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별대담> 경기 화성갑 10·30 재보선 후보①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6: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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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드보이'라고? 나이는 숫자일 뿐!"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지난 7일, 공천 확정 후 언론사 최초로 <일요시사>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갑 국회의원선거사무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서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논란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제도권 정치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두 차례 비리사건에 휘말리며 정치권에서 잠시 멀어져 있던 그는 지난 9월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정치권 최대이슈로 부상했다.

서 고문의 재보선 출마선언으로 새누리당은 그의 공천 여부를 놓고 심한 내홍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6선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중량감과 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원로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 복귀에 모아지는 기대 역시 크다. <일요시사>가 재보선 승리를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서 고문을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서 고문과의 일문일답.

- 새누리당 화성갑 후보로 최종 공천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이제는 서 후보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소감을 말해 달라.
▲ 우선 제가 화성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제 모든 역량을 바쳐 국회의 권능을 회복하고, 집권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 화성시민과 국민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제 모든 역량과 열정을 다 바칠 각오다.  

- 서 후보께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화성갑 지역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청사진은 있나?
▲ 국회에 돌아가면 내년 예산안 심사부터 화성시가 신청한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는 고 고희선 전 의원의 유지와 화성시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이 제때 착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송산그린시티 개발, 화성과 연계된 ‘사통팔달의 교통허브망’ 구축, 축산과학원 이전부지 복합문화예술센터 조성, 창조경제형 첨단산업단지유치, 서부권 종합병원 건립, 효 공원 추진 등 어려운 지역현안이 많이 있다. 일단 제가 힘을 다해 10여년간 막혀있던 국비와 도비 예산의 물꼬를 트겠다.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역량을 모두 모아 화성발전의 마무리 구원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선봉에 서겠다.

소장파 공천 반대 "당을 위한 충정일 것"
"친이계와도 앙금 없어, 당 화합 최우선"


- 서 후보의 출마와 관련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실시될 당대표 선거나 국회의장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만약 재보선에서 승리한다면 향후 당대표나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가?
▲ (아직 당선된 것도 아닌데) 저의 정치적 입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특정한 자리를 염두에 두고 정치를 재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밝혔듯이 저는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한 울타리가 되고자하는 마음뿐이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은 바로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여야가 정치적 이해를 떠나 국민을 위해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차기 대권행보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김 의원의 행보가 박근혜정부에 부담이 되는 만큼 서 후보가 국회에 입성한 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김 의원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김무성 의원이 정도를 걸을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무책임한 정치적 행위로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정치인이 순리를 벗어나면 회복이 어려워진다. 다만 저는 당 내분을 재촉하는 주장에는 부화뇌동하고 싶지 않다. 당의 화합이 최우선이라고 보고 스스로 당 화합의 아이콘이 되고자 한다. 김무성 의원도 국가와 미래를 위한 충정이 있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 서 후보의 공천과 관련해 일부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반대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상 친김무성계라고 볼 수 있다. 또 공천과정에서 '청와대 서청원 내정설'을 퍼뜨린 것도 김 의원이 배후에 있다는 설도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의 배후에 김 의원이 있다고 보는가?
▲ 억지춘향의 이야기라고 본다. 제가 출마를 결심하기 전에 당내외의 다양한 분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는데 김무성 의원도 만나 보았다. 김무성 의원도 정치발전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고, 우리는 정치의 뿌리가 같은 친한 선후배 관계이다. 당 내분을 획책하고 이간질하는 주장에는 전혀 귀 기울이고 싶지 않다. 소장파들의 비판은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에서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그런 비판을 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화합에 나설 것이다.

- 서 후보께서는 지난 9월16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평전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를 당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공천을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출판 의도와 책 제목에 대한 비약이 너무 심해 불편한 마음이다.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는 제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출소하면서 저를 성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 말임과 동시에 제 스스로의 다짐이었고, 제가 정치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신념이다. 저는 정치인으로서의 신의를 덕목으로 삼고 스스로가 우정과 의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 길을 갈 것이다.

- 일각에서는 서 후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실시한 특별사면에 포함된 유일한 친박계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당시 서 고문의 재보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당시 친박계 인물로서 유일하게 특사명단에 포함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라고 본다. 무리한 법집행이었고 뒤늦게나마 정당한 절차와 기준에 의해 사면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누구와 모종의 정치적 거래를 할 분이라고 믿고 있다면 잘못 보아도 크게 잘못 본 것이다.

- 서 후보께서는 과거 불법 대선자금과 공천헌금 수수로 두 번씩이나 실형을 선고받으신 전력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억울한 점은 없는가?
▲ 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화가 나고 답답할 뿐이다. 경위야 어떻든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죄송하지만 당시의 재판기록을 보면 전후사정을 알게 될 것이다. 저는 당시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대표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다 당한 일이다. 더 이상 저와 같은 불행한 정치인이 나와서는 안된다. 두 번 다 개인비리가 아니었고 정치보복에 대해 당 대표로서 책임을 진 것이었다. 특히 친박연대의 공천 차입금 문제는 오죽하면 야당 대선후보도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은 정당의 공식 의결을 거쳐 공식계좌로 돈을 받은 것으로 개인비리가 아니며, 다른 정당도 그렇게 돈을 받았는데 친박연대만 수사한 것은 표적수사의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18대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 254명이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사면 탄원을 했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당권 도전설 "당선도 안됐는데 거론 일러"
"당선 되면 지역구 예산 확실히 챙기겠다"


- 당 안팎에서 화성과의 아무 연고가 없다는 점을 들어 공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모친의 고향이 화성이라는 점까지 내세우며 화성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계신데, 만약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화성지역에서 계속 출마할 예정인가?
▲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듯이 선거구를 선정하는데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이 출생과 성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과 역할도 중요한 일이다. 화성에서 저의 역할이 분명 있기에 이곳에 왔다. 또 저로서는 화성이 낯선 곳이 아니다. 외가가 화성군 일왕면이어서 어릴 적에 놀러온 기억이 있고, 특히 6·25 때 외가에서 피난생활을 해서 생명을 빚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인연은 조선 초기에 대제학을 지낸 서거정 선생이 저의 선조이다. 며칠 전 화성에 있는 그 분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런 인연으로 화성에 출마했고 중요한 것은 연고가 있냐 없냐를 따지는 근시안을 벗어나 과연 서청원이 이 지역 사람들과 한 몸이 되어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어떤 기여를 할 것이냐, 누가 화성 발전에 큰일을 할 것인가라고 본다. 지금 선거에 나서면서 차기 선거에 대해 말하는 것이 오만한 것이고 오히려 화성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바로 지금 제가 화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겸허한 자세로 호소하는데 모든 정성을 다할 뿐이다.

- 새누리당 내 일부 친이계에서는 서 고문께서 당에 복귀하면 자신을 정치적으로 억압했던 친이계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까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당에 복귀하게 되면 친이계와는 어떤 관계를 설정할 예정인가?
▲ 보복의 정치로는 악순환만 있지 통합과 화합의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은 당내 화합과 국민통합이 요청되고 있다. 제가 정치보복을 하고자 한다면 출마에 앞서 이재오 의원을 만났겠는가? 정치보복을 두 번이나 당한 피해자로서 오로지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국민들의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당 화합의 아이콘’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홍사덕 전 의원이 민화협 상임의장으로 선출됐고, 서 후보까지 정치권에 복귀하면 박근혜정부의 이미지가 너무 '올드'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젊은 층을 사로잡겠다며 청바지 입고 말춤까지 췄는데 이 같은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 박 대통령이 그 분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은 보은이 아니라고 본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 국정은 너무나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이고 고독한 길이다. 아무래도 대통령의 뜻을 이심전심으로 잘 알고 경륜과 지혜를 갖춘 사람들이 지원군이 되면 국정운영이 보다 손쉬울 것은 자명하다. 올드보이라고 비판하는데 우리가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전 항상 젊은이들과 호흡해왔고 생각이 젊다고 자부한다. 정치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신구 조화와 함께 자기희생의 정신과 실천이 중요하다. 맥아더 장군은 "오래 산다고 늙는 것이 아니다. 꿈과 이상을 버리기 때문에 늙는 것이다"고 강변했다. 또 원로들이 등장했다고 해서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주인공은 젊은 세대이며 원로들은 젊은 세대의 조력자다. 젊은 세대가 주인공인 넓은 무대를 만들어주고 뒷받침하고 거름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은 오히려 문제를 침소봉대하며 세대 간을 이간질하고 세대 간의 통합이라는 시대과제에 역행하는 옳지 않은 주장이다.

- 마지막으로 화성갑 유권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
▲ 반드시 화성시민을 섬기고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한마디로 화성을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활기찬 도시로 만들겠다. 저의 힘은 여러분들로부터 나오고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서청원 후보 프로필>
▲ 조선일보 기자
▲ 민주당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
▲ 정무1장관
▲ 한나라당 사무총장
▲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 미래희망연대 대표
▲ 6선 국회의원
▲ 새누리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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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