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홈플러스 매각설 막전막후

여태 남 좋은 일…몸집 키워 먹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유통 공룡' 홈플러스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이다. 외신들도 홈플러스 매각 보도에 가세했다. M&A시장에선 인수 규모를 7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의 최근 경영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시장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목적을 가진 해외 사모펀드는 호시탐탐 한국에 진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단물만 빨아먹고 빠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자리한다. 무엇보다 현 매각설이 구체화될 경우 '도성환호'의 존립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 시가총액이 3조원 안팎인데 무슨 수로 7조원짜리 대형마트를 인수합니까."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 홈플러스의 매각설과 함께 인수 가능성을 따지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다수 언론은 유력한 인수 후보로 현대백화점그룹을 꼽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언론보도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위기에 빠진
영국 테스코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단독 인수를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매각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일부 투자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인수 후보군이 이를 논의하지 않았고,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선제적으로 매각설을 띄운 뒤 현대백화점그룹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홈플러스 매각설은 7년 전부터 꾸준히 돌았다. 올 초에도 나왔다. 과거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테스코(Tesco)는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망을 보유한 유통회사다. 아시아와 유럽 등에 진출했기 때문에 초국적 자본으로 불린다.

그런데 테스코는 최근 거액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적발돼 영국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테스코는 지난 9월 자체 조사를 통해 분식회계에 가담한 4명의 고위 임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모두 8명의 경영진을 퇴출시켰다.

이 같은 소식이 타전되자 테스코의 주가는 9월23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무려 11%(런던증시 기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당시 기준 20억 파운드(한화 3조4000여억원)가 빠졌다.

'유통 공룡' 본사 영국발 매각설 솔솔
업계 지각변동 예고…큰손들 예의주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테스코 투자와 관련해 모두 6억7800만달러(한화 74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버핏은 지난 9월까지 테스코의 실질적인 4대 주주였다. 하지만 회계 부정 사태를 겪고 나서는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처분했다고 전해진다. 버핏은 "테스코 투자가 실수였다"고 서방 언론과 인터뷰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테스코 본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반대급부로 아시아 시장 철수 가능성이 대두됐다. 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산 매각 자문사로 내정하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홈플러스 매각이 성공한다면 테스코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최근의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잇따랐다.

필립 클라크 전 최고경영자(CEO)는 성과주의를 추구했다. 기업 이익은 줄었는데 장부상 순이익은 과다 계상했다. 이는 본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켰다. 후임으로 임명된 데이브 루이스 CEO는 클라크 전 CEO와 선을 긋고 있다. 루이스 CEO는 추락한 회사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 자산 매각은 국내외 투자·증권업계가 예의주시하는 타개책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테스코는 현금 확보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저울 중이다.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매각해 7조원 가량의 현금을 회수하거나 태국 사업 부문인 테스코로터스(체인 슈퍼마켓)를 정리할 수 있다. 또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사업부를 지주사로 묶은 뒤 이를 홍콩(혹은 싱가폴) 증시에 상장해 투자받을 수 있다.

까르푸서 홈에버
다시 홈플러스로

테스코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나리오는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거액에 매각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탄탄한 사업실적으로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홈플러스는 연간 영업이익(감가상각 전)이 7000억원에 달했다. 테스코 본사로 송금한 로열티는 지난해 기준 700억원을 넘었다. 최근 2년간 일부 사업장(점포)을 매각해 남긴 돈은 1조2000억원이었다. 홈플러스는 매각한 점포를 재임차하는 수법(세일 앤 리스백)으로 본사의 자금 회수를 도왔다.

특히 홈플러스는 연매출이 10조원에 달해 테스코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매출액은 테스코 아시아 전체 사업 부문의 절반을 차지한다. 홈플러스가 테스코의 핵심 자산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가 국내외 투자시장에서 적정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수 언론은 M&A시장에서 추산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시장가치를 7조원 규모로 보도했다. 하지만 경쟁업체 관계자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시작부터 7조원이라는 액수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을 이용한 전형적인 몸값 띄우기"라며 "미국 골드만삭스 등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시공시(2014년 5월29일 작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모두 3개 사업부로 구성돼있다. 도성환 대표이사가 있는 홈플러스(주), 홈에버(구 까르푸)를 인수해서 만든 홈플러스테스코(주), 제빵·제과를 주업무로 하는 홈플러스베이커리(주)가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주)의 자산은 6조533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조4940억원, 홈플러스베이커리(주)는 460억원이다. 단순 자산총계는 8조원을 넘는다.

문제는 적지 않은 부채다. 홈플러스(주)의 부채는 3조939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의 부채는 4750억원이다. 홈플러스베이커리(주)의 부채도 254억원으로 확인된다. 부채의 합은 모두 4조4000억원에 이른다.

테스코 본사는 지난 2005년부터 자신들의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수조원대 회사채를 발행했다. 사실상 내부거래로 빌린 돈은 확인된 것만 3조원이 넘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가 쓰고 있는 건물과 토지 매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설이 사실이고 소위 '빅딜'이 성사된다면 테스코는 싸게 빌린 돈으로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겨가는 셈이다.

재래시장 울리고 사세확장
매각금액 7조원 안팎 전망

투자업계는 국내 대형마트의 성장곡선이 2012년께부터 둔화됐다고 보고 있다. 신규입점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유통업계 전반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의 여파를 받고 있으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경우는 업태 간 과열경쟁으로 시장이 포화상태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주)는 2012년부터 영업 이익률이 연간 1%씩 하락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주) 역시 영업 이익률이 2%대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홈플러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 1위인 이마트를 추격했다. 홈플러스는 2014년 5월 기준 대형마트 139곳을 운영하고 있다.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을 때와 비교하면 97개의 매장이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이마트 역시 2배에 가까운 매장을 새로 내놨다. 2006년 79개였던 이마트 매장은 2014년 148개로 늘었다. 이들 대형마트는 지난 8년간 폭발적으로 외형을 불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은 ▲이마트가 27.9% ▲홈플러스가 23.4% ▲롯데마트가 15.9%였다. 이른바 '빅3'의 급성장은 국내 재래시장의 불황을 야기했다. 그 사이 홈플러스는 외화사모사채를 꾸준히 발행하는 등 돈을 쌓았다.

지방으로의 확장도 멈추지 않았다. 최근 홈플러스는 경주시에 세 번째 점포를 입점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지역 상인들은 "주민들의 돈이 역외로 유출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홈플러스는 테스코 본사에 상표 및 라이센스 사용 수수료를 매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주)는 616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20억원을 각각 테스코에 상납했다. 당초 10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로열티는 몇 년새 수십배로 증가했다.

해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불거지면 인수 후보군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오르내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유가 있다. 이마트가 홈플러스를 합병한다면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예고된다. 롯데마트 역시 인수가 완료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진입한다. 하지만 업태 선도를 사실상 꺼리고 있는 롯데계열사의 전략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매각의 숨겨진 맹점은 매물은 매력적이나 인수전에 나설 국내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빅2' 신세계·롯데 눈치
예상 밖 빅딜 가능성도


특히 대형마트 3사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 점포를 서로 인접시키는 방법으로 경쟁했다. 즉 어느 한쪽이 상대를 인수할 경우 지역 겹침 현상이 불가피하다.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투자는 아닌 셈이다.

지난 2006년 까르푸 인수전 당시 업계에는 '홈플러스 까르푸 인수 유력'과 같은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나돌았다. 관련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까르푸 몸값 올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까르푸를 인수한 기업은 이랜드였다. 경매 과정에서 까르푸의 부동산 가치는 장부상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입찰 시에는 1조9000억원까지 뛰었다. 실제 인수 정산가는 1조4800억원이었다.

2년 뒤인 2008년 홈플러스는 홈에버로 바뀐 까르푸를 2조3000억원(부채 1조3000억원 포함)을 들여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까르푸가 철수한 무렵과 비교해 이윤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고,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도 아니었다. 당시 홈에버의 자산가치가 2조원을 넘은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달 28일 루이스 CEO는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최고위 경영진 일부를 만나고 서둘러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루이스 CEO의 방한은 홈플러스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 홈플러스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함구했다.

루이스 CEO가 어떤 생각을 갖고 한국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매각설이 구체화되면 도성환 체제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인수합병 사례로 미뤄봤을 때 투자자가 원하는 방식의 인력 구조조정도 우려된다. 홈플러스의 덩치를 고려하면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매각설 띄우는
거대자본 누구

그간 초국적 투기자본은 특정 매물의 가치를 띄운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수법으로 선량한 기업에 피해를 안겼다. 지난해까지 테스코·홈플러스 경영진은 이구동성으로 "매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영국발 매각설이 떠돌면서 고민에 빠진 것은 한국 유통업계다. 10년 넘게 재래시장을 휩쓴 돈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