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놀라는' 카페베네 급성장의 비밀

‘오버페이스’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커피업계 신화이자 청년들의 멘토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그가 청년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도전의식이 부족하다고. 도전은 기회와 함께 존재한다. 카페베네는 가맹점주의 절박함과 노동자들의 고달픔을 긁어모아 부를 축적했다. 김 대표의 도전은 질주 그 자체다. 그런 그의 질주가 요즘 한계치에 치닫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1위 사업자 카페베네가 ‘악덕기업’이라는 오명에 온갖 부정적인 이슈로 흔들리고 있다. 김 대표의 경영 능력은 도마 위에 올랐다.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노동력 착취 논란은 김 대표의 발목을 붙잡았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새롭게 진출한 프랜차이즈 사업은 줄줄이 실패했다. 최근에는 불공정한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베네’

카페베네의 별명은 여러 가지다. 소비자들은 카페베네를 ‘바퀴베네’ ‘달면 삼키고 쓰면 베네’라고 부른다. 커피업계 점주 및 직원들 사이에서는 ‘등골빼네’로 통한다. 모두 좋은 별명은 아니다. 맛없는 커피를 팔면서 커피가 아닌 기형적인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는 카페베네를 비웃는 말이다. 특히 카페베네의 ‘갑질’ 행태는 업계에서 지독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카페베네가 가맹점주들에게 판촉비용을 떠넘기며 ‘갑의 횡포’를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카페베네 음료를 구입할 때 통신업체 제휴카드인 올레KT를 내밀면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런데 공정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계역서상 내용과 달리 할인 비용의 절반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겼다. 또한 가맹점주들에게 인테리어 공사 시 특정업체와 계약하도록 강요했다는 정황도 적발됐다.

계약서는 카페베네가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매장 인테리어 비용은 3.3㎡당 250만원이다. 반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업체들의 3.3㎡당 인테리어 비용이 200만원으로 전해진다. 다른 업체에 비해 카페베네 인테리어 비용은 27% 정도 비싼 셈이다. 카페베네의 상징인 ‘대형시계’ 하나당 가격이 1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조만간 카페베네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카페베네에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며 “회의를 통해 제재 수위를 논의할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가 완료 되지 않은 상태라 현재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가맹점주에게 할인 부담을 떠넘겼다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 할인 비용 중 50%는 통신사가, 50%는 점주가 부담한다는 것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사안”이라며 “할인은 가맹점주의 동의를 얻고 진행되는 것으로, 이를 거부한 가맹점은 할인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할인 부담을 거부한 곳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할인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연예인 아끼고
알바비 아끼기

김 대표는 스타마케팅을 발판으로 카페베네를 빠르게 키웠다. 공격적인 확장전략과 스타마케팅은 카페베네를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우뚝 올라서게 만들었다.

카페베네는 2009년 커피업계 최초로 연예인을 내세운 방송광고를 내보냈다. 효과는 좋았다. 론칭한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아 전국에 1000여개의 가맹점을 개설한 국내 최대의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됐다. 2008년 3호점을 열고, 2009년 120호점, 2010년 446호점, 2011년 500호점, 2012년 810호점, 지난해에는 1000호점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스타마케팅에 거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인모델 한예슬과의 인연도 깊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톱스타 한예슬을 모델로 기용했다. 2009년은 한예슬이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이후 몸값이 한창 치솟던 때였다. 올해로 한예슬과의 인연은 6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김 대표는 카페베네 모델로 한예슬과 3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한예슬에게 2012년 개점한 미국 LA지점을 넘겨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걸그룹 크레용팝을 모델로 발탁했다.


스타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드라마 및 영화 제작지원 홍보에도 매달렸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드라마 <대물>, <시크릿가든>, <옥탑방 왕세자>, <넝쿨째 굴러온 당신>, <최고다 이순신> <돈의 화신> 등 방송 프로그램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악덕기업’ 오명에 부정적 이슈들 가득
젊은 대표의 한계?…경영 능력 도마위

이처럼 스타마케팅에는 거금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르바이트 근로자와 가맹점주, 직원들에게는 인색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카페베네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은 98.3%에 달했다. 당시 카페베네는 점검 대상 56개 곳 중 55개 지점이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최저임금 위반 42건, 임금 정기 미지급 23건, 성희롱예방교육 미시행 32건, 근로계약서 미작성 45건 등 총 245건이었다.
 

2011년 청년유니온은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이사를 임금체불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카페베네에서 일하던 조합원 중 한명은 주 40시간 이상을 일하고도 법적으로 보장된 주휴수당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사업자는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알바생이 1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당시 청년유니온 조사 결과 카페베네 주휴수당 예상체불 금액은 60억원이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카페베네는 부랴부랴 직영점 알바생들에게 체불된 주휴수당 등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가맹점에도 해당안을 권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알바연대가 카페베네 60곳을 조사한 결과 여전히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지점은 87%에 달했다. 수십억 원은 드라마 제작 및 스타 모델 섭외에 투자하면서 알바비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카페베네는 동반성장을 이유로 직영점에서 일하던 100여명의 직원을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시켰다. 임직원 월급은 30%나 깎았다. 이런 상황에 김 대표는 지난1월 <조선일보>에 ‘청년들이여. 도전하라’는 글을 기고했다가 청년들에게 “너나 잘하라”라는 몰매를 맞았다.

내실 없는
덩치 키우기

그렇게 카페베네는 가맹점주와 알바생들을 철저하게 부리면서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김 대표가 야심차게 진출한 사업은 줄줄이 철수했다.

2011년 김 대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를 시작으로 2012년 베이커리 전문점 마인츠돔을 인수했다. 이어 세 번째 브랜드 드러그 스토어 ‘디셈버24’를 여는 등 계속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의 출점 규제로 카페베네는 블랙스미스 마인츠돔을 잇따라 철수 하기로 했다. ‘디셈버24’ 사업은 시작한지 5개월만에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는 지난2월 블랙스미스와 마인츠돔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의 지분 50%를 마인츠돔 창업자 홍종흔 대표에게 매각했다. 법인의 지분을 매각해 사실상 해당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페베네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카페베네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
노동 착취 논란 발목
스타 마케팅엔 ‘펑펑’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카페베네의 매출액은 348억원으로 전년 419억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연매출만 봐도 2012년 2207억원의 매출에서 2013년 1873억원으로 15.1%나 하락했다.
 

영업이익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억5000만원이다. 2012년 66억3400만원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해 19억6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665%에 달했다. 이렇게 되면서 2012년부터 준비해왔던 기업공개(IPO)와 증시 상장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결국 김 대표는 사업 확장 중지를 선언했다. 청담동에 있던 옛 사옥도 광고대행사에 매각했다. 카페베네는 본사 사옥을 40억원에 팔아 넘겼다. 2005년 신축된 이 건물은 2011년 4월 카페베네가 매입해 사옥으로 사용해왔던 건물이다.

청담동 경기고 사거리에 위치한 본사 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앤드리스백'은 기업이 현금 유동력을 늘리거나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많이 쓰는 방식이다. 그만큼 현금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당분간 커피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연예인을 내세워 눈길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카페베네 커피 맛은 여전히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인점 장사에 혈안 ‘바퀴베네’
가맹점주·알바생들 ‘등골빼네’

상황이 이런데도 김 대표의 카페베네 덩치 키우기 집착은 끝이 없어 보인다. 김 대표의 야심은 아직도 멈추지 못했다.

2020년까지 전 세계에 1만개 매장을 오픈해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다.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17일 카페베네 양주공장 준공식에서 “2017년까지 전 세계 40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각 진출국가별 매장과 제조품 등에 들어가는 원두를 전량 양주 글로벌 플랜트에서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제 커피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카페베네에 대한 국내의 평가가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김선권 대표가 커피에 일가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보니 커피 맛이 좋을 수가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메인메뉴인 커피는 외면 받고 엉뚱하게도 팥빙수나 케이크같은 서브메뉴만 팔려나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맛이 아닌 곁가지로 승부를 보는 업체는 한계가 있다는 부연이다.

대표님의 욕심
도대체 어디까지?

이 관계자는 “오히려 국내에서는 운 좋게도 맛이 아닌 스타마케팅과 유럽풍 인테리어가 지금까지 통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맛을 중시하는 커피 전문점이 많은 해외에서 카페베네가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커피전문가가 아닌 오로지 경영자의 시각으로 커피숍을 이끌어가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매장 내에 있는 책꽂이가 손이 닿기 어려운 높은 곳에 위치해있고, 책 종류도 김 대표의 자서전을 비롯해 대부분 자기계발서로 비치돼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실속 없이 겉모습에 치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맛 보다는 스타마케팅과 가맹점포 수에 의지하는 수익구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의 무모한 마케팅은 초창기 인지도를 높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카페베네를 위기로 몰았다. 맛의 성장 없이 마케팅에만 매달려온 카페베네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김 대표가 어떤 자구책을 마련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카페베네 대표 김선권은 누구?

국내 커피시장 1위 업체 카페베네의 창업자 김선권 대표는 처음부터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카페베네를 창업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만큼 김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커피업종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뜻밖의 경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8세 취업을 할 나이에 김 대표는 일본에 갔다가 게임기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1998년 온갖 악재 속에서도 3년 만에 400여개의 가맹점을 세웠다. 하지만 개설 수익 외에 운영 수익이 발생하지 않자 외식사업에 도전했다.

2000년 삼겹살 전문점, 2004년 감자탕 전문점 행복추풍령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프랜차이즈 미다스의 손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갔다가 보게 된 커피전문점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아이템으로 다가왔다. 이후 그는 커피사업을 본격적으로 계획한다. 2007년 그가 커피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은 김 대표를 말렸다. 주변인의 만류에도 김 대표는 2008년 커피사업을 시작했고, 우려와 달리 카페베네를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너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탓일까. 요즘 김 대표의 카페베네는 난항을 겪고 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착취, 가맹점에 대한 갑의 횡포 논란에 이어 실적악화까지 겹쳐 온갖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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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