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비선조직? '반사모' 실체 대해부

그들이 움직이면 대권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출마설이 불거지면서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임덕규)'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사모는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끈끈한 조직력과 정치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참여인사들의 면면이나 그 규모는 베일에 쌓여있어 반사모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야 모두 반 총장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이 찾아와 반 총장을 야당 대권 후보로 영입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반기문 영입 타진설’까지 제기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반사모의 실체는?
모아지는 관심

상황이 이쯤 되자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호 보성파워텍 부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반 부회장은 “형님이 한국을 떠난 지가 8년”이라며 “형님은 측근을 두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들끼리 ‘반사모’니 뭐니 만들었다는데 나는 관여해 본 적도 없고 그들의 실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 부회장의 설명과는 달리 반 총장과 반사모의 관계는 남달라 보인다. 반 총장은 자신의 대권 출마설이 불거지자 반사모 임덕규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선 출마 의지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외교 전문 영문 월간지 <디플로머시>의 고위 관계자도 <일요시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임 회장님이 반 총장님과 간간히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두 사람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반 총장의 측근은 없다던 반 부회장의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단순 친목모임? 대선 비밀조직?
모임 규모나 회원 명단은 '비공개'

임 회장과 반 총장의 인연은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벌써 40년이 넘은 인연이다. 임 회장은 한국·인도 친선협회 간사로, 반 총장은 인도대사관 3등 사무관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두 사람은 충청권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욱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임 회장은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반 총장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당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이 바로 반사모다.

임 회장은 반 총장에게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처음으로 권유했던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05년 반사모를 결성한 이후 반 총장의 선거운동을 하면서 외국 대사들을 만나 인사를 할 때면 한국말로 ‘반사모!’를 복창시킬 정도로 반사모 활동에 열성적이었다.

30년 넘게 외교잡지를 발간하면서 구축한 전 세계 인적네트워크도 반 총장의 당선을 위해 모두 가동시켰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던지 임 회장은 반 총장의 당선을 확인한 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에 당선된 바로 다음 날 임 회장을 문병하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반사모
백소회

정치권이 반사모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반사모가 사무총장 선거 당시 보여줬던 끈끈한 조직력과 정치력 때문이다. 대선후보로서 반 총장의 최대 약점은 국내에 별다른 조직이 없다는 것이 꼽힌다. 반 총장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선거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하부 조직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기만 하면 반사모를 곧바로 대선조직화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사모의 규모와 실체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사모의 실체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반사모는 노사모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여느 정치인 팬클럽들과는 다르게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종의 소수 엘리트 조직이다. 인터넷에 반사모 카페가 존재하지만 임 회장이 운영하는 원조 반사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반사모 회원들은 모두 연령대가 높아서 인터넷카페 같은 것들은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사모는 철저한 오프라인 조직이다.

반사모의 핵심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원이 누구인지, 몇 명이나 되는지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사모에는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결성됐기 때문에) 한국 회원이 없다. 모두 주한 외국 대사들과 같이 외국 분들이며 외교관그룹이다. 때문에 정치세력화될 수가 없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반 총장 새정치연합 영입 타진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되고 있는 성완종 전 의원에 대해서도 “반사모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일부 언론에서 성 전 의원을 반사모 회원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일일이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며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보가 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성 전 의원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 당시 반 총장을 도운 것은 사실이지만 성 전 의원은 애초에 반사모에 가입한 적이 없으며 충청포럼이란 다른 단체를 통해 반 총장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한편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디플로머시>의 고위관계자는 <일요시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반사모는 정치와는 관련이 없는 사적인 모임”이라며 “다만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모임인) 백소회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전직 국회의원과 같은 인물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백소회는 매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한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대략 30~40명의 회원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소회의 사무실은 따로 없지만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디플로머시>가 위치한 무교동 근처에서 주로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백소회 회원들은 주로 충청권 인사들로, 그중에는 외교관도 있고 정치인도 있으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모임은 아니고 사랑방처럼 모여서 누가 좋은 일 있으면 축하해주는 그런 사적인 모임으로 안다고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임 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백소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 모임의 위세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권력의지 부족?
권력의지 충만?

백소회는 ‘백제의 미소’ ‘100번 웃자’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백소회에는 전현직 장·차관, 국회의원, 법조인, 금융인 등 충청권 출신의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등은 직접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충청권 출신 유력 정치인들도 모두 백소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강 전 의장은 충청권 최초의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이후 백소회 회원 수십명을 초청해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특히 백소회는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창립 취지처럼 모임 때마다 충청권 인재육성에 주력하자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출마 가능성 제로, 정치는 NO?
'충청대망론' 충청이 부르면 출마?

반 총장 역시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청권 인사다. 백소회는 지난 1992년 만들어졌기 때문에 물론 반 총장을 염두에 두고 결성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기만 한다면 반사모는 물론이고 백소회도 임 회장의 주도하에 반 총장의 대선 조직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반 총장이 만약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대선플랜을 가동시킨다면 성공을 좌우할 핵심인물은 바로 임 회장이 될 것이란 평가다. 임 회장이 그동안 국내에서 갈고 닦아 놓은 조직을 제대로 활용만 한다면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더 이상 걸림돌이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반 총장의 권력의지다. 반 총장은 대권 도전설이 불거지자 자신은 국내정치에 관심 없고, 대선 출마설로 유엔 사무총장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공식적인 보도자제까지 요청하고 나섰다. 반 총장은 이미 여러 차례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고 주변 인물들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0(제로)라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충청 홀대론
충청 대망론

그런데 임 회장은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키맨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충청 홀대론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충청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임 회장이 이끌고 있는 백소회도 이런 충청인들의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반영된 단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충청권 관련 행사에 반드시 참석할 정도로 충청권에 대한 애향심이 깊은 반 총장에게 임 회장이 충청 홀대론을 앞세워 설득하면 먹혀들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과연 베일에 가려져 있는 반사모의 실체는 무엇일까? 단순한 친목도모 단체일 뿐일지, 아니면 반 총장의 차기 대권 도전을 함께할 비밀 조직일지 그 실체는 반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이후에나 밝혀질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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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