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기상청 잇단 헛발질 논란

일본 일기예보가 더 정확하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영종대교 106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기상청의 안개특보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상청은 그동안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안개특보를 시범운영했지만 그 실효성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런 기상청을 두고 ‘가상청’ ‘구라청’이라고 부르는 조롱도 이어지고 있다. 모든 사고의 원인을 기상청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번 사고가 ‘예고된 인재’였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1일 오전 인천 영종대교 상부 도로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던 차량 106대가 연쇄적으로 추돌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날 사고는 10m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안개가 짙게 낀 상태에서 최초 사고 후 뒤따르던 운전자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연달아 추돌하며 발생했다. 이번 영종대교 106종 추돌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추돌사고 중 최대 규모다.

사실상 찍는 수준
 
오전 9시40분께 인천 영종대교 상부도로 서울 방향 3.8km 지점 1차로에서 유모(60)씨가 운전하던 택시가 앞에 달리던 또 다른 택시(운전자 한모씨·62)를 들이받고 멈췄다. 이에 뒤따라오던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와 트럭·승용차·승합차 등이 연이어 추돌했고, 불과 20여분만에 차량 106대가 추돌하게 됐다. 소방당국은 사고 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 가시거리가 10m 정도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영종대교와 가장 가까이 있는 항공기상청에서 관측한 인천국제공항의 가시거리는 약 600m다. 영종대교에는 기상 관측 시설이 없어 사고 지점의 정확한 가시거리 측정은 불가능하다. 기상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에서 ‘안개특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안개특보는 정확도가 낮고, 이번 추돌 사고가 발생한 영종대교는 안개 사고가 잦음에도 안개 관측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2006년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해대교 추돌사고 당시 원인이 안개로 지목되자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9년 4월부터 안개특보를 1차 시범 운영해왔다. 하지만 정확도가 22.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6년이 지난 지금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안개특보 정확도는 34.3%에 그쳤다. 시범운영 시작 직후인 지난 2010년에는 안개특보 정확도가 56.9%였지만 이후 4년 연속 30%대에 머물고 있다. 예보의 3분의 2가 오보인 셈이다. 주 의원은 “예보정확도를 높이고 안개로 인한 사고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시범운영하고 있는 안개특보를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고, 안개관측망을 238개소에서 263개소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기상청은 안개관측을 위한 관측망 구축에 약 40억4000만원, 안개특보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에 1억5000만원, 정보화용역 5억4000만원, 시스템용 서버구입에 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미비점이 많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돈 쏟아 부어도…3개 중 2개 오보
예측시스템 오작동 빈번 ‘나몰라’
 
기상청은 미세먼지 농도 관측 결과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발표했다. 강원 영서에서 ‘나쁨’, 그 밖의 권역에서는 ‘보통’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의 실시간 대기환경정보 서비스인 ‘에어코리아’의 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기상청과 환경부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쾌적했다.
 
그러나 일본 기상청의 관측은 달랐다. 일본기상협회가 동아시아 지도에 색상을 6단계로 나눠 표시하는 미세먼지 농도 그래프에서 같은 시간 중국 동부와 한반도는 미세먼지로 뒤덮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수도권의 경우 최상위 단계인 ‘매우 많음’으로 붉은색, 다른 지역은 상위 3번째인 ‘많음’으로 노란색 그래프가 그려졌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미세먼지 농도 예보와 차이가 있었다.
 
 
환경부 측은 “현재 미세먼지 예측 정보는 기본적으로 미세먼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초미세먼지를 기준으로 삼은 일본의 예측 정보와 다르다”며 “초미세먼지를 기준으로 삼은 예측 정보 역시 일부 지역에 한해 정보를 제공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중 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경우 초미세먼지로 분류된다. 이는 인체 내 기관지 및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 쉬워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 미세먼지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기상청은 기상관측자료의 신뢰성을 높이고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2013년부터 해당 관측기간이 생산한 자료에 대해 품질평가제를 도입했다. 품질평가제란 수집된 자료 중 정상적으로 사용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분류, 품질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정상자료율 80% 이상이면 기상관측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품질평가제는 유명무실했다. 기상방재 연구의 기초가 되는 기온, 강수량 등 관측자료가 유관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청=구라청?
 
지난해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관측자료 품질등급제 현황’에 따르면 총 4만1580곳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기상관측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관측자료를 제공한 곳은 이 중 절반인 2만2734곳에 그쳤다. 들어온 자료 중 30%(6914건)는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로 판명났다. 이 같은 사실은 기상방재 시스템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철저한 준비 없이 시범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상청 ‘날씨앱’ 폐지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에 대한 일제 정비가 추진된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공공데이터 활용 서비스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그동안 많은 앱과 웹을 개발해 왔으나 민간 시장을 오히려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민간과 유사하고 활용이 저조한 공공앱 등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운로드 건수 1000건 미만인 모바일 앱과 방문자수 1000명 미만인 웹 등 이용실적이 낮은 공공앱과 웹 등이 우선 폐지된다. 또 민간 앱과 서비스 품질 차이가 없는 기상청 ‘날씨앱’, 민간에 비해 활용도가 낮은 국토부 ‘브이월드 앱’이 폐지된다.
 
이와 함께 공공앱의 일몰제 적용과 등록을 의무화하는 한편 정부가 직업 앱을 개발·운영하는 방식을 탈피, 필요한 공공서비스 기능을 정부가 제안하고 민간이 개발 운영하는 민간앱 개발 공모전도 개최해 창업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영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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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