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가-장학건설 별난 인연,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23 09: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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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돌아설 수 없는‘끈끈한 속사정’

[일요시사=경제1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서울 성북동에 최고급 단독 주택을 짓는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때 아닌 화제가 된 것은 시공을 맡은 장학건설. 바로 몇 해 전, 임 회장의 장녀가 사들인 ‘청담동 빌딩’을 새로 지은 시공사와도 같다. 도급 순위 300위권 밖인 중소 건설사가 재벌가의 신축 공사를 잇따라 따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 묘한 인연에 눈길이 쏠린다.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을 이끄는 임창욱 명예회장이 서울 성북구에 100억 원을 넘게 들여 단독주택을 짓고 있다. 성북동 북악산 끝자락이자 주한 앙골라 대사관 맞은편에 신축 중인 임 회장의 주택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건축면적 504.5㎡(152.8평)에 주택 연면적은 1241.9㎡(376.3평)에 이른다. 1993년부터 거주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단독주택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확장된 것이다.

성북동에
새 보금자리

지난 4일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성북동 단독주택은 100억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은 해당 집을 짓기 위해 2011년 1월 성북동 부지를 87억원에 매입했다.

또한 저택을 지을 대지 옆의 임야 두 필지(2776㎡, 1019㎡)도 각각 23억1000만원과 8억4700만원에 사들였다. 이들 세 필지는 모두 동일인에게서 매입한 것으로 토지 매입에 들어간 금액만 118억5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은 장학건설, 설계는 건축사사무소 원오원아키텍스(ONE O ONE architects)가 맡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장학건설과 대상그룹 오너가와의 잇따른 인연이다. 장학건설은 지난 2010년 임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대상 상무가 매입한 청담동 건물도 지은 바 있다.


당시 임 상무는 일명 ‘김지미 빌딩’으로 유명한 청담동 건물을 매입해 새 빌딩을 신축했다. 청담동 건물 시가가 3.3m²당 1억8000만∼2억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추정 매매가는 300억원 안팎. 장학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2년 이상 대대적 공사가 진행된 뒤 지하 2층, 지상 6층의 건물로 새롭게 탄생했다.

임세령 청담 빌딩 이어 임창욱 자택 시공까지
그룹내 건설 자회사 대신 외부 장학건설 선택

설계업체인 원오원건축사 사무소 역시 지난해 7월 말 임 상무 빌딩에 문을 연 브랜치 형식의 레스토랑 ‘메종 드 라카테고리’의 설계를 맡았다.

상황이 이렇자 시공사인 장학건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장학건설은 시공사 순위 376위(2012), 임직원수 55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건축공사 및 인테리어 분야에 전문 시공능력을 갖춘 일반 건설업체로 1994년 10월 설립돼 연수원, 교회, 학교, 병원, 공장, 상업시설 및 고급 주택 등의 건축공사를 수행해왔다.

소기업이지만 탄탄한 시공능력을 인증받기도 했다. 1997년 건교부 주관의 한국건축문화대상 및 문체부 주관의 환경문화상(실내 장식부문)의 수상했고, 1999년 ISO 9002인증을 통해 효율적인 업무처리시스템을 정착시켜 주목받았다.

선정 배경 놓고
뒷말 ‘무성’

장학건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복합문화공간 ‘쌈지길’이 있다. 이를 통해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특선을 수상하는 등 반짝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통상 재벌가의 신축 공사를 도급 순위가 300위권 밖인 건설사가 맡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장학건설은 임 상무의 청담동 건물과 임 회장의 자택 공사비로 약 6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대상그룹 계열사에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서건설(주)이 있다. 동서건설은 주택건설사업부문과 토목시설공사를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곳이다.

2006년 8월 대상(주) 건설사업부문으로 분할된 뒤 같은 해 11월 동서산업건설(주)과 합병됐으며, 2008년 2월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주)의 100% 지분 취득으로 자회사에 편입됐다.


현재 건축업 관련 전자빔을 이용한 하 · 폐수 위생화 기술 (신기술검증), 롤러에 안착된 암거박스 선단 추진 방법 (특허) 등 5개의 특허를 보유 하고 있다. 도급순위도 252위로 장학건설보다 높은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상그룹 내에 이미 건설 자회사(동서건설)가 있는데 장학건설에 시공을 연이어 맡긴 것은 의아한 점”이라며 “장학건설이 단독주택 신축과 강남권 빌딩 신축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대상 오너가와 또 다른 인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장학건설 2대 주주는 삼성 홍라희 셋째 동생
이혼후 옛시댁과 왕래?…묘한 인연으로 눈길

실제 장학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장학건설의 2대 주주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이다. 홍 회장은 임 상무의 전 시어머니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의 동생이다. 임 상무와 삼성그룹의 황태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98년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결혼생활 11년만인 2009년 합의 이혼한 바 있다.

홍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장학건설의 공시에 이름을 등재했다. 그는 현재 장학건설 주식 9250주, 6.38%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세학 장학건설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경기고-서울대
절친한 선후배

두 사람은 같은 경기고등학교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홍 회장은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1986년 제일모직 비서실로 자리를 옮겼으며 삼성코닝 기획조정실 부장, 삼성코닝 기획담당이사를 지냈다.

1996년에는 삼성 SDI 기획홍보팀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2002년부터 삼성 SDI 경영기획팀장(부사장)을 맡아왔다. 이후 2007년 보광그룹 2세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계열사인 보광창업투자로 적을 옮겼다. 홍 회장은 장학건설 외에도 보광창업투자 지분 30.5%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보광그룹에 소속돼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독자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홍 회장은 ‘로열 패밀리’ 임에도 불구하고 측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고 있을 정도로 자상한 면모를 갖고 있다고 정평이 났다”며 “잘은 모르겠지만 장학건설 2대주주로 있다면, 자신의 인연을 모른 척 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대상그룹이)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홍 회장의 영향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정 대표는 또 현대건설 출신으로 재계 인맥이 두루두루 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시월드와
각별한 사이?

일각에서는 임 상무가 이 부회장과 이혼한 후에도 옛 시댁이었던 삼성가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임 상무가 청담동 빌딩을 매입할 당시, 인근에는 시아버지였던 이 회장이 2009년과 2010년 매입한 청담동 건물 두 채가 인접해 있었다.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도 근처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어 ‘범삼성가 타운’이 형성될 것이라는 소문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임 상무가 해당 빌딩을 사들인 것은, 옛 시댁인 삼성가와 아무런 꺼리낌 없이 지낸다는 방증이라는 의견이다.

과거에도 임 상무는 삼성가와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가 며느리던 지난 1999년 이 회장이 미국에서 암 치료를 받을 때 지극 정성으로 모시며 간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삼성 비자금 사태로 시어머니인 홍 관장이 호암미술관장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최근까지도 임 상무는 이 부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통해 삼성가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아들 이모군의 학습 발표회장에서는 전 남편인 이 부회장과 재회했고, 지난해 아들의 졸업식과 입학식에서는 홍 관장과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임 상무는 이혼 후 대상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경영에 참여 중이며, 현재 여동생에 이어 그룹 2대 주주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오너일가에서 집을 짓겠다고 하고 이런 부분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 공식적인 코멘트나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회사 차원의 일도 아니기 때문에 회장님께 여쭤볼 수 있는 사항도 못 된다”고 말했다.

장학건설 관계자는 대상 오너가 건물 시공에 관련 질문을 하자 “아무 것도 대답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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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