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 ‘청춘 착취’ 논란

실컷 부려먹고 ‘열정페이’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열정페이.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도 열정만으로도 일을 시킬 수 있는 관공서들의 유용한 수법이다. 최근에는 경기관광공사가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DMZ프렌즈’를 모집해 좋은 취지의 행사라며 학생들을 모았다. 학생들의 열정으로 경기관광공사는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남는 것은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한 줄짜리 봉사 이력뿐이다. 

평소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대학생 A씨. 지난 9월 경기관광공사가 모집한 ‘DMZ프렌즈’에 지원했다. 서류전형과 최종면접까지 통과해 DMZ프렌즈에 뽑힌 A씨는 지난달부터 1기로 본격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DMZ프렌즈 활동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당초 공사는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의 숨겨진 스토리 개발, DMZ 광고 제작, DMZ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 기획 및 운영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실제 역할은 블로그, 카페, 유투브 등 SNS 홍보가 주를 이뤘다. 홍보 방식도 학생들이 전적으로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다. 활동비가 없다보니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봉사의 기회?

A씨는 팀원들과 지하철역에서 ‘DMZ’에 대한 홍보 문구를 적은 플랜카드를 들고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의견을 물어보고 동영상에 담았다. 도대체 이 일을 왜하는지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돈은 돈대로 들었다. 플랜카드를 만들고, 돌아다니며 홍보하고, UCC 동영상까지 제작했다. 팀당 주어진 10만원의 기프트카드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대학교 학생들과 만나는 것은 즐거웠지만, 점차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DMZ에 대한 교육도 허술했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나올법한 DMZ에 대한 상식만 알려줬을 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A씨는 수료증 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여행, 힐링, 추억, 봉사활동, 스펙…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2014년 마지막 기회! DMZ 프렌즈 1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난 9월 경기관광공사가 내세운 모집 공고다. 지원자격은 ‘열정이 넘치는’국내외 대학생. 공사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총 60명의 인원을 뽑았다. 관광이나 광고 관련 전공자, 온라인 파워블로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활용 가능자를 우선 선발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10월4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활동기간은 내달 20일까지다. 

DMZ프렌즈 모집에 대해 공사는 대한민국 DMZ의 숨겨진 가치를 국내·외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DMZ프렌즈가 더 이상 분단과 아픔의 상징이 아닌 화해, 생명,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DMZ의 숨겨진 스토리 개발, DMZ 광고 제작, DMZ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 기획 및 운영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상대 ‘DMZ프렌즈’ 1기 모집
60명 뽑아 활동비 없이 홍보일 시켜

DMZ프렌즈 1기는 총 10팀, 한 팀당 5∼6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졌다. 정기모임은 2주에 1회 가진다. 미션 내용은 ▲세상의 모든 비무장지대를 찾아서 ▲DMZ 슈퍼스타 인터뷰 ▲DMZ 기적을 이야기하라 ▲톡톡 튀는 DMZ 광고제작 등 총 4가지다. 그러나 실제 DMZ 프렌즈가 하는 역할은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DMZ 의미를 전달하는 게 주 업무다. 

대부분의 팀들은 플랜카드를 만들어 강남역, 명동역 등의 지하철 역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DMZ를 홍보했다. 행인을 붙잡고 DMZ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고 영상을 찍기도 했다.

슈퍼스타 인터뷰 미션은 DMZ가 생긴 1953년의 숫자를 기념해 1953개의 사연을 찾아내야 하는 미션이다. 하지만 실행이 거의 불가능해 결국 무산됐다.


경기관광공사는 불만을 드러낸 학생이 없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적은예산으로 홍보를 하게 되서 처음부터 활동비가 없다고 공지를 했었다”며 “문제제기를 한 학생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캠프를 다녀왔다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캠프 때 안 왔던 친구가 (불만을) 제기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DMZ프렌즈 활동으로) 인턴을 뽑거나 취업에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친구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드린 것”이라며 “처음으로 시작한 1기 사업이라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스펙이면 됐지?

업계와 노동 전문가들의 의견은 차가웠다. 취업준비생들의 열정페이를 이용하는 관공서의 관행을 막을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사회평론가는 “청춘에게는 패기와 열정으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쌓으라고 닦달하고, 그렇게 쌓은 경험으로 만들어낸 콘텐츠는 재능 기부로 사회에 환원할 것을 당연하게 요구한다”며 “비용 이야기를 꺼내면 젊은이가 벌써부터 돈만 밝힌다고 비난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소한 공공 예산에서만큼이라도 사람을 쓰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비용을 제대로 지급하는 제도적 지원과 구조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실 허우적’ 경북관광공사 해법은?


경상북도 공기업 경북관광공사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막대한 도민 혈세를 쏟아 붓고도 부실경영의 늪에 빠져있다. 

최병준 경북도의원(경주)에 따르면 경북관광공사 핵심사업인 안동문화관광단지는 2002년 착수된 이후 12년째 공정이 55%에 머물고 있다. 내년 준공은 물거품이 됐다. 민자유치도 당초 목표 3414억원의 39.7% 수준인 1354억에 그쳤다. 

유교랜드는 올해 입장객 13만4000명, 수익 9억5400만원을 예상했으나 10월까지 입장객은 당초 목표의 36%(4만8450명)에 머물렀다. 수익도 목표치의 23.9%인 2억2800만원에 그쳤다. 감포관광단지는 경북도가 쏟은 예산만 1119억원에 달하지만 민자유치는 골프장 1곳뿐이다.

경주보문단지는 850만㎡의 단지개발이 거의 완료됐지만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외국인 전용시설인 면세점, 카지노, 쇼핑몰조차 없어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보문유원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0년 122만9000명에서 2011년 104만4000명, 2012년 96만2000명, 2013년 59만5000명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경북관광공사는 도가 2012년 6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경북관광개발공사를 인수해 설립했다. 사업이 지지부진 작자운영을 거듭하면서 인수대금과 이자로 매년 225억여원을 쏟아 부었지만 빚더미에 짓눌려 있다. 현재 부채만 1512억원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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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