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보고 살지 결정하세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인기 비결

일단 살아보고 나중에 분양 받을지를 결정하는 임대아파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르는 전셋값이 버겁긴 하지만, 당장 집을 사는 건 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를 조명한다.

 

목돈 모을 때까지…내집마련 징검다리 역할
일반 아파트 비해 청약 경쟁률 크게 웃돌아

 

최근 예비 입주자를 모집한 경기도 수원의 10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신청자가 폭주해 인터넷 접수가 한 때 중단됐다. 전용 85㎡의 경우 인근 아파트 전세 가격보다 1억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가 계속 오르는 데다 집값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해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같은 지역이라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일반 분양아파트를 크게 웃돈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에서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청약률은 4.5대 1, 경기도 시흥에서는 2.9대 1을 기록했다. 모두 일반 아파트 청약률보다 2배가량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도시공사가 지난 7월27일 청약접수를 받은 청량 율리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52가구 모집에 381명이 몰려 평균 7.32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화성 동탄2신도시, 시흥 목감지구, 부천 옥길지구, 의정부 민락2지구, 구리 갈매지구 등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LH의 임대아파트는 모두 2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신청자 폭주
접수 중단도


지난 4월 강원도 춘천에서 공급된 10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춘천 호반베르디움 에코’는 159가구 공급에 271명이 청약해 3순위에서만 최고 4.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세종시에서 분양된 ‘한양수자인 와이즈시티’(2170가구)는 순위 내 청약을 마치지 못했지만 4순위에만 4000여명 청약자가 몰렸다.
목돈을 모을 때까지 주거비를 아낄 수 있는 전셋집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내집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간 건설사 공급물량 중에는 월 임대료 없이 순수전세형으로 공급되는 물건도 있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는 5년 또는 10년 동안 임대로 살다가 기간 만료 후 임차인이 우선분양을 받을 수 있는 공급 형태로 임대로 살아보고 추후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고 임대기간 동안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도 없어 장기적으로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수요자들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임대아파트 중 5년 또는 10년의 임대 기간 동안 임차인이 월세나 전세로 살다가 기간이 만료된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단지를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라고 한다.
민간기업이 건설한 아파트는 최초 입주 후 임대기간의 절반, 5년 임대의 경우 2년6개월만 지나면 임대사업자가 임차인과 협의하에 분양이 가능하다. 현재 거주 중인 무주택 임차인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고 남는 물량에 한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하는 방식이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주택자들이 목돈을 들이지 않고 살 곳을 구해 종자돈을 모으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을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취득세, 재산세 등의 세부담과 금융비용 부담이 없다. 예를 들어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의 3억원짜리 전용 84㎡ 아파트를 살 경우 취득세로 매매가의 1.1%인 330만원, 재산세로 1년 40만7500원씩 5년간 207만7500원을 내야 한다. 금리 4%로 주택담보대출 1억3000만원을 끼고 샀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5년간 대출이자 26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이 모든 금액이 임차로 살 경우 절약되는 효과가 있다.
하반기에는 LH 외에 호반, 중흥, 우남, EG건설 등 민간 건설사들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를 잇달아 선보인다. 민간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달고 내놓는 단지가 늘면서 전용 67㎡형에 4베이를 적용하는 등 단지 품질도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민간 건설사가 임대아파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파트 용지를 조성원가의 70% 수준으로 싸게 살 수 있고, 국민주택기금에서 낮은 금리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약을 위해서는 청약통장이 있어야 하고 가구주 및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LH 등 공공기관에서 공급하는 단지는 여기에 소득조건 등이 추가된다.

 

“종자돈 모으는
기반으로 선택”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때 분양가는 보통 입주자와 시공사에서 각각 감정평가사를 구해 산술평균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5년 후 감정가로 분양전환한다는 것은 결국 5년 후 시세를 반영해 분양을 받는 셈이다. 감정가라는 것은 주변시세를 참조해 반영되는 만큼 계약자는 감정가로 나오는 분양가 대비 내부 인테리어, 커뮤니티 시설 등의 품질을 주변단지와 꼼꼼하게 따져서 계약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인기가 높은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임대 기간의 절반 이상만 거주하면 내 집으로 분양받을 수 있지만 분양 가격을 놓고 분양주체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해 발한 석미모닝파크 = 석미건설㈜은 강원도 동해시 발한동에 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 동해시 발한동 351-20번지 일대에 건립 중인 동해 ‘발한 석미모닝파크’는 지상 15층 5개동에 전용면적 40.33∼
84.81㎡ 규모 298가구로 구성된다.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5개 타입의 평면으로 구성됐고, 내진설계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합리적인 단지 설계로 채광 및 통풍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주방, 드레스룸, 발코니, 세탁실 등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주부들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동해시 쇄운동에 이어 공급되는 동해 발한 석미모닝파크는 동해시 중심도로인 7번국도와 인접해 있고, 망상IC와 가까워 동해고속도로 진출입이 쉽다. 동해중앙시장, 대형마트, 묵호건강증진센터, 시외버스터미널, 묵호역 등 생활편의시설이 가깝다. 도보 통학이 가능한 창호초교, 묵호초교, 묵호여중을 비롯해 인근에 동호초, 묵호중, 동해중, 동해상고 등 우수한 교육여건을 갖추고 있다.
민간건설 공공임대아파트로 공급되는 석미모닝파크는 준공시점을 기준으로 5년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입주는 2015년 8월 예정. 견본주택은 9월18일 오픈할 예정이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고 발코니새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석미모닝파크 분양 관계자는 “동해시 북부지역인 발한동에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민간건설 공공임대아파트로 공급되기 때문에 5년간 이사 걱정 없이 내 집처럼 거주할 수 있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임대기간 취득·재산세 등 세제 혜택
하반기 민간 건설사들도 잇달아 분양

 

추후 분양가로
갈등 빚을 수도

▲용인 역북 우남퍼스트빌 = 중견주택업체인 우남건설은 경기 용인시 역북동 용인시청 인근에서 ‘용인 역북 우남퍼스트빌’모델하우스를 열고 임대분양에 나선다. 역북지구와 인접한 이 단지는 914가구(전용 67∼84㎡) 규모다. 내 집처럼 거주하다가 임대기간의 절반(5년)이 지나면 분양 전환이 가능한 10년 임대아파트다.
용인경전철 김량장역이 현장에서 500m 안에 있고, 영동고속도로 용인IC, 국도 45번 등도 가깝다. 서울과 인근 동백, 기흥, 수원, 동탄, 분당 등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또 주변에 용인시청과 용인세브란스 병원, 용인초·중·고등학교가 있다.
임대아파트지만 평면을 차별화했다. 4베이(방·거실·방·방 전면향 배치)는 물론 가구독립 평면 등 분양아파트에 적용되는 설계로 임대 아파트 평면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적이 넓지 않은 전용 67㎡A타입의 경우 방 3칸과 거실이 전면으로 배치되는 4베이로 꾸몄다. 84㎡B 타입은 4베이와 3면이 개방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 일조권은 물론 채광과 환기를 좋게 했다.
우남퍼스트빌 분양 관계자는 “용인시청 인근에 분양 홍보관을 마련해 운영해 본 결과 퇴직자와 신혼부부 등 다양한 층에서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대단지 임대아파트인 데다 평면을 차별화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시흥시 배곧신도시는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중심으로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의 자족도시로 개발된다. EG건설은 배곧신도시 B3블록에 ‘시흥 배곧신도시 EGThe1’을 11월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 59㎡, 총 880가구 규모다.
중흥건설은 전남 순천 신대B2-1에서 ‘중흥S클래스’를 12월 분양 예정이다. 전용 59~84㎡ 1490가구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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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