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민주당 계파혈전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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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지란'은 새누리에 어부지리…벌써 떡시루 엎었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새해 첫 일성은 '분파주의 극복'이었다. 그만큼 민주당의 계파갈등은 고질적이고 심각하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계파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는 물론이고 소수계파들까지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민주당은 계파갈등을 극복하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계파주의 청산을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패배 후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가 몰락하고 김한길 대표 체제가 출범하며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다.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현재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 때문에 김한길 대표는 새해 첫 일성으로 ‘분파주의 극복’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친노 진영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되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계파청산
선전포고?

특히 김 대표의 신년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친노 강경파들을 겨냥해 더욱 강경한 발언들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친노계에 대한 김 대표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 같은 작심발언을 할 경우 당내 계파갈등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불과 기자회견 몇 시간 전 원고를 대폭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하겠다"고 공언한 직후 당내 각 계파의 수장인 문재인 의원, 손학규·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 등과 릴레이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각 계파의 수장들에게 다가오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계파해체 선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실제로 계파라고 할 만한 모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곤혹스럽다"며 "당의 단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지방선거 승리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고, 정동영·정세균 고문도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당내 계파 수장들이 모두 당 지도부와의 협력을 다짐한 것이다.

각 계파, 지방선거 앞두고 세력화 움직임
해묵은 계파갈등 재발? 최후 승자는 누구?

그러나 정작 물밑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 수장들의 세력싸움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예상 밖으로 김한길 대표였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6·4지방선거를 겨냥해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을 개편했다. 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총괄·기획할 사무총장에는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자신의 최측근인 노웅래 의원을 임명했다.

신임 전략홍보본부장에도 역시 자신과 가까운 최재천 의원을 기용했다. 대변인에는 원외인사인 박광온 당 홍보위원장을 앉혔다. 박 대변인은 김 대표가 지난해 장외투쟁을 하며 전국을 순회할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춰 토크콘서트를 진행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공석이었던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구민주계 인사인 정균환 전 의원이 지명됐다. 정 전 의원 역시 김 대표와 새정치국민회의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인사다. 지방선거를 사실상 지휘할 당의 전략·홍보라인에서 친노계는 철저히 배제됐다.

친노계 배제
시작된 싸움

특히 일부 의원들은 당직개편 사실을 발표 당일까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친노계 배제에 대한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극비리에 당직개편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도 나왔다. 실제로 친노계 내부에서는 이번 당직개편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혁신이라기보다는 자기사람만 챙긴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고, 친노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선택한 계파 청산 방법이 '당내 화합'이 아니라 '친노 힘빼기'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당내에서 "존재감이 없다" "바지사장이다"라는 평가까지 받아왔던 김 대표가 신년을 맞아 계파 청산을 기치로 강공드라이브를 펼치자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언론이 자신을 친노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는 의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19대 개원 이후 언론들은 해당 의원들을 꾸준히 친노로 분류해왔지만 그동안은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다. 갑작스런 변화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무난히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와 친노 간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친노로 분류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은 "내가 친노로 분류돼 당 지도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현재 민주당에는 친노도 없고 비노도 없다. 자꾸 이분법적으로 민주당을 재단하며 이간질을 시키려는 듯해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대표로부터 의외의 일격을 맞은 친노진영은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우선 김 대표가 '햇볕정책 2.0'과 북한인권민생법 제정을 강조하는 등 지지층 확대를 위한 우클릭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친노진영이 반발하며 김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김한길 "계파청산!"…친노에 대한 선전포고?

김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햇볕정책을 보완해야 하는 근거로 “당시 정책은 북한이 핵을 갖췄다는 게 전제되지 않은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권자층이 점점 보수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북몰이에서 벗어나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 우클릭을 하겠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민주당 대북정책의 근간이다. 당장 당내 동교동계와 친노계, 학생 운동권 출신 의원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교동계 박지원 의원은 "햇볕정책 때문에 북이 핵을 개발했는가"라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햇볕정책을 조금이라도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노계 홍익표·김기식 의원 등도 '당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내 반발이 높아지자 김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SNS나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내부에서 서로 총을 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지만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다음날 보란 듯이 자신의 SNS를 통해 "며칠 전에 당의 우경화를 걱정하면서 트위터에 몇 마디 썼더니 김한길 당대표께서 내부 총질 운운하며 겁박을 했다"며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를 갖고 계파 청산에 나섰지만 오히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 간의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친노진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태업'함으로써 당을 선거에서 지게 만들고 당 지도부를 전격적으로 탈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회자된다.

소수계파
캐스팅보트


자칫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키면 친노계를 겨냥해 연일 계파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더욱 힘이 실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게 되면 현 당 지도부는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미 친노진영에선 3선의 모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점찍어 두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노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에 도전할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현 전병헌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민주당 내 소수계파들도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모양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소수계파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친노-당지도부 갈등 격화 '내부 총질'
캐스팅보트 쥐고 미소 짓는 소수계파

우선 손학규 상임고문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손 고문은 최근 재단의 신년토론회에 참석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손 고문은 경기지사를 지낸 이력이 있어 오는 7월 재보선에서 보선이 확정된 경기 평택을과 수원을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벌써부터 회자되고 있다.

정세균 고문은 국정원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고, 정동영 고문은 전북도지사 차출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활동 재개와 함께 평소 이들의 사람으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활동 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소수 계파 수장들의 몸값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춘추전국 계파
민주당은 갈림길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각 계파별 이합집산과 대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춘추전국' 계파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아무리 김 대표가 이전과는 달리 계파청산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지만 민주당의 해묵은 계파갈등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의원 중 약 30% 가량이 친노로 분류되는데 과연 힘으로 찍어 누른다고 계파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은 지난 총선 당시부터 벌써 2년째 지속되고 있고 그동안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사실상 계파갈등 청산은 어렵고 차라리 새누리당처럼 계파의 구분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한 쪽이 힘을 잡으면 다른 한 쪽은 누그러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새해 민주당의 계파갈등은 해소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지금 갈림길에 서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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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