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핫코너> ④‘박근혜-노무현 대리전’ 전남 순천·곡성

‘박의 남자’ 이정현 ‘노의 남자’ 서갑원 “누가 이길까?”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간 일합을 겨룬다. 전남 순천·곡성 7·30보궐선거판을 통해서다. 전형적인 대리전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새정치민주연합은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렸던 친노 핵심 서갑원 전 의원을 각각 공천했다.

이번 7·30재보선의 핫(Hot) 선거구 가운데 하나가 순천·곡성이다. 정치적으로 악연 관계였던 전·현직 대통령 간 대리인을 통해 사실상 표 대결을 벌이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박심(박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예산폭탄’을 약속한 반면 서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어젠다로 제시했다.

전·현직 대통령 대리전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였다. 전·현직 대통령은 사사건건 정면충돌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4대 개혁입법’ 처리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었다.

지난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점하자 노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개혁입법을 추진했고,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한나라당은 이를 국민불안을 가중시키는 국론분열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반대했다. 결국 4대 개혁입법은 여야 간 타협을 거치면서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했다.

또 참여정부 집권 3년차인 2005년 7월 노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자신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박 대통령에게 대연정 카드를 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지역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를 수용할 경우 국무총리 지명권에다가 내각도 내준다고 공개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보이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무현발(發) 대연정’은 별다른 진전없이 무산됐다.

전·현직 대통령 사사건건 정면충돌

노 전 대통령의 임기말인 2007년 1월 박 대통령은 “(노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원포인트 개헌 역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없던 얘기가 됐다.

이 후보와 서 후보에게는 각각 자신이 따랐던 대통령의 정치적 삶이 투영돼 있다.

먼저 이 후보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를 통해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등원해 본격적으로 ‘박근혜의 입’ 역할을 맡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의 당세가 미약한 광주서을에 출사표를 던져 39.7%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2년 12월 박 대통령이 두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쥐자 이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된 데 이어 홍보수석을 지냈다.

이 후보는 박 대통령의 두 차례에 걸친 대선 가도에 근접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박근혜의 복심’으로 각인됐다.

서 후보는 1990년대 초부터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그림자 보좌’를 하면서 동지적 관계를 맺었다. 특히 범친노진영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는 보좌관이었고, 200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땐 의전팀장을 맡았다. 참여정부에선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거쳐 정무1비서관을 역임했다.


그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순천에 출마해 첫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는 77.5%의 득표율을 올리며 재선에 성공, 친노 핵심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런 이 후보와 서 후보가 순천·곡성에서 금배지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되자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박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간 대결 구도로 판이 짜였다는 평을 내놓는다.

순천·곡성 선거판은 4파전이다. 이 후보와 서 후보가 2강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6·4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 전남지사 후보였던 이성수 후보가 같은 당 김선동 전 의원의 지역구를 되찾겠다며 출마했다. 무소속으로는 구희승 후보가 ‘민심 선거’를 앞세우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의원이 지난달 12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확정 판결을 받아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이-‘예산폭탄’ 서-‘정권심판’ 내세워

주목되는 것은 이, 서 후보가 상호 다른 잣대를 적용해 박 대통령을 선거판 위에 올려놨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순천만 정원 박람회장에서 출마 선언을 통해 “획기적으로 예산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순천·곡성에) 예산폭탄을 퍼부을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당선 시 이런 입지를 활용해 정부와 국회 등에서 예산을 대폭 끌어 올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 후보는 15일 순천시 왕지동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세월호 침몰 참사와 연결해 ‘박근혜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띄웠다. 그는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게 드러난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에게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심판을 통해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기 레임덕론이 나오는 박근혜 정권을 정조준 해 표심을 얻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두 후보의 발언을 보면 유권자들이 정권을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 모두 박 대통령을 주요 축으로 삼아 전략을 세운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을 대리해 나선 여야 후보가 나란히 주요 화두로 박 대통령을 거론한 점이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보인다. 결국 화두가 최고권력과 연결됐다는 점에서다. 물론 이 후보는 에둘러 표현했으나, 박심을 믿고 ‘예산폭탄’ 등의 공언을 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믿을 건 백그라운드?

친박 대 친노가 정면으로 맞붙은 순천·곡성 보궐선거는 의석 1석 만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기묘한 악연이었던 박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간 또 한 번의 대결이 기저에 분명히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후보는 친박계에서 손꼽히는 인사이고, 서 후보 역시 친노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두 후보 모두 전·현직 대통령의 직계이기도 하다”라며 “때문에 순천ㆍ곡성 승패가 적잖은 의미를 남길 것”이라고 했다.

‘박의 남자’ 이 후보 대 ‘노의 남자’ 서 후보가 어떤 대리전을 펼칠지 시선이 쏠린다.

 

<mkpeace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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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