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VS 서청원 벼랑 끝 치킨게임

누가 죽고 누가 살든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나라 고조가 장자방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이용하였다.” 정도전은 술에 취하면 위와 같은 말을 자주 했다고 전해진다. 신하가 군주를 이용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이와는 달리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피를 흘릴 때도 단심가를 불렀다. 감히 두 위인을 현대 정치인에게 대입할 수 없지만 일련의 상황은 너무도 흡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무성과 서청원. 두 사람의 격돌에 여권 전체가 흔들릴 정도다. 지난 2일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 앞에서 책상을 치며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이게 뭐 하자는 거냐.”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두 사람은 마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처럼 험악하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이 올린 부실 당협위원장 8명에 대한 교체 건 때문이었다.

점진적 혁신
전면적 개혁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교체 의견이 나오는 부실 당협위원장은 서울 동대문을(김형진)과 부산 사하을(안준태), 인천 부평을(김연광), 충남 공주(오정섭)를 포함해 총 8명이다. 교체가 거론된 이들 대부분은 친박계 핵심인물인 홍문종 전 사무총장이 임명한 인사들로 지난해 7·14 전당대회 당시 서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측근의 교체를 제안하자 서 최고위원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친박계는 이런 김 대표의 제안이 ‘표적교체’를 위함이라 주장했다. 논쟁이 이어지자 서 최고위원은 고함을 치며 책상까지 내려쳤고 급기야 서류를 집어던지며 항의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의 언급에 따르면 고성과 막말까지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서 최고위원은 논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회의장을 빠져나온 그는 기자들 앞에서 “나중에 여러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날이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유연하고 여유롭게 반응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정당에서 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교체가 아니라는 뜻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에서 만장일치로 올라온 안이다”고 말했다.

현재 당협위원장 교체에 대해서는 친박과 비박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비박계 입장에서는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새로운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친박계 쪽에서는 “멀쩡하게 있던 당협위원장의 목을 치는 일이고 사망선고인 만큼 앞으로 계속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전한다.

친박·비박
전면전 불가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소리 없는 전쟁’이라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당권을 잡고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음과 동시에 이미 이러한 일이 예견된 사태라고 말한다. 실제로 국무총리후보자로 당시 이완구 원내대표가 지명된 후 기존 원내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각 언론사들은 비박과 친박 간의 전쟁을 예상한 바 있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차기 공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두 세력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선거가 치러지는 해당 지역의 위원장으로서 정당의 지역책임자를 뜻한다. 결국 이들의 존재는 공천 시기가 다가올수록 더욱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김 대표가 공약한대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경우 당협위원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일반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방식인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당협위원장은 결국 국민과 후보자 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협위원장의 입김은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친박계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상황에서 이번에 당협위원장 교체까지 주장하는 것을 보면 결국 그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친박인사들이 당협위원장 교체의 의도를 친박계 ‘공천살인’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지나친 억측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책상 치며 “뭐 하자는 거냐” 고성에 막말
친박계 ‘공천학살’, 비박계 ‘부실당협 교체’

결국 ‘부실 당협위원장’으로 낙인찍힌 위원장들은 지난 4일 김 대표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강수를 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김 대표는 지난 대표경선과정에서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내년 총선을 불과 1년 앞두고 현역 당협위원장들을 몰아내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또한 질의서를 통해 김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질의서 내에는 “특정인을 내려보내기 위해 지역을 비우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게 공천 관여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즉 세간에서는 지금 ‘김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불편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무감사 결과를 보면 김 대표가 당협위원장 교체를 주장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협위원장들이 지역구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역 민심에 스며들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당협을 방만하게 관리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당협위원장이 자기와 친한 사람을 ‘대리 위원장’ 자리에 앉히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의혹에 부실 당협위원장으로 분류된 김형진 당협위원장(서울 동대문을)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시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협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동대문구 장안동으로 이사했고, 줄곧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지역구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며 “날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수많은 행사에 참여하는 등 지역을 다져온 그 많은 노력과 시간들이 이처럼 간단히 무시될 수 있다는 게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여러 의혹에 이번 부실 당협위원장을 선정한 조강특위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보도자료를 보면 “해당 지역의 시·도당위원장의 의견 청취 후 8곳을 선정하여 3월2일 최고위원회 의결사항으로 보고한 것이다”며 “당헌당규상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미리 내려올 사람이 있다’ ‘특정인을 내려 보내기 위해 지역을 비우려 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보도했다.

대표경선 후
갈등 최고조

두 사람은 당대표를 두고 이미 한판 승부를 펼친 적이 있다. 이 시점을 두고 결정적으로 두 사람을 멀어지게 된 계기라는 의견이 정계 관계자 대부분의 주장이다.

지난해 7월 새누리당은 새로운 당대표 선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뤘다. 총선까지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라는 의미에서 두 사람에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당선이 되는 사람이 최하 대권주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후보에 머물지 않고 대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두 사람 모두에게 건곤일척의 순간이었다.

결과는 김 대표의 승리로 돌아갔다. 여야 모두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보다 서 최고위원이 경력이나 영향력 측면에서 더 우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서 최고위원이 친박의 좌장격인 정계원로라는 측면에서 더욱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김 대표가 3만9553표를 받아 서 최고위원(2만8427표)을 약 1만1000여표 차이로 크게 누리고 대표에 당선됐다.

당선이 발표되자 서 최고위원은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발표가 끝난 후 그는 “김무성 후보가 당대표가 된 것을 대단히 축하한다”며 “김무성 대표가 위기의 대한민국, 박근혜정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화답해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며 “새누리당이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 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대표 두고 건곤일척 대립 ‘불화의 서막’
악순환 끊지 않으면 동반 추락 가능성도

그러나 이후 김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서 최고위원이 기대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당선 직후 김 대표는 간담회 자리에서 향후 당·청 관계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 당에서 청와대에 말할 것은 했지만 부족하다고 많이들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당·청관계를 수립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김 대표의 발언을 친박계에서는 곱게 볼 리 만무했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두 사람은 여러 사안에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대표적인 것이 여의도연구원장(이하 연구원장) 임명을 두고 벌인 기 싸움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박세일 연구원장 임명을 강행하면 사퇴를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때도 그들은 회의장에서 고성을 주고받았다.


서 최고위원은 불편한 심기를 여러 차례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난 1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 취임 후 다소 소원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당·청 관계에 대해 “김무성 대표가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대표가 열심히 교감도 하고 정부의 정책을 성사시키는 데 노력하고,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김 대표가 지금 잘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진배없었다.

정치전문가들은 두 거물 간의 싸움이 결국 계파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간의 갈등을 점점 줄여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에 반해 새누리당은 계파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학살의 악순환
공천 트라우마

현재 친박계는 과거 ‘공천학살’ 사건을 떠올리며 현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8년 총선이 있기 전 친이계 쪽에서 공천권을 휘둘러 친박계 인사들을 대거 탈락시킨 일을 회상한 것이다. 이후 친박계는 ‘연대’를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자칫 계파 와해까지 갈 뻔한 사건이 쉽게 잊혀질리 없었다.

결국 이는 피의 보복으로 이어진 바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친박계가 친이계 인사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킴으로서 보복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은 현재까지 끊어지지 않아 문제시되고 있다. 이전 사례를 참고해 앞으로의 일을 유추해 보면 2016년 총선에선 비박계가 친박계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킬 차례라는 것이다.

김성한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되풀이되는 현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공천 학살에 의한) 트라우마를 한번 겪게 되면 정치인들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이번만큼은 정치인들이 공천 트라우마를 다시 겪지 않도록, 그런 악순환을 끊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다”고 말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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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