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3 국정감사 총결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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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놀고먹다 한건 노린 'C학점의 선량들'

[일요시사=정치팀] 2013년도 국정감사가 지난 2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회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들의 일정은 일부 남아있지만 주요 상임위원회는 이미 모든 일정을 마쳤다. 올해 국감은 역대 최다인 628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됐다. 국회의원들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벼락치기 국감' '부실 국감' 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국감스타는 탄생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일요시사>가 키워드를 통해 2013년도 국정감사를 총결산했다.




국정감사(이하 국감)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막말'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감장에서 윽박지르기나 막말, 저속어 사용 등은 여전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적 공분을 국회의원이 대신해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감 준비를 충실하게 하지 못해 부족한 논리를 윽박지르기로 대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막말 국감
개선될까?

실제 사례를 보면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자신보다 연장자인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진 않죠?"라며 다소 무례한 질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용부가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취지에서였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부자감세 관련 논쟁 중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떠드는데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해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설훈 의원은 "내가 왜 모르냐. 숫자 다 있는데"라며 맞대응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국토부 산하 기관장 인사가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서승환 장관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서 장관이 "낙하산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하자 "낙하산이 아니면 공수부대냐"고 면박을 줬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밤늦게 재개된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의 자리가 상당수 비자 "술이나 퍼마시고 다니고 있네"라고 발언해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고성과 막말, 매년 반복되는 구태
기업인 잔뜩 불러놓고 '증인장사'?

이외에도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무총리실 국감에서 "이러니까 '붕어 없는 붕어빵' '총리 없는 총리실 국감'이라고 비웃는다"면서 "조선시대 수렴청정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고,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국토위의 서울시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장 시절 기업에게 협찬 받은 내용을 거론하며 '협찬시장'이라고 맹공해 국감 NGO 모니터단으로부터 막말 국회의원 사례로 지적됐다.




두 번째 키워드는 '기업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최악의 기업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유독 '경제민주화'와 '갑을 논란' 등 경제와 관련된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증인으로 출석시킨 기업인만 해도 200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2개 이상 상임위에 중복으로 출석해야 하는 기업인도 많았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경우는 산업위와 환노위, 정무위 등 3개 상임위 국감에 불려나가야 했다. 지난달 17일에는 환경노동위 야당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다가 새누리당이 반대하자 국감을 파행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는 정작 국감내용은 부실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고작 몇 마디 답변을 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기업들 사활 건
'증인 빼내기'


때문에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증인장사'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국감기간 여의도에서는 대관업무를 맡은 기업관계자들이 증인출석명단에서 자신들의 기업관계자 이름을 빼내기 위해 엄청난 로비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또 국감장에 불려나온 기업들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일부 의원들은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들을 몰아붙여 엉뚱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일례로 과일주스인 세레스를 수입ㆍ판매하는 에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국감에서 제기된 '납 검출' 지적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납이 검출된 제품은 2011년 이전에 다른 업체를 통해 수입된 제품이어서 현재 유통되고 있지 않는데 한 의원이 과거의 일을 국감장에서 다시 들춰내면서 새삼스레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기업인들은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하는데 왜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하며 몰아세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국감행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몰지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 때문인지 가장 많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는 증인별 신청의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심야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유독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되는 심야국감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국감으로 언뜻 보기엔 국회의원들이 무척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한낮에는 파행으로 시간을 낭비하다 저녁때야 부랴부랴 국감이 재개돼 자정을 넘긴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달 14일부터 25일까지 상임위별 국감 가운데 밤 11시를 넘겨 끝난 경우는 14차례나 됐다. 그 중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경우도 8차례나 됐다. 이중 상당수는 국감 안건과는 무관한 정치적 공방으로 인한 파행이었다.




특히 국감기간 6년 연속 파행을 빚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올해도 첫날 교육부 국감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교과서 논쟁과 관련해 교학사 집필진 3인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다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이날 국감은 새벽 1시가 넘어서 산회를 했다.

또 국감이 길어지는 이유로는 의원들이 이미 질의한 내용을 반복 질의하는 경우가 많고 국감 종료시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국감을 늦은 밤까지 진행할수록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언론 등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되는 경우도 많아 심야국감을 내심 반기기도 한다고 한다.

반가운 심야국감?
공무원은 죽을 맛

하지만 피감기관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피감기관은 물론이고 증인들까지 잔뜩 불러놓고 여야 의원들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싸우다 국감을 파행시켜버리면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말 미칠 노릇"이라며 "의원들이야 어디 가서 푹 쉬고 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마땅히 갈 곳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네 번째 키워드는 '충성국감'이다. 매년 반복되는 피감기관들의 과도한 충성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감기간이 되면 피감기관들은 의원 전용 주차장을 마련하고 국회의원들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건다. 의원 전용 주차장에 밀려 일반 민원인들은 주차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민원인보다 의원님 먼저 '충성국감' 여전
국감스타 초선의 활약, 대형스타는 '아직'


경찰청 국감장에선 여경들이 의원 안내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등장했다. 피감기관이 제공하는 의원 전용 화장실과 의원 전용 칫솔은 이미 관례화된 지 오래다. 한 의원은 칫솔을 한번 쓰고 버리기가 아까워 가지고 오다보니 국감이 끝난 후 남는 것은 칫솔뿐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피감기관들은 감사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한다. 한 피감기관은 건물 자체가 금연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내에서 의원들의 흡연을 방치해 구설수에 올랐고,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경우는 국감 현지시찰에서 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HI-TAXI'(지상고속활주·활주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이륙 전 단계) 행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과잉충성이라는 지적을 받고 취소하기도 했다. 

국감스타?
반짝스타!

다섯 번째 키워드는 '국감스타'다. 올해 국감도 '부실 국감'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어김없이 국감스타는 탄생했다. 과거와는 달리 여야의 중진의원들도 국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초선의원들의 경우는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 국감'을 실현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이번 국감은 특히 첨예한 여야의 정쟁 틈바구니에서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초선들의 재발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도 국감하면 떠오를 만큼의 대형 국감스타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올해 국감에서는 오히려 증인과 참고인이 뜻밖에 스타로 떠오른 경우도 있었다. 유례없는 검찰 항명사태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감장에서 이른바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붙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 지검장은 이 과정에서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국감 NGO 모니터단은 보고서에서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백미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감사하는 자리인데, (올해 국감은) 국민을 대신하기 보다는 정당을 대신했다"며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올해 국정감사는 'C학점'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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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