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뒤흔드는 '친노 프레임' 실체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0 11: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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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우린 친노 아니랑께요!"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다. 당내 의견 대립은 곧장 계파싸움으로 해석되며 당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당내 일부 인사의 일탈도 모두 친노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 애매한 친노의 경계 탓이다. 친노 프레임에 실체는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민주당을 뒤흔드는 친노 프레임의 실체를 해부해봤다.




친노(친노무현)는 민주당 내 최대 계파로 분류된다. 민주당 127명의 의원 가운데 범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만 70여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대선패배 이후 친노는 한때 폐족 위기까지 몰렸었지만 지난해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친노는 연일 각종 언론의 메인을 장식하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친노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상당수 언론은 친노를 민주당 지도부를 흔드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당내 잡음은 곧잘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친노와 비노 진영 간의 계파싸움으로 해석됐다.


친노 부활
곱지 않은 평가


이는 언론을 통해 '민생을 외면하고 계파싸움에만 열중하는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으로 확대 재생산되며 민주당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유다.

그러나 친노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친노계 모 의원실의 관계자는 "당내에서 의원들 간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친노 프레임에 엮이면서 당연한 의견대립조차 계파싸움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선의 선택을 위한 '의견대립'과 계파 이익만을 위한 '계파싸움'은 확연한 차이가 있고 어감부터 다르다"며 "친노 프레임에 엮이면서 우리는 의견교환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 했다.



민주당, 친노 프레임 발목 잡혀 '허우적'
이미지 나빠진 친노, 친노 분류에 '불쾌'


그는 또 "한때는 친노라는 배지가 정치활동에 도움이 됐지만 언론들이 하도 '친노가 자기정치를 한다' '당 지도부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니 이제는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느낌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친노의 수장으로 지목받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친노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할 정도다. 문 의원이 공식행보를 할 때마다 언론들은 친노의 부활 또는 본격적인 세 결집이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간 문 의원의 행보는 국회의원으로서 특별할 것도 없는 것들이었다.

문 의원이 지난해 12월 개최한 대선회고록 북 콘서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출판기념회는 상당수 의원들이 보편적으로 하는 일인데 문 의원의 북 콘서트에 대해 당시 언론들은 친노의 세 결집이라고 대서특필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친노 세 결집?
평범한 활동?


문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이날 "계파해체 선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실제로 계파라고 할 만한 모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곤혹스럽다"며 친노 프레임에 대한 억울함을 털어놨다. 문 의원은 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친노의 존재를 '새누리당이나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민주당 내에는 친노도 없고 비노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을 친노라고 당당히 밝히는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이 스스로를 친노로 규정할 이유와 필요성도 없는데다 스스로 친노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나서는 것은 자칫 당내 계파싸움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또 친노라는 사실이 부각될 경우 해당 의원의 모든 행보가 계파싸움 성격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게다가 친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일부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언론사들이 자신을 친노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친노의 분류는 매우 모호하다.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도대체 친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그저 언론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는 것이 아닌가"라며 모 의원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모 의원의 이력을 설명하며 "도대체 이 인사를 왜 친노로 분류하느냐?"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는 모 인사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어떤 직책을 맡았다는 이유로 친노 인사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민주당 내에서 친노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손학규, 정동영 고문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고문을 맡았다. 그들도 친노로 분류할 것인가?"라며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 장하나 의원과 양승조 의원 사건이다. 장 의원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선 불복을 선언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해 문제가 됐고, 양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도 '선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새누리당은 즉각 두 사람의 발언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을 배후 조종자로 지목하며 의견 표명을 요구했다. 다소 뜬금없는 주장이었다. 장 의원은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하긴 했지만 청년비례대표 경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인사로 친노라고 보기엔 다소 애매하다.

심지어 양 의원은 손학규계로 더 잘 알려진 인사다. 친노의 경계가 애매하다는 점을 악용해 민주당 내 잡음이 일 때 마다 책임을 친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친노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민주당을 자중지란에 빠트리고, 유력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문 의원까지도 공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를 위해 실체도 없는 친노 프레임으로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민주당을 옭아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친노 프레임의 실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문(재인) 의원은 친노라는 프레임이 새누리당이나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문 의원을 중심으로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당 지도부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 않나? 이것이 모두 우연이란 말인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며 "민주당 내 친노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사도 "김한길 대표가 직접 친노를 겨냥해 분파주의 극복을 언급한 것이 아니냐"며 "친노의 실체가 없다면 김 대표는 있지도 않은 허깨비와 싸우고 있는 것인가? 누가 봐도 친노세력이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본인들만 아니라고 하니 뻔뻔해 보인다"고 말했다.


친노 실체는?
치열한 공방


실제로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은 지난 총선 당시부터 벌써 2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중권력 상태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게다가 친노와 비노 간의 갈등을 언급한 것은 새누리당과 언론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도 그동안 수차례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을 언급해왔다. 




지난해 1월 당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기 친노 아닌 사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안 팔고 국회의원 된 사람이 있는가"라며 당내 만연한 계파갈등에 대해 일갈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해묵은 계파갈등은 전혀 사그러들지 않았다.


올해 1월에도 김한길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민주당내 계파갈등이 심각한 상태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애매한 친노 경계, 나쁜 것은 모두 '친노'
"친노 실체 없다고?" 반론도 만만치 않아


또 지난해 12월 비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이 문 의원을 비판하자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최민희, 김경협 의원이 즉각 SNS를 통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나선 것도 친노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정 의원은 "당신(조 최고위원을 지칭)은 비겁하고 야비한 정신적 새누리당원", 최 의원은 "이기적인 자기정치, 지역감정에 기댄 볼모정치 역겹다", 김 의원은 "민주당 내 새누리 X맨은 곧 탈당 후 자기 당 찾아갈 것"이라고 조 최고위원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 야권인사는 "친노의 실체가 없다면 하필 친노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일사분란하고 일관되게 문 의원을 옹호하며 조 최고위원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단지 우연이란 말인가?"라며 "이들의 행태는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경호를 하고 나서는 친박계 의원들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친노 프레임
실보단 득?



그는 또 "친노 프레임 때문에 본인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는데 친노 프레임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강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SNS 등으로 이 사실을 적극 퍼 나르며 홍보하기도 했다"며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될 때는 친노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다가 불리하면 친노 프레임은 새누리당과 언론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민주당 내 친노가 없다? 스스로 친노라고 인정하는 의원들도 다수다. 어느 정도 실체는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친노의 활동이 모두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동이라고 폄하하는 것과 또 민주당 내 문제인사들을 모두 친노와 연결시키려는 새누리당과 언론의 태도는 분명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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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