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통진당 사태 후폭풍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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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대혼란…댓글 묻히고 '공안 정국'

[일요시사=사회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남북전쟁에 대비, 국내에서 무장봉기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승부수를 던진 국정원과 또 다른 '대형 폭탄'을 만지작대고 있는 검찰의 노림수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조직의 명예를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28일 새벽 국정원은 현역 국회의원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당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명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이적단체구성 및 찬양·고무) 위반, 다시 말해 '내란죄'다.

국정원 승부수
국면 전환 성공

국정원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이 의원 등 당직자들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찾았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관련 혐의를 잡고 내사를 해왔다"며 영장집행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지검 차경환 2차장검사도 국정원의 내사 사실을 확인했다. 차 검사는 "국정원이 2010년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 대상자들의 내란 예비음모,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영장 집행 대상자는 이 의원과 우위영 전 대변인,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홍순석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등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 전자장치(USB),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내란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 파장은 엄청났다. 최근 '국정원 댓글' 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정원은 '내란죄' 카드로 국면 전환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33년 만에 부활한 내란죄 파문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국정원은 영장 집행 대상자 10명 중 홍 위원장, 이 고문, 한 위원장을 체포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0일에는 수사 지휘부인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가 직접 움직여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은 현역 의원인 이 의원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 4명이 통합진보당 내에서도 '조직과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인 이 의원은 물론이고, 홍 위원장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안양 동안을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한 위원장도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활동했다. 그리고 경기진보연대의 이 고문은 국정원의 거듭된 미행으로 지난 1월 국정원을 고소했고, 이에 국정원 측이 맞고소를 진행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공안 목표는
경기동부연합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이 지난 5월 서울 합정동 M수도회 교육관에서 열린 모임을 통해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대규모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영장을 통해 밝혔다. 해당 모임에 가담한 인원은 1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이 의원 등은 지난해 5월 당직자 100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혁명가인 '적기가'를 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사전에 통신허가를 받아 이 의원 등의 비밀회동을 감청하면서 수년간 증거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은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번 '내란 사건'과 관련해 모두 1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번 수사의 첫 타깃은 이 의원 등이 속해 있는 통칭 'RO산악회'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RO산악회'를 국가전복세력으로 지목했다.

'RO산악회'의 뿌리는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의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로 전해진다. 규모는 130여명 정도. 한 국정원 관계자는 'RO산악회'가 "1997년 해체된 민족민주혁명단(민혁당) 잔존세력의 조직 재건을 위한 모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국정원은 'RO산악회'의 수장을 이 의원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믿을만한 전언에 의하면 공안당국이 체제전복세력으로 지목한 'RO산악회'는 이미 해체된 조직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RO산악회'는 1991년 운동권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이 건재하던 때 만들어진 모임이며, 이후로는 개방된 산악회 형태가 아닌 폐쇄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수사의 화살은 'RO산악회'가 아닌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파문 '일파만파'
국내서 무장봉기 계획?…정치권 '발칵'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RO산악회의 실존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내란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성이나 편제가 확인돼야 하는데 "조직이 없다"고 판단되면 예비내란 음모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진보당 측은 "공안당국의 주장이 날조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사의 키는 '경기동부연합'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소위 NL(민족해방) 계열 전국조직인 전국연합의 하부 조직 중 하나로 경기도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한 운동권 세력이다.

이후 경기동부연합은 광주·전남연합과도 세를 같이하며,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당시 경기동부연합에 밀려 탈당한 정치인은 PD(민중민주) 계열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 등이다. 그리고 이 같은 권력암투의 막후에는 이 의원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의원은 지난 1991년 전국연합 창립 당시 조직의 중견 간부 역할을 맡았으며, 이후 경기동부연합의 실질적인 리더로 활약하다가 '군자산의 약속'을 배경으로 민주노동당에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경기동부연합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부정하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고,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반면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이 유사시 체제전복을 시도하려 했다는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고 알렸다. 더불어 이 의원의 지하조직 'RO'는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회합 여부가 결정나는 것은 물론 주요 지령에 따라 조직원들의 활동 범위가 정해지는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통합진보당 수뇌부는 당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전체에게 "모든 것은 날조"라고 답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확인됐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대응과 상관없이 이번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의원의 일부 녹취록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여파는 정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종북 몰이에
모두가 쉬쉬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 등은 남북전쟁 발발 시 북한에 호응한 무장 봉기를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서 이 의원은 "60여 년간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며 "힘과 힘의 싸움이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고 말했다. 또 "필승의 신념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고난을 각오하라.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인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물질·기술적 준비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며 "새 형태의 전쟁이다. 그야말로 끝장을 내보자"라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 적힌 당시 회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더불어 이들은 구체적인 예비 내란 계획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적힌 내용을 보면 "전시상황에서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 타격을 주자" "세계에서 가장 큰 유류저장시설이 평택에 있는데 탱크를 둘러싸고 있는 게 니켈합금이고 두께가 90㎝라 관통하기 어렵다. 총알로 뚫을 문제는 아니다. 이미 조사를 해놨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장난감총을 개조하면 사람을 조준할 수 있다" "물리적인 타격도 중요하지만 주요시설 근무자들을 반드시 포섭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있다.

현재 국정원은 해당 녹취록과 함께 이 의원 등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파일, 회의 장면을 찍은 동영상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녹취록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인물 중 몇 명이 국정원 소속 직원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국내 유력 일간지 기자 등과 차례로 교신하며, 비공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수사와 관련한 내부 문건도 국회 등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자택에서 1억4000여만원의 뭉칫돈을 찾아내면서 이를 '혁명 자금'으로 몰아붙일 심산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자금"이라며 "검찰 조사까지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국면전환 노림수?
검찰도 대형전담팀 구성

하지만 뒷짐을 지고 있던 수원지검도 사안이 구체화되자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형세는 이 의원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한 수원지검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안부장 이하 검사 4명을 이 사건에 전원 투입하는 한편 대공 전문 검사 2명을 충원해 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지난 통합진보당 경선 사태 때 입수한 당원 명단을 언젠가 써먹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는데 올 초부터 주위에서 내사 얘기가 들린 것을 보면 그 때가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한 인사는 민주노동당 당원 명단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 등으로 9일에 걸친 구속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검찰은 현재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 6∼7명이 중국을 통해 밀입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점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정확한 입북 경위와 경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후 국내에서의 '활동 지침'을 받기 위해 북한을 오갔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지난 '서울시 탈북 공무원 간첩' 사건 때처럼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이 반박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국정원은 불법 구금 수사를 통해 당시 피의자의 여동생을 협박한 전력이 있다.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36722)

이에 따라 기소 책임이 있는 검찰은 밀입북 혐의에 대해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무래도 안팎으로 개혁 요구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채동욱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검찰의 입장은 다르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현재 다수 언론은 국정원이 야당으로부터 국내 파트 폐지 압력을 받는 상황에 처하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즉 국정원이 국내 간첩 수사와 대북심리전단 운영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 위해 준비된 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만약 국정원이 이번 수사에서 이 의원 등의 내란 모의를 입증한다면 개혁 요구를 피해갈 수 있겠지만 실패할 경우 위기 모면을 위한 '공안몰이'였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단 현재까지의 흐름은 국정원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정원 댓글’ 정국을 주도했던 야당이다. 공안 사건은 민감한 문제라 섣불리 통합진보당을 옹호했다간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하듯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3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최근의 내란음모 사건을 별개의 건으로 처리할 것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참가하는 국정원 촛불집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분당사태로 앙금이 남아 있는 정의당도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면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다"며 "국회의원이 국가 내란음모에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두었다. 이는 여당의 '종북 프레임'을 의식한 해명으로 보인다.

'녹취 공개, 밀입북 포착, 뭉칫돈 발견…'
사면초가 통진당…야당은 선긋기 급급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새누리당은 현재 2가지를 주문하고 있다. 첫째,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여야가 공동으로 처리할 것. 둘째, 국정원이 갖고 있는 녹취록 원본 그대로를 공개할 것이다. 이는 국정원 주도의 '공안 정국'을 계속 이어가면서도 수사가 별다른 혐의 없이 끝났을 경우 돌아올 역풍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찬반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양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야권이 좌고우면하는 사이 통합진보당은 체포동의안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이 NLL포기라며, 정상대화록을 짜깁기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왜곡시킨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사실상의 구원 요청인 셈. 하지만 이 요청에 야당이 화답할지는 불확실하다.

카드 만지작
칠곳 더있다

사정당국 지근의 한 관계자는 "이미 다 퍼져 있던 정보를 지금에서야 터뜨린 게 오히려 직무유기 아니냐"라는 의견을 전했다. 입수한 정보량을 볼 때 국정원이 패를 쥐고 있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터뜨렸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아는 사람끼리는 다 아는 얘기지만 경기동부연합은 수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수사의 칼날이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지금 공안당국이 원하는 건 '제2의 왕재산 사건'이라며, 경기동부연합보다 더 큰 조직과 규모를 갖고 있는 곳을 노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해당 조직은 현재 대학생 운동권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배후에는 이 의원보다 파급력이 더 강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만지작대는 이 카드가 수사 확대를 통해 공개되면 북한의 지령 유통 경로까지 폭로될 수 있다는 전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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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