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김무성 반격 시나리오

이제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더 세게?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거센 견제에 납작 엎드렸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반격에 나섰다. 청와대, 친박계가 금기시하는 ‘개헌론’을 다시금 언급한 데 이어 ‘수첩 파동’으로 청와대를 곤경에 빠트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까지 심화되며 김 대표가 목소리를 키울 명분까지 마련됐다. 미래권력을 노리는 김 대표의 현재권력을 향한 반격 시나리오를 전망해봤다. 

한국 정치에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은 가까워지기 힘든 관계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만큼 모든 권력을 독식하고 있는 현재권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미래권력으로 힘이 쏠리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은 늘 미래를 지향하는 법이다. 현재권력의 누수가 시작되면 미래권력으로 힘이 쏠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현재권력 향한
미래권력의 도전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유력한 여권의 미래권력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가까워지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며 취임한 김 대표가 지금껏 청와대를 향해 몸을 낮춰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김 대표가 언젠가는 청와대를 향해 칼을 겨눌 것이라 보고 경계해 왔던 것이다. 때로는 현재권력의 세를 과시하며 힘으로 누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물론 김 대표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당직인사’ ‘상하이발 개헌발언’ ‘원외 당협 당무감사’ 등의 카드로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던 것. 
 

그러나 지난해 10월 ‘상하이발 개헌론’이 나온 이후 청와대가 친박계를 앞세워 노골적인 ‘김무성 흔들기’를 시도하자 김 대표는 몸을 바짝 낮추고 청와대에 지속적인 화해의 손길을 보내왔다.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꺼내든 공무원연금개혁, 담뱃값 인상 등에 김 대표가 앞장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 친박계 거센 견제 뚫고 역습 개시
‘수첩 파동’ ‘지지율 역전’ 등 명분 확보
 
그런데 최근 기류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지난 6일 “청와대 조무래기들 가만 안 놔두겠다”라는 발언과 함께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정윤회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말을 듣고 격노하며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지난 12일 김 대표의 수첩이 한 언론사의 카메라에 포착되며 세간에 알려지자, 청와대는 즉각 음 행정관을 면직 처리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는 박근혜정권이 측근 인사들의 논란에 대해 그간 취해온 대응 방식과 확연히 다르다. ‘김무성 수첩 파동’이 청와대와 검찰이 애써 수습한 정윤회 문건 파동을 재점화시킬 가능성을 염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수첩을 노출시켰을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결론적으로 김 대표가 수첩 파동으로 청와대를 향한 직접적 공격은 피하면서 ‘십상시’로도 거론됐던 청와대 행정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공개해 청와대 운영의 문제점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연말연초 김 대표와 각을 세우며 만찬회동, 친박모임 등으로 기선제압을 시도하던 터에 역습을 당한 것이다. 

당·청 지지율 역전 
당 목소리 커질 듯 
 

이번 수첩 파동은 향후 당·청관계에서 김 대표가 목소리를 키울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첩 파동으로 김 대표를 견제하려던 청와대와 친박계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난 7일 개헌론을 다시금 꺼낸 것도 반격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개헌론을 금기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김 대표의 개헌론 언급은 일종의 ‘반란’으로 비쳐질 수 있다.  
 
물론 김 대표는 “현재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제도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원론적 발언이었다고 수위 조절에 나섰으나 언제든 ‘개헌 카드’를 다시 꺼낼 여지를 남겼다. 
 
이 과정을 겪으며 박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이 심화되며 김 대표의 어깨가 가벼워졌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역전된 것은 당이 독자적 목소리를 내도 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난 21일 지지율은 33.2%까지 추락했다. 반면 같은 날 기준 새누리당 지지율은 37.4%로 박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근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이러한 역전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나 당선 이후나 줄곧 새누리당 지지율을 끌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최근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이 본격화 돼 당·청의 권력구조 재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에 대한 정부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반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날 연말정산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 “최 부총리가 어제 과도한 세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연말정산 정책 설계의 실수를 인정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연말정산 개정 소급적용을 강력히 요구했다.   

상향식 공천
‘무대’ 승부수
 
그렇다면 김 대표의 이후 반격 카드는 무엇일까. 김 대표의 진짜 승부수는 ‘상향식 공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대표가 공공연하게 “투명한 공천시스템 확립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4·29재보선(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 공천을 100% 여론조사 방식(국민여론 70%+당원 30%)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친박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행한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 카드는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작된 권력투쟁…‘한지붕 두가족’ 갈라서나? 

원내대표 경선, 4월 재보선 중대한 분수령
 
여권에 불리한 지역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에 새로운 시도로 승리할 경우 미래권력을 노리는 김 대표의 ‘포스트 박근혜’ 준비는 한층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패배했을 경우에는 친박계의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것이 자명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4월 재보선은 여권 권력투쟁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김 대표의 입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완구 원내대표의 국무총리 내정으로 이번주 내로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친박계 측 한 인사는 “청와대, 친박계가 미는 이주영 의원과 한때는 원조 친박이었으나 현재는 김 대표와 가까운 유승민 의원의 양강 구도가 예상되는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힘을 비교할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비박
동상이몽
 
새누리당은 외형상 “당과 청와대는 한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로 친박계와 청와대가 한몸이지, 비박(비박근혜)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역력하다. 이제 박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에 접어든 만큼 일단 함께 가지만 청와대의 실정이 반복되며 여론이 싸늘해질 경우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심판론’이 거세게 불었지만,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가 ‘실패한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현 정권과 선긋기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대표의 반격이 시작되며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투쟁은 시작됐다. 이 투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 ‘현장정치 가속도’ 노림수
불통 대통령과 차별화…‘무대정치’ 본격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새해 들어 충북, 제주, 전북 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현장정치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불통 이미지가 강한 박근혜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행보여서 주목된다.
 
우선 김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에는 충북 대한불교천태종 총본산 구인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천태종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3주년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개혁을 추진하다보면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다”며 “지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니 잘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날 오후에는 이군현 사무총장, 이정현 최고위원,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 정양석 제2사무부총장, 김학용 당대표 비서실장, 박대출 대변인 등과 함께 제주를 방문했다. 그는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전기자동차 사업 현장을 방문해 “제주도는 공해 없는 청정 지역으로 유지해야 할 보석같은 지역”이라며 “탄소 없는 제주를 만드는 데 제일 중요한 게 탄소를 제일 많이 내뿜는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시범 사업이 성공해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2일에는 전북 지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실시했고, 이후에도 전국을 순회하며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현장행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김 대표의 현장행보는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고 밝힌 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최근 취재진과 만나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우리 새누리당은 올해 어려운 국민들을 찾아서 그 분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없이 낮은 자세로 현장으로 간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현장에 나가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불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의 현장행보 강화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박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자기 정치를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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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