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가-장학건설 별난 인연,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23 09: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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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돌아설 수 없는‘끈끈한 속사정’

[일요시사=경제1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서울 성북동에 최고급 단독 주택을 짓는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때 아닌 화제가 된 것은 시공을 맡은 장학건설. 바로 몇 해 전, 임 회장의 장녀가 사들인 ‘청담동 빌딩’을 새로 지은 시공사와도 같다. 도급 순위 300위권 밖인 중소 건설사가 재벌가의 신축 공사를 잇따라 따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 묘한 인연에 눈길이 쏠린다.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을 이끄는 임창욱 명예회장이 서울 성북구에 100억 원을 넘게 들여 단독주택을 짓고 있다. 성북동 북악산 끝자락이자 주한 앙골라 대사관 맞은편에 신축 중인 임 회장의 주택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건축면적 504.5㎡(152.8평)에 주택 연면적은 1241.9㎡(376.3평)에 이른다. 1993년부터 거주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단독주택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확장된 것이다.

성북동에
새 보금자리

지난 4일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성북동 단독주택은 100억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은 해당 집을 짓기 위해 2011년 1월 성북동 부지를 87억원에 매입했다.

또한 저택을 지을 대지 옆의 임야 두 필지(2776㎡, 1019㎡)도 각각 23억1000만원과 8억4700만원에 사들였다. 이들 세 필지는 모두 동일인에게서 매입한 것으로 토지 매입에 들어간 금액만 118억5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은 장학건설, 설계는 건축사사무소 원오원아키텍스(ONE O ONE architects)가 맡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장학건설과 대상그룹 오너가와의 잇따른 인연이다. 장학건설은 지난 2010년 임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대상 상무가 매입한 청담동 건물도 지은 바 있다.


당시 임 상무는 일명 ‘김지미 빌딩’으로 유명한 청담동 건물을 매입해 새 빌딩을 신축했다. 청담동 건물 시가가 3.3m²당 1억8000만∼2억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추정 매매가는 300억원 안팎. 장학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2년 이상 대대적 공사가 진행된 뒤 지하 2층, 지상 6층의 건물로 새롭게 탄생했다.

임세령 청담 빌딩 이어 임창욱 자택 시공까지
그룹내 건설 자회사 대신 외부 장학건설 선택

설계업체인 원오원건축사 사무소 역시 지난해 7월 말 임 상무 빌딩에 문을 연 브랜치 형식의 레스토랑 ‘메종 드 라카테고리’의 설계를 맡았다.

상황이 이렇자 시공사인 장학건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장학건설은 시공사 순위 376위(2012), 임직원수 55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건축공사 및 인테리어 분야에 전문 시공능력을 갖춘 일반 건설업체로 1994년 10월 설립돼 연수원, 교회, 학교, 병원, 공장, 상업시설 및 고급 주택 등의 건축공사를 수행해왔다.

소기업이지만 탄탄한 시공능력을 인증받기도 했다. 1997년 건교부 주관의 한국건축문화대상 및 문체부 주관의 환경문화상(실내 장식부문)의 수상했고, 1999년 ISO 9002인증을 통해 효율적인 업무처리시스템을 정착시켜 주목받았다.

선정 배경 놓고
뒷말 ‘무성’

장학건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복합문화공간 ‘쌈지길’이 있다. 이를 통해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특선을 수상하는 등 반짝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통상 재벌가의 신축 공사를 도급 순위가 300위권 밖인 건설사가 맡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장학건설은 임 상무의 청담동 건물과 임 회장의 자택 공사비로 약 6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대상그룹 계열사에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서건설(주)이 있다. 동서건설은 주택건설사업부문과 토목시설공사를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곳이다.

2006년 8월 대상(주) 건설사업부문으로 분할된 뒤 같은 해 11월 동서산업건설(주)과 합병됐으며, 2008년 2월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주)의 100% 지분 취득으로 자회사에 편입됐다.


현재 건축업 관련 전자빔을 이용한 하 · 폐수 위생화 기술 (신기술검증), 롤러에 안착된 암거박스 선단 추진 방법 (특허) 등 5개의 특허를 보유 하고 있다. 도급순위도 252위로 장학건설보다 높은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상그룹 내에 이미 건설 자회사(동서건설)가 있는데 장학건설에 시공을 연이어 맡긴 것은 의아한 점”이라며 “장학건설이 단독주택 신축과 강남권 빌딩 신축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대상 오너가와 또 다른 인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장학건설 2대 주주는 삼성 홍라희 셋째 동생
이혼후 옛시댁과 왕래?…묘한 인연으로 눈길

실제 장학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장학건설의 2대 주주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이다. 홍 회장은 임 상무의 전 시어머니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의 동생이다. 임 상무와 삼성그룹의 황태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98년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결혼생활 11년만인 2009년 합의 이혼한 바 있다.

홍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장학건설의 공시에 이름을 등재했다. 그는 현재 장학건설 주식 9250주, 6.38%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세학 장학건설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경기고-서울대
절친한 선후배

두 사람은 같은 경기고등학교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홍 회장은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1986년 제일모직 비서실로 자리를 옮겼으며 삼성코닝 기획조정실 부장, 삼성코닝 기획담당이사를 지냈다.

1996년에는 삼성 SDI 기획홍보팀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2002년부터 삼성 SDI 경영기획팀장(부사장)을 맡아왔다. 이후 2007년 보광그룹 2세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계열사인 보광창업투자로 적을 옮겼다. 홍 회장은 장학건설 외에도 보광창업투자 지분 30.5%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보광그룹에 소속돼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독자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홍 회장은 ‘로열 패밀리’ 임에도 불구하고 측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고 있을 정도로 자상한 면모를 갖고 있다고 정평이 났다”며 “잘은 모르겠지만 장학건설 2대주주로 있다면, 자신의 인연을 모른 척 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대상그룹이)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홍 회장의 영향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정 대표는 또 현대건설 출신으로 재계 인맥이 두루두루 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시월드와
각별한 사이?

일각에서는 임 상무가 이 부회장과 이혼한 후에도 옛 시댁이었던 삼성가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임 상무가 청담동 빌딩을 매입할 당시, 인근에는 시아버지였던 이 회장이 2009년과 2010년 매입한 청담동 건물 두 채가 인접해 있었다.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도 근처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어 ‘범삼성가 타운’이 형성될 것이라는 소문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임 상무가 해당 빌딩을 사들인 것은, 옛 시댁인 삼성가와 아무런 꺼리낌 없이 지낸다는 방증이라는 의견이다.

과거에도 임 상무는 삼성가와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가 며느리던 지난 1999년 이 회장이 미국에서 암 치료를 받을 때 지극 정성으로 모시며 간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삼성 비자금 사태로 시어머니인 홍 관장이 호암미술관장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최근까지도 임 상무는 이 부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통해 삼성가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아들 이모군의 학습 발표회장에서는 전 남편인 이 부회장과 재회했고, 지난해 아들의 졸업식과 입학식에서는 홍 관장과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임 상무는 이혼 후 대상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경영에 참여 중이며, 현재 여동생에 이어 그룹 2대 주주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오너일가에서 집을 짓겠다고 하고 이런 부분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 공식적인 코멘트나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회사 차원의 일도 아니기 때문에 회장님께 여쭤볼 수 있는 사항도 못 된다”고 말했다.

장학건설 관계자는 대상 오너가 건물 시공에 관련 질문을 하자 “아무 것도 대답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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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