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사 들어간> 김지훈 일병 사망 '사건의 재구성'

600만원 주고 억울한 죽음 덮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군 복무 중 사망한 김지훈 일병. 상관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중요한 이유로 지목됐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군은 순직처리를 약속했다. 유족들은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군은 1년도 못가 약속을 뒤집었다. 유족에게 일반사망을 통보하면서 보상금 600만원을 와서 받아가라고 했다. 김 일병을 괴롭힌 가해자는 징계 없이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사고 책임자는 진급 후 공군본부 요직으로 영전했다. 심지어 그들은 김 일병을 가리켜 정신병자라고 했다.

지난달 21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 한 장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제갈국현군이 써 붙인 대자보였다. 대자보에서 제갈군은 학교 후배인 김지훈 일병의 사망소식을 알렸다. 김 일병은 지난해 2월 입대한 뒤 5개월 만에 공군 생활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거부된 순직처리

2013년 7월1일 제갈군은 김 일병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빈소로 달려갔다. 제갈군은 김 일병의 영정사진을 마주한 뒤 오열했다고 했다. 생전 김 일병이 제갈군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형 군대 와요. 컴퓨터도 쓸 수 있어요. 좋은 곳이에요"였다.

입대 전 김 일병은 서울 한 식당에서 "잘 다녀오겠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김 일병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독 어른스러웠다고 했다. 그랬던 김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평소 나약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주변에서 느끼는 충격은 더 컸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일까.

김 일병은 입대 후 공군훈련소를 거쳐 서울공항(경기도 성남 소재)에 있는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비행단)으로 근무지를 배정받았다. 비행단 본부단장실 부관병으로 복무 중이던 김 일병은 2013년 7월1일 6장 분량의 메모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김 일병은 사망하기 전날인 6월30일 오후 9시께부터 약 1시간가량 완전군장(20∼30kg)을 메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 김 일병에게 얼차려를 준 간부는 당시 비행단 소속이었던 한모 중위로 확인된다.

한 중위는 김 일병의 직속상관이다. 그러나 국방부 내부 규정상 한 중위는 임의로 부하에게 얼차려를 줄 수 있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 중위는 김 일병과 그의 선임들을 야간에 집합시킨 뒤 연병장 10바퀴를 돌게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거짓말을 했다"였다. 그렇다면 김 일병이 어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일까.

같은 날 정오 무렵부터 오후 3시까지 김 일병은 부대로 찾아온 자신의 부모와 면회했다. 당시 면회장에 있던 김 일병은 같은 장소에 있던 선임을 보지 못했다.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 일병의 선임은 “‘김 일병을 봤다”고 했다. 한 중위는 이를 트집 잡았다.

김 일병은 얼차려를 받으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 일병의 선임도 "부모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나를 보지 못했을 거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중위는 "거짓말을 한다"며 김 일병을 쏘아붙였다.

김 일병은 끝내 "거짓말 했다"고 하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4시 김 일병은 비행단 내 생활관 계단 한켠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일병 사망사건을 조사한 헌병대는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이 없으므로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김 일병이 목숨을 끊게 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사망 전날 받은 얼차려도 거짓말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중위는 '대통령 의전 실패'의 책임을 병사들에게 돌렸다. 김 일병의 유족은 "간부인 한 중위가 김 일병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일병은 죽기 전 마지막 업무를 받았다. 비행단 단장인 허모 준장이 입을 정복에 단추를 다는 일이었다. 허 준장이 총책임자로 있던 서울공항에는 때때로 대통령 전용기가 이착륙했다. 공교롭게도 6월30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귀국하는 날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15분께 서울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조금 이른 시각이었다.


복무 중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
가혹행위 가해자 징계 없이 전출

문제는 허 준장이 대통령 영접행사에 지각하면서 생겼다. 허 준장의 부관인 한 중위는 정복 단추를 꿰매느라 VIP(대통령)의 변경된 도착 예정시간을 알리는 휴대전화를 받지 못했다. 당연히 허 준장도 대통령의 바뀐 일정을 보고받지 못했다. 한 중위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중위는 "정복 준비가 미비해서 생긴 일"이라며 김 일병을 질책했다. 모든 책임의 화살을 김 일병에 돌린 것이다.

앞서 김 일병은 본부단장실로 차출되기 전 보급대대에서 손꼽히는 병사였다. 허 준장은 이런 김 일병을 본인이 직접 선발했다. 김 일병은 부관실 배속 후 이뤄진 암기력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직속상관인 한 중위는 김 일병을 길들이기 위해 군대말로 매일 갈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야단치며 '네가 문제'라는 식으로 힐난했다. 수많은 지휘관의 계급과 성명을 시간도 안주고 외우라고 했다. 사고 발생 8일 전에는 출근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 구보를 시켰다. 김 일병은 한 중위가 자신을 소집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한 중위는 집요하게 '군기'를 따져 물었다.

김 일병이 죽기 5일 전 한 중위는 김 일병의 건강 상태를 허 준장에게 보고했다. 김 일병은 "업무 중 생각이 나지 않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증상이 있다"며 국군수도병원에 외진을 요청했다. 외진 예정일은 7월3일이었다. 그러나 외진 당일 김 일병은 세상에 없었다.

지난해 허 준장은 장례식장에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도 약속했다. 실제로 그해 비행단은 "사망자가 가혹행위에 준하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공군본부에 순직 처리를 요청했다. 김 일병의 유족들은 상급자가 한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군은 유족의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다. 공군본부는 올 1월 김 일병의 죽음을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로 결론지으며 '일반사망'을 통보했다. 보상금 600만원도 와서 받아가라 했다. 군은 김 일병이 입대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를 현역으로 입대시킨 뒤 부관병으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허울뿐인 약속

허 준장은 올 초 공군본부 감찰실장으로 영전했다. 계급도 소장으로 높아졌다. 최근 청와대로부터 해당 사건과 관련한 진상파악을 요구받은 그는 자신이 지휘했던 김 일병 사망사건을 다루게 됐다.

한 중위는 어떤 징계도 없이 타부대로 전보 조치됐다. 한 중위의 아버지는 예편한 공군 중령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한 중위의 처벌을 놓고 일종의 '전관예우'가 있었을 것이란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은 최근 열린 간부급 회의에서 철저한 사건 재조사를 지시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지훈 사건' 재심의 될까?


고 김지훈 일병의 아버지인 김경준씨는 지난 6일 "공군본부 법무실 검찰과에서 진정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방부 조사관과의 면담도 성사됐다"고 밝혔다.

앞서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은 "유족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사건을 처리하라"며 사건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공군 측은 자체 재조사 결과 및 별도로 진상을 파악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의 검토 의견 등을 수렴해 김 일병의 순직처리 여부를 재심의할 방침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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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