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변태들의 로드뷰 사용법 ‘천태만상’

거리의 ‘쭉빵녀’ 보면서 ‘불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인터넷 포털사이트 로드뷰·거리뷰 서비스를 이용하면 지도에서 해당 장소를 360도 파노라마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초행길인 경우 미리 길을 파악할 때 사용된다. 간접적으로 나마 특정 장소에 가보고 싶을 때에도 그렇다. 로드뷰·거리뷰만 실행시키면 앉아서도 전국 곳곳을 누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세심한 촬영 탓에 일반인들의 애정행각 등 은밀한 사진이 노출되면서 변태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포털사이트 다음은 국내 최초로 ‘로드뷰’를 선보였다. 로드뷰는 전국 각지의 실제 거리 모습을 DSLR 카메라 고해상도 파노라마로 사진을 촬영, 골목 구석구석을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360도로 촬영된 파노라마 사진은 자체 제작한 플래시 뷰어를 통해서 상하좌우 둘러보기 및 확대·축소 보기가 가능하며, 원하는 지점에서 지도와 함께 확인이 가능하다.
 
클릭질 하나로
전국 누비는 변태들
 
로드뷰는 360도 파노라마를 촬영할 수 있는 특수제작된 촬영장비와 GPS 추적장치를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특·광역시 등 주요 도시 곳곳을 촬영한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는 차량 위에 특수촬영장비를 고정해 촬영을 진행하고,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도로나 공원, 아파트 단지 등은 역시 특수 제작된 1인용 전동이동경비 세그웨이나 파노집을 이용해 촬영한다.
 
다음이 로드뷰 서비스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네이버도 ‘거리뷰’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로드뷰가 한 발 앞서는 시점에 네이버가 새롭게 뛰어들며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네이버 거리뷰는 기존 서비스 외에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촬영한 ‘항공뷰’를 연계하면서 이용자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앞다퉈 전국을 누비며 생생한 지도 제작에 열을 올리면서 많은 이용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주기적인 업데이트도 이어지고 있어 로드뷰·거리뷰는 가히 살아있는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탄탄한 서비스와 편의성 덕분에 길눈이 어두운 이른바 ‘길치’도 스마트폰 하나로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초행길에 나서기 전에 이 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정도다. 순기능만 놓고 보면 정말 편리한 서비스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는 법. 로드뷰·거리뷰 서비스 시행 이후 역기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로드뷰·거리뷰 서비스의 대표적인 역기능은 변태들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을 누비는 거리지도 서비스 특성상 일반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부 변태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거리지도 서비스를 통해 시내 번화가 등 거리를 샅샅이 뒤져 몸매가 훤히 드러난 여성들의 사진을 담고 있다. 변태들에게 새로운 자극물이 생긴 것이다.
 
 
로드뷰·거리뷰를 통해 일반인의 섹시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로드뷰녀’ ‘거리뷰녀’ 등의 이름이 붙은 사진들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급속히 퍼졌다. 특히 노란색 밀착원피스를 입은 볼륨감 넘치는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슴이 엄청 크네. 진짜 섹시하다” “바로 저장해야지. 오늘은 이거다” “나도 드라이브하면서 여자들 몸매 구경해야겠다” “야동(야한 동영상), 야사(야한 사진)보다 훨씬 낫다” 등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했다.
 
가슴 큰 여성
골라서 저장
 
또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무릎 위에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성을 앉히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모텔로 들어가는 커플의 모습도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외에도 로드뷰·거리뷰를 통해 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 중인 섹시한 몸매의 여성, 몸을 숙여 엉덩이를 드러낸 여성, 달리면서 흔들리는 가슴을 내보인 여성 등 실제 거리에서도 볼 수는 있지만 대놓고 볼 수 없었던 여성들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로드뷰·거리뷰에는 ‘미니스커트녀’ ‘원피스녀’ ‘스타킹녀’ 등의 이름을 단 다양한 사진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이중 해수욕장 앞에서 담배를 물고 오토바이를 탄 육감적인 여성의 사진 또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 갖은 사이트를 돌다가 결국 ‘거유천국’이라는 성인사이트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불륜커플의 모습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한눈에 봐도 불륜을 의심케 하는 남녀가 청계천에서 손을 잡고 걷는 모습도 로드뷰·거리뷰 카메라에 찍혔다. 주차된 차량도 카메라를 피할 수는 없다. 남녀가 동승한 차량 중 일부는 ‘그것’을 의심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처럼 일반인들의 사진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성매매 업소가 버젓이 드러나 있는 경우다. 실제로 로드뷰·거리뷰를 이용하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창촌의 위치와 일부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속옷만 입은 채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 쇼윈도 안에서 TV를 시청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청소년통행제한구역이지만 로드뷰·거리뷰에선 초등학생도 홍등가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에 나이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은밀한 사진 노출…새로운 자극거리
‘자위감’ 찾아 클릭! 전국 누빈다
 
이 밖에도 해수욕장에서 태닝하는 여성의 모습, 술에 취해 토하는 모습 등 개인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역기능이 드러나면서 각 포털은 사람의 얼굴과 차량의 번호판을 블러링(blirring·화면 흐리게 하기) 처리했다. 그럼에도 사생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단순히 부분만 가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의 스트리트뷰 일명 ‘구글뷰’를 보면 국내 사례는 약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맨체스터의 한적한 길거리에서 성인남녀의 격한 성행위 장면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당시 사진에는 표범무늬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뒤로 바지를 내린 남성의 모습이 담겨있었으며 대담하게 보란 듯이 길거리에서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구글 측은 해당 사진을 강하게 블러링 처리했다가 결국 완전히 삭제 편집했다. 그럼에도 이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계속 유포됐고, 이들의 성행위에 대해 ‘이게 바로 맨체스터 스타일’이라는 식의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앞서 2010년에는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주택가 잔디밭에서 10대 남녀가 누운 채 키스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사진에 등장한 소녀의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키스를 한 당사자들은 “우리는 단지 첫 키스를 나눴을 뿐”이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해명을 하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역시 구글 측에 의해 삭제 편집됐다.
 
국내는 양반
해외 더 심해
 
같은 해 영국 잉글랜드 헤리퍼드우스터주 우스터 지역에서 촬영된 스트리트뷰 사진 속에는 어린 소녀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있어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당시 외신들이 공개한 사진 속에는 한쪽 신발이 벗겨진 어린 소녀가 도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아 사진을 목격한 주민들은 구글 측과 지역 언론사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신으로 오인을 받은 아이는 스트리트뷰 촬영 차량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시체놀이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에 대해 오히려 신나했다. 구글 측은 개별 사진에 대한 언급은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간단한 신고 절차로 게재된 사진을 신속히 삭제하거나 블러링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독일에서 벌거벗고 차 트렁크에 들어가 있는 남성이 발견되는가 하면, 스페인 길거리에서 보란 듯이 소변을 보는 여성, 나체로 수영하는 여성, 쓰레기통에 박힌 남성, 아이에게 총을 겨누는 남자 등 엽기적인 사진들이 넘친다.
 
그런데 이러한 노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현장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가 적지 않아 충격을 안겨준다. 지난 2010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살인 장면이 촬영된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여러 장의 네이버 거리뷰 사진을 캡처해 올렸다. 사진 속에는 흥건한 혈흔 자국과 피해자로 보이는 사람이 주차되어 있는 트럭에 기대고 있었다.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가해자로 보이는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살해현장이다”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섬뜩한 사진에 많은 이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위 여부를 묻는 댓글은 끊이지 않았다.
 
골목 구석구석 생생한 장면 확인
‘허걱’ 기존 음란물과 다른 짜릿함
 
범죄현장으로 추정되는 거리뷰 사진에 대한 의혹은 일파만파 퍼졌고 결국 공중파 방송을 탔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20대 남성 3명이 폭행사건에 연루됐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이미 조사가 끝난 사건이라고 했다. 경찰이 사건현장에 갔을 때도 3명 모두 있었고, 싸움은 끝난 상황이었다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살해 의혹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당시 네이버 측은 공지를 통해 부적절한 이미지 노출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동차로 촬영한 내용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더욱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이용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베타서비스 기간이라 하더라도 세심한 검토가 부족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네이버 측은 지도서비스 긴급 작업을 통해 문제가 된 사진들을 제외하거나 블러링 처리를 진행했다. 사생활보호를 위해 더욱 애쓰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충격적인 현장이 포착된 사례는 더 있었다. 과거 다음 로드뷰 이용자는 강원도의 한 지역을 확인하고자 드라이브를 하던 중 주택가 앞에 신발장으로 보이는 곳에 어린 여자아이가 힘없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확대해 자세히 보니 팔은 비정상적으로 돌아갔고 발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마치 시체 같았던 것이다. 당시 이용자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시체로 확인돼 이후 블러링 처리가 됐다고 전해졌다.
 
또한 토막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아파트 내 어린이놀이터에서 여행용 가방에 담긴 신원미상의 변사체가 심하게 부패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이 아파트 주민들은 놀이터에 수개월째 방치된 리어카에서 어린이들이 넘어져 부상을 입고 있다며 경비원에게 리어카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비원은 리어카를 치우던 도중 사람의 손이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손수레에 실린 아이스박스 안의 검은색 여행용 가방에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으며 알몸 상태였다.
 
범죄 현장도
그대로 노출
 
시신을 처음 발견한 경비원은 “방치된 리어카를 치우려는데 가방에서 심한 냄새가 나, 가방을 칼로 찢어보니 손발이 나와 변사체라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과 함께 지문 감식을 의뢰했다. 이후 시신은 박모씨로 밝혀졌지만 범인을 붙잡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리어카 토막시신이 발견되기 1년여 전에 이미 한 거리뷰 이용자가 의심을 품었었다는 점이다. 뭔가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그저 평범해 보이던 거리뷰 사진 한 장에는 범죄현장의 잔혹함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현재 다음 로드뷰와 네이버 거리뷰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지역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업데이트 시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업데이트 시 일반인들의 얼굴과 차량 번호판 등의 블러링 처리가 누락되는 경우다. 사생활 침해 부분에 있어 더욱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글뷰 새로운 기능
언제 어디서나 지도로 시간여행
  
구글의 스트리트뷰 일명 ‘구글뷰’가 새로운 기능을 공개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구글뷰는 기간별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모든 곳의 사진도 찍는다. 남극을 포함한 모든 주요 대륙을 돌아다니며, 전 세계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구글뷰 차량이 다음에 어디를 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구글 등 거리지도가 하지 못했던 것 중 한 가지는 과거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로의 여행이 자유롭게 됐다. 구글 측은 “드로이언(DeLoraen,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왔던 시간여행자)은 잊어라.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구글 지도를 통해 가상으로 세계의 현재 모습과 과거를 탐험할 수 있다. 즐거운 시간여행 되시길”이라고 밝혔다.
 
이용자가 특정 지역, 예를 들어, 한국의 서울역이나 광화문에 방문한다고 가정하고, 화면 왼쪽 상단에 시계 아이콘을 클릭하면 몇 년 전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 경과에 따른 서울역과 광화문의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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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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