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비선조직? '반사모' 실체 대해부

그들이 움직이면 대권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출마설이 불거지면서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임덕규)'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사모는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끈끈한 조직력과 정치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참여인사들의 면면이나 그 규모는 베일에 쌓여있어 반사모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야 모두 반 총장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이 찾아와 반 총장을 야당 대권 후보로 영입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반기문 영입 타진설’까지 제기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반사모의 실체는?
모아지는 관심

상황이 이쯤 되자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호 보성파워텍 부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반 부회장은 “형님이 한국을 떠난 지가 8년”이라며 “형님은 측근을 두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들끼리 ‘반사모’니 뭐니 만들었다는데 나는 관여해 본 적도 없고 그들의 실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 부회장의 설명과는 달리 반 총장과 반사모의 관계는 남달라 보인다. 반 총장은 자신의 대권 출마설이 불거지자 반사모 임덕규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선 출마 의지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외교 전문 영문 월간지 <디플로머시>의 고위 관계자도 <일요시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임 회장님이 반 총장님과 간간히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두 사람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반 총장의 측근은 없다던 반 부회장의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단순 친목모임? 대선 비밀조직?
모임 규모나 회원 명단은 '비공개'

임 회장과 반 총장의 인연은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벌써 40년이 넘은 인연이다. 임 회장은 한국·인도 친선협회 간사로, 반 총장은 인도대사관 3등 사무관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두 사람은 충청권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욱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임 회장은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반 총장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당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이 바로 반사모다.

임 회장은 반 총장에게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처음으로 권유했던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05년 반사모를 결성한 이후 반 총장의 선거운동을 하면서 외국 대사들을 만나 인사를 할 때면 한국말로 ‘반사모!’를 복창시킬 정도로 반사모 활동에 열성적이었다.

30년 넘게 외교잡지를 발간하면서 구축한 전 세계 인적네트워크도 반 총장의 당선을 위해 모두 가동시켰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던지 임 회장은 반 총장의 당선을 확인한 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에 당선된 바로 다음 날 임 회장을 문병하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반사모
백소회

정치권이 반사모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반사모가 사무총장 선거 당시 보여줬던 끈끈한 조직력과 정치력 때문이다. 대선후보로서 반 총장의 최대 약점은 국내에 별다른 조직이 없다는 것이 꼽힌다. 반 총장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선거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하부 조직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기만 하면 반사모를 곧바로 대선조직화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사모의 규모와 실체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사모의 실체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반사모는 노사모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여느 정치인 팬클럽들과는 다르게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종의 소수 엘리트 조직이다. 인터넷에 반사모 카페가 존재하지만 임 회장이 운영하는 원조 반사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반사모 회원들은 모두 연령대가 높아서 인터넷카페 같은 것들은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사모는 철저한 오프라인 조직이다.

반사모의 핵심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원이 누구인지, 몇 명이나 되는지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사모에는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결성됐기 때문에) 한국 회원이 없다. 모두 주한 외국 대사들과 같이 외국 분들이며 외교관그룹이다. 때문에 정치세력화될 수가 없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반 총장 새정치연합 영입 타진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되고 있는 성완종 전 의원에 대해서도 “반사모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일부 언론에서 성 전 의원을 반사모 회원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일일이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며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보가 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성 전 의원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 당시 반 총장을 도운 것은 사실이지만 성 전 의원은 애초에 반사모에 가입한 적이 없으며 충청포럼이란 다른 단체를 통해 반 총장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한편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디플로머시>의 고위관계자는 <일요시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반사모는 정치와는 관련이 없는 사적인 모임”이라며 “다만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모임인) 백소회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전직 국회의원과 같은 인물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백소회는 매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한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대략 30~40명의 회원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소회의 사무실은 따로 없지만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디플로머시>가 위치한 무교동 근처에서 주로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백소회 회원들은 주로 충청권 인사들로, 그중에는 외교관도 있고 정치인도 있으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모임은 아니고 사랑방처럼 모여서 누가 좋은 일 있으면 축하해주는 그런 사적인 모임으로 안다고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임 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백소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 모임의 위세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권력의지 부족?
권력의지 충만?

백소회는 ‘백제의 미소’ ‘100번 웃자’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백소회에는 전현직 장·차관, 국회의원, 법조인, 금융인 등 충청권 출신의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등은 직접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충청권 출신 유력 정치인들도 모두 백소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강 전 의장은 충청권 최초의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이후 백소회 회원 수십명을 초청해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특히 백소회는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창립 취지처럼 모임 때마다 충청권 인재육성에 주력하자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출마 가능성 제로, 정치는 NO?
'충청대망론' 충청이 부르면 출마?

반 총장 역시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청권 인사다. 백소회는 지난 1992년 만들어졌기 때문에 물론 반 총장을 염두에 두고 결성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기만 한다면 반사모는 물론이고 백소회도 임 회장의 주도하에 반 총장의 대선 조직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반 총장이 만약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대선플랜을 가동시킨다면 성공을 좌우할 핵심인물은 바로 임 회장이 될 것이란 평가다. 임 회장이 그동안 국내에서 갈고 닦아 놓은 조직을 제대로 활용만 한다면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더 이상 걸림돌이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반 총장의 권력의지다. 반 총장은 대권 도전설이 불거지자 자신은 국내정치에 관심 없고, 대선 출마설로 유엔 사무총장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공식적인 보도자제까지 요청하고 나섰다. 반 총장은 이미 여러 차례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고 주변 인물들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0(제로)라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충청 홀대론
충청 대망론

그런데 임 회장은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키맨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충청 홀대론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충청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임 회장이 이끌고 있는 백소회도 이런 충청인들의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반영된 단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충청권 관련 행사에 반드시 참석할 정도로 충청권에 대한 애향심이 깊은 반 총장에게 임 회장이 충청 홀대론을 앞세워 설득하면 먹혀들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과연 베일에 가려져 있는 반사모의 실체는 무엇일까? 단순한 친목도모 단체일 뿐일지, 아니면 반 총장의 차기 대권 도전을 함께할 비밀 조직일지 그 실체는 반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이후에나 밝혀질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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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