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9.6℃구름조금
  • 강릉 32.4℃맑음
  • 서울 30.8℃맑음
  • 대전 31.3℃구름많음
  • 대구 31.7℃구름조금
  • 울산 30.5℃구름많음
  • 광주 30.1℃맑음
  • 부산 29.6℃구름조금
  • 고창 29.6℃맑음
  • 제주 28.9℃맑음
  • 강화 30.3℃맑음
  • 보은 28.4℃구름조금
  • 금산 30.5℃구름조금
  • 강진군 29.3℃구름조금
  • 경주시 31.5℃구름많음
  • 거제 29.3℃구름조금
기상청 제공

1333

2021년 07월30일 11시22분

사회


충격! 통진당 사태 후폭풍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06:09
  • 댓글 0개
URL복사

여의도 대혼란…댓글 묻히고 '공안 정국'

[일요시사=사회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남북전쟁에 대비, 국내에서 무장봉기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승부수를 던진 국정원과 또 다른 '대형 폭탄'을 만지작대고 있는 검찰의 노림수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조직의 명예를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28일 새벽 국정원은 현역 국회의원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당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명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이적단체구성 및 찬양·고무) 위반, 다시 말해 '내란죄'다.

국정원 승부수
국면 전환 성공

국정원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이 의원 등 당직자들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찾았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관련 혐의를 잡고 내사를 해왔다"며 영장집행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지검 차경환 2차장검사도 국정원의 내사 사실을 확인했다. 차 검사는 "국정원이 2010년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 대상자들의 내란 예비음모,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영장 집행 대상자는 이 의원과 우위영 전 대변인,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홍순석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등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 전자장치(USB),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내란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 파장은 엄청났다. 최근 '국정원 댓글' 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정원은 '내란죄' 카드로 국면 전환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33년 만에 부활한 내란죄 파문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국정원은 영장 집행 대상자 10명 중 홍 위원장, 이 고문, 한 위원장을 체포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0일에는 수사 지휘부인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가 직접 움직여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은 현역 의원인 이 의원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 4명이 통합진보당 내에서도 '조직과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인 이 의원은 물론이고, 홍 위원장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안양 동안을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한 위원장도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활동했다. 그리고 경기진보연대의 이 고문은 국정원의 거듭된 미행으로 지난 1월 국정원을 고소했고, 이에 국정원 측이 맞고소를 진행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공안 목표는
경기동부연합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이 지난 5월 서울 합정동 M수도회 교육관에서 열린 모임을 통해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대규모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영장을 통해 밝혔다. 해당 모임에 가담한 인원은 1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이 의원 등은 지난해 5월 당직자 100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혁명가인 '적기가'를 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사전에 통신허가를 받아 이 의원 등의 비밀회동을 감청하면서 수년간 증거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은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번 '내란 사건'과 관련해 모두 1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번 수사의 첫 타깃은 이 의원 등이 속해 있는 통칭 'RO산악회'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RO산악회'를 국가전복세력으로 지목했다.

'RO산악회'의 뿌리는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의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로 전해진다. 규모는 130여명 정도. 한 국정원 관계자는 'RO산악회'가 "1997년 해체된 민족민주혁명단(민혁당) 잔존세력의 조직 재건을 위한 모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국정원은 'RO산악회'의 수장을 이 의원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믿을만한 전언에 의하면 공안당국이 체제전복세력으로 지목한 'RO산악회'는 이미 해체된 조직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RO산악회'는 1991년 운동권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이 건재하던 때 만들어진 모임이며, 이후로는 개방된 산악회 형태가 아닌 폐쇄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수사의 화살은 'RO산악회'가 아닌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파문 '일파만파'
국내서 무장봉기 계획?…정치권 '발칵'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RO산악회의 실존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내란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성이나 편제가 확인돼야 하는데 "조직이 없다"고 판단되면 예비내란 음모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진보당 측은 "공안당국의 주장이 날조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사의 키는 '경기동부연합'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소위 NL(민족해방) 계열 전국조직인 전국연합의 하부 조직 중 하나로 경기도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한 운동권 세력이다.

이후 경기동부연합은 광주·전남연합과도 세를 같이하며,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당시 경기동부연합에 밀려 탈당한 정치인은 PD(민중민주) 계열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 등이다. 그리고 이 같은 권력암투의 막후에는 이 의원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의원은 지난 1991년 전국연합 창립 당시 조직의 중견 간부 역할을 맡았으며, 이후 경기동부연합의 실질적인 리더로 활약하다가 '군자산의 약속'을 배경으로 민주노동당에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경기동부연합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부정하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고,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반면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이 유사시 체제전복을 시도하려 했다는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고 알렸다. 더불어 이 의원의 지하조직 'RO'는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회합 여부가 결정나는 것은 물론 주요 지령에 따라 조직원들의 활동 범위가 정해지는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통합진보당 수뇌부는 당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전체에게 "모든 것은 날조"라고 답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확인됐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대응과 상관없이 이번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의원의 일부 녹취록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여파는 정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종북 몰이에
모두가 쉬쉬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 등은 남북전쟁 발발 시 북한에 호응한 무장 봉기를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서 이 의원은 "60여 년간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며 "힘과 힘의 싸움이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고 말했다. 또 "필승의 신념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고난을 각오하라.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인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물질·기술적 준비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며 "새 형태의 전쟁이다. 그야말로 끝장을 내보자"라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 적힌 당시 회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더불어 이들은 구체적인 예비 내란 계획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적힌 내용을 보면 "전시상황에서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 타격을 주자" "세계에서 가장 큰 유류저장시설이 평택에 있는데 탱크를 둘러싸고 있는 게 니켈합금이고 두께가 90㎝라 관통하기 어렵다. 총알로 뚫을 문제는 아니다. 이미 조사를 해놨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장난감총을 개조하면 사람을 조준할 수 있다" "물리적인 타격도 중요하지만 주요시설 근무자들을 반드시 포섭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있다.

현재 국정원은 해당 녹취록과 함께 이 의원 등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파일, 회의 장면을 찍은 동영상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녹취록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인물 중 몇 명이 국정원 소속 직원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국내 유력 일간지 기자 등과 차례로 교신하며, 비공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수사와 관련한 내부 문건도 국회 등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자택에서 1억4000여만원의 뭉칫돈을 찾아내면서 이를 '혁명 자금'으로 몰아붙일 심산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자금"이라며 "검찰 조사까지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국면전환 노림수?
검찰도 대형전담팀 구성

하지만 뒷짐을 지고 있던 수원지검도 사안이 구체화되자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형세는 이 의원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한 수원지검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안부장 이하 검사 4명을 이 사건에 전원 투입하는 한편 대공 전문 검사 2명을 충원해 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지난 통합진보당 경선 사태 때 입수한 당원 명단을 언젠가 써먹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는데 올 초부터 주위에서 내사 얘기가 들린 것을 보면 그 때가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한 인사는 민주노동당 당원 명단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 등으로 9일에 걸친 구속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검찰은 현재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 6∼7명이 중국을 통해 밀입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점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정확한 입북 경위와 경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후 국내에서의 '활동 지침'을 받기 위해 북한을 오갔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지난 '서울시 탈북 공무원 간첩' 사건 때처럼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이 반박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국정원은 불법 구금 수사를 통해 당시 피의자의 여동생을 협박한 전력이 있다.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36722)

이에 따라 기소 책임이 있는 검찰은 밀입북 혐의에 대해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무래도 안팎으로 개혁 요구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채동욱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검찰의 입장은 다르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현재 다수 언론은 국정원이 야당으로부터 국내 파트 폐지 압력을 받는 상황에 처하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즉 국정원이 국내 간첩 수사와 대북심리전단 운영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 위해 준비된 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만약 국정원이 이번 수사에서 이 의원 등의 내란 모의를 입증한다면 개혁 요구를 피해갈 수 있겠지만 실패할 경우 위기 모면을 위한 '공안몰이'였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단 현재까지의 흐름은 국정원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정원 댓글’ 정국을 주도했던 야당이다. 공안 사건은 민감한 문제라 섣불리 통합진보당을 옹호했다간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하듯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3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최근의 내란음모 사건을 별개의 건으로 처리할 것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참가하는 국정원 촛불집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분당사태로 앙금이 남아 있는 정의당도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면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다"며 "국회의원이 국가 내란음모에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두었다. 이는 여당의 '종북 프레임'을 의식한 해명으로 보인다.

'녹취 공개, 밀입북 포착, 뭉칫돈 발견…'
사면초가 통진당…야당은 선긋기 급급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새누리당은 현재 2가지를 주문하고 있다. 첫째,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여야가 공동으로 처리할 것. 둘째, 국정원이 갖고 있는 녹취록 원본 그대로를 공개할 것이다. 이는 국정원 주도의 '공안 정국'을 계속 이어가면서도 수사가 별다른 혐의 없이 끝났을 경우 돌아올 역풍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찬반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양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야권이 좌고우면하는 사이 통합진보당은 체포동의안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이 NLL포기라며, 정상대화록을 짜깁기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왜곡시킨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사실상의 구원 요청인 셈. 하지만 이 요청에 야당이 화답할지는 불확실하다.

카드 만지작
칠곳 더있다

사정당국 지근의 한 관계자는 "이미 다 퍼져 있던 정보를 지금에서야 터뜨린 게 오히려 직무유기 아니냐"라는 의견을 전했다. 입수한 정보량을 볼 때 국정원이 패를 쥐고 있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터뜨렸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아는 사람끼리는 다 아는 얘기지만 경기동부연합은 수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수사의 칼날이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지금 공안당국이 원하는 건 '제2의 왕재산 사건'이라며, 경기동부연합보다 더 큰 조직과 규모를 갖고 있는 곳을 노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해당 조직은 현재 대학생 운동권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배후에는 이 의원보다 파급력이 더 강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만지작대는 이 카드가 수사 확대를 통해 공개되면 북한의 지령 유통 경로까지 폭로될 수 있다는 전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이준석 대표의 ‘여가부·통일부 폐지’ 어떻게 생각하나요? 참여기간 2021-07-12~2021-07-30

많이 본 뉴스

더보기

일요시사 주요뉴스

윤석열 띄우나? '추크나이트' X맨 추미애의 헛발질

윤석열 띄우나? '추크나이트' X맨 추미애의 헛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굵직한 두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사건과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이다. 연달아 나온 사법부의 판결에 여권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공교로운 점은 두 사건 모두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추크나이트(추미애+다크나이트)가 해냈다.’ 지난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추크나이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슈퍼히어로 다크나이트에 빗대 붙인 별명이다. 다크나이트는 DC 코믹스 캐릭터인 배트맨의 별칭이다. 모든 게 오비이락?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 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이유 모순, 판단 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김 지사 측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이 지방선거 댓글 작업 약속에 대한 대가라는 특검 측의 주장을 받아들지 않았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부터 2018년 2월1일까지 ‘드루킹’ 김동원씨 등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회를 조작하는 데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또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회원인 ‘아보카’ 도모 변호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밝힌 혐의도 있다. 1심은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다.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유리한 행위를 해달라고 한 정도로는 유죄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이 댓글 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면서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여기에 1심에서 구속 수감된 77일을 제외하면 1년9개월여의 징역형도 남아있다. 피선거권도 박탈돼 형기를 마치고 5년 후인 2028년 4월께야 회복된다. 이번 판결로 김 지사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드루킹 사건 수사 촉구·특검 합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책임론 부각 김 지사는 유죄 확정 직후 “안타깝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는 더는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가 벽에 막혔다고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며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김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문재인정부의 정통성에 의심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도 촉구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김 지사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의 유죄 확정으로 난감한 분위기다. 흥미로운 부분은 김 지사의 혐의가 드러나고 기소돼 유죄 확정까지 이르게 된 과정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2018년 1월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기사에 문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 매크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여권 지지층에서 제기된 것.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당 대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 최고의원회의에서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댓글은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돼버렸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은 ‘재앙’과 ‘죄인’으로 부르고, 그 지지자들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농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가짜뉴스, 댓글 조작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드루킹 김씨와 민주당 당원 등 3명이 댓글 조작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여기에 김 지사가 이들과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권에서 제기한 의혹에 여권 인사가 걸려든 셈이었다. 야권은 국회 보이콧 등 총공세를 펼치며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정부 정통성 의구심 나와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드루킹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의혹이 불거지고 5개월 만인 2018년 6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시작했다. 특검은 2018년 8월 김 지사를 기소했고 이후 35개월 만인 지난 21일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허 특검은 “이 사건은 특정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한 행위에 대한 단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사실까지 인정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해 대선의 대가로만 평가한 것이 아쉽다”며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데 의견을 표했다.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의혹에 대한 수사 촉구, 특검 도입 합의 등이 추 전 장관의 당 대표 시절에 이뤄지면서 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김 지사 유죄 판결의 ‘일등공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추 전 장관은 김 지사의 대법원 유죄 판결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여권에서도 추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지난 22일 “유능하고 전도양양한 우리 젊은 정치 생명이 위기에 빠졌다. 이 대목에서 저는 같이 경쟁하고 있는 추미애 후보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화살을 돌렸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전 장관에 대해)노무현 탄핵, 윤석열 산파, 김경수 사퇴 이렇게 3번 자살골을 터트린 자살골 해트트릭 선수라고 얘기하고 좌충우돌, 통제불능이었다는 비판도 하더라. 저도 이런 부분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대선을 주관했고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했던 당시 당 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김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김 지사의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추 전 장관의 책임론을 부각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드루킹 사건에 대한)수사만 촉구했을 뿐 수사의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이 같은 보도가 계속될 경우)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같은 편도 비판하다 친문(친 문재인) 세력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자 언론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 전 장관이 거론되는 사건이 또 있다는 점이다. 김 지사의 대법원 유죄 판결에 앞서 1심 판결이 나온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서도 추 전 장관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추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무렵인 지난해 3월 MBC의 보도로 촉발됐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지난해 2~3월 후배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공모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전 기자와 후배 기자만 기소했을 뿐 한 검사장은 기소하지 못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재를 요청했지만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처분을 유보하면서 ‘뭉개기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와 후배 기자에 무죄를 선고했다. 홍 부장판사는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해도 피고인들의 인식이나 중간전달자에 의해 왜곡돼 전달된 결과에 따른 것이라서 강요미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기자 등이 취재윤리는 위반했다고 인정했지만 강요미수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 전 기자 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당장 추 전 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추 전 장관은 해당 사건을 두고 수사지휘권 발동 등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할 때에도 이 사건을 사유로 제기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친정부 검사로 눈도장을 찍었다. 윤 전 총장은 거듭된 추 전 장관과의 갈등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대선후보급으로 몸집이 커졌다. 지난해 3월31일 MBC는 이 전 기자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유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도록 압박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MBC 보도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맡았고, 사건은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당시 형사1부장)에게 배당됐다. 채널A 기자 사건도 1심 무죄 윤석열 징계사유로 밀었는데… 윤 전 총장은 측근인 한 검사장이 연루돼있다는 이유로 수사 지휘를 대검찰청 부장회의에 일임했고, 이 전 기자 측은 수사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달라고 진정했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대검과 중앙지검, 수사팀과 법무부는 갈등을 빚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며 사실상 윤 전 총장에게 항명했다. 추 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서울중앙지검의 손을 들어줬다. 윤 전 총장에게 사실상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이후 검찰은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발부했다. 한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진웅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 차장검사는 현재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6가지 징계 사유를 들어 윤 전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때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한 감찰 방해가 징계 사유로 포함됐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역시 해당 사건을 징계 사유로 인정, 정직 2개월을 의결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직무배제와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법원에 각각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처분 자체를 취소하라는 본안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24일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의 의사 정족수가 미달돼 징계위 결정 자체가 무효”라며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9일에는 윤 전 총장이 징계 처분을 아예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의 첫 정식재판이 열렸다. 추 전 장관은 이 전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검언유착의 결과로 개혁이 더 절실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완벽한 수사방해와 재판방해로 진실이 이길 수 없는 한심한 작태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고 자신의 SNS에 썼다. 또 “검찰은 한 검사장의 휴대폰 압수 후 비밀번호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수사·재판에 증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검사장은 이 전 기자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통해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며 “조국 수사 등 권력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회에 정의와 상식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판결로 잘못이 바로잡혀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거짓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을 동원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 열린우리당 최강욱 대표, 열린우리당 황희석 최고위원 등을 거론했다. 맹공격 끝에 역풍 맞았다 이 전 기자의 무죄 판결로 검언유착으로 불렸던 사건이 ‘권언유착’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19일 자신과 이철 전 대표 사이에서 중간전달자 역할을 한 ‘제보자X’ 지모씨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소위 권언유착 사건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지씨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류 중인 사건을 엄중 수사해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권언유착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