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통진당 사태 후폭풍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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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대혼란…댓글 묻히고 '공안 정국'

[일요시사=사회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남북전쟁에 대비, 국내에서 무장봉기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승부수를 던진 국정원과 또 다른 '대형 폭탄'을 만지작대고 있는 검찰의 노림수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조직의 명예를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28일 새벽 국정원은 현역 국회의원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당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명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이적단체구성 및 찬양·고무) 위반, 다시 말해 '내란죄'다.

국정원 승부수
국면 전환 성공

국정원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이 의원 등 당직자들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찾았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관련 혐의를 잡고 내사를 해왔다"며 영장집행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지검 차경환 2차장검사도 국정원의 내사 사실을 확인했다. 차 검사는 "국정원이 2010년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 대상자들의 내란 예비음모,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영장 집행 대상자는 이 의원과 우위영 전 대변인,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홍순석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등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 전자장치(USB),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내란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 파장은 엄청났다. 최근 '국정원 댓글' 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정원은 '내란죄' 카드로 국면 전환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33년 만에 부활한 내란죄 파문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국정원은 영장 집행 대상자 10명 중 홍 위원장, 이 고문, 한 위원장을 체포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0일에는 수사 지휘부인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가 직접 움직여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은 현역 의원인 이 의원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 4명이 통합진보당 내에서도 '조직과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인 이 의원은 물론이고, 홍 위원장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안양 동안을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한 위원장도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활동했다. 그리고 경기진보연대의 이 고문은 국정원의 거듭된 미행으로 지난 1월 국정원을 고소했고, 이에 국정원 측이 맞고소를 진행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공안 목표는
경기동부연합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이 지난 5월 서울 합정동 M수도회 교육관에서 열린 모임을 통해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대규모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영장을 통해 밝혔다. 해당 모임에 가담한 인원은 1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이 의원 등은 지난해 5월 당직자 100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혁명가인 '적기가'를 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사전에 통신허가를 받아 이 의원 등의 비밀회동을 감청하면서 수년간 증거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은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번 '내란 사건'과 관련해 모두 1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번 수사의 첫 타깃은 이 의원 등이 속해 있는 통칭 'RO산악회'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RO산악회'를 국가전복세력으로 지목했다.

'RO산악회'의 뿌리는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의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로 전해진다. 규모는 130여명 정도. 한 국정원 관계자는 'RO산악회'가 "1997년 해체된 민족민주혁명단(민혁당) 잔존세력의 조직 재건을 위한 모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국정원은 'RO산악회'의 수장을 이 의원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믿을만한 전언에 의하면 공안당국이 체제전복세력으로 지목한 'RO산악회'는 이미 해체된 조직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RO산악회'는 1991년 운동권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이 건재하던 때 만들어진 모임이며, 이후로는 개방된 산악회 형태가 아닌 폐쇄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수사의 화살은 'RO산악회'가 아닌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파문 '일파만파'
국내서 무장봉기 계획?…정치권 '발칵'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RO산악회의 실존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내란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성이나 편제가 확인돼야 하는데 "조직이 없다"고 판단되면 예비내란 음모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진보당 측은 "공안당국의 주장이 날조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사의 키는 '경기동부연합'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소위 NL(민족해방) 계열 전국조직인 전국연합의 하부 조직 중 하나로 경기도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한 운동권 세력이다.

이후 경기동부연합은 광주·전남연합과도 세를 같이하며,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당시 경기동부연합에 밀려 탈당한 정치인은 PD(민중민주) 계열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 등이다. 그리고 이 같은 권력암투의 막후에는 이 의원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의원은 지난 1991년 전국연합 창립 당시 조직의 중견 간부 역할을 맡았으며, 이후 경기동부연합의 실질적인 리더로 활약하다가 '군자산의 약속'을 배경으로 민주노동당에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경기동부연합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부정하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고,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반면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이 유사시 체제전복을 시도하려 했다는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고 알렸다. 더불어 이 의원의 지하조직 'RO'는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회합 여부가 결정나는 것은 물론 주요 지령에 따라 조직원들의 활동 범위가 정해지는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통합진보당 수뇌부는 당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전체에게 "모든 것은 날조"라고 답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확인됐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대응과 상관없이 이번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의원의 일부 녹취록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여파는 정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종북 몰이에
모두가 쉬쉬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 등은 남북전쟁 발발 시 북한에 호응한 무장 봉기를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서 이 의원은 "60여 년간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며 "힘과 힘의 싸움이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고 말했다. 또 "필승의 신념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고난을 각오하라.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인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물질·기술적 준비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며 "새 형태의 전쟁이다. 그야말로 끝장을 내보자"라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 적힌 당시 회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더불어 이들은 구체적인 예비 내란 계획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적힌 내용을 보면 "전시상황에서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 타격을 주자" "세계에서 가장 큰 유류저장시설이 평택에 있는데 탱크를 둘러싸고 있는 게 니켈합금이고 두께가 90㎝라 관통하기 어렵다. 총알로 뚫을 문제는 아니다. 이미 조사를 해놨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장난감총을 개조하면 사람을 조준할 수 있다" "물리적인 타격도 중요하지만 주요시설 근무자들을 반드시 포섭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있다.

현재 국정원은 해당 녹취록과 함께 이 의원 등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파일, 회의 장면을 찍은 동영상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녹취록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인물 중 몇 명이 국정원 소속 직원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국내 유력 일간지 기자 등과 차례로 교신하며, 비공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수사와 관련한 내부 문건도 국회 등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자택에서 1억4000여만원의 뭉칫돈을 찾아내면서 이를 '혁명 자금'으로 몰아붙일 심산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자금"이라며 "검찰 조사까지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국면전환 노림수?
검찰도 대형전담팀 구성

하지만 뒷짐을 지고 있던 수원지검도 사안이 구체화되자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형세는 이 의원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한 수원지검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안부장 이하 검사 4명을 이 사건에 전원 투입하는 한편 대공 전문 검사 2명을 충원해 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지난 통합진보당 경선 사태 때 입수한 당원 명단을 언젠가 써먹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는데 올 초부터 주위에서 내사 얘기가 들린 것을 보면 그 때가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한 인사는 민주노동당 당원 명단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 등으로 9일에 걸친 구속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검찰은 현재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 6∼7명이 중국을 통해 밀입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점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정확한 입북 경위와 경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후 국내에서의 '활동 지침'을 받기 위해 북한을 오갔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지난 '서울시 탈북 공무원 간첩' 사건 때처럼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이 반박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국정원은 불법 구금 수사를 통해 당시 피의자의 여동생을 협박한 전력이 있다.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36722)

이에 따라 기소 책임이 있는 검찰은 밀입북 혐의에 대해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무래도 안팎으로 개혁 요구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채동욱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검찰의 입장은 다르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현재 다수 언론은 국정원이 야당으로부터 국내 파트 폐지 압력을 받는 상황에 처하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즉 국정원이 국내 간첩 수사와 대북심리전단 운영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 위해 준비된 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만약 국정원이 이번 수사에서 이 의원 등의 내란 모의를 입증한다면 개혁 요구를 피해갈 수 있겠지만 실패할 경우 위기 모면을 위한 '공안몰이'였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단 현재까지의 흐름은 국정원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정원 댓글’ 정국을 주도했던 야당이다. 공안 사건은 민감한 문제라 섣불리 통합진보당을 옹호했다간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하듯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3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최근의 내란음모 사건을 별개의 건으로 처리할 것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참가하는 국정원 촛불집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분당사태로 앙금이 남아 있는 정의당도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면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다"며 "국회의원이 국가 내란음모에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두었다. 이는 여당의 '종북 프레임'을 의식한 해명으로 보인다.

'녹취 공개, 밀입북 포착, 뭉칫돈 발견…'
사면초가 통진당…야당은 선긋기 급급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새누리당은 현재 2가지를 주문하고 있다. 첫째,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여야가 공동으로 처리할 것. 둘째, 국정원이 갖고 있는 녹취록 원본 그대로를 공개할 것이다. 이는 국정원 주도의 '공안 정국'을 계속 이어가면서도 수사가 별다른 혐의 없이 끝났을 경우 돌아올 역풍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찬반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양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야권이 좌고우면하는 사이 통합진보당은 체포동의안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이 NLL포기라며, 정상대화록을 짜깁기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왜곡시킨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사실상의 구원 요청인 셈. 하지만 이 요청에 야당이 화답할지는 불확실하다.

카드 만지작
칠곳 더있다

사정당국 지근의 한 관계자는 "이미 다 퍼져 있던 정보를 지금에서야 터뜨린 게 오히려 직무유기 아니냐"라는 의견을 전했다. 입수한 정보량을 볼 때 국정원이 패를 쥐고 있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터뜨렸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아는 사람끼리는 다 아는 얘기지만 경기동부연합은 수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수사의 칼날이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지금 공안당국이 원하는 건 '제2의 왕재산 사건'이라며, 경기동부연합보다 더 큰 조직과 규모를 갖고 있는 곳을 노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해당 조직은 현재 대학생 운동권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배후에는 이 의원보다 파급력이 더 강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만지작대는 이 카드가 수사 확대를 통해 공개되면 북한의 지령 유통 경로까지 폭로될 수 있다는 전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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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