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M ‘김성주 리스크’ 막전막후

회사 어려운데…회장은 자리 욕심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성주그룹의 패션 브랜드 MCM이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정치권에 입성하던 2012년 하반기부터다. MCM의 실적은 화려한 김 회장의 행보와 반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실적이 나오지 않는 국내 백화점 매장까지 빼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김 회장이 정치에 한눈파는 사이 MCM의 위상은 뒷걸음질 쳤다. 김 회장을 둘러싼 온갖 논란은 MCM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정ㆍ재계 안팎으로 화제를 낳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가방브랜드 MCM을 지금의 명성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무섭게 성장해왔다. 모든 전략을 중국 고객에 집중했다. 하지만 중국시장만 신경 쓴 탓일까. 정작 국내 백화점에서 MCM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에서는 명품 대접을 받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서 외면 받는 분위기다.

말 바꾸기
도덕성 논란

MCM이 국내 백화점 매장 정리에 들어갔다. 판매 부진이 수년째 이어지면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A백화점에서 MCM 매출은 2012년 -9%, 2013년 -12%, 2014년 상반기(1~8월)까지 -14% 등을 기록했다. 3년 연속 하락세다. B백화점 MCM 매출은 2012년 0.7%였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17%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12%로 줄었다. 이어 지난 9월에도 -20%의 내림세를 보였다. 그나마 지난달에는 -15%로 약간의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 국경절로 요우커(중국인관광객)가 몰렸던 덕분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다시 -19%로 크게 꺾였다. C백화점에서 MCM 매출은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0%나 빠졌다. 지난해에는 백화점에서 대량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이월상품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MCM이 한 백화점에 1층 단독 매장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이야기가 회자됐다. 그야말로 명품 브랜드의 굴욕이다.


이에 따라 MCM은 매출이 저조한 국내 백화점 매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각 백화점과 철수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의 MCM 31개 매장 중 8개점은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할 계획이다. 대신 이면 계약으로 중국 현지 백화점 입점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측에는 추후 4개 매장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갤러리아 등과는 매장 위치나 면적 등을 놓고 논의하는 등 전반적인 국내 영업 전략의 재편을 진행 중이다.

반면 면세점에서는 중국인 매출에 힘입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올해 상반기 MCM 매출 가운데 중국 은련카드 결제액 비중은 59.86%로 백화점에 입점한 모든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A면세점에서 MCM은 2012년 140%, 지난해 30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B면세점 역시 매출이 2배 증가했다. 요우커 소비에 힘입은 MCM은 면세점 중심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디자인과 색상도 중국인 고객에 맞췄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황금색, 분홍색, 보라색, 레오파드 문양 등의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심플한 색상과 디자인의 명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과는 멀어져갔다. 업계에서도 지나치게 중국인 고객을 의식한 MCM제품 디자인이 국내 소비자들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성주그룹은 경기불황을 이유로 들며 MCM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성주그룹 관계자는 “백화점 실적 하락은 비단 MCM 뿐만 아니라 현재 어떤 명품 브랜드도 국내 실적이 좋지 않다”며 “훨씬 심각한 상황의 명품 브랜드도 많은 상황에 MCM의 경우는 오히려 무난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이 선호하는 제품도 있지만, 매장 안에 들어와 보시면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는 중국인 고객뿐 아니라 영국, 미국 등 글로벌화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데 요우커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시각은 왜곡된 시각”라고 설명했다.

명품업계의 시선은 따갑다.

명품업체 한 관계자는 “명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길을 간다는 뜻이고, 디자인 자체가 심플해질 수밖에 없어 그만큼 유행자체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불황에 흔들릴 수는 있지만 한번에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한 눈에 봐도 유행이 크게 휘둘리는 MCM을 명품이라고 봐야할지 의문스럽다”면서 “한 가지만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 김 회장이 본업이 아닌 부업에 신경 쓰면서 이미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발들이고
여기저기 ‘불똥’

실제로 MCM의 하락세는 김성주 회장이 정치권과 연결된 201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회장이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 지원사격에 나선 이후부터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9월 대한적십자사(한적)의 차기 총재로 선출되면서 김 회장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949년 한적 창립 이래 첫 기업인 출신이자 최연소 총재의 등장이었다. 대선 때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서 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그의 선출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언론계에서도 잡음이 들끓었다. 김 회장은 2012년 말 대통령 선거 참여 뒤 약 1년반 동안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9월 MCM 사업계획 발표회에 등장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더 이상 정치 참여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불과 한 달만에 김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취임한 것이다. 자신이 한 말을 뒤집으며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잘 나가다…실적 가파르게 추락
중국인 신경쓰고 한국인은 외면

총재가 되고 나서도 김 회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달에는 국정감사 출석 ‘뺑소니’로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10월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이틀 앞선 21일 중국 출장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비행기를 타버린 것.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감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나흘 늦은 27일 국감장에 지각 출석한 김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이날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공인이 돼본 적 없이 기업인으로 살다보니 생각이 짧았다” “공부한 것이 국제정치학이라 잘 몰랐다”는 등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다.

이후 김 회장의 과거 행적은 도마에 올랐다. 불똥은 성주그룹뿐 아니라 그의 오빠 기업 대성산업에까지 튀었다. 김 회장 일가에 대한 4000억원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이 대성산업에 4000억원 특혜 대출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자료에서 정책금융공사는 2012년 11월 대성산업의 용인구갈 토지 대금 관련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을 위해 3개월 동안 브릿지론 4000억원을 지급 보증했다. 브릿지론은 개인이나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질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대출이다. 즉 임시방편 자금 대출이다. 당시에도 대성산업에 대한 정책금융공사의 지급보증 결정은 박근혜 후보를 의식한 정책금융공사의 정치적 특혜 결정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소·중견기업 지원도 아니고 지원규모도 이례적으로 컸던 탓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정책금융공사는 브릿지론 40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브릿지론 만기 시점인 지난해 2월 산업은행과 함께 6개월을 기한을 두고 4000억원을 2차로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대성산업의 2차 대출과 회사채 상환을 위해 대주단을 모집해 6000억원의 신디케이티드론(다수의 은행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주는 중장기 대출)을 일으켜 추가적인 지원을 하려고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5월 5000억원을 다시 융자해 기존 2차 대출금을 상환토록 하면서 추가로 1000억원을 지원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해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가족이 경영 중인 대성산업에 대한 특혜적 보증과 대출의 만기를 거듭 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김 회장은 총재로서 5년 동안 적십자사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자격 미달’ 논란을 증폭시켰다. 총재 선출 후 뒤늦게 특별 회비로 100만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 노조에서는 그의 퇴출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김 회장이 성주그룹 직원을 적십자사 총재 비서실에 상주하게 하면서 적십자사의 인사 자료, 병원 운영 상황, 적십자 회비 모금, 혈액사업 자료 등을 요구해 열람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주그룹은 김 회장이 의도와 다르게 오해를 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주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은 대의명분이 강하신 분”이라며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맡으셨던 것도 절대 정치권에 욕심이 있어서가 아닌데, 언론에 비친 모습은 왜곡된 점이 많다”고 호소했다.

어디로 튈지 몰라 직원들 ‘골머리’

상황이 이런데도 김 회장의 MCM의 글로벌화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로 우뚝 서겠다는 야심을 김 회장은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8월에는 MCM을 루이비통급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당시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MCM의 비전과 목표를 발표했다.

김 회장은 “성주그룹을 루이비통에 버금가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2020년까지 전세계 MCM 매장을 450개로 확대하고 매출도 현 7000억원 수준에서 2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2년 후에는 MCM의 고향인 독일 뮌헨에 MCM 박물관을 건립해 재 입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면세점 사업을 확장해 2017년까지 국내면세점 시장에서 매출 1위에 올라선다는 게 김 회장의 목표다.

성주그룹 측에서도 50%로 양분된 국내외 매출에 대해서는 해외시장의 비율을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70%로 육성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의류업체 한 관계자는 “MCM은 외국에서 한국 브랜드로 인식하기 보다는 국적불명 브랜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MCM은 중국에서만 유명할 뿐, 글로벌 브랜드는 인지도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5년 내 유럽 명품 브랜드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급성장 하다
갑자기 삐끗

과거 해외 유명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는 기업에 불과했던 성주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김성주 회장의 결단력 덕분이었다. 지난 2005년 김 회장은 성주그룹에서 수입했던 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했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리뉴얼을 거쳐 국내 100개 매장을 포함해 전세계 300개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로 키웠다.

김 회장의 자신감과 결단력은 MCM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과 결단력은 엉뚱하게도 정치권을 향했다. MCM을 위기로 몰아세우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보다는 유행에 휘둘린 모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김 회장이 어떤 자구책을 마련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이다. 알아주는 한국의 재벌 막내 딸로 태어났지만, 김 회장은 전통적이고 엄한 가정교육에 저항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 존재하는 성별의 벽을 온몸으로 허물었다. 집안의 도움 없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냈고, 대표적 여성CEO로 주목받았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태면서 화제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떠올랐다.

10년 전 그는 모두의 우려를 딛고 독일 패션브랜드 MCM을 인수해 연간 7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냈다. 한국의 지사가 해외의 모회사를 인수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김 회장은 명품 마케팅 전략으로 대박 신화를 실현했다.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도 정치권에 발을 들이면서 악재를 불러 모았다. 적십자사 총재 내정에 대한 낙하산 인사, 국감 불참 논란 등의 구설에 이어 집안 문제까지 회자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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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