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통진당 사태 후폭풍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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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대혼란…댓글 묻히고 '공안 정국'

[일요시사=사회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남북전쟁에 대비, 국내에서 무장봉기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승부수를 던진 국정원과 또 다른 '대형 폭탄'을 만지작대고 있는 검찰의 노림수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조직의 명예를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28일 새벽 국정원은 현역 국회의원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당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명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이적단체구성 및 찬양·고무) 위반, 다시 말해 '내란죄'다.

국정원 승부수
국면 전환 성공

국정원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이 의원 등 당직자들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찾았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관련 혐의를 잡고 내사를 해왔다"며 영장집행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지검 차경환 2차장검사도 국정원의 내사 사실을 확인했다. 차 검사는 "국정원이 2010년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 대상자들의 내란 예비음모,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영장 집행 대상자는 이 의원과 우위영 전 대변인,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홍순석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등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 전자장치(USB),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내란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 파장은 엄청났다. 최근 '국정원 댓글' 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정원은 '내란죄' 카드로 국면 전환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33년 만에 부활한 내란죄 파문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국정원은 영장 집행 대상자 10명 중 홍 위원장, 이 고문, 한 위원장을 체포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0일에는 수사 지휘부인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가 직접 움직여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은 현역 의원인 이 의원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 4명이 통합진보당 내에서도 '조직과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인 이 의원은 물론이고, 홍 위원장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안양 동안을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한 위원장도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활동했다. 그리고 경기진보연대의 이 고문은 국정원의 거듭된 미행으로 지난 1월 국정원을 고소했고, 이에 국정원 측이 맞고소를 진행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공안 목표는
경기동부연합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이 지난 5월 서울 합정동 M수도회 교육관에서 열린 모임을 통해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대규모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영장을 통해 밝혔다. 해당 모임에 가담한 인원은 1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이 의원 등은 지난해 5월 당직자 100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혁명가인 '적기가'를 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사전에 통신허가를 받아 이 의원 등의 비밀회동을 감청하면서 수년간 증거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은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번 '내란 사건'과 관련해 모두 1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번 수사의 첫 타깃은 이 의원 등이 속해 있는 통칭 'RO산악회'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RO산악회'를 국가전복세력으로 지목했다.

'RO산악회'의 뿌리는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의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로 전해진다. 규모는 130여명 정도. 한 국정원 관계자는 'RO산악회'가 "1997년 해체된 민족민주혁명단(민혁당) 잔존세력의 조직 재건을 위한 모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국정원은 'RO산악회'의 수장을 이 의원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믿을만한 전언에 의하면 공안당국이 체제전복세력으로 지목한 'RO산악회'는 이미 해체된 조직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RO산악회'는 1991년 운동권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이 건재하던 때 만들어진 모임이며, 이후로는 개방된 산악회 형태가 아닌 폐쇄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수사의 화살은 'RO산악회'가 아닌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파문 '일파만파'
국내서 무장봉기 계획?…정치권 '발칵'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RO산악회의 실존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내란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성이나 편제가 확인돼야 하는데 "조직이 없다"고 판단되면 예비내란 음모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진보당 측은 "공안당국의 주장이 날조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사의 키는 '경기동부연합'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소위 NL(민족해방) 계열 전국조직인 전국연합의 하부 조직 중 하나로 경기도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한 운동권 세력이다.

이후 경기동부연합은 광주·전남연합과도 세를 같이하며,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당시 경기동부연합에 밀려 탈당한 정치인은 PD(민중민주) 계열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 등이다. 그리고 이 같은 권력암투의 막후에는 이 의원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의원은 지난 1991년 전국연합 창립 당시 조직의 중견 간부 역할을 맡았으며, 이후 경기동부연합의 실질적인 리더로 활약하다가 '군자산의 약속'을 배경으로 민주노동당에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경기동부연합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부정하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고,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반면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이 유사시 체제전복을 시도하려 했다는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고 알렸다. 더불어 이 의원의 지하조직 'RO'는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회합 여부가 결정나는 것은 물론 주요 지령에 따라 조직원들의 활동 범위가 정해지는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통합진보당 수뇌부는 당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전체에게 "모든 것은 날조"라고 답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확인됐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대응과 상관없이 이번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의원의 일부 녹취록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여파는 정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종북 몰이에
모두가 쉬쉬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 등은 남북전쟁 발발 시 북한에 호응한 무장 봉기를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서 이 의원은 "60여 년간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며 "힘과 힘의 싸움이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고 말했다. 또 "필승의 신념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고난을 각오하라.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인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물질·기술적 준비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며 "새 형태의 전쟁이다. 그야말로 끝장을 내보자"라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 적힌 당시 회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더불어 이들은 구체적인 예비 내란 계획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적힌 내용을 보면 "전시상황에서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 타격을 주자" "세계에서 가장 큰 유류저장시설이 평택에 있는데 탱크를 둘러싸고 있는 게 니켈합금이고 두께가 90㎝라 관통하기 어렵다. 총알로 뚫을 문제는 아니다. 이미 조사를 해놨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장난감총을 개조하면 사람을 조준할 수 있다" "물리적인 타격도 중요하지만 주요시설 근무자들을 반드시 포섭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있다.

현재 국정원은 해당 녹취록과 함께 이 의원 등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파일, 회의 장면을 찍은 동영상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녹취록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인물 중 몇 명이 국정원 소속 직원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국내 유력 일간지 기자 등과 차례로 교신하며, 비공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수사와 관련한 내부 문건도 국회 등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자택에서 1억4000여만원의 뭉칫돈을 찾아내면서 이를 '혁명 자금'으로 몰아붙일 심산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자금"이라며 "검찰 조사까지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국면전환 노림수?
검찰도 대형전담팀 구성

하지만 뒷짐을 지고 있던 수원지검도 사안이 구체화되자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형세는 이 의원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한 수원지검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안부장 이하 검사 4명을 이 사건에 전원 투입하는 한편 대공 전문 검사 2명을 충원해 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지난 통합진보당 경선 사태 때 입수한 당원 명단을 언젠가 써먹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는데 올 초부터 주위에서 내사 얘기가 들린 것을 보면 그 때가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한 인사는 민주노동당 당원 명단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 등으로 9일에 걸친 구속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검찰은 현재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 6∼7명이 중국을 통해 밀입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점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정확한 입북 경위와 경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후 국내에서의 '활동 지침'을 받기 위해 북한을 오갔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지난 '서울시 탈북 공무원 간첩' 사건 때처럼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이 반박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국정원은 불법 구금 수사를 통해 당시 피의자의 여동생을 협박한 전력이 있다.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36722)

이에 따라 기소 책임이 있는 검찰은 밀입북 혐의에 대해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무래도 안팎으로 개혁 요구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채동욱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검찰의 입장은 다르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현재 다수 언론은 국정원이 야당으로부터 국내 파트 폐지 압력을 받는 상황에 처하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즉 국정원이 국내 간첩 수사와 대북심리전단 운영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 위해 준비된 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만약 국정원이 이번 수사에서 이 의원 등의 내란 모의를 입증한다면 개혁 요구를 피해갈 수 있겠지만 실패할 경우 위기 모면을 위한 '공안몰이'였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단 현재까지의 흐름은 국정원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정원 댓글’ 정국을 주도했던 야당이다. 공안 사건은 민감한 문제라 섣불리 통합진보당을 옹호했다간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하듯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3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최근의 내란음모 사건을 별개의 건으로 처리할 것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참가하는 국정원 촛불집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분당사태로 앙금이 남아 있는 정의당도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면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다"며 "국회의원이 국가 내란음모에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두었다. 이는 여당의 '종북 프레임'을 의식한 해명으로 보인다.

'녹취 공개, 밀입북 포착, 뭉칫돈 발견…'
사면초가 통진당…야당은 선긋기 급급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새누리당은 현재 2가지를 주문하고 있다. 첫째,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여야가 공동으로 처리할 것. 둘째, 국정원이 갖고 있는 녹취록 원본 그대로를 공개할 것이다. 이는 국정원 주도의 '공안 정국'을 계속 이어가면서도 수사가 별다른 혐의 없이 끝났을 경우 돌아올 역풍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찬반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양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야권이 좌고우면하는 사이 통합진보당은 체포동의안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이 NLL포기라며, 정상대화록을 짜깁기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왜곡시킨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사실상의 구원 요청인 셈. 하지만 이 요청에 야당이 화답할지는 불확실하다.

카드 만지작
칠곳 더있다

사정당국 지근의 한 관계자는 "이미 다 퍼져 있던 정보를 지금에서야 터뜨린 게 오히려 직무유기 아니냐"라는 의견을 전했다. 입수한 정보량을 볼 때 국정원이 패를 쥐고 있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터뜨렸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아는 사람끼리는 다 아는 얘기지만 경기동부연합은 수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수사의 칼날이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지금 공안당국이 원하는 건 '제2의 왕재산 사건'이라며, 경기동부연합보다 더 큰 조직과 규모를 갖고 있는 곳을 노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해당 조직은 현재 대학생 운동권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배후에는 이 의원보다 파급력이 더 강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만지작대는 이 카드가 수사 확대를 통해 공개되면 북한의 지령 유통 경로까지 폭로될 수 있다는 전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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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