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10년> 단속 비웃는 ‘원정녀’ 실태 고발

오대양 육대주로…한국녀 떠난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2004년 9월23일, 홍등가는 요동쳤다. 정부가 ‘성매매특별법’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강요한 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전통적인 성매매 집창촌은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갈 곳을 잃은 성매매 여성들은 음지로 숨어들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일부는 해외로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여성의 수출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성매매특별법은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 참사로 인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성매매산업 해체 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진 것이 계기였다. 경찰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성매수자도 무조건 입건하는 등 집중 단속을 펼쳤다. 이로 인해 성매매산업이 급속히 위축되기도 했다. 실제로 주요 홍등가의 불빛이 점차 희미해져갔다. 성매매특별법의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홍등은 더 깊고 은밀한 곳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껍데기만 특별법
부작용 많았다
 
‘성매매방지법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의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부풀어 오른다는 ‘풍선효과’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양지에서 음지로, 국내에서 해외로 성매매의 영역이 깊어지면서 넓어지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공급만 고려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을 사려는 수요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원정 성매매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내 단속을 피해 해외로 나가 성매매를 하는 원정 성매매의 적발건수가 5년새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인천 남동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8건이었던 해외성매매 검거자가 2010년에 78명, 2011년 341명, 2012년 274명, 지난해 496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성매매알선자를 적발한 건수가 7배 가까이 늘었고, 성매수자인 남성의 적발보다 성매도자인 여성을 적발한 건수가 4배 이상 많았다. 박 의원은 “경찰에 따르면 해외성매매로 구속된 자의 대붑분은 성매매알선자인데, 이들의 구속률은 9%에서 5%로 절반 가까이 떨어져 ‘성매매알선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던 법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불편한 현실을 지적했다.
 
해외성매매 적발국은 일본이 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필리핀, 미국, 호주 순이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동남아 성매매관광과 관련해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적발된 건수가 미미한 것으로 볼 때 동남아 성매수자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국은 2009년 16건을 적발했지만 2010년 이후 전무하다. 베트남도 2009년 15건을 적발했지만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단 1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중국도 2009년 26건이었다가 2012년 2건, 2013년 5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호주, 일본 적발 건수는 증가추세였다.
 
성매매 범죄자의 여권발급제한조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55건에 불과했다. 올해의 경우도 8월 기준 19건에 불과하다. 해외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해외 성매매알선자와 성매수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과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는 미흡하다.

성매매 억제하니
음지로, 해외로…
 
원정 성매매가 급증하면서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악용해 현지 원정 성매매를 해 온 한국 여성들이 최근 몇 년 동안 강제추방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주한 일본 대사관이 만 26세 이상 한국 여성에 대한 자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26세 이상 한국여성들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 발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주한 일본대사관이 발표한 2014년 2분기 워킹홀리데이 비자 심사 합격자는 총 723명으로 지난해 2분기 합격자 146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분기 워킹홀리데이 합격자 수 역시 880명으로 작년 동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90%대였던 합격률은 올해부터 70% 초반으로 급락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여성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자격을 만 18∼25세로 제한하고 있지만 보통 만 30세까지도 비자를 발급해 왔었다. 일부 몰지각한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나 퇴폐업소들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한 일본대사관 측은 한국 여성의 위킹 홀리데이 심사 탈락 원인에 대해 “영사가 심사권한을 갖고 있기에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유학원 업계나 일본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원정 성매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일본 정부가 이들의 입국을 원천차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남성은 만 30세까지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
 
특별법 시행 2004년 이후…홍등가 풍선효과
집창촌 위축됐지만 변종들 음지로 숨어들어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여성 수천여명이 일본 각지로 원정 성매매를 떠났다가 당국의 단속으로 강제 추방된 사례가 많았다. 원정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목돈에 목적을 두고 자발적으로 일본으로 가 매춘을 한 여성들이 90% 이상이라고 알려진다. 대학생은 물론 평범한 직장인들도 원정에 뛰어든다고 한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한국에서 데리고 간 유흥업소 종사자 등 한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일본인들을 상대로 술을 팔고 성매매를 알선한 한국인 업주와 업소 마담, 성매매 여성 등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대구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일본에서 주점을 운영하면서 한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술을 팔고 성매매를 알선한 김모(48·여)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김모(43·여)씨 등 업소 종업원 2명과 허모(31)씨 등 성매매 여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 업소관계자 3명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허씨 등 한국인 여성 14명을 고용해 월 10여차례씩 일본인을 상대로 술을 팔며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성매매 여성들은 한국에서 유흥업소에 근무하던 중 김씨 등으로부터 면접까지 본 뒤 관광비자를 받고 일본으로 가 1회 2만엔(한화 약 22만원)의 화대를 받고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업소관계자들은 일본인과의 결혼 등을 통해 영주권을 가진 상태로 성매매 여성들은 비자가 만료되면 한국으로 일시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해 성매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정 성매매의 꼬리를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끊이지 않는
어둠의 거래
 
앞서 3월에는 모델 지망생들을 상대로 성관계를 맺고 해외 원정 성매매까지 시킨 모델 기획사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모델로 데뷔시켜 준다며 지망생들을 속이고 대출금과 성상납을 요구하고 원정 성매매를 시킨 기획사 대표 설모(39)씨와 영업이사 김모(25)씨를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획사 상담실장 윤모(29·여)씨 등 직원 6명과 성매수남 박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설씨는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린 뒤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모델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모델 지망생을 모집했다. 지망생들과 전속계약을 맺은 뒤에는 보증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도록 강요해 모두 1억9000여만 원을 챙겼다.
 

모델 지망생들은 설씨의 협박에 성상납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모델 지망생 4명에게 ‘싱가포르 클럽에서 파티 매니저 역할을 하면 한 달에 5000만원 이상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해외 원정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어설픈 단속과 솜방망이 처벌
신·변종업소에 손님 바글바글 
 
이러한 사건과 더불어 원정 성매매의 실태가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속칭 ‘19호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호라 불리는 미모의 한국 여성이 일본 성매매 원정을 떠나 일본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원정 성매매 존재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19호녀 동영상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남성들 사이에서 19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19호녀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갖은 설이 난무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19호>라는 장편소설이 나오기까지 했다. 소설 <19호>는 ‘원정녀 몰래카메라’라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음모를 숨기려는 집단과 진실을 파헤치려는 집단 간의 팽팽한 두뇌 싸움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소개돼 있다. 그만큼 원정 성매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원정 성매매가 일본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주, 캐나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에서 원정 성매매를 벌이는 한국 여성의 숫자가 최대 10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40만여 명에 이르는 중국 여성들의 원정 성매매와 함께 한국 여성들의 원전 성매매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실태를 ‘TIP(Traffick in Persons) Report’를 통해 보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의 인신 매매현황도 비교적 자세히 기록돼 있다. 최근 공개된 2014년 보고서에는 새롭게 추가되거나 강조된 부분이 있다.
 
특히 한국 여성의 해외 성매매를 상세히 다뤘다. 2013년 보고서에 명시된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두바이, 대만이 추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이 해외 성매매에 연루되는 경로는 인터넷 광고물이었고, 이들은 주로 관광, 취업, 학생 비자를 통해 해외 성매매에 유입됐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 몇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 ▲형사법 내의 ‘인신매매’의 법적 의미를 공식적으로 명확히 해 모든 종류의 인신매매를 불법화하고 인신매매 피해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 ▲인신매매에 정부관료들이 연관되었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연루된 관료들을 처벌할 것 ▲출입국 관리관들이 인신매매의 잠재적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출입국관련 규정을 표준화할 것 ▲판사들이 인신매매 범죄자들의 형량을 더 일관되게 판결할 것 ▲2000년도 UN 인신매매 의정서에 가입할 것 등이었다.

성매매 전쟁 실패
새로운 대안 요구
 
한국의 인신매매 처벌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건이 2013년에 수정된 형법 제 31조를 따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관대한 2004년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되고 있다는 점 ▲성적 인신매매 범죄자들의 형량이 대부분 2∼3년이지만, 다수가 집행유예를 받는다는 점 ▲출입국 관련 규정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고, 실제로 형량을 다 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이었다.
 
성매매특별법 10년을 되돌아보는 지금,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자발이냐 강제냐’는 잣대로 나뉜다. 그러나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자는 것이다. 올바른 인식과 제도개선이 뒷받침될 때 보다 의미 있는 성매매 담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매매업소 변천사
집창촌 지고 키스방 뜨고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창촌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신·변종업소는 더 늘어났다. 지난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신·변종업소에서의 성매매, 음란행위, 음란물 상영 판매 등으로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모두 4170건이었다. 이는 지난 2010년 2068건의 2배에 달한다. 또 지난해 4706건의 거의 90%에 육박해 올해 실적은 지난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키스방 단속 건수는 2010년 61건에서 지난해 584건으로 무려 857%나 급증했다. 변태마사지 단속 건수는 2010년 505건에서 지난해 1757건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이처럼 신·변종업소가 되레 늘어나는 데 대해 경찰은 단속 근거 자체가 부실했다고 말한다. 과거 경찰은 키스방과 호스트바, 룸카페 등은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로 처벌할 수 없어 다른 법률을 적용했다.
 
특별법 후 신·변종업소 확산
단속 사각지대서 여전히 성업
 
키스방의 경우 ‘음란한 행위가 이뤄지는 업무에 취업하게 할 목적으로 직업소개, 근로자 모집 또는 근로자 공급을 한 자’를 처벌하는 직업안정법을 적용했으며 룸카페는 PC방처럼 컴퓨터를 방에 설치한 것을 근거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업주를 단속해야 했다.
 
한편, 지난 2011년 9월 규제개혁위원회는 신·변종업소의 영업을 중단시키는 ‘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신·변종업소는 유흥·단란 주점 등 단속 가능한 풍속영업소로 규정돼 있지 않아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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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