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의 ‘무한책임론’ 전말

이완구는 박근혜주식회사 바지사장?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갖은 논란 속에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이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올라섰다. 정확히 지난달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것에 이어 다음날인 17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 받았다. 이에 이 총리가 그간 실체 없이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책임총리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책임총리제’가 가능한 것일까. 2012년 대선부터 언급되기 시작한 책임총리제는 그 필요성에 있어서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함께하고 있다. 그동안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폐단이 많았다는 목소리가 국회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도 공약사항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공약들처럼 허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패막이 총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책임총리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삼정부 시절의 이회창 총리,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 등 몇몇 거론되는 인사들이 있지만 결국 책임총리라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책임총리에 가까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김대중정부 시절의 김종필 총리를 꼽는다.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자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 전 총리가 막아선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포스트 김종필’로 평가받는 이 총리가 최초의 책임총리가 돼야 한다는 요구가 여야를 불문하고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책임총리로 가는 길은 청문회 만큼이나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잘못하다가는 책임만 지는 총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책임이지 기존 총리보다 더한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총리는 후보시절부터 계속해서 대통령에게 쓴소리 할 수 있는 총리가 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쓴소리를 하기보다 여야가 박 대통령을 향해 쏘아대는 쓴소리를 대신 받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마치 왕의 옆을 지키는 재상이 아니라 나쁜 기운을 대신 받아내는 ‘액받이 무녀’가 된 느낌이다.

최근 이 총리를 향한 여야의 요구 발언을 들어보면 그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16일 당시 이 총리에 대한 인준안이 통과되자 “새누리당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국민들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뜻을 거슬러서 국민들이 반대하는 총리후보자를 끝내 인준하고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새누리당은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총리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말은 아니지만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문 대표의 발언은 책임총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지난달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총리인준 강행은 국민의 정치적 냉소만 강화시킬 뿐”이라며 “준엄한 시선으로 이완구 총리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듯이 이 총리의 도덕적 결함이 분명한데 대한 두 야당의 경고성 발언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문재인 “박근혜·새누리가 책임지게 될 것”
김무성 “개혁 성과 없으면 돌아오지 말라”

이 총리를 향한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5일에 있었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이 총리에게 “현 정부에서 의원 겸직 국무위원이 6명이다”라며 “총리까지도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전체 내각의 기강이 안서고 흐트러질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총리만큼은 차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이 자리에서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사실상 총선 출마를 포기하라는 말이었다. 이에 이 총리는 “걱정하는 말씀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마지막 공직의 기회로 삼고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당초 야권의 공세는 예상됐던 바였다. 그러나 여당을 통해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총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움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들이 모인자리에서 “장관 자리를 경력관리용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앞뒤 눈치 보지 말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그는 청와대를 향해 “대통령께서 당에서 (국무위원을) 6명이나 발탁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이제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의원 중에서는 그만 데려가시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온 이 총리에게 이 같은 속내를 직접적으로 전했다. 그는 “농담이 아니라 개혁의 성과를 내지 않으면 (국무위원들을) 당에서 받지 않겠다”는 뜻을 이 총리에게 전했다. 이는 청와대는 물론 이 총리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어진 이 총리의 대응이었다. 김 대표의 말에 그는 “당에서 환영 받을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해 모든 각료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저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오늘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개혁과제에 동참하지 못하는 장·차관, 중앙행정기관장에게는 해임건의권한을 발동하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절대 대충하지 않고 확실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김 대표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한 것이다.

최근 이 총리가 여야 지도부를 대하는 자세는 두 가지로 귀결된다. ‘저자세’와 ‘배수진’이 그것이다. 특히 여러 의혹을 통해 국정을 맡기기에 도덕적으로 심대한 결함을 가졌다는 야당의 평가가 나온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쭉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취임 후에는 총리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이에 대해 이 총리가 배수의 진을 쳤다고 평가했다.

책임만 지다간…

일각에서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인 이번 인준이 결국 이 총리를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몰아붙인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일련의 과정으로 이 총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졌고, 그로 인해 이 총리는 지금과 같이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의 이 총리 입장에서는 여야 지도부에게 바른말을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그러한데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다는 것은 더욱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86조 2항을 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부를 통할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는 것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법적 제약을 거론하며 책임총리의 비현실성을 지적한다. 업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내치 부분을 총리에게 믿고 맡겼을 때만이 비로소 책임총리가 탄생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통치스타일을 고려해보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총리가 지금과 같은 역할밖에 할 수 없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의 총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 지적한다. 즉 총리를 얼굴마담이나 방패용으로 한정하는 기존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공약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총리가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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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