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 ‘청춘 착취’ 논란

실컷 부려먹고 ‘열정페이’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열정페이.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도 열정만으로도 일을 시킬 수 있는 관공서들의 유용한 수법이다. 최근에는 경기관광공사가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DMZ프렌즈’를 모집해 좋은 취지의 행사라며 학생들을 모았다. 학생들의 열정으로 경기관광공사는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남는 것은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한 줄짜리 봉사 이력뿐이다. 

평소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대학생 A씨. 지난 9월 경기관광공사가 모집한 ‘DMZ프렌즈’에 지원했다. 서류전형과 최종면접까지 통과해 DMZ프렌즈에 뽑힌 A씨는 지난달부터 1기로 본격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DMZ프렌즈 활동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당초 공사는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의 숨겨진 스토리 개발, DMZ 광고 제작, DMZ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 기획 및 운영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실제 역할은 블로그, 카페, 유투브 등 SNS 홍보가 주를 이뤘다. 홍보 방식도 학생들이 전적으로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다. 활동비가 없다보니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봉사의 기회?

A씨는 팀원들과 지하철역에서 ‘DMZ’에 대한 홍보 문구를 적은 플랜카드를 들고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의견을 물어보고 동영상에 담았다. 도대체 이 일을 왜하는지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돈은 돈대로 들었다. 플랜카드를 만들고, 돌아다니며 홍보하고, UCC 동영상까지 제작했다. 팀당 주어진 10만원의 기프트카드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대학교 학생들과 만나는 것은 즐거웠지만, 점차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DMZ에 대한 교육도 허술했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나올법한 DMZ에 대한 상식만 알려줬을 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A씨는 수료증 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여행, 힐링, 추억, 봉사활동, 스펙…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2014년 마지막 기회! DMZ 프렌즈 1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난 9월 경기관광공사가 내세운 모집 공고다. 지원자격은 ‘열정이 넘치는’국내외 대학생. 공사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총 60명의 인원을 뽑았다. 관광이나 광고 관련 전공자, 온라인 파워블로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활용 가능자를 우선 선발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10월4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활동기간은 내달 20일까지다. 

DMZ프렌즈 모집에 대해 공사는 대한민국 DMZ의 숨겨진 가치를 국내·외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DMZ프렌즈가 더 이상 분단과 아픔의 상징이 아닌 화해, 생명,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DMZ의 숨겨진 스토리 개발, DMZ 광고 제작, DMZ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 기획 및 운영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상대 ‘DMZ프렌즈’ 1기 모집
60명 뽑아 활동비 없이 홍보일 시켜

DMZ프렌즈 1기는 총 10팀, 한 팀당 5∼6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졌다. 정기모임은 2주에 1회 가진다. 미션 내용은 ▲세상의 모든 비무장지대를 찾아서 ▲DMZ 슈퍼스타 인터뷰 ▲DMZ 기적을 이야기하라 ▲톡톡 튀는 DMZ 광고제작 등 총 4가지다. 그러나 실제 DMZ 프렌즈가 하는 역할은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DMZ 의미를 전달하는 게 주 업무다. 

대부분의 팀들은 플랜카드를 만들어 강남역, 명동역 등의 지하철 역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DMZ를 홍보했다. 행인을 붙잡고 DMZ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고 영상을 찍기도 했다.

슈퍼스타 인터뷰 미션은 DMZ가 생긴 1953년의 숫자를 기념해 1953개의 사연을 찾아내야 하는 미션이다. 하지만 실행이 거의 불가능해 결국 무산됐다.

경기관광공사는 불만을 드러낸 학생이 없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적은예산으로 홍보를 하게 되서 처음부터 활동비가 없다고 공지를 했었다”며 “문제제기를 한 학생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캠프를 다녀왔다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캠프 때 안 왔던 친구가 (불만을) 제기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DMZ프렌즈 활동으로) 인턴을 뽑거나 취업에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친구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드린 것”이라며 “처음으로 시작한 1기 사업이라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스펙이면 됐지?

업계와 노동 전문가들의 의견은 차가웠다. 취업준비생들의 열정페이를 이용하는 관공서의 관행을 막을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사회평론가는 “청춘에게는 패기와 열정으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쌓으라고 닦달하고, 그렇게 쌓은 경험으로 만들어낸 콘텐츠는 재능 기부로 사회에 환원할 것을 당연하게 요구한다”며 “비용 이야기를 꺼내면 젊은이가 벌써부터 돈만 밝힌다고 비난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소한 공공 예산에서만큼이라도 사람을 쓰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비용을 제대로 지급하는 제도적 지원과 구조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실 허우적’ 경북관광공사 해법은?


경상북도 공기업 경북관광공사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막대한 도민 혈세를 쏟아 붓고도 부실경영의 늪에 빠져있다. 

최병준 경북도의원(경주)에 따르면 경북관광공사 핵심사업인 안동문화관광단지는 2002년 착수된 이후 12년째 공정이 55%에 머물고 있다. 내년 준공은 물거품이 됐다. 민자유치도 당초 목표 3414억원의 39.7% 수준인 1354억에 그쳤다. 

유교랜드는 올해 입장객 13만4000명, 수익 9억5400만원을 예상했으나 10월까지 입장객은 당초 목표의 36%(4만8450명)에 머물렀다. 수익도 목표치의 23.9%인 2억2800만원에 그쳤다. 감포관광단지는 경북도가 쏟은 예산만 1119억원에 달하지만 민자유치는 골프장 1곳뿐이다.

경주보문단지는 850만㎡의 단지개발이 거의 완료됐지만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외국인 전용시설인 면세점, 카지노, 쇼핑몰조차 없어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보문유원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0년 122만9000명에서 2011년 104만4000명, 2012년 96만2000명, 2013년 59만5000명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경북관광공사는 도가 2012년 6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경북관광개발공사를 인수해 설립했다. 사업이 지지부진 작자운영을 거듭하면서 인수대금과 이자로 매년 225억여원을 쏟아 부었지만 빚더미에 짓눌려 있다. 현재 부채만 1512억원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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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