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19탄] 에쓰오일 ‘휘발유’

기름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S-Oil은 국민 무서운 줄 모른다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기름값이 또 요동치고 있다. 한마디로 너무 비싸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가계를 압박하는 시중 휘발유 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이다.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름값이 당분간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연중 최고치 경신
ℓ당 2000원 육박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값 평균은 ℓ당 1694.29원이다. 올 초(1298.89원)보다 30% 이상 뛰었다. 서울 시내 주유소는 2000원 선이 곧 도미노식으로 무너질 기세다. 이상한 점은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정유사들의 단골 변명인 국제 원유가가 내림세란 사실이다.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한창 기름값이 오르던 지난해 4월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지만 최근엔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휘발유값은 당시 전국 평균 가격이 평균 1700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국제 유가가 30% 정도 내릴 동안 국내 휘발유값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가 오를 땐 즉각 가격을 올리면서 유가가 떨어질 땐 찔끔찔끔 내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안달이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을 원화가치 하락(환율 인상) 탓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결국 휘발유에 부과되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과중한 유류세로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국제 유가가 치솟자 서민생활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유류세 10% 감면제도를 실시했으나 올 1월부터 다시 환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 유가환급금 지급 등 비장의 카드도 내놨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현재 휘발유 소비자가격에 붙는 유류세 비중은 58%에 달한다.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이라면 1160원이 세금이란 얘기다. 휘발유 차 1대를 갖고 있으면 개인마다 부과되는 자동차세와 별도로 한해 평균 100만원 이상의 유류세를 낸다는 조사도 있다. 


시중 휘발유 가격 또 요동…서민들 불만·불안 가중

‘국민 원망’ 정유사 화살 집중 “에쓰오일 유독 싸늘”

정부로선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세수감소를 우려해 섣불리 손대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유류세 비중은 OECD 24개 회원국 가운데 18위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유류세가 많지 않다”며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제 유가 등 가격 동향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유류세를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서민들의 원망은 자연스레 정유사들에 쏠린다. 정부가 할 수 없다면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마진을 줄여서라도 기름값을 내릴 수 없냐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외국계 회사인 에쓰오일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싸늘하다 못해 차갑다. 우선 이번 기름값이 막 오르기 시작할 때 나온 정부의 발표가 그 원인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5월 정유사들이 4월 다섯째주(4월26일∼5월2일)에 대리점과 주유소 등에 공급한 주간 평균 가격(세전 기준)을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국내 4개 정유사 중 에쓰오일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보통휘발유의 ℓ당 가격은 에쓰오일(542.29원), GS칼텍스(542.25원), 현대오일뱅크(539.96원), SK에너지(525.50원) 순으로 비쌌다. 세후 공급가격도 에쓰오일(1416.35원), GS칼텍스(1416.30원), 현대오일뱅크(1413.79원), SK에너지(1397.89원) 순이었다. 이후 매주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에쓰오일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낙인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 사우디 아람코
매년 수천억 고배당 챙겨

“공급가격과 판매가격은 엄연히 다르다. 단순한 공급가격 비교만으로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을 판단할 수 없다”는 에쓰오일의 해명과 “각 사별로 대리점, 주유소, 일반판매소 등지로 가는 유통 경로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정유사간 공급가 격차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한 언론의 보도는 뿔난 서민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각 정유사들의 수출용 휘발유 가격과 내수용 휘발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에쓰오일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는 내용이다. 


물론 국내 내수용이 해외 수출용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정유사들이 공시한 내수·수출 단가(세전 기준)를 보면 에쓰오일의 수출용 휘발유는 ℓ당 510.21원, 내수용은 이보다 51.39원 비싼 561.6원이었다. 

GS칼텍스와 SK에너지는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각각 38원, 34.03원 높았으며, 유일하게 현대오일뱅크만 수출용이 내수용보다 4.71원 비쌌다. 그동안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과 이들의 이익단체인 석유협회는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싸다”고 주장해왔다. 

무엇보다 에쓰오일이 국내에서 단물만 빼먹는 외국계 기업이란 부정적인 인식도 적지 않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35%)다. 1975년 쌍용양회와 이란 국영석유공사(NIOC)가 합작한 쌍용정유가 전신으로 1991년 아람코가 자본을 투자한 데 이어 1999년 쌍용그룹 해체 때 완전 인수했다. 

‘쌍용맨’에서 ‘아람코맨’으로 변신한 김선동 전 회장이 아람코의 전폭적인 지지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에쓰오일의 사령탑을 맡았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불법정치자금 등의 혐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한진그룹이 2007년 에쓰오일의 자사주(28.41%)를 2조3900억원에 매입해 2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에이 에이 알 수베이 사장을 비롯해 등기임원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그만큼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매년 도마에 오르고 있는 에쓰오일의 고배당이 그것이다. 에쓰오일은 2004년 1888억원, 2005년 1515억원, 2006년 2037억원, 2007년 5337억원, 2008년 5822억원을 아람코에 배당했다. 아람코가 지난 5년 동안 1조6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셈이다.

하지만 아람코는 국내 투자엔 소극적이다. 아람코 측은 지난해 고배당 논란이 일자 “에쓰오일의 지속적인 성공과 확대를 위해 배당금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렇다 할 ‘베팅’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지난 2일 울산시 온산에 1500억원을 투자해 청정휘발유 원료인 ‘알킬레이트’ 생산설비 공장을 준공한 게 고작이다. 2006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하던 충남 대산공단 정제공장 설립도 지지부진하다.

국내투자 미미·사회공헌 인색 ‘단물만 쪽’
내수용, 수출용보다 가장 큰 차이로 ‘비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이 고도화시설, 연구개발(R&D) 등 국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올 상반기(1∼6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각각 0.25%, 0.07%다. 반면 에쓰오일은 0.05%에 그쳤다. 외국계 지분이 70%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올해 고도화설비 등에 들어갈 투자규모를 지난해 2600억보다 크게 늘어난 7000억원으로 잡았다. 

에쓰오일은 사회공헌에도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 몰라라’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나눔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에 기업들의 온정은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다. 

에쓰오일은 임직원이 참여한 사회봉사단 활동을 통해 소외이웃, 어린이, 사회영웅, 지역사회, 환경 등 사회공헌 5대 중점분야에 지원하고 있으나 든든한 주머니 사정에 비해 미비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2007년 매출(15조2187억원)의 0.032%에 불과한 48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공헌 실태를 보면 국내 기업들이 2007년 지출한 사회공헌활동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0.22%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35억원으로 사회공헌활동비를 대폭 늘렸지만 이 역시 매출(23조원)에 비해선 0.059%밖에 되지 않는 비율이다. 에쓰오일은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23조원, 총자산 8조원대를 올린 에쓰오일은 ‘정유 투톱’ SK에너지(매출 46조원·총자산 22조원)와 GS칼텍스(매출 34조원·총자산 18조원)에 비해 매출과 총자산 등 몸집에선 밀리지만 재정 수익성과 건전성에서 이들을 앞선다.


평균 매출 0.22% 기부
에쓰오일 0.059% 그쳐

에쓰오일은 지난해 순이익률 1.94%, 부채율 125.58%를 기록해 ▲SK에너지(순이익률 1.94%·부채율 206.95%) ▲GS칼텍스(순이익률 -0.24%·부채율 184.36%) ▲현대오일뱅크(순이익률 -1.72%·부채율 226.28%) 등보다 탄탄한 내실을 보였다. 에쓰오일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포함돼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됐다. 

또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을 2조1000억원 보유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금성 자산 순위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전 직원의 50% 정도인 1100여 명으로 사회봉사단을 조직해 연간 80여 개 프로그램에 봉사시간만 1만2000시간에 달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부금을 점차 확대하는 한편 꼭 기부금만 내는 사회공헌이 아니라 임직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피의자에 대한 잇단 소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라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할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하는 김건희씨의 의혹은 총 16개다. 사전 자료 제출 요구나 실무진 조사 없이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사 게이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발걸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5개월 부족한 시간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 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에게 지난 17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조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7월21일 오전 10시로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 특검팀은 이들 1차 참고인 조사 이후 IMS에 투자한 나머지 기업 관계자들을 포함해 2차 소환을 예고했다. IMS 투자에 참여한 기업·기관은 모두 12곳으로, 신한은행·제이비우리캐피탈·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경남스틸 등도 포함돼있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2023년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부실기업이었음에도 김씨와의 친분을 토대로 여러 기업 등으로부터 180억여원을 석연치 않게 투자받은 사건이다.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많은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 김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당시 참여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각종 경영상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IMS 투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활용한 보험성, 또는 대가성 성격이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 후 잠적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종 목적지가 태국이 아닌 싱가포르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씨와 자녀들이 올해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다녀온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김씨와 아내, 자녀 2명 모두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에도 김씨의 자녀들은 다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후 아내 정모씨는 한국에 머문 채 김씨와 자녀들은 차례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특검팀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과 공조해 김씨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경영상 현안을 안고 있어 일종의 보험성이나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 제3국으로 도피 위치 파악 안 돼…검거 가능성은 미지수 통상 수사기관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 총수를 부르기 전 압수수색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토대로 실무자들을 조사하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기본적인 수사의 순서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에 대해 “수사 기법은 다양하다”며 “톱 다운 방식도 있고 바텀업 방식도 있는데, 수사팀에서 편리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이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총 110일에, 30일씩 두 번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일 현판식을 갖고 수사를 개시했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12월까지는 모든 게 정리돼야 한다. 사실상 6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이 부여된 셈인데, 특검팀이 수사해야 할 의혹만 인지 사건 포함 16개에 달한다. 최근 관련 의혹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도 특검팀을 다소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만 보면 ‘집사 게이트’부터 정리하려는 것 같다. 금품을 준 기업과 관련자들에게서 최대한 협조적인 진술을 얻어내고 김건희씨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를 수사하기 이전에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명씨 사건 같은 경우 검찰에서 수개월간 수사해 법리 적용만 검토하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씨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 먼저 특검팀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명씨 사건을 폭로한 강혜경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으며, 해당 공천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끌려가는 기업 수사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이용해 다수의 불법 여론조사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국토교통부 서기관 A씨 소환 조사도 병행했다. A씨는 당초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 등 5명과 전날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출석했다. 지난 14일 국토부와 A씨 주거지,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용역사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 용역사 임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5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씨 일가가 보유한 땅 28필지(2만 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전씨 법당과 서초구 양재동 주거지, 전씨가 속한 종파의 거점으로 알려진 충북 충주 일광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탁 대상으로 알려진 박창욱 경북도의원과 박현국 봉화군수, 박 군수 공천을 청탁한 사업가 B씨,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오을섭씨, 전씨 변호인 김모씨의 서초구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 군수의 휴대전화, 변호인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전씨 명의 휴대전화 2대, ‘찰리’로 알려진 전씨 처남의 휴대전화 2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15일부터 연이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해 법당 내 CCTV 등을 확보했는데 CCTV가 최신 기종이 아니라 복제(이미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법당 내 CCTV는 앞서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차례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물에는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CTV 저장 보관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은 남부지검에서 압수수색했던 곳 중 법당 내 지하창고도 다시 살펴 관련 증거를 압수했다고 한다. 사라진 피의자들 수사를 마친 뒤 관련자를 재판에 넘겨 공소 유지까지 맡는 특검은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측면과 더불어 수사 단계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법원에 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조성옥 전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이 369억원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이 산출한 조 전 회장 측 부당이득은 200억원, 이 회장 측은 17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등은 2023년 5∼6월쯤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그해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이 시기 회장이 교체됐는데, 특검팀은 조 전 회장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팔아 거액의 수익을 내자 이 회장도 우크라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시기에 주식 매매로 차익을 봤다는 혐의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을 총괄한 인사로 꼽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다.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는 지난 3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다. 건진법사 그라프 목걸이도 행방불명 삼부토건 ‘그림자 실세’ 잇단 도주 그러나 그림자 실세인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특검팀 수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알리며 “현재 도주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한 이씨의 변호인 또한 이씨의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도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여러 정황들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삼부토건의 ‘해외사업 수주 내역’을 보면, 2017년 파키스탄 도로공사 사업 수주를 마지막으로 해외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이는 삼부토건의 낮은 신용도와 자금 여력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부토건은 신용도가 낮아 해외공사 입찰 시 국내 은행으로부터 입찰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 수주 금액의 10% 수준인 이행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능력이나, 해외사업을 위해 사용할 자금을 확보할 여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해외사업에 사실상 실패한 삼부토건은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또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삼부토건 내부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당시 삼부토건 재건 관련 해외 사업 담당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는데, “삼부토건은 현실적으로 해외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당 직원이 진술한 것이다. 핵심 물증 중요 과제 이 직원은 또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하고 더 많은 연락과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정말로 (삼부토건이) 우크라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당시에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