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①>지지율로 되돌아본 2009년 정국

굽이굽이 험난한 ‘오르막 내리막길’

서거정국·미디어법·세종시…고비마다 지지율도 ‘출렁’
불안한 출발 보이던 MB 지지율 친서민·중도실용 상승

한 해가 가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초에 용산참사가 일어났고 4월과 10월, 두 차례 재보선이 치러졌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로 사정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닌’ 날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달아 세상을 달리했고 미디어법 강행처리와 4대강 살리기 사업, 세종시 수정 문제로 여야 대치정국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친서민·중도실용으로 민심잡기에 주력했다. 정국이 요동치면서 차기 대선주자들도 뜨고 졌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은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그 자취를 남겼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례조사를 통해 이 대통령과 정당,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속에 나타나있는 사건을 따라가 봤다.

한 해 일어난 대부분의 일들은 대통령의 지지율에 그대로 투영된다. 사건이 일어나고 정국이 변하면 대통령을 바라보는 민심도 변하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땠을까. 출발은 불안했다. 이 대통령의 연초 국정수행지지율은 22.5%에 불과했다.

1월7일 ‘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22.5%, ‘국정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6.8%였다. 지난해 12월18일(긍정 24.3%, 부정 65.4%), 오랜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 처리로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올랐던 지지율이 빠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떴던 반기문
출마 고사로 후보 제외

4월16일까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크게 앞지르는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평가가 62.4%로 평소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낸데 반해 긍정평가는 32.6%로 상승, 살아나기 시작했다. G20 세계 금융 정상회의와 아세안 플러스+3 등 정상외교가 부정평가를 막지는 못했지만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그러나 4·29 재보선에 참패하면서 4월30일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는 다시 25%로 하락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71%대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7월16일 조사(75.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이들 가운데 56.8%가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 원인을 이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중간 평가라고 답했다.

정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한나라당은 30%, 민주당은 20%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1월22일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35.2%로 치솟았으며, 민주당은 13.9%로 하락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30~35% 정도, 민주당은 15% 전후반의 지지율을 보여 왔다.

4·29 재보선 후 ‘승리’한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4월30일 민주당의 지지율은 16.7%로 평상시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한나라당은 23.5%대로 급락했다.

정치적 사안에도 불구,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잔잔한 수면을 유지했다. 1년 내내 박근혜 전 대표가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며 선두를 유지 한 것.

지난 1월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반 총장은 16.7%의 지지를 얻어 정동영(10.7%), 정몽준(6.6%), 이회창(6.0%), 손학규(4.4%), 오세훈(2.6%), 김문수(2%) 등 다른 여야 후보들을 제치고 박 전 대표(39.4%)의 뒤를 이었다.

반 총장은 2월18일까지 이러한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본인이 대선에 출마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3월19일 조사부터는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반 총장의 자리는 3위로 밀려나 있던 정동영 의원이 채웠다. 3월19일 조사에서 정 의원의 지지율은 12.1%로 박 전 대표(41%)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지만 직전 여론조사 당시보다는 3.1% 상승한 것이다.


올 한 해 대통령과 정당,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로 인해 5월19일 긍정 26.7%, 부정 61.2%로 잠시 진정되는가 싶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월26일 조사에서 긍정 23.2%, 부정 69.4%로 크게 요동쳤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무리한 검찰 수사가 그 배후로 지목되고 현 정권의 정치보복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추모행사와 관련, 정부가 강경 입장을 보인 것도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여파는 정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5월26일 조사에서 민주당은 전주 대비 5.3% 상승한 21%를 기록, 1월7일(20%) 이후 처음으로 20%대로 오르면서 한나라당(27.8%)과의 격차를 한 자릿수로 좁혔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핵폭탄급 파괴력

6월3일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24%, 민주당 27.9%의 지지를 얻어 지지율 역전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민주당이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은 2005년 7월 리얼미터가 정례조사를 실시한 후 처음이다.

6월24일 조사에서 다시 한나라당이 22.9%, 민주당이 18.1%로 재역전됐지만 정당간 지지율 격차는 이전보다 좁아졌다.

또한 7월22일 미디어법 강행처리 후 치러진 7월29일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28%, 민주당은 25.6%로 민주당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서울 지역에서 7.6% 가량 하락한 데 반해 민주당은 대전·충청과 서울에서 각각 10.2%, 9.2% 지지율 상승을 맛봤다.

노 전 대통령의 ‘후계자’ 격인 유시민 전 장관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대상에 처음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6월3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 합류한 유 전 장관은 16.1%의 지지를 얻어 9.7%에 그친 정동영 의원을 가뿐히 제쳤다. 유 전 장관의 급부상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5.2% 떨어진 30%에 그쳤다.

6월24일에도 유 전 장관은 13.8%의 지지로 위세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박 전 대표(38.6%)에 이어 여전히 2위를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하반기도 위태로운 지지율로 시작했다. 청와대의 <PD수첩> 수사발표와 해당 언론사 경영진 사퇴 거론, 노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 철거 등이 겹치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6월24일 73.9%로 정점을 찍었다. 긍정적인 여론은 20.7%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해 8월25일에는 긍정 31.4%, 부정 58.5%대까지 떨어졌다.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 표명과 중폭 규모의 개각 단행에 이어 박근혜 전 대표와의 단독 회동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9월16일 조사부터 긍정평가(40.1%)와 부정평가(47.2)가 평행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9월30일 조사에서도 긍정 40.4%, 부정 47.7%로 나타났다. 40%대에 안착한 후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것.
2010년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한국 유치가 지지율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운찬 총리 인준 난항으로 기대한 만큼의 상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10월14일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긍정 43.9%, 부정 42.4%로 역전됐다. 지난해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처음으로 ‘국정수행을 잘 못한다’는 부정평가가 ‘국정수행을 잘한다’는 긍정평가보다 낮아진 것.

이후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지만 그 격차는 미미한 수준이다. 긍정평가는 40%대, 부정평가는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1월4일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로드맵 발표 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7.7%까지 떨어졌다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9월 들어 동반상승했다. 9월30일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39.1%로 정점을 찍었고 민주당은 27.1%의 지지를 얻었다. 여야는 10% 안팎의 지지율 차이를 이어갔다.


10·28 재보선은 민주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선사했다. 수도권에서 맹위를 떨치며 11월6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4.9%로 36.1%의 지지를 받은 한나라당을 위협한 것.

세종시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민주당은 오차범위 내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추격했다. 12월4일 조사에서 한나라당이 41.3%, 민주당이 24.8%로 벌어졌다가 12월11일 조사에서 다시 한나라당 37.8%, 민주당 27.8%로 좁혀진 상태다.

MB 후반기 지지율 안정
친서민·중도실용이 살렸다

하반기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박 전 대표가 단연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유 전 장관이 뒤를 쫓는 형상이다.

반면 정동영, 정몽준, 손학규, 이회창, 오세훈, 김문수 등 나머지 후보 사이에는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정 의원과 정몽준 대표와 세를 겨루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그 자리를 손학규 전 대표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손 전 대표의 1월8일 지지율은 4.4%, 정몽준 대표는 6.6%였지만 10월14일엔 손 전 대표가 5%, 정 대표가 9.3%의 지지를 얻어 3위인 정동영 의원(10.2%)을 바짝 뒤쫓았다. 10월26일엔 정몽준 7.8%, 정동영 7.3%, 손학규 6.2%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들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가 11월30일 정 대표(9.7%)가 정 의원(9%)을 근소한 차이로 다시 한 번 앞질렀다. 12월7일엔 정 의원이 8.8%, 정 대표가 8.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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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