깨를 감싸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당내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금처럼 당·청관계가 서로 간 견제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그 사이에서 친이계는 두 계파 간 싸움에서 어부지리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자신의 저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서 과도한 경쟁이 주는 폐해를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승자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여당 내 경쟁에 대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계파싸움으로 지난해 7·30재보선에서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처럼 새누리당도 지금과 같이 계파 간 대결을 이어간다면 향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 대표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로봇연기 도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치참여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의 명칭 공모를 위한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 김 대표는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장수원씨의 ‘로봇연기’를 패러디했다.
영상은 약 50초 분량으로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지난 14일 유투브를 통해 공개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추운 겨울, 한강에서 열심히 촬영했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가락으로 이루는 정치혁신’이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은 모바일정당 실현을 위해 새누리당의 새로운 소통창구가 될 어플의 명칭을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공모전을 주도하는 여의도연구원 측은 “정치참여 앱 명칭 공모전을 16일부터 23일까지 당 홈페이지(www.saenuriparty.kr
)에서 진행한다”며 “수상작은 30일 발표하며, 현재 개발 중인 새누리당 정치참여 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이나 당원 인증을 거치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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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