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별대담> 경기 화성갑 10·30 재보선 후보①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6: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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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드보이'라고? 나이는 숫자일 뿐!"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지난 7일, 공천 확정 후 언론사 최초로 <일요시사>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갑 국회의원선거사무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서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논란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제도권 정치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두 차례 비리사건에 휘말리며 정치권에서 잠시 멀어져 있던 그는 지난 9월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정치권 최대이슈로 부상했다.

서 고문의 재보선 출마선언으로 새누리당은 그의 공천 여부를 놓고 심한 내홍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6선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중량감과 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원로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 복귀에 모아지는 기대 역시 크다. <일요시사>가 재보선 승리를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서 고문을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서 고문과의 일문일답.

- 새누리당 화성갑 후보로 최종 공천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이제는 서 후보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소감을 말해 달라.
▲ 우선 제가 화성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제 모든 역량을 바쳐 국회의 권능을 회복하고, 집권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 화성시민과 국민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제 모든 역량과 열정을 다 바칠 각오다.  

- 서 후보께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화성갑 지역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청사진은 있나?
▲ 국회에 돌아가면 내년 예산안 심사부터 화성시가 신청한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는 고 고희선 전 의원의 유지와 화성시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이 제때 착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송산그린시티 개발, 화성과 연계된 ‘사통팔달의 교통허브망’ 구축, 축산과학원 이전부지 복합문화예술센터 조성, 창조경제형 첨단산업단지유치, 서부권 종합병원 건립, 효 공원 추진 등 어려운 지역현안이 많이 있다. 일단 제가 힘을 다해 10여년간 막혀있던 국비와 도비 예산의 물꼬를 트겠다.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역량을 모두 모아 화성발전의 마무리 구원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선봉에 서겠다.

소장파 공천 반대 "당을 위한 충정일 것"
"친이계와도 앙금 없어, 당 화합 최우선"


- 서 후보의 출마와 관련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실시될 당대표 선거나 국회의장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만약 재보선에서 승리한다면 향후 당대표나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가?
▲ (아직 당선된 것도 아닌데) 저의 정치적 입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특정한 자리를 염두에 두고 정치를 재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밝혔듯이 저는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한 울타리가 되고자하는 마음뿐이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은 바로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여야가 정치적 이해를 떠나 국민을 위해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차기 대권행보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김 의원의 행보가 박근혜정부에 부담이 되는 만큼 서 후보가 국회에 입성한 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김 의원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김무성 의원이 정도를 걸을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무책임한 정치적 행위로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정치인이 순리를 벗어나면 회복이 어려워진다. 다만 저는 당 내분을 재촉하는 주장에는 부화뇌동하고 싶지 않다. 당의 화합이 최우선이라고 보고 스스로 당 화합의 아이콘이 되고자 한다. 김무성 의원도 국가와 미래를 위한 충정이 있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 서 후보의 공천과 관련해 일부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반대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상 친김무성계라고 볼 수 있다. 또 공천과정에서 '청와대 서청원 내정설'을 퍼뜨린 것도 김 의원이 배후에 있다는 설도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의 배후에 김 의원이 있다고 보는가?
▲ 억지춘향의 이야기라고 본다. 제가 출마를 결심하기 전에 당내외의 다양한 분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는데 김무성 의원도 만나 보았다. 김무성 의원도 정치발전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고, 우리는 정치의 뿌리가 같은 친한 선후배 관계이다. 당 내분을 획책하고 이간질하는 주장에는 전혀 귀 기울이고 싶지 않다. 소장파들의 비판은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에서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그런 비판을 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화합에 나설 것이다.

- 서 후보께서는 지난 9월16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평전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를 당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공천을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출판 의도와 책 제목에 대한 비약이 너무 심해 불편한 마음이다.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는 제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출소하면서 저를 성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 말임과 동시에 제 스스로의 다짐이었고, 제가 정치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신념이다. 저는 정치인으로서의 신의를 덕목으로 삼고 스스로가 우정과 의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 길을 갈 것이다.

- 일각에서는 서 후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실시한 특별사면에 포함된 유일한 친박계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당시 서 고문의 재보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당시 친박계 인물로서 유일하게 특사명단에 포함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라고 본다. 무리한 법집행이었고 뒤늦게나마 정당한 절차와 기준에 의해 사면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누구와 모종의 정치적 거래를 할 분이라고 믿고 있다면 잘못 보아도 크게 잘못 본 것이다.

- 서 후보께서는 과거 불법 대선자금과 공천헌금 수수로 두 번씩이나 실형을 선고받으신 전력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억울한 점은 없는가?
▲ 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화가 나고 답답할 뿐이다. 경위야 어떻든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죄송하지만 당시의 재판기록을 보면 전후사정을 알게 될 것이다. 저는 당시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대표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다 당한 일이다. 더 이상 저와 같은 불행한 정치인이 나와서는 안된다. 두 번 다 개인비리가 아니었고 정치보복에 대해 당 대표로서 책임을 진 것이었다. 특히 친박연대의 공천 차입금 문제는 오죽하면 야당 대선후보도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은 정당의 공식 의결을 거쳐 공식계좌로 돈을 받은 것으로 개인비리가 아니며, 다른 정당도 그렇게 돈을 받았는데 친박연대만 수사한 것은 표적수사의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18대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 254명이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사면 탄원을 했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당권 도전설 "당선도 안됐는데 거론 일러"
"당선 되면 지역구 예산 확실히 챙기겠다"


- 당 안팎에서 화성과의 아무 연고가 없다는 점을 들어 공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모친의 고향이 화성이라는 점까지 내세우며 화성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계신데, 만약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화성지역에서 계속 출마할 예정인가?
▲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듯이 선거구를 선정하는데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이 출생과 성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과 역할도 중요한 일이다. 화성에서 저의 역할이 분명 있기에 이곳에 왔다. 또 저로서는 화성이 낯선 곳이 아니다. 외가가 화성군 일왕면이어서 어릴 적에 놀러온 기억이 있고, 특히 6·25 때 외가에서 피난생활을 해서 생명을 빚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인연은 조선 초기에 대제학을 지낸 서거정 선생이 저의 선조이다. 며칠 전 화성에 있는 그 분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런 인연으로 화성에 출마했고 중요한 것은 연고가 있냐 없냐를 따지는 근시안을 벗어나 과연 서청원이 이 지역 사람들과 한 몸이 되어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어떤 기여를 할 것이냐, 누가 화성 발전에 큰일을 할 것인가라고 본다. 지금 선거에 나서면서 차기 선거에 대해 말하는 것이 오만한 것이고 오히려 화성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바로 지금 제가 화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겸허한 자세로 호소하는데 모든 정성을 다할 뿐이다.

- 새누리당 내 일부 친이계에서는 서 고문께서 당에 복귀하면 자신을 정치적으로 억압했던 친이계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까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당에 복귀하게 되면 친이계와는 어떤 관계를 설정할 예정인가?
▲ 보복의 정치로는 악순환만 있지 통합과 화합의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은 당내 화합과 국민통합이 요청되고 있다. 제가 정치보복을 하고자 한다면 출마에 앞서 이재오 의원을 만났겠는가? 정치보복을 두 번이나 당한 피해자로서 오로지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국민들의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당 화합의 아이콘’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홍사덕 전 의원이 민화협 상임의장으로 선출됐고, 서 후보까지 정치권에 복귀하면 박근혜정부의 이미지가 너무 '올드'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젊은 층을 사로잡겠다며 청바지 입고 말춤까지 췄는데 이 같은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 박 대통령이 그 분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은 보은이 아니라고 본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 국정은 너무나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이고 고독한 길이다. 아무래도 대통령의 뜻을 이심전심으로 잘 알고 경륜과 지혜를 갖춘 사람들이 지원군이 되면 국정운영이 보다 손쉬울 것은 자명하다. 올드보이라고 비판하는데 우리가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전 항상 젊은이들과 호흡해왔고 생각이 젊다고 자부한다. 정치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신구 조화와 함께 자기희생의 정신과 실천이 중요하다. 맥아더 장군은 "오래 산다고 늙는 것이 아니다. 꿈과 이상을 버리기 때문에 늙는 것이다"고 강변했다. 또 원로들이 등장했다고 해서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주인공은 젊은 세대이며 원로들은 젊은 세대의 조력자다. 젊은 세대가 주인공인 넓은 무대를 만들어주고 뒷받침하고 거름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은 오히려 문제를 침소봉대하며 세대 간을 이간질하고 세대 간의 통합이라는 시대과제에 역행하는 옳지 않은 주장이다.

- 마지막으로 화성갑 유권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
▲ 반드시 화성시민을 섬기고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한마디로 화성을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활기찬 도시로 만들겠다. 저의 힘은 여러분들로부터 나오고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서청원 후보 프로필>
▲ 조선일보 기자
▲ 민주당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
▲ 정무1장관
▲ 한나라당 사무총장
▲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 미래희망연대 대표
▲ 6선 국회의원
▲ 새누리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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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