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아모레 서씨형제의 명암

형보다 잘나가는 아우님

[일요시사 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벌가엔 장자승계 원칙이 있다. 대부분 장남이 가업을 대물림 받았고, 나머지 형제들은 자투리 계열사를 물려받고 독립했다. 차남들은 늘 형보다 못한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은 잘 나가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그랬다.

재계는 지금 '차남 전성시대'다. 누구의 둘째, 누구의 동생이란 꼬리표에서 벗어나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하는 기업인이 한둘이 아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그중 한명이다.

요즘 재계에서 화제의 인물은 단연 서 회장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서다.

IMF 때 갈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2일(종가 기준) 주가가 사상 최고가인 250만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분 9.08%와 지주회사인 아모레G의 지분 51.35%를 보유한 서 회장의 상장주식 가치는 이날 7조1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평가액(2조7169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서 회장은 단숨에 국내 주식부자 2위로 올라섰다. 1위 이 회장의 상장주식 평가액은 10조989억원. 2위 자리를 내준 정 회장은 서 회장보다 1조원가량 적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오르고, 서 회장 지분가치가 상승한 배경은 물론 실적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계속 매 분기마다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G도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 회장은 아직 '배고픈'모양이다. 얼마 전 원대한 목표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매출 12조원이 그의 복안. 이 중 글로벌 사업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은 3조9000억원. 해외 매출액은 5399억원(13.8%)이었다. 올해는 매출 4조원으로 예측된다. 해외 매출은 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서 회장이 유명세를 탈수록 회자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의 형 서영배씨다. 서 회장은 잘 나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이름과 얼굴이 실릴 정도. 반면 서씨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외부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등 특별한 활동 없이 조용히 지내고 있다. 7세 터울인 형제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고 서성환 창업주는 부인 변금주씨와 사이에 2남4녀(영배-경배-송숙-혜숙-은숙-미숙)를 뒀다. 장남 서씨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을 나와 1982년부터, 차남 서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와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1987년부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03년 별세한 서 창업주는 생전 건설과 금속, 증권 등을 서씨에게, 화장품을 서 회장에게 물려줬다. 1990년대만 해도 역시 장남에게 굵직한 사업이 넘어갔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차남 서경배] 이건희·정몽구와 어깨 나란히
[장남 서영배] 물려받은 사업 다 팔고 건설만

둘의 운명은 외환위기 때 갈렸다. 서 회장은 꾸준히 한 우물만 파 지금의 결과를 냈다. 이와 달리 서씨는 IMF를 겪으면서 주요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태평양개발만 남았다. 현재 태평양개발 회장을 맡고 있는 서씨의 사업은 동생 서 회장이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1976년 설립된 건설업체 태평양개발은 경기도 용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서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개인회사다. 지난해 매출 1259억원에 영업이익 33억원, 순이익 53억원을 올렸다. 앞서 2012년엔 각각 1253억원, 63억원, 77억원을 기록했었다. 어려운 건설경기를 감안하면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은 675억원, 총자본은 458억원이다. 참고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총자산이 3조1339억원, 총자본은 2조5705억원이나 된다. 아모레G는 각각 1조6531억원, 1억6003억원에 이른다. 상장사인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23조5000억원에 달한다.
 

서씨는 태평양개발에서 배당을 받고 있다. 2000년 들어 거의 매년 20억∼4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2003년 20억원, 2004∼2008년 각각 40억원, 2009년 30억원, 2010년∼지난해 각각 40억원 등이다. 이 돈은 모두 서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부친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서 회장은 자신만의 경영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 성공했다"며 "반면 서씨는 변화와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더 이상 사세를 확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씨의 집이 서 회장에게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서 회장은 이태원동과 한남동에 자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한남동 집은 원래 서씨의 소유였다. 서 창업주가 1972년 매입해 2002년 서씨에게 증여했다. 서씨는 다시 2009년 아모레G에 매각했고, 서 회장은 2012년 아모레G로부터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서 회장의 한남동 단독주택은 83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비싼 순위로 따지면 9위 정도다. 실거래가는 이를 훨씬 웃돈다는 게 부동산 업자들의 전언이다. 서씨는 현재 이태원동에 거주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75억원이 넘는 저택이다. 이 집도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의 집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집도 동생 손에

서씨는 서 회장 덕에 짭짤한 용돈(?)도 챙긴 적이 있다. 방계회사인 태신인팩을 통해서다. 인쇄물 업체인 태신인팩은 90% 이상의 실적이 아모레퍼시픽과 계열사에서 나왔다. 매년 300억∼5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려온 태신인팩은 배당도 빼놓지 않았다. 2009년까지 태신인팩 지분(9.63%)이 있었던 서씨는 그때까지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받아갔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빵빵한' 아모레 형제의 처갓집

서영배·경배 형제는 모두 처갓집이 명문가다.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은 1983년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장녀인 혜성씨와 결혼했다. 혜성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하다가 서씨 집안의 맏며느리가 됐다. 이들 부부는 2남1녀를 두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1990년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막내딸인 윤경씨와 화촉을 밝혔다. 서 회장과 신 회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 서로 경영 자문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존경하는 인물로 부친과 함께 장인 신 회장을 꼽는다.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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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