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변태들의 로드뷰 사용법 ‘천태만상’

거리의 ‘쭉빵녀’ 보면서 ‘불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인터넷 포털사이트 로드뷰·거리뷰 서비스를 이용하면 지도에서 해당 장소를 360도 파노라마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초행길인 경우 미리 길을 파악할 때 사용된다. 간접적으로 나마 특정 장소에 가보고 싶을 때에도 그렇다. 로드뷰·거리뷰만 실행시키면 앉아서도 전국 곳곳을 누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세심한 촬영 탓에 일반인들의 애정행각 등 은밀한 사진이 노출되면서 변태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포털사이트 다음은 국내 최초로 ‘로드뷰’를 선보였다. 로드뷰는 전국 각지의 실제 거리 모습을 DSLR 카메라 고해상도 파노라마로 사진을 촬영, 골목 구석구석을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360도로 촬영된 파노라마 사진은 자체 제작한 플래시 뷰어를 통해서 상하좌우 둘러보기 및 확대·축소 보기가 가능하며, 원하는 지점에서 지도와 함께 확인이 가능하다.
 
클릭질 하나로
전국 누비는 변태들
 
로드뷰는 360도 파노라마를 촬영할 수 있는 특수제작된 촬영장비와 GPS 추적장치를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특·광역시 등 주요 도시 곳곳을 촬영한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는 차량 위에 특수촬영장비를 고정해 촬영을 진행하고,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도로나 공원, 아파트 단지 등은 역시 특수 제작된 1인용 전동이동경비 세그웨이나 파노집을 이용해 촬영한다.
 
다음이 로드뷰 서비스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네이버도 ‘거리뷰’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로드뷰가 한 발 앞서는 시점에 네이버가 새롭게 뛰어들며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네이버 거리뷰는 기존 서비스 외에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촬영한 ‘항공뷰’를 연계하면서 이용자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앞다퉈 전국을 누비며 생생한 지도 제작에 열을 올리면서 많은 이용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주기적인 업데이트도 이어지고 있어 로드뷰·거리뷰는 가히 살아있는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탄탄한 서비스와 편의성 덕분에 길눈이 어두운 이른바 ‘길치’도 스마트폰 하나로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초행길에 나서기 전에 이 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정도다. 순기능만 놓고 보면 정말 편리한 서비스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는 법. 로드뷰·거리뷰 서비스 시행 이후 역기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로드뷰·거리뷰 서비스의 대표적인 역기능은 변태들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을 누비는 거리지도 서비스 특성상 일반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부 변태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거리지도 서비스를 통해 시내 번화가 등 거리를 샅샅이 뒤져 몸매가 훤히 드러난 여성들의 사진을 담고 있다. 변태들에게 새로운 자극물이 생긴 것이다.
 
 
로드뷰·거리뷰를 통해 일반인의 섹시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로드뷰녀’ ‘거리뷰녀’ 등의 이름이 붙은 사진들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급속히 퍼졌다. 특히 노란색 밀착원피스를 입은 볼륨감 넘치는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슴이 엄청 크네. 진짜 섹시하다” “바로 저장해야지. 오늘은 이거다” “나도 드라이브하면서 여자들 몸매 구경해야겠다” “야동(야한 동영상), 야사(야한 사진)보다 훨씬 낫다” 등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했다.
 
가슴 큰 여성
골라서 저장
 
또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무릎 위에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성을 앉히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모텔로 들어가는 커플의 모습도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외에도 로드뷰·거리뷰를 통해 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 중인 섹시한 몸매의 여성, 몸을 숙여 엉덩이를 드러낸 여성, 달리면서 흔들리는 가슴을 내보인 여성 등 실제 거리에서도 볼 수는 있지만 대놓고 볼 수 없었던 여성들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로드뷰·거리뷰에는 ‘미니스커트녀’ ‘원피스녀’ ‘스타킹녀’ 등의 이름을 단 다양한 사진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이중 해수욕장 앞에서 담배를 물고 오토바이를 탄 육감적인 여성의 사진 또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 갖은 사이트를 돌다가 결국 ‘거유천국’이라는 성인사이트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불륜커플의 모습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한눈에 봐도 불륜을 의심케 하는 남녀가 청계천에서 손을 잡고 걷는 모습도 로드뷰·거리뷰 카메라에 찍혔다. 주차된 차량도 카메라를 피할 수는 없다. 남녀가 동승한 차량 중 일부는 ‘그것’을 의심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처럼 일반인들의 사진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성매매 업소가 버젓이 드러나 있는 경우다. 실제로 로드뷰·거리뷰를 이용하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창촌의 위치와 일부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속옷만 입은 채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 쇼윈도 안에서 TV를 시청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청소년통행제한구역이지만 로드뷰·거리뷰에선 초등학생도 홍등가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에 나이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은밀한 사진 노출…새로운 자극거리
‘자위감’ 찾아 클릭! 전국 누빈다
 
이 밖에도 해수욕장에서 태닝하는 여성의 모습, 술에 취해 토하는 모습 등 개인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역기능이 드러나면서 각 포털은 사람의 얼굴과 차량의 번호판을 블러링(blirring·화면 흐리게 하기) 처리했다. 그럼에도 사생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단순히 부분만 가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의 스트리트뷰 일명 ‘구글뷰’를 보면 국내 사례는 약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맨체스터의 한적한 길거리에서 성인남녀의 격한 성행위 장면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당시 사진에는 표범무늬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뒤로 바지를 내린 남성의 모습이 담겨있었으며 대담하게 보란 듯이 길거리에서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구글 측은 해당 사진을 강하게 블러링 처리했다가 결국 완전히 삭제 편집했다. 그럼에도 이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계속 유포됐고, 이들의 성행위에 대해 ‘이게 바로 맨체스터 스타일’이라는 식의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앞서 2010년에는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주택가 잔디밭에서 10대 남녀가 누운 채 키스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사진에 등장한 소녀의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키스를 한 당사자들은 “우리는 단지 첫 키스를 나눴을 뿐”이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해명을 하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역시 구글 측에 의해 삭제 편집됐다.
 
국내는 양반
해외 더 심해
 
같은 해 영국 잉글랜드 헤리퍼드우스터주 우스터 지역에서 촬영된 스트리트뷰 사진 속에는 어린 소녀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있어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당시 외신들이 공개한 사진 속에는 한쪽 신발이 벗겨진 어린 소녀가 도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아 사진을 목격한 주민들은 구글 측과 지역 언론사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신으로 오인을 받은 아이는 스트리트뷰 촬영 차량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시체놀이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에 대해 오히려 신나했다. 구글 측은 개별 사진에 대한 언급은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간단한 신고 절차로 게재된 사진을 신속히 삭제하거나 블러링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독일에서 벌거벗고 차 트렁크에 들어가 있는 남성이 발견되는가 하면, 스페인 길거리에서 보란 듯이 소변을 보는 여성, 나체로 수영하는 여성, 쓰레기통에 박힌 남성, 아이에게 총을 겨누는 남자 등 엽기적인 사진들이 넘친다.
 
그런데 이러한 노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현장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가 적지 않아 충격을 안겨준다. 지난 2010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살인 장면이 촬영된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여러 장의 네이버 거리뷰 사진을 캡처해 올렸다. 사진 속에는 흥건한 혈흔 자국과 피해자로 보이는 사람이 주차되어 있는 트럭에 기대고 있었다.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가해자로 보이는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살해현장이다”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섬뜩한 사진에 많은 이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위 여부를 묻는 댓글은 끊이지 않았다.
 
골목 구석구석 생생한 장면 확인
‘허걱’ 기존 음란물과 다른 짜릿함
 
범죄현장으로 추정되는 거리뷰 사진에 대한 의혹은 일파만파 퍼졌고 결국 공중파 방송을 탔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20대 남성 3명이 폭행사건에 연루됐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이미 조사가 끝난 사건이라고 했다. 경찰이 사건현장에 갔을 때도 3명 모두 있었고, 싸움은 끝난 상황이었다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살해 의혹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당시 네이버 측은 공지를 통해 부적절한 이미지 노출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동차로 촬영한 내용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더욱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이용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베타서비스 기간이라 하더라도 세심한 검토가 부족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네이버 측은 지도서비스 긴급 작업을 통해 문제가 된 사진들을 제외하거나 블러링 처리를 진행했다. 사생활보호를 위해 더욱 애쓰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충격적인 현장이 포착된 사례는 더 있었다. 과거 다음 로드뷰 이용자는 강원도의 한 지역을 확인하고자 드라이브를 하던 중 주택가 앞에 신발장으로 보이는 곳에 어린 여자아이가 힘없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확대해 자세히 보니 팔은 비정상적으로 돌아갔고 발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마치 시체 같았던 것이다. 당시 이용자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시체로 확인돼 이후 블러링 처리가 됐다고 전해졌다.
 
또한 토막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아파트 내 어린이놀이터에서 여행용 가방에 담긴 신원미상의 변사체가 심하게 부패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이 아파트 주민들은 놀이터에 수개월째 방치된 리어카에서 어린이들이 넘어져 부상을 입고 있다며 경비원에게 리어카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비원은 리어카를 치우던 도중 사람의 손이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손수레에 실린 아이스박스 안의 검은색 여행용 가방에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으며 알몸 상태였다.
 
범죄 현장도
그대로 노출
 
시신을 처음 발견한 경비원은 “방치된 리어카를 치우려는데 가방에서 심한 냄새가 나, 가방을 칼로 찢어보니 손발이 나와 변사체라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과 함께 지문 감식을 의뢰했다. 이후 시신은 박모씨로 밝혀졌지만 범인을 붙잡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리어카 토막시신이 발견되기 1년여 전에 이미 한 거리뷰 이용자가 의심을 품었었다는 점이다. 뭔가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그저 평범해 보이던 거리뷰 사진 한 장에는 범죄현장의 잔혹함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현재 다음 로드뷰와 네이버 거리뷰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지역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업데이트 시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업데이트 시 일반인들의 얼굴과 차량 번호판 등의 블러링 처리가 누락되는 경우다. 사생활 침해 부분에 있어 더욱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글뷰 새로운 기능
언제 어디서나 지도로 시간여행
  
구글의 스트리트뷰 일명 ‘구글뷰’가 새로운 기능을 공개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구글뷰는 기간별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모든 곳의 사진도 찍는다. 남극을 포함한 모든 주요 대륙을 돌아다니며, 전 세계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구글뷰 차량이 다음에 어디를 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구글 등 거리지도가 하지 못했던 것 중 한 가지는 과거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로의 여행이 자유롭게 됐다. 구글 측은 “드로이언(DeLoraen,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왔던 시간여행자)은 잊어라.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구글 지도를 통해 가상으로 세계의 현재 모습과 과거를 탐험할 수 있다. 즐거운 시간여행 되시길”이라고 밝혔다.
 
이용자가 특정 지역, 예를 들어, 한국의 서울역이나 광화문에 방문한다고 가정하고, 화면 왼쪽 상단에 시계 아이콘을 클릭하면 몇 년 전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 경과에 따른 서울역과 광화문의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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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