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지금껏 많은 문학 작품에서 다뤄왔던 주제이다. 가장 편하다는 이유로 끝없이 상처주기도 하고 그만큼 의지하는 관계, 엄마와 딸. 이 작품에 나오는 엄마 바바라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혼과 재혼을 통해 딸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죽고 난 후 편지로 셋째 아만다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 딸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한다. 엄마라는 존재가 성인(聖人)이 아니라 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엄마는 일기 형식의 편지를 통해 불완전했던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딸들에게 보여준다. 완벽한 엄마의 조언이 아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삶을 살아왔던 엄마의 이야기가 딸들에게, 독자들에게 더욱 더 가슴 깊이 다가오는 것이 이 작품의 큰 매력이다.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딸들의 인생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첫째 딸 리사는 30대 중반의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지나치게 독립적인 성격을 가졌다. 현재 만나고 있는 이혼남 앤디와의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 결혼 8년 차인 둘째 딸 제니퍼는 완벽주의자로 자신의 결혼생활이 완벽하지 못한 것이 늘 고민이다. 셋째 딸 아만다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자유주의자로 늘 현실을 도피하며 살아왔다. 엄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혼란을 겪는다. 막내 한나는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이제 막 열여섯이 된 사춘기 소녀로, 엄마의 죽음 이후 이성에 눈 뜨게 되는 과정이 풋풋하게 그려진다.
작품은 엄마의 장례식을 시작으로 딸들이 엄마의 죽음을 극복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는 1년간의 모습을 네 딸의 시각과 엄마의 편지까지, 5개의 시점으로 빠르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고전인 <작은 아씨들>같은 설정으로 훈훈한 감동을 주는 동시에, 우먼 픽션계의 여왕이라는 작가의 명성답게 <색스앤더시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트랜디하고 톡톡 튀는 구성으로 네 딸의 다른 삶과 사랑 이야기를 선사해 독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함께 안겨준다. 세련된 문장과 치밀한 구성력, 꼼꼼한 디테일과 딸들의 심리 묘사가 젊은 세대의 감성과 취향과 맞물려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어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작가는 마지막 엄마의 편지를 통해 세상 모든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 책을 읽고 가족의 소중함, 인생의 진지함, 사랑의 달콤함을 함께 느끼며 엄마나 딸에게 편지 쓰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인 엘리자베스 노블은
영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우먼 픽션 작가인 엘리자베스 노블은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후 영국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작가로 활동하게 됐다. 2002년 처음 발표한 <리딩 그룹>은 50만 부가 넘게 팔리며 화제를 모았고, 이어 <우정 테스트> , <알파벳 주말> 등의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여성들의 일상과 삶을 리얼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노블의 소설은 세대를 초월해 널리 사랑을 받으며 출간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고 있다. 2008년 4월에 출간된 <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나오자마자 <뉴욕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독자들은 죽음을 앞둔 엄마가 사랑하는 네 딸에게 쓰는 진솔한 편지를 통해 묵직한 감동을, 네 딸의 일상과 심리를 통해 트랜디한 유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노블 저/램덤하우스코리아 펴냄/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