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KB호 새선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지주-은행? 더 이상 형제끼리 전쟁은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신임회장 후보 중 가장 오래 KB에 몸담았던 경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온화한 리더십으로 내부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 꼽힌다. 앞으로 KB의 위상은 그의 손에 달려 있다. 글로벌 뱅크로 재도약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하영구 씨티은행장과 경합을 벌인 끝에 KB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지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명동KB본점에서 5차 회의를 열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등 4명의 2차 후보 중 윤 전 부사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첫 내부 출신
조직안정 기대
 
이날 면접 이후 실시된 회추위 1차 투표에서 윤 내정자가 5표,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4표를 얻어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최종 후보는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9명 중 3분의 2 이상 즉 최소 6표를 얻어야 한다. 이어진 2차 투표에서 회추위원 1명이 하 행장에서 윤 내정자로 돌아서면서 윤 내정자가 6표를 확보해 최종 회장 후보로 결정됐다.
 
윤 내정자가 차기 회장에 내정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KB금융그룹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내부 출신이 KB를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의 힘을 얻은 것이다.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회추위원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나왔다”며 “윤 전 부사장이 KB에서 오래 일했던 점, 여러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 전 부사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전형적인 덕장”이라며 “KB금융과 국민은행 간 생겼던 분쟁도 잘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도 윤 내정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최악을 피해서 다행이다. 다시는 외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부승계 프로그램과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 김정태 전 행장이 삼고초려로 영입한 유능한 인사다. 국민은행 부행장으로서 재무·전략·영업 등을 두루 경험해 능력을 검증받았다. 이미 KB내부에서는 뛰어난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다.
 
윤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3명이 성균관대 출신으로 채워진다. 금융권에 ‘성대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현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서울대 출신인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을 제외하고는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이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다. KB금융지주를 새롭게 이끌 윤 내정자는 다음 달 2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윤 내정자는 직원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KB금융 안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고 출신으로 특별한 배경 없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윤 내정자는 KB금융 차기회장 후보 가운데 내부경력이 가장 길다. 국민은행 및 KB금융 경력을 합치면 총 7년이다. KB금융 안에서 비교적 최근까지 재무와 전략 등 다양한 업무경험을 쌓으면서 전문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망도 높은 편이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직원들에게 시행한 국민은행장 선출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또한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통합 이후에 영입된 인물이라 두 세력이 일으키는 내부갈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과 KB금융에서 일하면서 양쪽 세력 모두에게 신망을 얻었다.
 
‘온화한 리더십’ 내부 신망 두터워

직원에 일일이 존대 ‘따뜻한 성품’
 
성 노조위원장은 “윤 전 부사장이 무너진 KB금융 직원들의 자존심 회복에 역점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성 위원장은 “KB금융은 현실적으로 갈등이 계속 일어나는 조직”이라며 “분쟁 해결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조직의 화합에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 노조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노조는 KB금융 직원들의 중요한 대표기구”라며 “서로 마음을 열고 공명정대하며 투명한 상호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 내정자는 KB금융사태로 크게 흔들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부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장 최종후보로 선출된 인터뷰에서 “KB금융 회장으로서 조직의 화합을 불러오고 결속을 이루겠다”며 “그동안 불편을 끼쳤던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조직안정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직원들을 추스르며 상호소통을 실천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여러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물이라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조직화합과 소통을 최우선과제로 삼은 것은 그의 장점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회장 2차 후보 선임 후인 지난 17일 인터뷰에서도 “KB금융 직원들이 불행하게도 최근 운영상의 문제로 불협화음에 휩쓸렸다”며 “리더가 중심을 잡고 공평무사한 인사를 하면 문제가 해소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구원투수 등판 
신뢰의 리더십
 
향후 공식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윤 내정자의 조직관리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 금융권에서는 윤 내정자의 회장·행장직 겸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윤 내정자가 행장직을 겸임하게 되면 과거 KB 내부에서 반복돼 온 경영진 간 갈등은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다만 11개 자회사를 거느린 KB금융그룹 규모를 감안하면 비효율적인 체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회장과 이사회가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추후 윤 내정자의 의사가 주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윤 내정자의 주도 아래 단행될 임직원 및 계열사 경영진의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윤 내정자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경영 현안으로는 LIG손보 인수건이 꼽힌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 이미 LIG그룹과는 인수 계약을 맺고 금융당국의 편입승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달 안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고 이달 안에 ‘KB손해보험’을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KB사태가 불거지면서 승인 심사가 보류됐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현재 KB금융의 경영 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며 “차기 회장 선임을 포함해 향후 KB의 경영 플랜과 안정화 조치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내정자에게 금융당국의 관계 개선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은 이번 LIG손보 인수를 통해 그간 은행에 의존해온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었다. LIG손보를 인수하면 20%(총자산 및 당기순이익 기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을 30%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
 

윤 내정자가 KB수장이 되면서 은행권에서 KB만 홀로 주가가 상승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기준금리인하와 공정위의 CD금리담합 관련 언급,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KB주가가 껑충 뛰어서 관심이 쏠린다.
 
지난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의 주가는 전일대비 600원(1.56%) 오른 3만9100원을 기록했다. 동종업계인 신한지주(-2.65%), 하나금융지주(-2.17%), 기업은행(-3.75%), 우리금융(-2.85%)이 이날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기존에 내부갈등으로 불안감이 커졌던 KB금융에 새로운 CEO가 내정되면서 내외부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윤 내정자는 KB 회추위가 최초 후보군을 9명을 선정하는 단계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초기에는 내로라하는 쟁쟁한 인물들 속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후보군이 4인으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관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후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윤 내정자는 KB금융 회추위가 밝힌대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광주상업고등학교를 다니던 18세인 1974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은행원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학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해 주경야독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야간으로 입학해 졸업한 뒤 서울대 경영학 석사 및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까지 받았다. 윤 내정자는 성균관대 금융인 모임인 ‘성금회’ 회원이기도 하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던 80년에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듬해인 81년에는 25회 행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학생운동 전력이 발목을 잡아 행정고시 최종 임용에서는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임용 탈락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는 소송 끝에 2008년 법원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행정고시 합격자를 임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윤 내정자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민간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다.
 
상고 나와 회장까지…입지전적 인물

분열된 조직 추스를 적임자로 평가 
 
1973년부터는 한국외환은행 본점과 지점에 근무하면서 외환·수출입·대부 등 은행 업무 전반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80년에는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In Charge Accountant(주임회계사) 등으로 삼성, LG그룹, 금융기관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와 세무,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리스회계와 세무처리기준 정립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주도했고, 다수의 여신전문회사 설립과 관련한 각종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85년에는 Coopers & Lybrand(PWC) 도쿄 교환근무를 통해 크레디트리요네, 바클레이즈, 일본해상화재보험 등 다수의 금융기관 사업을 수행, 국제 금융 및 파생상품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91년 삼일회계법인에서는 상무이사를 거쳐, 99년에는 부대표까지 진급했다. 금융서비스본부장, 일본계서비스본부장, M&A 등 IB업무에 대한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했고, 국민은행, 외환은행, 동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개발리스, BTMU 등 다수의 국내외 금융기관에 관한 책임파트너로서 회계감사 및 세무, 컨설팅을 지원했다.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점에는 은행경영평가위원과 증권회사 경영평가위원, 종금사경영평가 리스크 관리부분 실무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은행 및 증권, 종금업의 구조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회사 설립위원회위원과 선물거래소 설립발기인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IMF 이후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현 예금보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고 공적자금 투입 및 관리 의사결정에 관하게 되는데, 당시 쌍방울 등 회사를 매각하고 KAMCO 및 외환은행의 부실채권매각에서 재정능력을 보여줬다.
 
IB업무 전반에 관한 풍부한 지휘경험 역시 경쟁력이다. 윤 내정자는 과거 서울은행, 외환은행, 굿모닝증권 등 다수의 M&A와 관련한 실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동아건설 등 다수의 회사에 대한 워크아웃 등의 실무를 주도하며 기업구조정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윤 내정자는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던 2002년,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제의로 통합 국민은행경영진에 합류했다.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그를 데려온 뒤 직접 보도자료에 ‘상고출신 천재’라는 글귀를 넣을 정도로 기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풍부한 경험
탁월한 능력
 
이후 윤 내정자는 재무기획(CFO)과 전략기획(CSO)을 총괄하는 선임 부행장으로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KB국민은행의 합병 후 통합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또한 국민카드와 합병에 관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외에도 정부 지분 매입을 통해 국민은행의 민영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국내금융기관 최초의 하이브리드 원화채 발행 등을 주도했다.
 
 
<khlee@ilyosisa.co.kr>


[윤종규는?]
 
▲전남 나주 출생
▲광주상고 졸업
▲성균관대 경영학과 학사,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과 박사
▲외환은행 행원
▲행정고시 합격
▲삼일회계법인
▲국민은행 재무전략기획본부장(부행장)
▲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부행장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KB지주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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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