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럭셔리 ‘SNS 가면족’ 실태

남의 인생 통째로 복사하는 사람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언젠가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폭넓은 소통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자랑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한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퍼거슨 감독의 명언이 떠오를 정도다.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는 건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한다. 최근 들어 타인의 사진 등을 무단으로 도용하면서 자신의 일상으로 둔갑시키는 이들이 적지 않아 논란이다. 일명 ‘SNS 가면족’의 실태를 알아봤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인스타그램…’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이다. 보통 지인들의 소식은 페이스북으로 받아보고 가족과 친구들의 안부는 카카오스토리로, 뉴스 속보 및 사회 이슈는 트위터로, 취미생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고 받는다.

컨트롤 C
컨트롤 V
 
이 같은 SNS에서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좋아요’ ‘팔로워’ 등을 늘리고자 한다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법칙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입지가 달라진다. 그러나 남의 일상을 그대로 복사해 자신의 것인 냥 활동하는 이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일약 SNS 스타로 급부상하게 된다. 
 
직장인 장모(28·여)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와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단짝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시내 호텔에서 제공하는 ‘여성들을 위한 파티’ 패키지 상품 중 하나를 선택,  ‘브라이덜 샤워(신부파티)’를 준비했다. 장씨는 결혼하는 친구와 들러리들이 입을 의상을 빌리고 화장을 한 뒤 근사한 음식과 와인을 곁들이며 파티를 즐겼다.
 

장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페이스북에 파티 사진을 업데이트 했다. 와인 잔을 부딪히는 사진, 다양한 음식 사진, 꽃 사진 등 서너 장을 올렸다. 브라이덜 샤워 게시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며칠 뒤 한 친구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장씨가 올린 사진 일부를 어떤 여성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말을 들은 장씨는 해당 페이스북을 찾았다. 장씨의 사진을 도용한 여성은 브라이덜 샤워가 아닌, ‘친구 생일파티’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해 “사랑하는 ○○의 생일을 기념하며…”라며 와인 잔 사진을 공개했다. 이 게시물에는 부러워 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장씨는 이 여성에게 ‘내 사진을 왜 도용하냐’며 항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여성으로부터 온 대답은 ‘퍼간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고 인정했지만 장씨의 페이스북에서 퍼가지는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대학생 이모(23)씨도 장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사진,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 등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러던 중 이씨는 자신이 직접 촬영해 보정까지 한 사진을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사진을 훔친 건 다름 아닌 자신의 팔로워였다.
 
해당 계정에는 이씨가 찍은 사진이 똑같이 올라와 있었다. 다만 내용은 달랐다. ‘오빠랑 스테이크 써는 날’ ‘시험공부 빠샤’ 등 이씨가 사진을 올리던 당시 상황과는 다른 설명이 들어가 있었다. 화가난 이씨는 팔로워에게 댓글을 달았다. “이거 제가 찍어 올린 사진 같은데요?” 댓글을 달자마자 이씨는 곧바로 차단됐고 팔로워의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같은 사례는 그나마 평범한 편에 속한다. 진정한 ‘SNS 가면족’은 특정인의 사진을 꾸준히 복사하면서 인기를 얻다가 얼짱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사진의 주인은 자신이 얼짱이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듣고 알게 된다. 이 같은 일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사진 무단도용

가면 쓴 SNS
 
신고 방법은 SNS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사칭 계정의 타임라인에 들어가서 ‘팔로우’ 버튼 옆 도구 메뉴에서 ‘신고/차단’을 누르면 된다. 신고하려면 데스크탑 페이스북 웹사이트에 접속, 신분증을 스캔해 페이스북에 보내면 된다.
 
카카오스토리에서는 게시물 오른쪽 위 아이콘을 누르면 ‘신고하기’가 나온다. 계정을 신고하고 싶다면 해당 계정으로 들어가 오른쪽 위 아이콘에서 ‘신고하기’ 메뉴를 찾으면 된다. 트위터에서는 사칭 신고 페이지에 신고하면 된다. 트위터는 신고 내용이 이용약관을 어겼는지 확인하고 가짜 계정을 정지하거나 해지하는 조취를 취한다.
 
 
SNS 사진도용 문제가 점차 확대되면서 애초에 사진에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워터마크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등의 원본 데이터에 본래 소유주만이 아는 마크(Mark)를 사람의 육안이나 귀로는 구별 할 수 없게 삽입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워터마크를 할 경우 흐린 바탕무늬나 로고와 같은 마크가 디지털 이미지 원본에 삽입된다. 사용자가 이미지를 보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복제를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예술품에 화가의 도장이나 서명을 넣어두던 낙관이 디지털 낙관으로 그 형태가 바뀐 것이다. 그러나 워터마크가 능사는 아니다. 워터마크를 제거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폭넓은 소통’ 본래 기능 상실
어느샌가 자랑공간으로 변질
 
이해준 감독의 영화 <김씨표류기>는 SNS 신상도용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극중 정려원(김씨 역)은 다른 여성의 미니홈피에서 온갖 사진을 가져다가 자신의 미니홈피를 꾸민다. 아름다운 정려원의 모습을 본 미니홈피 친구들은 그를 칭송하며 사심을 드러낸다.
 
이에 도취된 정려원은 자아를 잃고 사진 속 여성에 빙의한다. 현실에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생활로 인해 한없이 초라한 그지만, 온라인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화려한 여성으로 통했다. 그러나 가면 쓴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사진 속 주인이 나타면서 환상은 물거품이 됐다. 독방에 있던 정려원은 현실에 눈을 뜨고 진짜 소통을 찾아 헤맨다.
 
지난해에는 한 유명인의 평범하지 않은 행각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하모(28)씨는 ‘파워형인간’이라는 닉네임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역대급 갑부’ ‘재벌 아들’이라고 불리며 인기 가도를 달렸다.
 
2008년 SBS <스타킹> 팔씨름대회에 출연한 하씨는 범상치 않은 근육으로 건강미를 과시하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방송 중 MC는 하씨에게 ‘어느 학교를 다녔냐’는 질문을 던졌고 ‘서울대 법학과’가 언급됐다. 속칭 ‘엄친아’였던 것이다.
 
이후 하씨는 국내 유명 패션 정보 인터넷 커뮤니티 ‘디젤매니아(디매)’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일명 ‘네티즌수사대’가 정리한 글을 보면 하씨는 20억원을 호가하는 부가티베이론 차량 운전대 사진을 올렸다. 의문을 품는 이들에게는 “네, 실제로 탑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한 70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휴대폰 베트루(Vertu signature a limited edition)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에서 저 색상은 혼자 구입했다”고 자랑했다.

현실은 시궁창

온라인에선 왕
 
또 하씨는 수억원에 달하는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여기에 한 미모의 백인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의 아트딜러를 개인 딜러로 고용했다. 업무 능력도 능력이지만 솔직히 미모를 보고 뽑았다”고 말해 남성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하씨는 “푸틴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독대했다”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다소 믿기 어려운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
 
 
이내 하씨는 디매에서 소위 ‘네임드’가 됐고 그의 글에는 언제나 뜨거운 반응이 잇따랐다. 그런데 서울대 출신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학교에서 하씨를 본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를 의심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결국 네티즌수사대는 하씨를 추적했고, 결국 하씨의 말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하씨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아니었다. 네티즌수사대는 인터넷상에서 하씨의 아버지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삼수했다. 이번에 또 수능쳤다”라고 적은 글을 찾아냈다. 누리꾼들은 하씨가 노량진 모 학원에서 삼수했고, 실패 후 러시아로 유학을 갔다고 추측했다. 그 근거는 하씨가 러시아 기숙학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후 디매에는 하씨 관련 글이 쏟아졌다. 사태가 커지자 하씨는 장문의 해명글을 올렸다. 해명글에서 하씨는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잘못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아니다. 몇 차례 해명했었지만 좀 더 명확하게 하지 못한 저의 책임이 있다. 모두 저의 잘못임을 인정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진을 찍어 올린) 부가티베이론은 제 것이 아니다”며 “비즈니스 과정 중에 저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기간이 잠시 있어서 직접 운전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인터넷에 제 소유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하씨가 남긴 댓글 중에는 “실제로 탑니다”는 글이 있었다.
 

‘현실 왕따’ 온라인선 인맥왕
마치 내 일처럼…일상 둔갑
타인사진 등 무단도용 늘어
 
해명글을 맺으면서 하씨는 “화려하게 즐기길 좋아하고 남들에게 뽐내길 좋아하는 성격”이라며 “많은 운이 따라 좋은 생활을 하고 있으나, 남들이 생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부자거나 재벌은 아니다. 글을 쓸 때마다 언급했다. (그럼에도 오해를 사게한 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하씨는 해명글을 포함해 그간 남긴 모든 글을 삭제한 후 디매를 탈퇴했다.
 
 
SNS 신상도용 문제로 인해 경찰서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6일 박모(26)씨가 사이버수사팀을 방문, 신원을 알 수 없는 사기범이 자신의 사진을 도용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미국 유명 한인사이트에서 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박씨 사진을 도용해 온라인상에서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박씨는 “친구로부터 내가 SNS에 올려놓았던 사진들이 부동산 중개인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며 “그 사람에 대한 댓글을 보니 온라인상에서 상습적으로 중개 사기를 벌여 지탄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내가 부동산 사기범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하소연했다.

당사자 모르는
도플갱어 판쳐
 
앞서 지난 1월13일에는 이모(27·여)씨가 “내 사진 수십 장을 누군가 자기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그 사람이 마치 나인 양 행세했다”며 강남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운동하는 사진, 식사하는 모습 등 이씨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던 일상 사진들이 그대로 도용돼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그 사람이) 그동안 내 행세를 하며 어떤 일을 저질렀을지 몰라 걱정된다”며 “하지만 페이스북 계정이 미국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수사가 어렵다고 들었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꾸미는 등 무단도용 사례가 빈발하고 있지만 형사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도용의 경우 초상권 침해로 민사소송은 가능하지만 형사고소는 불가능하다.
 
온라인 평판관리 전문업체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는 “현직 스튜디어스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뒤 스튜어디스인 것처럼 행동한 스튜어디스 지망생이 있었다”며 “사진의 주인은 이 여성에게 법적대응을 시도하려고 했고, 당시 이 여성의 부모가 자녀의 SNS 기록을 없애달라고 의뢰한 적이 있다”며 SNS와 관련된 평판관리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일반인의 경우 꾸준히 자신에 대해 검색해보는 게 좋다”며 “가급적이면 SNS 상에서는 신변잡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SNS 활동이 지나칠 경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난 떨어졌는데…’ 질투심에 친구 대학입학 취소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2일 대학에 수시 합격한 여학생의 개인정보 등을 알아낸 뒤 해당학교 홈페이지에 접속, 입학을 취소시킨 혐의로 A(19)양을 불구속 입건했다. A양은 지난해 12월1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 친구인 B(19)양의 수험번호, 보안번호 등을 입력해 건국대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등록예치금 환불을 신청, 이 대학에 수시합격했던 B양의 합격을 취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약 3년 전 싸이월드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은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SNS 등으로 연락하면서 최근까지도 친구로 통하는 사이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건대에 지원했으나 낙방해 재수하던 A양은 B양이 수시합격 사실을 SNS에 올리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 질투심에 B양의 입학을 취소시키기로 작정했다.
 
A양은 수험번호, 계좌번호 등 B양의 개인정보를 SNS에서 수집한 뒤 입시대행 사이트에 전화해 자신이 B양인 척하며 B양의 보안번호를 취득, 학교 홈페이지에서 등록예치금 환불 신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의 계좌로 신청 당일 예치금 30만원이 입금됐으며, B양은 같은 달 24일 입금 내역과 합격 취소 사실을 확인한 뒤 26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B양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합격을 취소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이었다”며 “SNS 등 온라인상에 무심코 올린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니 자신의 신상이나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대학 측에서 수사 결과를 확인하고 B양에 대한 구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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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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