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단풍여행 ④경기 가평

75번 국도 따라 단풍의 바다에 풍덩

가평에는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해발 1468m)을 비롯해 명지산, 연인산, 유명산, 운악산 등 명산이 즐비하다. 산 정상에서부터 시작된 단풍의 물결은 국도변 들머리와 유원지, 마을 깊숙한 곳까지 뻗어 내려간다. 가평의 가을풍경이 더욱 장관인 까닭이다. 10월의 가평은 어디라 할 것 없이 단풍이 지천이지만 산이 많은 북면, 그중에서도 석룡산의 조무락골과 명지산이 으뜸이다. 가평 8경 중 하나인 ‘명지단풍’을 보려면 익근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계곡을 따라 명지폭포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좋다. 산을 오르지 않고 단풍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청평댐 부근에서 가평읍을 거쳐 연인산, 명지산, 조무락골 들머리, 그리고 강원도 화천군과의 경계인 도마치재까지 이어지는 75번 국도를 따라 구간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조무락골과 명지산…단풍 지천 명산 즐비
골짜기마다 풍성한 계곡과 크고 작은 폭포

가평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여행지다. 대성리, 청평, 자라섬, 아침고요수목원, 쁘띠프랑스 등 잘 알려진 관광지가 여럿이고, 유원지와 캠핑장, 펜션도 수두룩하다.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주말 산행지로도 각광받는다. 경기도 최고봉인 해발 1468m의 화악산을 비롯해 명지산, 연인산, 칼봉산, 호명산, 유명산, 운악산 등 높고 아름다운 산들이 즐비하고, 등산로도 한둘이 아니다.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지여서 산과 산이 만나는 골짜기마다 계곡이 풍성하고 크고 작은 폭포가 형성되어 산행의 재미도 남다르다. 산 정상에서 일제히 시작된 단풍의 물결이 국도변의 산 들머리와 유원지, 마을까지 내려앉는 가평의 가을 풍경은 그래서 더욱 장관이다. 10월의 가평은 어디라 할 것 없이 단풍이 지천이지만 특히 산이 많은 북면, 그중에서도 석룡산의 조무락골과 명지산이 첫손에 꼽힌다. 

조무락골은 북면 조무락골길의 석룡산(1147m)과 화악산 중봉(1423m) 사이를 흐르는 계곡이다. 산세가 빼어나 새들이 춤을 추며 즐겼다 해서 조무락(鳥舞樂)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새들이 재잘(조무락)거려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들머리는 삼팔교 용수목이다. 가평읍에서 75번 국도로 연인산, 명지산 입구를 지나 삼팔교까지 약 30km 거리이고, 가평터미널에서 용수동 종점행 버스도 다닌다. 차 한대가 다닐 만한 비포장길로 석룡천을 오른쪽에 끼고 30분쯤 걸으면 마지막 산장인 조무락 산장이 나온다. 이 구간엔 펜션과 음식점들이 몇 있어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로 왁자하지만, 행락인파가 적은 요즘은 제법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닭백숙과 촌두부, 막걸리 등을 파는 조무락 산장은 대개 하산길에 많이 찾는다.
산장을 지나면 수풀이 우거진 오붓한 산길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능선길과 계곡길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계곡길을 택해 조무락골을 거쳐 석룡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 1시간 30분~2시간 걸린다.

새들이 재잘재잘
춤추는 조무락골
 

조무락골은 청정계곡으로 이름났다. 깊은 산중을 길게 흘러내리는 넓은 물줄기와 푸른 이끼에 덮인 바위,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복호동폭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산장에서 30분가량 올라간 지점에 우렁차게 쏟아져 내리는 3단 폭포로, 호랑이가 엎드린 것 같은 모양이라서 복호동(伏虎洞)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폭포는 특히 여름철이면 20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석룡산 정상을 밟고 출발점으로 돌아오려면 족히 5시간은 잡아야 하나, 계곡과 단풍을 즐기는 데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산행을 즐기는 이들 중 더러는 석룡산 정상에 올라 도마치재 쪽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거꾸로 도마치재에서 시작해 석룡산, 조무락골을 거쳐 삼팔교로 하산하기도 한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경계인 도마치재는 조무락골 들머리인 삼팔교 용수목에서 75번 국도를 따라 계속 북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해발 1267m로 화악산에 이어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명지산은 낙엽활엽수가 많고, 길고 수량이 풍부한 계곡과 수려한 폭포를 품고 있어 가을철 단풍 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산세는 웅장하지만 길이 험하지 않아 초보자도 무리 없이 오를 만하다.


단풍의 물결 마을 깊숙한 곳까지 침투
마을까지 내려앉은 가평의 가을 풍경 장관

가평 8경의 하나로 꼽히는 명지단풍 탐방로는 75번 국도변 익근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명지산의 으뜸 경관인 명지폭포까지 가는 것이 목표. 탐방안내센터를 지나 승천사 옆길로 오르면 왼쪽에 익근리계곡이 따라붙는데, 넓은 바위 사이로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계곡이 명지폭포까지 계속 이어진다. 붉게 물든 숲길은 완만한 오르막이라 걷기에 편안하고, 숲 사이로 파고든 햇살에 눈이 부시다.
쉬엄쉬엄 한 시간가량 오르면 폭포로 내려가는 길을 표시한 이정표가 보인다. 나무계단으로 60m 내려가면 명지폭포가 멋진 모습을 드러낸다. 명주실 한 타래를 모두 풀어도 그 끝이 바닥에 닿지 않았을 정도로 깊다 해서 명지폭포라 불린다는데, 아닌 게 아니라 물빛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짙푸르고, 잠깐만 앉아 있어도 한기가 느껴진다.
산 입구에는 명지산생태전시관이 있어 자녀를 동반했다면 함께 둘러보며 자연학습의 기회로 가져볼 만하다.
산을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75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단풍을 만끽할 수도 있다. 청평댐 부근에서 가평읍을 거쳐 연인산, 명지산, 조무락골 들머리, 그리고 강원도 화천군과의 경계인 도마치재까지 이어지는 75번 국도는 구간에 따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녔다.
청평길은 푸른 호수와 어우러진 단풍길이 낭만적이고, 프랑스풍 테마 공원인 쁘띠프랑스를 지나 복장리와 산유리, 이화리 마을을 통과하는 길엔 정겹고 평화로운 시골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프랑스풍 테마공원
쁘띠프랑스 낭만

가평읍을 지나 북면으로 접어들면 불쑥 높은 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연인산과 명지산을 지나 왼쪽으로 가평천을 두고 달리는 길은 마치 강원도 깊은 산속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드라이브는 도마치재에서 마친다. 가평과 화천의 경계인 도마치재에는 작은 휴게소 겸 식당이 있고, 주차장 위쪽으로 난 산길로 들어가면 석룡산 정상을 거쳐 조무락골로 하산할 수 있다.
가평 먹을거리로는 특산물인 잣을 갈아 만든 국물에 역시 잣가루를 섞어 반죽한 면을 말아낸 고소한 잣국수, 그리고 메밀면에 매콤한 양념을 넣어 비벼먹는 막국수가 유명하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삼팔교 용수목→조무락골 탐방→75번 국도 드라이브
· 익근리 주차장→명지폭포→75번 국도 드라이브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익근리 주차장→명지폭포→75번 국도 드라이브
· 둘째 날 : 삼팔교 용수목→조무락골→석룡산 정상→삼팔교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가평군 문화관광 www.gptour.go.kr


문의 전화
· 가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31)580-2066
· 명지산군립공원 031)582-0103

대중교통 정보
전철>
7호선 상봉역에서 경춘선(평일 05:10~23:08)으로 갈아타 가평역에서 하차, 약 53분 소요.
기차> 용산역-가평역 : ITX 청춘열차 30분~1시간 간격 (06:00~22:00)운행, 약 55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가평 : 동서울터미널에서 15~40분 간격 하루 29회(06:35~22:05) 운행, 약 1시간 10분~2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가평시외버스터미널 031)582-2308

자가운전 정보
· 서울춘천고속도 화도 IC→목동삼거리→명지산 익근리 주차장→조무락골 입구(용수목 삼팔교 앞)

숙박 정보
· 연인산다목적캠핑장 : 경기 가평군 북면 백둔로, 070)4060-0828, http://gpyeonin.co.kr
· 연인산온천리조트 : 경기 가평군 북면 가화로, 031)581-8842, www.yeoninsanspring.kr
· 가둘기정원펜션 : 경기 가평군 북면 꽃넘이길, 031)581-2961, www.gadulgi.kr

식당 정보
· 송원막국수 : 막국수·제육, 경기 가평군 가평읍 가화로, 031)582-1408
· 명지쉼터가든 : 잣국수, 경기 가평군 북면 가화로, 031)582-9462
· 백둔리인천집 : 보리밥·두부전골, 경기 가평군 가평읍 석봉로, 031)581-5533

주변 볼거리
· 남이섬, 자라섬, 아침고요수목원, 제이드가든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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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