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고 꼬인 당·정·청 ‘2인삼각구도’ 막전막후

여의도서 물 먹은 친박…인왕산 바라보며 “~마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숫자 3은 한민족과 가장 인연이 깊은 숫자다. 대대로 초가는 삼간으로 짓고 살았고 씨름은 삼세판을 해서 승자를 결정지었다. 삼신(三神)을 믿었고 삼재(三災)를 우려했다. 조선시대 의정부 최고 관직은 3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라 칭했다. 3이란 숫자는 음양이 결합한 완전한 수이면서 가장 균형 잡혀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일 차기 원내대표로 유승민 의원이 당선되면서 정치계에서도 ‘2인삼각구도’가 완성됐다.

그동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고독한 복서와 같았다. 박근혜 정부를 향해 펀치를 날려도 돌아오는 건 친박의 야유와 카운터펀치였다. 슬슬 그로기에 빠져들 때쯤 김 대표의 등을 받쳐 줄만한 트레이너가 등장했다. 더불어 그는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경제통’이었다.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현재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하다는 점에 뜻을 공유하고 있는 이 둘은 ‘강한 새누리당’을 위한 한판승부도 마다하지 않을 기세다.

완벽한 균형
2인삼각 구축

9~10일로 예정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문제없이 흘러간다면 당·정·청은 이제 완벽한 2인삼각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청와대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곁에서 보좌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있고 당에는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그 사이에는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새로 임명될 이완구 총리가 위치하는 구도다.

구도는 안정적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끊임없는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논란만 봐도 알 수 있다. 유 원내대표가 당선 후 언론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다”라고 당당히 말했는데 이는 박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공약을 향한 직격탄이었다.

실제로 유 원내대표는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앞서 4일 국회 기획재정위 현안보고에서 “담뱃값 인상이나 연말정산 공제 변경은 증세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최 부총리를 향해 “학문적 정의를 따질 문제가 아니고 국민들께서 느끼시기에 세금이 올랐다고 느끼면 증세”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서 유 원내대표는 “이상한 정의나 그런 것에 매달리지 말고 국민들 앞에 솔직하고 정직할 필요가 있다. 이건 굉장히 기본적인 문제”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복지와 증세에 관한 자신의 견해도 명확히 발언했다. 그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아주 장기적인 목표를 ‘중부담-중복지’로 두고 거기까지 어떤 경로로 언제 어떻게 세금을 올릴 거냐. 그 로드맵을 가지고 정치권이 국민들과 함께 대타협을 하자”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중부담-중복지 카드 또한 박 대통령이 그간 밝힌 공약 기조와는 다른 것이었다.

상호견제 가능한 삼각구도 형성
증세 없는 복지로 1라운드 시작

이러한 유 원내대표의 거침없는 발언에 일각에서는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그리고 그 믿는 구석이 김 대표라고 사람들은 추측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의 발언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발언했다. 그리고 지나친 복지로 국가재정이 흔들린 그리스와 아르헨티나를 예로 들며 포퓰리즘에 빠진 정책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당의 실세로 떠오른 이 둘의 공세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간에서 들리는 말들이 모두 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사항에 반하는 것들이라 더욱 그렇다. 최 부총리가 즉시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그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무성·유승민
당 실세 연합

4일 최 부총리는 “복지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진 후 재원조달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즉 국회에서 해법을 찾아 달라는 의미였다. 책임회피가 의심될 법한 발언이었다.

이어 최 부총리는 재차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말을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복지 이슈를 정치권으로 넘기면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이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가 아직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스스로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며 “현정부의 복지나 증세 문제에 대한 입장을 언론 등에서 그렇게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누가 먼저 말했느냐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지금까지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증세를 펼친 경제부총리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것이 현재 중론이다.
 

어쨌든 바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에는 청와대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 그동안 친박의 좌장이라 불린 서청원 최고위원의 말을 들어보면 청와대의 구원투수를 자청했다는 의혹이 사실처럼 보인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파상공세에 서 최고위원이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우리가 모두 새누리당 정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당·정·청은 칸막이 없는 한배다. 물이 새도 한쪽만 살겠다고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해 최근 증세 없는 복지를 사이에 두고 높아지고 있는 당·청 간의 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서 그는 “어려운 문제는 완급조절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에서는 서 최고위원이 ‘완급조절’을 언급함으로써 당이 청와대에 대해 비판 일변도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보고 있다. 서 최고위원이기에 가능한 발언이라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완구 의원까지 총리 자리에 앉게 된다면 완벽한 중재 라인이 형성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서 최고위원이 채찍이라면 앞으로 이 총리가 당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리 후보로 지명된 직후 정계 인사들로부터 “큰일을 해낼 분” “소나무 같은 푸르름과 대나무 같은 선비정신을 잃지 않는 분”이란 상찬이 공개적으로 나왔을 만큼 이 총리 후보에 대한 평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한 편이다. 더구나 원내대표로 일하면서 김 대표와 지난 7개월간 호흡을 맞춰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기대하는 바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 후보가 지명됐다는 소식은 정계에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미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고 꾸준히 정계를 중심으로 나돌았던 말이기 때문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가 청문회까지 가기도 전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났을 때 ‘이완구 총리론’은 기정사실화라는 얘기까지 돌았었다.

박근혜·최경환
레임덕 위기

‘이완구 카드’는 청와대의 여러 복안이 숨겨진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첫 번째 복안은 ‘국면전환용’이다. 우선 청와대는 이 의원이 총리가 되면 한숨을 돌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아울러 준다면 청와대 입장에서는 지지율 하락이라는 난국을 타개할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박 견제용’이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는 ‘멀박(멀어진 친박)’인 유 원내대표보다 비박인 김 대표를 더 껄끄럽게 생각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측면에서 김 대표에 대한 직접적 견제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이 총리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세 번째 복안은 ‘충청 대망론’이다. 현재 친박계에는 특별한 대권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하마평에 간혹 오르내리는 이는 최 부총리뿐인 상황이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등 각종 설문조사에서 친박계 인물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친박을 제외한 여당에서는 김무성, 김문수를 비롯해 이번에 원내대표가 된 유승민까지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범위를 야권까지 넓힌다면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안희정 등 한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늘어난다. 친박계가 위기의식을 가지기에 충분한 상황인 것이다. 결국 원내대표에 총리까지 한다는 전제하에 ‘이완구 충청 대망론’은 자기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친박계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그림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우선 차남 병역면제, 부동산투기 논란 등 이 총리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혹여나 낙마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가 총리가 된 연후에 김 대표 측과 손을 잡게 되면 더 무서운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노파심 섞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은 정치계에 불문율과도 같이 들려오는 ‘영원한 적도 우군도 없다’는 논리를 들어 이같이 주장한다.

이완구·서청원, 당·청 완충역할 기대
한쪽 무너지면 도미노현상 가능성도

이 총리후보는 ‘고분고분한 친박’이라 보기에 정치적 무게감이 큰 사람이다. 자칫하다간 청와대가 정치인 이완구를 위해 대선용 레드카펫만 깔아주고 밀려나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혹여나 비박의 중심에 있는 김 대표, 멀박으로 돌아온 유 원내대표와 손발을 맞춰 과거 이회창 총리처럼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청와대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청와대가 내건 이완구 총리 카드는 즉흥적으로 꺼내든 것이 아닌 오랜 장고 끝에 나온 ‘묘수’로 볼 수 있다. 즉 주식으로 치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투자에 비견된다.

유 원내대표의 당선일을 박근혜정부에 대한 레임덕이 시작되는 날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이러한 시각이 보수언론을 통해 먼저 보도됐다는 점에서 청와대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레임덕을 거론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서 죽는다는 의원들의 위기감이 유승민을 선택하게 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유승민 의원이 이긴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진 것”이라는 수도권 중진 의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매체는 “유 원내대표 선출은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 여당 의원들이 사실상 ‘옐로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이후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 거부와 연말정산, 건강보험료 파동 등 국정운영 난맥상을 그대로 뒀다가는 내년 총선 참패 등 ‘당·청 동반몰락’이 불 보듯 뻔하다는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현재 변화와 혁신을 모토로 한마음 한뜻으로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둘 다 원조 친박에서 멀박 또는 비박으로 위치 이동한 상황이라 서로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당 중심의 국정 운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생각에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예로 들면 그 차이가 확연히 감지된다. 김 대표는 증세보다는 복지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에, 유 원내대표는 증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세금 올리는 것도 어렵지만 줬던 복지를 뺏는 것은 더 어렵다”며 “세금은 돈 되는 사람한테 좀 거둬가는 것이지만 복지축소는 무지 어렵다”고 말했다. 즉 복지축소보다는 증세가 국민들의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이다.

반면 김 대표는 평소 “복지는 늘려야 한다”면서도 “복지는 재원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즉 복지확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속도조절과 재원을 고려한 지출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증세를 하기에 앞서 세금이 중복되어 사용된다든지 필요 없는 곳에 쓰여진다든지 하는 비효율성을 먼저 개선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복지 지출 구조조정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복지를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모두 ‘증세 없는 복지’의 문제점에 대해선 뜻을 같이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특히 법인세 문제를 놓고는 시각차가 극명하다. 유 원내대표는 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만약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다양한 세금 종류 중에서 ‘법인세는 절대 못 올린다’고 성역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법인세 인상의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 대표는 “법인세 인상은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도 장사가 안 되는 기업이 있어 세금이 안 들어오는데 거기다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완구·서청원
완충지대 역할론

현재 수세에 몰리고 있는 청와대 입장에서 이러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모두 평소에 강한 발언을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도 서로 간에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박이 당권을 잡으면서 가속화된 레임덕을 어떻게든 지연시켜야 하는 청와대는 벌써부터 권력을 당에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아무리 총선이 눈앞에 있어도 권력 중심의 이동은 확실한 레임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삼각관계를 이루게 된 당·정·청이 갈등과 견제 속에서도 서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다가올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힘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이라는 우상에 사로잡혀 서로에 대한 지나친 네거티브가 이어진다면 중심의 한 축이 깨져 결국 균형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무너진 균형으로 뒤통수가 깨지는 쪽은 삼각구도 위에 앉아 있는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000들
비선실세 존재 암시한 그의 일침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10월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이거 누가 하는 거냐”며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거냐”고 일갈했다.

이는 정부의 서투른 외교적 대응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청와대 비선실세라 알려진 존재들이 외교 문제까지 좌우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 애들 가만히 안 놔두겠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잘 못 모신다. 청와대 조무래기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김상민 의원 결혼식 뒤풀이 자리에서 청와대 문건 파동의 배후로 음종환 전 행정관이 자신을 지목했다는 말을 전달 받고 한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 김 대표는 이후 발언 내용에 대해 ‘오보’라고 일축했다.

현재 새누리당 최고의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의 이전 발언, 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말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교집합은 ‘청와대의 000들’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000들의 존재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서 잘 나타난다. 아래로부터 개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보여줄 ‘개각ver.2’가 어떤 모습일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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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