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론 부인' 속 안철수-박원순 수상한 '밀약설' 전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9 10: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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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대 안 한다고? "냄새 난다 냄새나"

[일요시사=정치팀]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 모두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갈등의 골자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두 사람은 불과 3년 전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며 극적으로 서울시장 자리를 쟁취했었다. 두 사람의 극한 대립에는 어떤 노림수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낮은 인지도를 가진 박 시장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안 의원의 '양보'였다. 당시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며 약 50%의 지지를 얻고 있던 안 의원은 단 5%의 지지를 받고 있던 박 시장에게 전격적으로 후보직을 양보하며 물러났다.

어제의 동지
벼랑 끝 승부

두 사람은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며 새누리당이 줄곧 차지해온 서울시장 자리를 쟁취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때때로 만남을 이어가며 정치적 동반자로 지내왔다.

그런 두 사람 사이가 이번에는 참 애매하게 됐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벼랑 끝 승부를 펼치게 된 것. 안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반드시 내겠다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하면서 두 사람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게 됐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제주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 창당을 공식선언했다. 이날 안 의원은 "오는 2월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늦어도 3월까지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 특히 그는 지방선거 때 서울을 포함해 17개 광역단체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의 벼랑 끝 대결이 기정사실화 된 순간이었다.


지방선거의 꽃은 누가 뭐래도 서울시장 선거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인구 1천만의 거대도시 서울의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동안 정치권은 지방선거의 승패를 판가름 해왔다.

박원순 결국 안철수신당행 택할까?
신당 완주로 박원순 미리 견제?

지방선거를 통해 새정치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고자 하는 안 의원으로서는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명분이 마땅치 않다. 박 시장은 현재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지층이 크게 중첩되는 안철수신당 후보가 출마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처럼 야권의 지방선거 방정식이 복잡해진 가장 큰 이유는 안 의원 측이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추위) 금태섭 대변인은 최근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여부에 대해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단순히 2등과 3등이 힘을 합치는 것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며 "정말 야권이 이길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가 돼야 연대를 말할 수 있다"며 물리적인 야권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질 게 뻔한데
연대는 못해?

그래서 당초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간접적 연대를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서울-경기 빅딜설이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반드시 내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력하게 밝히고 나서면서 정치권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과 박 시장은 서로 한 걸음도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두 사람이 다른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신당 후보를 끝까지 완주시킴으로써 박 시장의 재선을 막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박 시장은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권을 꿈꾸는 안 의원의 잠재적 경쟁자인 것이다.

반면 박 시장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엔 단번에 유력 대권 후보군 반열에서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안 의원이 신당 후보를 완주시켜 잠재적 경쟁자인 박 시장을 미리 견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으로서는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명분과 잠재적 대권 경쟁자 견제라는 실리를 동시에 얻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얘기다.

양측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단지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쪽이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다른 한쪽은 단일화를 위해 무엇인가 양보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는 지금은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절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며 양측이 대립하고 있지만 선거가 임박해서는 결국 단일화에 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의 신당행 가능성도 꾸준히 점쳐지고 있다. 안 의원 측의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과거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다소 뜬금없는 제안으로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놨다. 박 시장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지방선거에 안 의원 측 후보로 나가달라는 제안이었다.

송 의원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야권연대 가능성을 말한 게 아니라 박 시장이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신당에 합류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박 시장은 이미 민주당적을 유지하고 내년 선거에 나설 것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밝힌 상태여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교감 없이 갑작스럽게 그런 발언을 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게다가 아무리 박 시장이라고 해도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특히 박 시장은 정통 민주당원 출신이 아닌 탓에 민주당 내 경선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박 시장은 민주당 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이 매우 빈약하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박 시장을 추대 방식으로 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다소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서울 지역은 야권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한 선거라고 판단하는 민주당 내 많은 거물급 인사들이 서울시장 선거에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최근 당원과 대의원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공직후보 선출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시장이라도 당내 경선에서 반드시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숨겨진 노림수
안-박 연합?

박 시장이 신당에 입당하지는 않더라도 일종의 우호조약을 맺고 또 한번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과 협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자기 세력을 확대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호남처럼 자기사람을 심어서 '직할통치'하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우호적인 인사를 만들어 '간접통치'하는 방식이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또 한번 연대한다면 간접통치의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시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고 7월 재보선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당장은 상상하기 힘든 카드지만 3자 구도가 형성될 경우 박 시장의 패배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박 시장은 대권에서 순식간에서 멀어질 뿐만 아니라 재기하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 시장이 후보직을 신당 후보에게 양보한 후 재보선에 출마한다면 박 시장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후 바로 대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도사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서울시장직보다 오히려 차기 대권 도전에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양보 후 7월 재보선 출마?
지방선거 겨냥한 다양한 가능성 대두

최근 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자신이) 양보 받을 차례"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박 시장이 안 의원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향후 이미지메이킹 과정에서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현재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안 의원이 직접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안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며 펄쩍 뛰었다.

재보선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지역민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는 것이다. 설사 나간다 하더라도 시민들은 안 의원이 또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후의 선택은?
끝까지 몰라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시장을 꺾을 만한 후보군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안철수 직접 출마론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금은 양 진영이 '연대 안 한다' '반드시 후보 낸다' '반드시 출마 한다'라는 등의 온갖 약속을 쏟아내고 있지만 향후 선거과정에서 약속을 깰 명분이야 얼마든지 만들면 된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 앞에 수도 없이 약속을 뒤집는 게 정치판"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과 박 시장이 내릴 최종 결론은 끝까지 지켜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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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