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럭셔리 ‘SNS 가면족’ 실태

남의 인생 통째로 복사하는 사람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언젠가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폭넓은 소통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자랑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한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퍼거슨 감독의 명언이 떠오를 정도다.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는 건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한다. 최근 들어 타인의 사진 등을 무단으로 도용하면서 자신의 일상으로 둔갑시키는 이들이 적지 않아 논란이다. 일명 ‘SNS 가면족’의 실태를 알아봤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인스타그램…’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이다. 보통 지인들의 소식은 페이스북으로 받아보고 가족과 친구들의 안부는 카카오스토리로, 뉴스 속보 및 사회 이슈는 트위터로, 취미생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고 받는다.

컨트롤 C
컨트롤 V
 
이 같은 SNS에서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좋아요’ ‘팔로워’ 등을 늘리고자 한다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법칙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입지가 달라진다. 그러나 남의 일상을 그대로 복사해 자신의 것인 냥 활동하는 이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일약 SNS 스타로 급부상하게 된다. 
 
직장인 장모(28·여)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와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단짝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시내 호텔에서 제공하는 ‘여성들을 위한 파티’ 패키지 상품 중 하나를 선택,  ‘브라이덜 샤워(신부파티)’를 준비했다. 장씨는 결혼하는 친구와 들러리들이 입을 의상을 빌리고 화장을 한 뒤 근사한 음식과 와인을 곁들이며 파티를 즐겼다.
 

장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페이스북에 파티 사진을 업데이트 했다. 와인 잔을 부딪히는 사진, 다양한 음식 사진, 꽃 사진 등 서너 장을 올렸다. 브라이덜 샤워 게시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며칠 뒤 한 친구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장씨가 올린 사진 일부를 어떤 여성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말을 들은 장씨는 해당 페이스북을 찾았다. 장씨의 사진을 도용한 여성은 브라이덜 샤워가 아닌, ‘친구 생일파티’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해 “사랑하는 ○○의 생일을 기념하며…”라며 와인 잔 사진을 공개했다. 이 게시물에는 부러워 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장씨는 이 여성에게 ‘내 사진을 왜 도용하냐’며 항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여성으로부터 온 대답은 ‘퍼간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고 인정했지만 장씨의 페이스북에서 퍼가지는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대학생 이모(23)씨도 장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사진,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 등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러던 중 이씨는 자신이 직접 촬영해 보정까지 한 사진을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사진을 훔친 건 다름 아닌 자신의 팔로워였다.
 
해당 계정에는 이씨가 찍은 사진이 똑같이 올라와 있었다. 다만 내용은 달랐다. ‘오빠랑 스테이크 써는 날’ ‘시험공부 빠샤’ 등 이씨가 사진을 올리던 당시 상황과는 다른 설명이 들어가 있었다. 화가난 이씨는 팔로워에게 댓글을 달았다. “이거 제가 찍어 올린 사진 같은데요?” 댓글을 달자마자 이씨는 곧바로 차단됐고 팔로워의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같은 사례는 그나마 평범한 편에 속한다. 진정한 ‘SNS 가면족’은 특정인의 사진을 꾸준히 복사하면서 인기를 얻다가 얼짱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사진의 주인은 자신이 얼짱이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듣고 알게 된다. 이 같은 일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사진 무단도용

가면 쓴 SNS
 
신고 방법은 SNS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사칭 계정의 타임라인에 들어가서 ‘팔로우’ 버튼 옆 도구 메뉴에서 ‘신고/차단’을 누르면 된다. 신고하려면 데스크탑 페이스북 웹사이트에 접속, 신분증을 스캔해 페이스북에 보내면 된다.
 
카카오스토리에서는 게시물 오른쪽 위 아이콘을 누르면 ‘신고하기’가 나온다. 계정을 신고하고 싶다면 해당 계정으로 들어가 오른쪽 위 아이콘에서 ‘신고하기’ 메뉴를 찾으면 된다. 트위터에서는 사칭 신고 페이지에 신고하면 된다. 트위터는 신고 내용이 이용약관을 어겼는지 확인하고 가짜 계정을 정지하거나 해지하는 조취를 취한다.
 
 
SNS 사진도용 문제가 점차 확대되면서 애초에 사진에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워터마크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등의 원본 데이터에 본래 소유주만이 아는 마크(Mark)를 사람의 육안이나 귀로는 구별 할 수 없게 삽입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워터마크를 할 경우 흐린 바탕무늬나 로고와 같은 마크가 디지털 이미지 원본에 삽입된다. 사용자가 이미지를 보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복제를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예술품에 화가의 도장이나 서명을 넣어두던 낙관이 디지털 낙관으로 그 형태가 바뀐 것이다. 그러나 워터마크가 능사는 아니다. 워터마크를 제거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폭넓은 소통’ 본래 기능 상실
어느샌가 자랑공간으로 변질
 
이해준 감독의 영화 <김씨표류기>는 SNS 신상도용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극중 정려원(김씨 역)은 다른 여성의 미니홈피에서 온갖 사진을 가져다가 자신의 미니홈피를 꾸민다. 아름다운 정려원의 모습을 본 미니홈피 친구들은 그를 칭송하며 사심을 드러낸다.
 
이에 도취된 정려원은 자아를 잃고 사진 속 여성에 빙의한다. 현실에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생활로 인해 한없이 초라한 그지만, 온라인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화려한 여성으로 통했다. 그러나 가면 쓴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사진 속 주인이 나타면서 환상은 물거품이 됐다. 독방에 있던 정려원은 현실에 눈을 뜨고 진짜 소통을 찾아 헤맨다.
 
지난해에는 한 유명인의 평범하지 않은 행각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하모(28)씨는 ‘파워형인간’이라는 닉네임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역대급 갑부’ ‘재벌 아들’이라고 불리며 인기 가도를 달렸다.
 
2008년 SBS <스타킹> 팔씨름대회에 출연한 하씨는 범상치 않은 근육으로 건강미를 과시하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방송 중 MC는 하씨에게 ‘어느 학교를 다녔냐’는 질문을 던졌고 ‘서울대 법학과’가 언급됐다. 속칭 ‘엄친아’였던 것이다.
 
이후 하씨는 국내 유명 패션 정보 인터넷 커뮤니티 ‘디젤매니아(디매)’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일명 ‘네티즌수사대’가 정리한 글을 보면 하씨는 20억원을 호가하는 부가티베이론 차량 운전대 사진을 올렸다. 의문을 품는 이들에게는 “네, 실제로 탑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한 70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휴대폰 베트루(Vertu signature a limited edition)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에서 저 색상은 혼자 구입했다”고 자랑했다.

현실은 시궁창

온라인에선 왕
 
또 하씨는 수억원에 달하는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여기에 한 미모의 백인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의 아트딜러를 개인 딜러로 고용했다. 업무 능력도 능력이지만 솔직히 미모를 보고 뽑았다”고 말해 남성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하씨는 “푸틴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독대했다”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다소 믿기 어려운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
 
 
이내 하씨는 디매에서 소위 ‘네임드’가 됐고 그의 글에는 언제나 뜨거운 반응이 잇따랐다. 그런데 서울대 출신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학교에서 하씨를 본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를 의심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결국 네티즌수사대는 하씨를 추적했고, 결국 하씨의 말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하씨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아니었다. 네티즌수사대는 인터넷상에서 하씨의 아버지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삼수했다. 이번에 또 수능쳤다”라고 적은 글을 찾아냈다. 누리꾼들은 하씨가 노량진 모 학원에서 삼수했고, 실패 후 러시아로 유학을 갔다고 추측했다. 그 근거는 하씨가 러시아 기숙학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후 디매에는 하씨 관련 글이 쏟아졌다. 사태가 커지자 하씨는 장문의 해명글을 올렸다. 해명글에서 하씨는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잘못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아니다. 몇 차례 해명했었지만 좀 더 명확하게 하지 못한 저의 책임이 있다. 모두 저의 잘못임을 인정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진을 찍어 올린) 부가티베이론은 제 것이 아니다”며 “비즈니스 과정 중에 저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기간이 잠시 있어서 직접 운전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인터넷에 제 소유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하씨가 남긴 댓글 중에는 “실제로 탑니다”는 글이 있었다.
 

‘현실 왕따’ 온라인선 인맥왕
마치 내 일처럼…일상 둔갑
타인사진 등 무단도용 늘어
 
해명글을 맺으면서 하씨는 “화려하게 즐기길 좋아하고 남들에게 뽐내길 좋아하는 성격”이라며 “많은 운이 따라 좋은 생활을 하고 있으나, 남들이 생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부자거나 재벌은 아니다. 글을 쓸 때마다 언급했다. (그럼에도 오해를 사게한 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하씨는 해명글을 포함해 그간 남긴 모든 글을 삭제한 후 디매를 탈퇴했다.
 
 
SNS 신상도용 문제로 인해 경찰서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6일 박모(26)씨가 사이버수사팀을 방문, 신원을 알 수 없는 사기범이 자신의 사진을 도용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미국 유명 한인사이트에서 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박씨 사진을 도용해 온라인상에서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박씨는 “친구로부터 내가 SNS에 올려놓았던 사진들이 부동산 중개인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며 “그 사람에 대한 댓글을 보니 온라인상에서 상습적으로 중개 사기를 벌여 지탄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내가 부동산 사기범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하소연했다.

당사자 모르는
도플갱어 판쳐
 
앞서 지난 1월13일에는 이모(27·여)씨가 “내 사진 수십 장을 누군가 자기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그 사람이 마치 나인 양 행세했다”며 강남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운동하는 사진, 식사하는 모습 등 이씨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던 일상 사진들이 그대로 도용돼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그 사람이) 그동안 내 행세를 하며 어떤 일을 저질렀을지 몰라 걱정된다”며 “하지만 페이스북 계정이 미국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수사가 어렵다고 들었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꾸미는 등 무단도용 사례가 빈발하고 있지만 형사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도용의 경우 초상권 침해로 민사소송은 가능하지만 형사고소는 불가능하다.
 
온라인 평판관리 전문업체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는 “현직 스튜디어스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뒤 스튜어디스인 것처럼 행동한 스튜어디스 지망생이 있었다”며 “사진의 주인은 이 여성에게 법적대응을 시도하려고 했고, 당시 이 여성의 부모가 자녀의 SNS 기록을 없애달라고 의뢰한 적이 있다”며 SNS와 관련된 평판관리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일반인의 경우 꾸준히 자신에 대해 검색해보는 게 좋다”며 “가급적이면 SNS 상에서는 신변잡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SNS 활동이 지나칠 경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난 떨어졌는데…’ 질투심에 친구 대학입학 취소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2일 대학에 수시 합격한 여학생의 개인정보 등을 알아낸 뒤 해당학교 홈페이지에 접속, 입학을 취소시킨 혐의로 A(19)양을 불구속 입건했다. A양은 지난해 12월1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 친구인 B(19)양의 수험번호, 보안번호 등을 입력해 건국대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등록예치금 환불을 신청, 이 대학에 수시합격했던 B양의 합격을 취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약 3년 전 싸이월드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은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SNS 등으로 연락하면서 최근까지도 친구로 통하는 사이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건대에 지원했으나 낙방해 재수하던 A양은 B양이 수시합격 사실을 SNS에 올리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 질투심에 B양의 입학을 취소시키기로 작정했다.
 
A양은 수험번호, 계좌번호 등 B양의 개인정보를 SNS에서 수집한 뒤 입시대행 사이트에 전화해 자신이 B양인 척하며 B양의 보안번호를 취득, 학교 홈페이지에서 등록예치금 환불 신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의 계좌로 신청 당일 예치금 30만원이 입금됐으며, B양은 같은 달 24일 입금 내역과 합격 취소 사실을 확인한 뒤 26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B양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합격을 취소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이었다”며 “SNS 등 온라인상에 무심코 올린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니 자신의 신상이나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대학 측에서 수사 결과를 확인하고 B양에 대한 구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