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4대 권력기관장 '정치인맥도' 대해부

학연·지연·고시연…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그들만의 리그'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수장은 대통령 다음 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다. 국가 의전상 서열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이 더 높지만 '수사권'을 가진 이들 권력기관 수장들이 실질적 '파워'는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능력은 기본,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그리고 알파에서 '인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박근혜정부 4대 권력기관 수장들은 과연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해봤다. 
 

정권의 힘은 권력기관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4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은 정권 교체기 인사권자(대통령)에 의한 수뇌부의 물갈이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잘못된 관례가 되풀이된 것이다.

권력기관 수장
‘능력+α’ 필요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권력기관의 수장이 되기 위해선 능력은 기본이고 인맥·관운 등의 알파가 더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단행한 주요 권력기관장 물갈이 인사 이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권력기관 수장들은 현재까지 자리를 잘 보존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의 경우에는 현 정권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를 밀어붙이다 찍혀져 나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지난해 12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의혹을 받았던 김진태 총장이 임명됐다. 채 전 총장의 사례는 4대 권력기관의 수장들이 자리를 보존하거나 혹은 잃게 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김 총장 임명의 사례는 인맥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재 4대 권력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들은 과연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정부 들어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는 국정원의 수장 남재준(69) 원장부터 살펴보면 '서울 배재고→육군사관학교(25기)' 출신인 남 원장 인맥의 근간은 육사다. 남 원장은 40여년간 군에 몸담으며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4성 장군인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냈다.

지난 2005년 퇴임 후 정치와 거리를 뒀던 그는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를 맡으며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고, 지금껏 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박근혜 캠프 안보자문그룹에서 4성 장군 출신은 남 원장과 새누리당 정수성(68·갑종 202기) 의원 두 명뿐으로, 남 원장이 좌장 역할을 맡고 정 의원이 뒤를 받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한 후에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도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남 원장은 이를 거절하고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박 대통령에게 꾸준히 안보 관련 조언을 해 오던 남 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기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를 맡으며 실세로 부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 원장이 언제까지 국정원장으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정부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핵심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나친 원칙주의와 고지식함으로 "2013년을 국정원의 해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잦은 남 원장의 정치 전면 등장에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그에 대한 신임은 변함없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검·경,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장 인맥
실질적 '파워'에선 국무총리·국회의장보다 앞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 외에도 남 원장은 군 출신으로 짜여진 외교·안보 라인 실세들과도 돈독한 사이다. 남 원장을 포함한 육군 대장 출신 4인방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 김관진 국방부 장관(28기) 등은 모두 남 원장의 육사 후배로 주요 보직을 앞뒤로 물려주고, 이어 받으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 원장은 또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 강창희 국회의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두 사람은 육사 동기로 생도 때부터도 친했고, 육군대학에서 교관으로도 같이 재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7인회 멤버는 강 의장을 비롯해 김기춘 비서실장,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용갑·현경대 전 의원 등인데, 남 원장은 강 의장을 고리로 이들과도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 검사 시절 인연
검찰총장 지명 기여?

사정기관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검찰의 새 수장으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김진태(61) 검찰총장은 일선 검사 재직시절 맺은 인연이 눈길을 끈다.

김 총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 3인(채동욱, 소병철, 김진태)에 이름을 올렸으나 3위로 낙점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2순위였던 소병철 후보자가 포함된 최근 인사에서는 그를 제치고 검찰총수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김 실장이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평검사였던 김 총장을 총애했고, 그래서 총장으로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에서 김 총장의 출신(경남 사천)을 이유로 "PK(부산·경남) 편중인사다"라는 비판과 김 실장과의 관계를 들어 "청와대의 검찰 장악 꼼수"라는 비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총장은 "법무부 법무심의관 재직시절 평검사와 장관 관계로 만났을 뿐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관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 총장이 보고서 작성 등 일처리를 깔끔하게 잘해서 당시 김 장관이 총애했다는 얘기는 법조계의 유명한 일화다.

김 총장은 또 정홍원 국무총리와도 가까운 사이다. 정 총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총장은 특수부 검사로 함께 근무했는데, 검찰에선 같은 부에서 근무했다는 것을 대단한 인연으로 여긴다. 

이외에도 홍준표 경남도지사와는 사법시험 동기(24회)다. 김 총장 임명 당시 홍 지사는 "검찰에 남아 있는 사람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김 총장을 극찬 하기도 했다.

서울 출신의 이성한(57) 경찰청장은 정치색이 옅고 새 정부의 경찰수장으로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통솔형'보다는 '관리형'에 가까워 정권의 입맛에 맞게 경찰을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찰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정치외압에 따른 잦은 교체로 비판을 받았던 경찰청장의 임기 보장을 약속했는데, 취임 후 20일 만인 지난해 3월15일 김기용 청장이 임기(2년)를 1년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수리한 뒤 곧바로 이 청장을 후임으로 내정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3월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며 대대적 인사 물갈이를 예고했는데 '김기용→이성한' 총장 교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화답한 이 총장도 내정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4대 사회악 제거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권의 방침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성한 - 문재인'
청와대 함께 근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경찰간부후보 31기로 임관한 이후 줄곧 경찰로 근무한 탓에 그의 정치적 인맥에 대해선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그의 이력을 더듬어 보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004년 1년여간 대통령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파견 근무를 나갔었는데, 당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냈던 문재인 의원이다.

조세징수 및 집행의 최고기관인 국세청의 수장인 김덕중(54) 청장은 대전 출신으로 중앙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세무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해 천안세무서장, 국세청 전산운영담당관, 청와대 파견근무,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 서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세원관리국장·조사1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징세법무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을 거쳐 국세청장에 올랐다.

김 청장의 정치권 인맥도 이성한 경찰총장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출신지역, 학교, 근무 이력을 통해 명품 인맥들과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우선 57회 졸업인 김 청장의 대전고 동문으로는 청와대 유민봉(55회 졸업) 국정기획수석과, 정황근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58회), 한창훈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60회) 등이 있다.

능력은 기본, 인맥·관운 등 +알파 필요
정치적 색깔, 때로는 전문성보다 중요

또 국회의원 중에서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 등이 대전고 출신이다.

행시 27회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박근혜정부 가급 고위공무원의 주축을 이루는 대표적 행시 기수가 바로 27회다. 27회 합격자 100명 중 40여명이 현재 가급 보직을 맡고 있거나 거쳤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김경식 국토교통해양비서관, 김영석 해양수산비서관, 권혁소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 소기홍 지역발전위 지역발전기획단장, 오형국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 원용기 문체부 콘텐츠정책실장, 정기창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융합실장 등이 모두 행시 27회 출신이다.

민주당 유성엽 의원도 행시 27회다. 유 의원은 전북도에서 공직생황을 하다가 정치에 발을 들여 민선 정읍시장을 거쳐 국회에 진출, 18?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행시 27회 출신들은 성과를 밖으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내실을 챙기는 외유내강형 인물이 많아 대부분 각 기관에서 주춧돌 역할을 맡고 있다"며 "향후 장관에 발탁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행시 27회 출신이라는 점은 김 청장의 든든한 인맥풀로 분석된다.  

전문성보다
코드 고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권력을 바라고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느냐"라며 "능력을 도외시한 인맥에 따른 인사는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4대 권력기관의 수장들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에 따른 선임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수사'에 불과하다"며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이들이 권력기관에 배치돼 사실상 청와대가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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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