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 패장’ 서청원 진퇴양난 속사정

2등은 없다!…그러니 화합도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최고 실세로 꼽히는 서 최고위원은 7·14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에 밀려 2등에 그쳤다. 일각에선 그와 친박계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을 내놓는다. 서 최고위원과 친박계의 정치적 명암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친박 좌장’으로 불린다. 7·14전대 전까지 집권세력인 친박계는 물론이고, 여권 내 ‘거중조정자’의 역할을 해왔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런 그가 전대에서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대표에게 큰 표 차로 완패를 당했다. 집권세력이 심대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서 최고위원과 집권세력은 사실상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친박 완패
집권세력 흔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 당권을 놓고 치열한 레이스를 벌인 끝에 지난 14일 ‘김무성호(號)’가 출범했다.

접전을 예상하는 관측이 적잖았으나, 1만4413표나 차이가 났다. 김 대표가 5만2706표를 획득한 반면, 서 최고위원은 3만8293표에 머물렀다. 비박계가 완승을 거두며 당의 헤게모니를 거머쥔 것이다.

통상 집권세력의 힘이 탄력을 받는 시점인 대통령 취임 2년차에 열린 전대였던 점을 보면 서 최고위원이 완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10월 화성갑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뒤 여권 내 사령탑으로 위치를 공고히 해왔던 그의 위상을 볼 때 참담한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당심 ‘비박 수장’ 김무성 선택 의미는?
집권세력 친박계 심대한 타격에 ‘패닉’ 


친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서 최고의 출마가 판단미스였다는 게 드러난 전대였다”며 “서 최고도, 친박계도 잃은 것만 가득한 전대가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서 최고위원이 전대 출마를 하지 않고 당권주자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사격하는 포지션을 취했다면 전대 이후에도 변함없이 최고 실세의 위치에서 집권세력을 이끌며 국정을 핸들링 했을 것이란 소리로 들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의 당권 도전 실패 선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친박계는 물론이고,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패배로까지 연결된 전대였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과 서 최고위원을 구심점으로 하는 친박계가 정치적 공동운명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정권하에서 서 최고위원은 명실공히 친박계의 대표주자이고, 박 대통령과는 정치적으로 막역한 관계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서 최고위원 대 김 대표 간 대결이 아니라 박 대통령 대 김 대표 간 ‘파워게임’으로 전대 레이스를 바라봤을 정도다. 대리전이었다는 얘기다.

김무성, 서청원 아닌
박근혜 눌렀다

서 최고위원의 패배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작게는 그가 정치적 쇠락기를 맞은 것이고, 크게 볼 땐 집권세력 내 유·무형의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읽힌다.

서 최고위원은 뼛속까지 골수 친박이다. 단적인 실례로 MB정권하에서 치러졌던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의원들이 대거 낙천하자 친박연대를 창당한 것이 꼽힌다. 친박연대는 돌풍을 일으키며 14석이란 적잖은 의석을 획득했다.

총선 이후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헌금’ 문제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는 화성갑 보궐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컴백했고, 5월말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맡을 수도 있었으나, 이를 택하지 않고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역설하며 전대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서 최고위원은 전대에서 2등이란 빛바랜 성적표를 받았다. 민심과 당원ㆍ대의원들이 외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 최고위원이 2보 후퇴를 명받았다는 평을 내놓는다.


향후 서 최고위원의 운신의 폭이 좁아 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로 전망된다. 전대 전까지 보여줬던 ‘힘’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면으로는 친박계가 MB정권 말기인 2012년부터 잡았던 당권을 비박계에 뺏겨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점이다. 친박계는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치러졌던 5ㆍ15전대에서 황우여 의원을 대표로 만들고 당을 장악했다. 당을 완벽한 친박 체제로 전환한 뒤 대선에 임했던 것이다. 당권을 잡은 데다 그해 대선까지 승리한 친박계는 완벽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고개 든 박근혜 조기 레임덕론
‘노장’ 서청원 위기 돌파카드 뽑을까 

이랬던 친박계가 ‘좌장’ 서 최고위원을 당권 후보로 앞세운 전대에서 표 대결을 통해 무너진 것이다. 정치판의 속성상 앞으로 친박계의 분화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 보인다. 김 대표가 2016년 20대 총선 공천권을 손에 쥐는 등 권력의 한 축을 확실히 잡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친박계의 분화가 이뤄질 시 집권자인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로 전망된다. 실제 벌써부터 조기 레임덕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 한때 ‘친이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은 전대이후 처음으로 열린 1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후보자를 둘러싼 인사 논란과 관련, 청와대를 겨냥해 “권력의 오만이 결정적으로 나타나는 게 인사”라며 “청와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당 지도부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친박 비주류 전락
집권세력 친박 분화

향후 여권 내 큰 파장의 산물을 내놓은 서 최고위원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전대 이후 서 최고위원이 과로에 따른 입원 치료를 이유로 신임 최고위원단의 공식 일정에 모두 불참하면서 최고위원직 사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전대가 끝난 뒤 친박계 일각에서도 서 최고위원이 사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서 최고위원은 이미 2002년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며 “프라이드가 강한 서 최고위원이 후배인 김 대표 밑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의 사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러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전대 선거운동 기간에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심지어 전대 당일 연설 중 단상에서 내려가 김 대표에게 다가간 뒤 “화합”하자며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또 김 대표가 15일 밤늦게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서 최고위원은 “몸 상태가 좋아지면 당무에 복귀하겠다”며 “김 대표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김 대표가 하는 일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최고위원이 당무에 복귀해 자신을 둘러싼 여권 내 역학구도 등의 변화 추이를 살펴 볼 것으로 보인다. 즉 일단 관망을 하며 대응책을 세울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서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남아 있기를 바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대에서 ‘위기에 강한 당 대표 서청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서 최고위원이 복귀 뒤 위기를 타개할 카드를 뽑을 수 있을지 지켜 볼 대목이다.

서청원 사퇴?
마땅한 명분 없어

7·14전대는 집권세력의 대패로 막을 내렸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2년도 안 돼 치러진 전대에서 무참히 깨진 것이다.

‘원조친박’으로 불리는 송광호 의원은 17일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향후 친박계의 진로’를 묻는 질문에 “(서 최고위원이 당권 도전에 실패한 만큼) 아무래도 친박계의 결속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김 대표가 1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과 비박은 없다’고 선언도 했고…. 친박계에서 일단 관망의 자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김 대표도, 서 최고위원도 전대에서 화합을 강조했다. 이제 계파 구분 없이 당이 화합을 이뤄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권 내 ‘김무성발(發) 지각변동’이 시작된 가운데 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 친박계의 미래에 시선이 쏠린다.

 

<mkpeace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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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