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깔렸는데… 실수요자 반응은?

엇갈린 주택시장 전망

“부동산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이나 금융 규제 완화가 긍정적인 시그널(신호)을 보내면서 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갖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꿈틀대기 시작한 주택시장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진단을 내놨다. 7월 들어 거래량이 늘어난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주택 관련)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그래야 시장이 힘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 들어 부쩍 달라진 주택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부 긍정적 평가
정작 시장에선 “회복 쉽지 않다”지적

한 달여 전만 해도 올 하반기 약보합 수준의 흐름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단기적이나마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월 이후 풀이 죽었던 주택시장이 최근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을 일단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로 평가한다. 정부 대책의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심리적인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쓸 수 있는 카드
다 꺼내놨는데…



규제의 마지막 성역이나 다름없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푼 것이 주효했고, 정부가 위험수위의 가계부채 논란을 무릅쓰고 어떻게 해서든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규제 완화가 실질적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 최우선’이라는 포괄적 기조로 시장을 살리겠다고 메시지를 준 것에 대한 심리적 효과는 작지 않아 보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얹어진 것도 한몫했다. 새 경제팀의 부동산 활성화 의지가 LTV, DTI 등 금융규제 완화로 나타나고,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거래 활성화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남는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고, 이에 따라 일부 수요자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의 거래 복원력은 아직 크지 않고 여름 휴가철까지는 횡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정책 효과는 재건축 호가 상승, 매수 대기자들 매물문의 증가 정도로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언제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까.
LTV와 DTI 규제완화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무주택 세입자다. 비수기에 전세가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는 없는 만큼 여름 휴가철이 끝나면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월세 수요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데 투자자보단 실수요자가 얼마나 매수시장에 유입되느냐가 시장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 교체수요, 나아가 다주택자까지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푼 것으로 가을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겠지만, 만약 규제완화 관련 후속입법이 지연되면 내년 상반기에나 정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책 효과가 집값 상승 흐름을 대세로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흐름이 일시적이냐 아니냐는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재건축 활성화방안, 청약통장 및 공급규칙 개편 등이라도 스케줄대로 이뤄져야 올 가을 거래 증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가을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정책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면 시장이 더 활기를 보일 수 있지만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앞으로의 주택시장 흐름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놨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최근 시장 움직임이 ‘반짝’장세에 그치고 다시 위축으로 돌아서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회복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나왔는데도 경기회복이 더디면 주택 수요는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고, 정부가 멍석을 깔아 놨는데 실수요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주택시장 회복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 90%
“정책방향 찬성”


처음엔 시장 참여자들이 DTI와 LTV 규제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를 당연시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향후 집값 전망이나 구매력 등에 더 무게를 두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기 회복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주택시장 회복도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
올 가을 전월세 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이겠지만, 이 역시 매매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지역적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산층 상층부 전세 수요자들의 매매수요 전환이 많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저가 전세지역은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울 여력이 부족한 계층이 많아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클 수 있고 지역적으로 움직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전세시장은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공급물량 증가로 안정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강동, 서초 등지는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라 전월세시장 불안이 재현될 소지가 있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들이라면 지역별 수급상황을 미리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DTI·LTV 완화…국민 10명 중 6명 ‘찬’
절반 이상 “부동산 매매 더 활성화해야”


DTI·LTV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전국 공인중개사 10명 중 9명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기조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국 회원 중개업소 가운데 89.1%는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현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0.9%에 불과했다.
찬성 이유로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공인중개사들은 ‘투기가 우려된다’ ‘부자만을 위한 정책’ ‘정책이 자주 바뀌어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LTV·DTI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선 등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긍정적’41.0%, ‘다소 긍정적’35.4%등 긍정적인 평가가 76.4%로 많았다. ‘다소 부정적’7.0%, ‘매우 부정적’2.4% 등 부정적인 평가는 9.4%에 그쳤다. ‘보통’이라고 답한 경우는 14.1%였다.
‘LTV·DTI 규제 완화에 따른 부동산 거래는 현 수준에서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지금보다 소폭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69.6%로 가장 많았고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것’16.7%,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12.0% 순이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1.6%였다.
지난 1일부터 적용된 LTV·DTI 개선 방안 외에 ‘현재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부동산 관련 규제 중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재정비 활성화 방안 마련(재개발, 재건축 규제 개선)’이라는 답변이 35.8%로 가장 많았다. ‘주택공급규칙 전면 재검토(청약제도 개선 및 간소화)’는 22.3%,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은 21.8%,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는 20.2% 순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내각의 새 경제팀은 지난 7월24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 중 LTV·DTI 규제 완화는 지난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한국갤럽은 7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매매 활성화 정책 방향과 이번 7·24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작년 ‘8·28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발표 직후인 9월 3∼5일 실시한 조사 결과와 비교했다.
이 결과 현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 53%가 ‘더 활성화해야 한다’, 34%가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13%는 의견을 유보해 우리 국민 절반은 매매 활성화를 바랐다. 그러나 작년 조사에서 ‘활성화해야 한다’64%, ‘그럴 필요 없다’20%였던 것과 비교하면 활성화 주장이 11%p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의 약 60%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봤으나 20대와 40대는 약 50%가 ‘활성화’, 약 40%는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해 찬반 격차가 크지 않았다. 30대는 ‘활성화해야 한다’44%, ‘그럴 필요 없다’48%로 의견이 갈렸다.
최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60%가 찬성, 27%가 반대,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서는 연령, 지지정당, 생활수준, 집 소유 여부 등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대체로 찬성이 더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535명)의 75%가 찬성했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는 사람(349명) 중에서도 44%가 찬성했다.
LTV·DTI 완화로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도 모처럼 온기가 감돌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매수심리 자극에 나선 만큼 가격대가 높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이에 따른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짝하다 위축되면
더이상 희망 없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지난달 11일 이후 4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부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윤곽이 잡힌 데다 재건축 단지들의 매물 출시가 급속히 줄면서 가격이 점차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7월 첫째 주까지 마이너스 변동률(-0.02%)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책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단기간에 상승 반전된 셈이다.
특히 LTV와 DTI가 동시에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 1일 직전인 7월 마지막 주에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6억원 이하가 0.02% 상승한 데 반해 6억원 초과가 무려 0.09% 상승하며 고가 재건축이 전체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포주공의 경우 저가 매물은 이미 지난달 중순 모두 소진됐고 대출규제 완화 소식과 함께 매도 호가도 큰 폭으로 뛰어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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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①군 정보사는 왜 개입했나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①군 정보사는 왜 개입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포함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총 17번의 계엄령이 선포됐다.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 남발과 정부 예산 삭감 등이 이유였다. ‘충격요법’ 차원의 계엄령이라는 주장과 달리, 백병전에 특화된 북파공작대(HID) 요원을 투입한 것도 이례적이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됐을 경우 발령할 수 있다. 경비계엄은 그보다 낮은 수위로 경찰 등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을 때 선포할 수 있다. 사실상 실패한 계엄 이후 2차 계엄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국민 향한 특수부대 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등의 국가 위기 상황에 군사력을 동원해 공공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비상조치로 대한민국 헌법 제 77조에 규정돼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한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을 모두 갖게 된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도 제한되며 작전상 부득이한 경우라고 판단하면 국민 재산을 파괴하거나 소각하는 권리도 갖게 된다. 불법 계엄 사태 당시 국군방첩사령부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계엄군 핵심은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였다. 정보사 예하 HID 요원 일부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사조직인 ‘정보사령부 수사2단’에 동원된 것이다. 대북 공작에 특화된 ‘살인 병기’로 불리는 HID 요원들은 노 전 사령관 등 수뇌부의 정치적 일탈행위로 인해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꾸린 내란 사조직의 수장 노릇을 했다. 이렇게 조성된 ‘육사 카르텔’은 12·3 비상계엄 선포 석 달 전부터 진급을 미끼로 조직원 포섭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김 전 장관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수뇌부에 ‘노 전 사령관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들은 문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 지시가 곧 김 전 장관의 지시인 것으로 받아들여 계엄을 준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문 전 사령관과 정성욱·김봉규 정보사령부 대령에게 수사2단에 편성할 정보사 소속 요원을 선발하라고 상세히 지시했다. 김 대령은 2016년 노 전 사령관의 현역 시절 과장 신분으로 함께 근무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경 김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특수요원 중에 사격 잘하고, 폭파 잘하는 그런 인원 중에 한 7~8명을 나에게 추천 좀 해달라”고 했다. 당시 김 대령은 “특수 요원들이 전역하게 되면 대통령경호처, 국정원 특임 조직 등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도와주려고 하는 말인가 하고 생각했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이 문 전 사령관보다 먼저 김 대령에게 특수부대, 공작요원 등으로 인원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문 전 사령관은 김 대령에게 재차 ‘노 전 사령관이 말한 것을 잘 이행하라, 잘 도와라’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이 특수부대를 모집한 이유에 관해 김 대령은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하기에 필요하다고 노 전 사령관이 말했다’고 한다. ‘충격 요법’ 차원 출동? HID 요원 투입 ‘백병전 고수들’ 모아 선관위 장악 플랜 계엄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는 상황이었고, 이밖에 특수한 상황은 없었다. 문 전 사령관이 본격적으로 HID 인원 선발에 착수하라고 지시하자, 김 대령은 지난해 10월30일 모 주임원사에게 연락을 취해 ‘5명 정도 특수무술 잘하는 인원을 추천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대령은 특수부대 5명과 우회요원 10명을 포함한 총 15명의 선발 명단을 만들어 노 전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 이어 지난해 11월9일 오후 4시경 노 전 사령관과 김 대령, 문 전 사령관은 안산 상록수역서 만났다. 노 전 사령관이 특수요원 선발, 준비가 다 됐는지 확인하자, 문 전 사령관은 “오물풍선이 날아오는 대북 상황에 우리 정보사가 들어갈 필요가 있겠냐” 물었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이 ‘언론에 평상시에 나지 않는 특별한 보도가 날 거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특별한 보도는 부정선거 의혹이었다. 그러면서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중앙선관위로 가서 관련된 사람들을 잡아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이 이들에게 건넨 A4용지 10장 분량의 부정선거 관련 자료에는 선관위 부서와 직원 30여명을 체포하라는 지시와 함께 ‘계엄 선포 시 할 일’이라고 기재돼있었다고 한다. 자료에 계엄 선포 날짜는 없었으나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조만간 상황(계엄 선포)이 생길 것”이라며 “출장이나 장거리 출타를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 대령이 이해한 노 전 사령관의 지시는 계엄이 선포되면 선관위에 가서 부정선거 관련 잘못한 사람들을 잡아들여야 한다는 정도였다. 그는 ‘사실 처음 듣고는 황당했다. (노 전 사령관이) 대북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국내 정세로도 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아니니까. 그리고 부정선거를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계엄 시 ▲소집된 인원과 차량이 수방사에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수방사 시설 확인 인원을 제외한 전 인원은 계엄 후 6시30분까지 선관위로 가서 선관위 직원 명부를 파악하고, 부정선거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공간 확보 ▲선관위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곳에서 ‘부정선거 관련, 아는 사항이 있거나 선거 조작에 대해 아는 사항이 있으면 양심고백을 하라’는 내용의 문구를 올리고, 사령부 내에 일반전화 및 콜센터 설치 ▲선관위 방송실에 가서 선관위 내부 방송을 통해 계엄 상황을 고지하고, 계엄 상황이니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체포 등의 조치가 있음을 경고하라는 총 4개의 임무를 부여했다. 또 30여명의 선관위 직원은 정 대령 팀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속초 정보사 교관 A씨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판교에 있는 본부에 소집됐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씨는 문 전 사령관 등의 지시를 받고 판교에 HID 요원 5명을 투입했다. 진급에 목매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속초서 온 인원 중 3명이 김 대령 팀에 속해 있는데, 그 중 2명에 대해 김 대령은 ‘너희들은 내가 취조할 때 내 뒤에서 취조 대상자들이 나를 해하려고 하면, 나를 보호해라. 그리고 내가 취조할 때 상대방이 겁 먹을 수 있도록 옆에서 책상을 치거나 욕을 하거나 노려보는 등으로 취조 분위기를 조성해라’고도 했다”고 진술했다. 국방부 아래 가장 비밀스럽고 강력한 정보사가 한낱 민간인 지휘 아래 계엄에 투입된 웃지 못할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체포된 윤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처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면 HID가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상명하복이 원칙이니 HID 요원들도 따를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번 사태는 문 전 정보사령관의 투입 명령에 충분히 불복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국방부에 책잡힌 몇몇 사건의 영향도 있고, 문 사령관이 진급이라는 미끼를 물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는 가장 진급이 어려운 곳이다. 현재까지도 소장 직급인 정보사의 경우 사령관 직무 배제 및 전직 정보사 여단장 전출 등 각종 이슈로 인해 ‘원스타’ 계급장을 단 장군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사의 사령관은 소장이지만 지휘부는 군단 편제와 같다. 이유는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정보사령관의 계급을 소장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단, 기무사는 1년 뒤 중장으로 다시 사령관 계급을 올렸다. 실제로 HID 팀원들도 자신의 계급을 보안상 알 수 없으며, 사실상 최종 계급은 원스타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계획에 동참한 군 장성들의 진급을 도운 정황은 정 대령의 진술서도 나왔다. 지난해 12월1일 안산시 롯데리아서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김 대령의 회의 당시, 수차례 ‘내가 도와줄게’라며 정 대령에게 일을 시켰다. 실제로 정 대령은 “노상원의 군내 인맥이 아직도 대단한 것 같아서, 솔직히 진급 욕심이 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진술했다. 또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이 선포되면 정 대령과 김 대령이 팀을 나눠 중앙선관위 직원 30명을 체포해 중앙선관위 회의실 등에 가둔 뒤 이들을 수방사 B1벙커 내 수감시켜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처리하는 일은 노 전 사령관이 직접 처리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노 전 사령관의 지시로 12·3 계엄령 작전에 배치된 HID 요원들은 근접 전투 능력이 뛰어난 이들로 선발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날 HID 요원 5명은 서울 외곽인 판교에 배치됐고, 나머지 35명은 서울 시내 곳곳에 배치됐다. 사령관과 육군 카르텔 12·3 내란의 우두머리는 체포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전 장관은 계엄 이틀 전인 12월1일부터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에게 전화를 걸어 전체적으로 지시를 점검했다고 한다. 정보사가 국방부에 장악된 배경도 의아하다. 정보사는 애초 국방부가 아닌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의 지휘·통제를 받는 조직이다. 그러나 문 사령관은 “장관 지시의 보안 유지 차원서 본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식 지휘를 건너뛰고 국방부 장관과 직접 소통했다는 의미다. 계엄 수개월 전 정보사를 곤란하게 만든 두 사건 때문에 국방부가 틀어쥘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정보사 군무원이 블랙요원 수십명의 신상을 중국으로 유출한 사건과 정보사 수뇌부끼리 감정싸움이 벌어져 고소전으로 번진 사건이다. 김 전 장관은 두 사건을 핑계 삼아 정보사를 장악하려 했다. 같은 해 8월, 국방부 장관 부임 직후 정보사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한다고 예고하더니, 정보사를 국방부 직속 부서인 ‘국방정보실’로 옮기는 안을 검토했다. 다만 그해 10월 언론보도로 계획이 유출되자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이후 김 전 장관은 OB(퇴직자) 활용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경호차장 근무 경험이 있는 노 전 사령관을 연결고리로 활용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1일 노 전 사령관은 정모 대령 등에게 ‘진급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인맥을 과시하며 협조를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로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현역 군인들의 진급,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노 전 사령관은 입버릇처럼 김 대령에 ‘오늘도 용산에 다녀왔다’는 식으로 김 전 장관과의 인맥을 자랑했다. 특히, 진급 발표 시기에 노 전 사령관은 하루에 3~4번씩 김 대령 등에게 연락해 현역 장성들의 근황을 묻곤 했다고 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을 포함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서 계엄령은 총 17번 선포됐다. 이 중 비상계엄은 12번에 달한다. 헌정사상 첫 계엄령은 이승만정부 시절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발동됐다. 앞서 국군 제14연대가 이승만정부가 내린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여수·순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두 번째 계엄은 같은 해 11월 ‘4·3 사건’ 당시 제주지역에 선포됐다. 당시는 아직 계엄법이 제정되기 전이었으므로 일제강점기의 계엄법에 해당하는 ‘합위지경’을 적용했다. 정작 계엄법이 제정된 것은 1949년 11월24일이다. 김봉현과 한 배 탄 민간인 노상원 “까라면 까야지” 어이없는 수하들 이후 6·25 전쟁으로 인한 첫 전국 단위 계엄령이 선포된다. ‘4·19 혁명’ 당시에는 학생 시위를 막는 데 악용되기도 했다. 이는 다음 정부로 이어져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듬해 12월6일 이를 해제했다. 비상계엄 12일에 경비계엄 558일로 한국 역사상 지속 기간이 가장 길었던 계엄으로 기록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한일 협정에 반대하는 ‘6·3 항쟁’에 대응한다며 계엄령과 휴교령을 발령했다. 대통령 간선제를 골자로 하는 10월 유신, 부마항쟁 때도 계엄령을 발동했다. 마지막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시해된 다음 날 발령됐다. 이 계엄령은 1979년 ‘12·12 쿠데타’로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에 의해 1980년 5월17일을 기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부마항쟁으로 인해 1979년 10월18일 부산지역에 선포된 계엄령은 이후 계속 확대되면서 1981년 1월24일 해제될 때까지 456일 동안 유지됐다. 이에 저항하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전두환정권이 계엄군을 투입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 뒤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으나 계엄령을 검토한 증거도 남아있다. 1987년 1월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6·10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정권은 계엄령을 통한 무력 진압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적 저항과 더불어 미국의 계엄 조치가 적절치 않다고 압박하자, 전두환정권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수용했다. 이후 40년이 넘도록 대한민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적은 없었다. 다만,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계엄령 검토설이 불거졌다. 처음에는 낭설에 불과하다는 취급을 받았으나 실제 국군기무사령부(방첩사령부)의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으로 합동참모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던 것을 두고 해당 문건을 참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사령관은 군사 대비 태세 유지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 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며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고 적시했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통상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을 것으로 여겨졌다. 합참이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합참 조직에 계엄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이빨 빠진 살인 병기 군 내부엔 김명수 합참의장이 해군 출신으로 지상 병력인 계엄군 지휘에 한계가 있고, 김 전 장관이 같은 육군 출신인 박 총장과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여러 참모도 발표 직전까지 그 내용을 모를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안팎의 상황은 지난 12월3일 오후 9시를 넘으며 급변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애초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