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통진당 사태 후폭풍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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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대혼란…댓글 묻히고 '공안 정국'

[일요시사=사회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남북전쟁에 대비, 국내에서 무장봉기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승부수를 던진 국정원과 또 다른 '대형 폭탄'을 만지작대고 있는 검찰의 노림수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조직의 명예를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28일 새벽 국정원은 현역 국회의원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당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명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이적단체구성 및 찬양·고무) 위반, 다시 말해 '내란죄'다.

국정원 승부수
국면 전환 성공

국정원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이 의원 등 당직자들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찾았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관련 혐의를 잡고 내사를 해왔다"며 영장집행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지검 차경환 2차장검사도 국정원의 내사 사실을 확인했다. 차 검사는 "국정원이 2010년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 대상자들의 내란 예비음모,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영장 집행 대상자는 이 의원과 우위영 전 대변인,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홍순석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등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 전자장치(USB),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내란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 파장은 엄청났다. 최근 '국정원 댓글' 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정원은 '내란죄' 카드로 국면 전환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33년 만에 부활한 내란죄 파문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국정원은 영장 집행 대상자 10명 중 홍 위원장, 이 고문, 한 위원장을 체포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0일에는 수사 지휘부인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가 직접 움직여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은 현역 의원인 이 의원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 4명이 통합진보당 내에서도 '조직과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인 이 의원은 물론이고, 홍 위원장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안양 동안을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한 위원장도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활동했다. 그리고 경기진보연대의 이 고문은 국정원의 거듭된 미행으로 지난 1월 국정원을 고소했고, 이에 국정원 측이 맞고소를 진행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공안 목표는
경기동부연합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이 지난 5월 서울 합정동 M수도회 교육관에서 열린 모임을 통해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대규모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영장을 통해 밝혔다. 해당 모임에 가담한 인원은 1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이 의원 등은 지난해 5월 당직자 100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혁명가인 '적기가'를 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사전에 통신허가를 받아 이 의원 등의 비밀회동을 감청하면서 수년간 증거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은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번 '내란 사건'과 관련해 모두 1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번 수사의 첫 타깃은 이 의원 등이 속해 있는 통칭 'RO산악회'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RO산악회'를 국가전복세력으로 지목했다.

'RO산악회'의 뿌리는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의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로 전해진다. 규모는 130여명 정도. 한 국정원 관계자는 'RO산악회'가 "1997년 해체된 민족민주혁명단(민혁당) 잔존세력의 조직 재건을 위한 모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국정원은 'RO산악회'의 수장을 이 의원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믿을만한 전언에 의하면 공안당국이 체제전복세력으로 지목한 'RO산악회'는 이미 해체된 조직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RO산악회'는 1991년 운동권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이 건재하던 때 만들어진 모임이며, 이후로는 개방된 산악회 형태가 아닌 폐쇄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수사의 화살은 'RO산악회'가 아닌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파문 '일파만파'
국내서 무장봉기 계획?…정치권 '발칵'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RO산악회의 실존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내란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성이나 편제가 확인돼야 하는데 "조직이 없다"고 판단되면 예비내란 음모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진보당 측은 "공안당국의 주장이 날조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사의 키는 '경기동부연합'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소위 NL(민족해방) 계열 전국조직인 전국연합의 하부 조직 중 하나로 경기도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한 운동권 세력이다.

이후 경기동부연합은 광주·전남연합과도 세를 같이하며,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당시 경기동부연합에 밀려 탈당한 정치인은 PD(민중민주) 계열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 등이다. 그리고 이 같은 권력암투의 막후에는 이 의원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의원은 지난 1991년 전국연합 창립 당시 조직의 중견 간부 역할을 맡았으며, 이후 경기동부연합의 실질적인 리더로 활약하다가 '군자산의 약속'을 배경으로 민주노동당에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경기동부연합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부정하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고,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반면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이 유사시 체제전복을 시도하려 했다는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고 알렸다. 더불어 이 의원의 지하조직 'RO'는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회합 여부가 결정나는 것은 물론 주요 지령에 따라 조직원들의 활동 범위가 정해지는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통합진보당 수뇌부는 당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전체에게 "모든 것은 날조"라고 답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확인됐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대응과 상관없이 이번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의원의 일부 녹취록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여파는 정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종북 몰이에
모두가 쉬쉬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 등은 남북전쟁 발발 시 북한에 호응한 무장 봉기를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서 이 의원은 "60여 년간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며 "힘과 힘의 싸움이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고 말했다. 또 "필승의 신념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고난을 각오하라.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인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물질·기술적 준비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며 "새 형태의 전쟁이다. 그야말로 끝장을 내보자"라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 적힌 당시 회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더불어 이들은 구체적인 예비 내란 계획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적힌 내용을 보면 "전시상황에서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 타격을 주자" "세계에서 가장 큰 유류저장시설이 평택에 있는데 탱크를 둘러싸고 있는 게 니켈합금이고 두께가 90㎝라 관통하기 어렵다. 총알로 뚫을 문제는 아니다. 이미 조사를 해놨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장난감총을 개조하면 사람을 조준할 수 있다" "물리적인 타격도 중요하지만 주요시설 근무자들을 반드시 포섭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있다.

현재 국정원은 해당 녹취록과 함께 이 의원 등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파일, 회의 장면을 찍은 동영상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녹취록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인물 중 몇 명이 국정원 소속 직원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국내 유력 일간지 기자 등과 차례로 교신하며, 비공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수사와 관련한 내부 문건도 국회 등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자택에서 1억4000여만원의 뭉칫돈을 찾아내면서 이를 '혁명 자금'으로 몰아붙일 심산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자금"이라며 "검찰 조사까지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국면전환 노림수?
검찰도 대형전담팀 구성

하지만 뒷짐을 지고 있던 수원지검도 사안이 구체화되자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형세는 이 의원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한 수원지검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안부장 이하 검사 4명을 이 사건에 전원 투입하는 한편 대공 전문 검사 2명을 충원해 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지난 통합진보당 경선 사태 때 입수한 당원 명단을 언젠가 써먹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는데 올 초부터 주위에서 내사 얘기가 들린 것을 보면 그 때가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한 인사는 민주노동당 당원 명단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 등으로 9일에 걸친 구속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검찰은 현재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 6∼7명이 중국을 통해 밀입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점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정확한 입북 경위와 경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후 국내에서의 '활동 지침'을 받기 위해 북한을 오갔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지난 '서울시 탈북 공무원 간첩' 사건 때처럼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이 반박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국정원은 불법 구금 수사를 통해 당시 피의자의 여동생을 협박한 전력이 있다.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36722)

이에 따라 기소 책임이 있는 검찰은 밀입북 혐의에 대해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무래도 안팎으로 개혁 요구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채동욱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검찰의 입장은 다르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현재 다수 언론은 국정원이 야당으로부터 국내 파트 폐지 압력을 받는 상황에 처하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즉 국정원이 국내 간첩 수사와 대북심리전단 운영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 위해 준비된 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만약 국정원이 이번 수사에서 이 의원 등의 내란 모의를 입증한다면 개혁 요구를 피해갈 수 있겠지만 실패할 경우 위기 모면을 위한 '공안몰이'였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단 현재까지의 흐름은 국정원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정원 댓글’ 정국을 주도했던 야당이다. 공안 사건은 민감한 문제라 섣불리 통합진보당을 옹호했다간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하듯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3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최근의 내란음모 사건을 별개의 건으로 처리할 것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참가하는 국정원 촛불집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분당사태로 앙금이 남아 있는 정의당도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면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다"며 "국회의원이 국가 내란음모에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두었다. 이는 여당의 '종북 프레임'을 의식한 해명으로 보인다.

'녹취 공개, 밀입북 포착, 뭉칫돈 발견…'
사면초가 통진당…야당은 선긋기 급급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새누리당은 현재 2가지를 주문하고 있다. 첫째,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여야가 공동으로 처리할 것. 둘째, 국정원이 갖고 있는 녹취록 원본 그대로를 공개할 것이다. 이는 국정원 주도의 '공안 정국'을 계속 이어가면서도 수사가 별다른 혐의 없이 끝났을 경우 돌아올 역풍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찬반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양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야권이 좌고우면하는 사이 통합진보당은 체포동의안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이 NLL포기라며, 정상대화록을 짜깁기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왜곡시킨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사실상의 구원 요청인 셈. 하지만 이 요청에 야당이 화답할지는 불확실하다.

카드 만지작
칠곳 더있다

사정당국 지근의 한 관계자는 "이미 다 퍼져 있던 정보를 지금에서야 터뜨린 게 오히려 직무유기 아니냐"라는 의견을 전했다. 입수한 정보량을 볼 때 국정원이 패를 쥐고 있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터뜨렸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아는 사람끼리는 다 아는 얘기지만 경기동부연합은 수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수사의 칼날이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지금 공안당국이 원하는 건 '제2의 왕재산 사건'이라며, 경기동부연합보다 더 큰 조직과 규모를 갖고 있는 곳을 노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해당 조직은 현재 대학생 운동권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배후에는 이 의원보다 파급력이 더 강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만지작대는 이 카드가 수사 확대를 통해 공개되면 북한의 지령 유통 경로까지 폭로될 수 있다는 전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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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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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