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럭셔리 ‘SNS 가면족’ 실태

남의 인생 통째로 복사하는 사람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언젠가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폭넓은 소통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자랑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한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퍼거슨 감독의 명언이 떠오를 정도다.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는 건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한다. 최근 들어 타인의 사진 등을 무단으로 도용하면서 자신의 일상으로 둔갑시키는 이들이 적지 않아 논란이다. 일명 ‘SNS 가면족’의 실태를 알아봤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인스타그램…’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이다. 보통 지인들의 소식은 페이스북으로 받아보고 가족과 친구들의 안부는 카카오스토리로, 뉴스 속보 및 사회 이슈는 트위터로, 취미생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고 받는다.

컨트롤 C
컨트롤 V
 
이 같은 SNS에서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좋아요’ ‘팔로워’ 등을 늘리고자 한다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법칙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입지가 달라진다. 그러나 남의 일상을 그대로 복사해 자신의 것인 냥 활동하는 이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일약 SNS 스타로 급부상하게 된다. 
 
직장인 장모(28·여)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와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단짝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시내 호텔에서 제공하는 ‘여성들을 위한 파티’ 패키지 상품 중 하나를 선택,  ‘브라이덜 샤워(신부파티)’를 준비했다. 장씨는 결혼하는 친구와 들러리들이 입을 의상을 빌리고 화장을 한 뒤 근사한 음식과 와인을 곁들이며 파티를 즐겼다.
 

장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페이스북에 파티 사진을 업데이트 했다. 와인 잔을 부딪히는 사진, 다양한 음식 사진, 꽃 사진 등 서너 장을 올렸다. 브라이덜 샤워 게시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며칠 뒤 한 친구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장씨가 올린 사진 일부를 어떤 여성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말을 들은 장씨는 해당 페이스북을 찾았다. 장씨의 사진을 도용한 여성은 브라이덜 샤워가 아닌, ‘친구 생일파티’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해 “사랑하는 ○○의 생일을 기념하며…”라며 와인 잔 사진을 공개했다. 이 게시물에는 부러워 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장씨는 이 여성에게 ‘내 사진을 왜 도용하냐’며 항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여성으로부터 온 대답은 ‘퍼간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고 인정했지만 장씨의 페이스북에서 퍼가지는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대학생 이모(23)씨도 장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사진,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 등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러던 중 이씨는 자신이 직접 촬영해 보정까지 한 사진을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사진을 훔친 건 다름 아닌 자신의 팔로워였다.
 
해당 계정에는 이씨가 찍은 사진이 똑같이 올라와 있었다. 다만 내용은 달랐다. ‘오빠랑 스테이크 써는 날’ ‘시험공부 빠샤’ 등 이씨가 사진을 올리던 당시 상황과는 다른 설명이 들어가 있었다. 화가난 이씨는 팔로워에게 댓글을 달았다. “이거 제가 찍어 올린 사진 같은데요?” 댓글을 달자마자 이씨는 곧바로 차단됐고 팔로워의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같은 사례는 그나마 평범한 편에 속한다. 진정한 ‘SNS 가면족’은 특정인의 사진을 꾸준히 복사하면서 인기를 얻다가 얼짱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사진의 주인은 자신이 얼짱이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듣고 알게 된다. 이 같은 일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사진 무단도용

가면 쓴 SNS
 
신고 방법은 SNS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사칭 계정의 타임라인에 들어가서 ‘팔로우’ 버튼 옆 도구 메뉴에서 ‘신고/차단’을 누르면 된다. 신고하려면 데스크탑 페이스북 웹사이트에 접속, 신분증을 스캔해 페이스북에 보내면 된다.
 
카카오스토리에서는 게시물 오른쪽 위 아이콘을 누르면 ‘신고하기’가 나온다. 계정을 신고하고 싶다면 해당 계정으로 들어가 오른쪽 위 아이콘에서 ‘신고하기’ 메뉴를 찾으면 된다. 트위터에서는 사칭 신고 페이지에 신고하면 된다. 트위터는 신고 내용이 이용약관을 어겼는지 확인하고 가짜 계정을 정지하거나 해지하는 조취를 취한다.
 
 
SNS 사진도용 문제가 점차 확대되면서 애초에 사진에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워터마크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등의 원본 데이터에 본래 소유주만이 아는 마크(Mark)를 사람의 육안이나 귀로는 구별 할 수 없게 삽입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워터마크를 할 경우 흐린 바탕무늬나 로고와 같은 마크가 디지털 이미지 원본에 삽입된다. 사용자가 이미지를 보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복제를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예술품에 화가의 도장이나 서명을 넣어두던 낙관이 디지털 낙관으로 그 형태가 바뀐 것이다. 그러나 워터마크가 능사는 아니다. 워터마크를 제거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폭넓은 소통’ 본래 기능 상실
어느샌가 자랑공간으로 변질
 
이해준 감독의 영화 <김씨표류기>는 SNS 신상도용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극중 정려원(김씨 역)은 다른 여성의 미니홈피에서 온갖 사진을 가져다가 자신의 미니홈피를 꾸민다. 아름다운 정려원의 모습을 본 미니홈피 친구들은 그를 칭송하며 사심을 드러낸다.
 
이에 도취된 정려원은 자아를 잃고 사진 속 여성에 빙의한다. 현실에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생활로 인해 한없이 초라한 그지만, 온라인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화려한 여성으로 통했다. 그러나 가면 쓴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사진 속 주인이 나타면서 환상은 물거품이 됐다. 독방에 있던 정려원은 현실에 눈을 뜨고 진짜 소통을 찾아 헤맨다.
 
지난해에는 한 유명인의 평범하지 않은 행각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하모(28)씨는 ‘파워형인간’이라는 닉네임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역대급 갑부’ ‘재벌 아들’이라고 불리며 인기 가도를 달렸다.
 
2008년 SBS <스타킹> 팔씨름대회에 출연한 하씨는 범상치 않은 근육으로 건강미를 과시하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방송 중 MC는 하씨에게 ‘어느 학교를 다녔냐’는 질문을 던졌고 ‘서울대 법학과’가 언급됐다. 속칭 ‘엄친아’였던 것이다.
 
이후 하씨는 국내 유명 패션 정보 인터넷 커뮤니티 ‘디젤매니아(디매)’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일명 ‘네티즌수사대’가 정리한 글을 보면 하씨는 20억원을 호가하는 부가티베이론 차량 운전대 사진을 올렸다. 의문을 품는 이들에게는 “네, 실제로 탑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한 70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휴대폰 베트루(Vertu signature a limited edition)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에서 저 색상은 혼자 구입했다”고 자랑했다.

현실은 시궁창

온라인에선 왕
 
또 하씨는 수억원에 달하는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여기에 한 미모의 백인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의 아트딜러를 개인 딜러로 고용했다. 업무 능력도 능력이지만 솔직히 미모를 보고 뽑았다”고 말해 남성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하씨는 “푸틴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독대했다”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다소 믿기 어려운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
 
 
이내 하씨는 디매에서 소위 ‘네임드’가 됐고 그의 글에는 언제나 뜨거운 반응이 잇따랐다. 그런데 서울대 출신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학교에서 하씨를 본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를 의심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결국 네티즌수사대는 하씨를 추적했고, 결국 하씨의 말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하씨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아니었다. 네티즌수사대는 인터넷상에서 하씨의 아버지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삼수했다. 이번에 또 수능쳤다”라고 적은 글을 찾아냈다. 누리꾼들은 하씨가 노량진 모 학원에서 삼수했고, 실패 후 러시아로 유학을 갔다고 추측했다. 그 근거는 하씨가 러시아 기숙학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후 디매에는 하씨 관련 글이 쏟아졌다. 사태가 커지자 하씨는 장문의 해명글을 올렸다. 해명글에서 하씨는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잘못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아니다. 몇 차례 해명했었지만 좀 더 명확하게 하지 못한 저의 책임이 있다. 모두 저의 잘못임을 인정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진을 찍어 올린) 부가티베이론은 제 것이 아니다”며 “비즈니스 과정 중에 저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기간이 잠시 있어서 직접 운전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인터넷에 제 소유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하씨가 남긴 댓글 중에는 “실제로 탑니다”는 글이 있었다.
 

‘현실 왕따’ 온라인선 인맥왕
마치 내 일처럼…일상 둔갑
타인사진 등 무단도용 늘어
 
해명글을 맺으면서 하씨는 “화려하게 즐기길 좋아하고 남들에게 뽐내길 좋아하는 성격”이라며 “많은 운이 따라 좋은 생활을 하고 있으나, 남들이 생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부자거나 재벌은 아니다. 글을 쓸 때마다 언급했다. (그럼에도 오해를 사게한 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하씨는 해명글을 포함해 그간 남긴 모든 글을 삭제한 후 디매를 탈퇴했다.
 
 
SNS 신상도용 문제로 인해 경찰서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6일 박모(26)씨가 사이버수사팀을 방문, 신원을 알 수 없는 사기범이 자신의 사진을 도용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미국 유명 한인사이트에서 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박씨 사진을 도용해 온라인상에서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박씨는 “친구로부터 내가 SNS에 올려놓았던 사진들이 부동산 중개인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며 “그 사람에 대한 댓글을 보니 온라인상에서 상습적으로 중개 사기를 벌여 지탄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내가 부동산 사기범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하소연했다.

당사자 모르는
도플갱어 판쳐
 
앞서 지난 1월13일에는 이모(27·여)씨가 “내 사진 수십 장을 누군가 자기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그 사람이 마치 나인 양 행세했다”며 강남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운동하는 사진, 식사하는 모습 등 이씨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던 일상 사진들이 그대로 도용돼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그 사람이) 그동안 내 행세를 하며 어떤 일을 저질렀을지 몰라 걱정된다”며 “하지만 페이스북 계정이 미국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수사가 어렵다고 들었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꾸미는 등 무단도용 사례가 빈발하고 있지만 형사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도용의 경우 초상권 침해로 민사소송은 가능하지만 형사고소는 불가능하다.
 
온라인 평판관리 전문업체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는 “현직 스튜디어스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뒤 스튜어디스인 것처럼 행동한 스튜어디스 지망생이 있었다”며 “사진의 주인은 이 여성에게 법적대응을 시도하려고 했고, 당시 이 여성의 부모가 자녀의 SNS 기록을 없애달라고 의뢰한 적이 있다”며 SNS와 관련된 평판관리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일반인의 경우 꾸준히 자신에 대해 검색해보는 게 좋다”며 “가급적이면 SNS 상에서는 신변잡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SNS 활동이 지나칠 경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난 떨어졌는데…’ 질투심에 친구 대학입학 취소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2일 대학에 수시 합격한 여학생의 개인정보 등을 알아낸 뒤 해당학교 홈페이지에 접속, 입학을 취소시킨 혐의로 A(19)양을 불구속 입건했다. A양은 지난해 12월1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 친구인 B(19)양의 수험번호, 보안번호 등을 입력해 건국대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등록예치금 환불을 신청, 이 대학에 수시합격했던 B양의 합격을 취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약 3년 전 싸이월드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은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SNS 등으로 연락하면서 최근까지도 친구로 통하는 사이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건대에 지원했으나 낙방해 재수하던 A양은 B양이 수시합격 사실을 SNS에 올리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 질투심에 B양의 입학을 취소시키기로 작정했다.
 
A양은 수험번호, 계좌번호 등 B양의 개인정보를 SNS에서 수집한 뒤 입시대행 사이트에 전화해 자신이 B양인 척하며 B양의 보안번호를 취득, 학교 홈페이지에서 등록예치금 환불 신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의 계좌로 신청 당일 예치금 30만원이 입금됐으며, B양은 같은 달 24일 입금 내역과 합격 취소 사실을 확인한 뒤 26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B양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합격을 취소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이었다”며 “SNS 등 온라인상에 무심코 올린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니 자신의 신상이나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대학 측에서 수사 결과를 확인하고 B양에 대한 구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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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