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사정, 일석이조 플랜 해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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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털어 정치권 목줄 잡는다

[일요시사=정치1팀] '박근혜식'기업 사냥이 시작됐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하다. 국세청이 선봉에 서고 검찰이 종지부를 찍는 모양새. 노무현·이명박 때와는 게임이 안 된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게다가 정밀타격식이다. 문제는 기업을 털면 비자금이 나오기 마련. 비자금은 로비, 곧 정치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 재계를 덮친 '사정 칼바람'방향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회를 어지럽히는 기업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여러 번 재계에 경고를 보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그리고 곧바로 재계엔 '살생부'가 돌았다. '사정 칼바람'을 맞을 이른바 검찰 수사 블랙리스트였다. CJ그룹도 그중 한곳이었다.

검찰이 지난 18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6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20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수사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명박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단 두달 만에 마무리 지어 더욱 그랬다.

정밀타격 수사에
세무조사 '병행'

대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 회장까지, 재계 10위권 그룹 총수 3명이 동시에 구속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 이런 상황에서 검찰발 '사정 폭풍'이 언제 어디로 휘몰아칠지 몰라서다. 특히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린 기업들은 더하다. 좌불안석이다. 예견된 검찰의 움직임이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재계는 "불황에 검풍까지 겹친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검찰의 매서운 칼날은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여기에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대기업 저승사자'들도 가세해 재계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태세다.


정치권에선 대기업 수사가 정관계 수사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최종 표적이 전 정권 또는 전전 정권 인사로 향해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검찰은 기업의 비자금을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정치인을 솎아내는 데 비자금만한 통로가 없다. 비자금이 곧 정관계 로비로 연결돼서다. 검찰이 과거 정권의 특정 인사를 잡기 위해 그들로부터 특혜를 받거나 유착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검찰이 전 정권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들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안다"며 "재계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결국 정치인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초 CJ 수사도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정관계에 뿌렸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은돈'종착지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 회장이 MB정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CJ그룹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권력 상층부에 줄대기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이번 수사에선 '미제'로 남은 상태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개인 사생활"이란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국세청 선봉 서고 검찰 종지부
진짜 표적은 전 정권 핵심인사

일각에선 검찰과 이 회장이 혐의를 낮춰주는 조건으로 정관계 로비리스트를 '딜'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특정 인사들의 목줄을 잡고 흔들기 위한 박근혜정부 차원의 '히든카드'로 남겨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생부에 거론된 검찰의 다음 타깃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같이 정관계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CJ그룹에 이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유력한 대기업은 적게는 1∼2곳, 많게는 3∼4곳으로 압축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된다.


우선 그동안 검찰의 내사를 받았던 기업들이 위험하다. 한화, SK, CJ가 모두 같은 과정을 거친 이유에서다. 검찰 안팎에선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 이 과정에서 유수한 기업들이 검찰 캐비닛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과 소문만 키운 채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 A그룹과 B그룹의 비자금 의혹이다.

검은돈 종착지
"끝까지 찾는다"

검찰은 MB정부 때 A그룹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해 내사에 나섰다.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M&A)하면서 인수대금을 부풀려 검은돈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시기 검찰은 B그룹도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등 해외 현지법인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수백억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 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했다.

두 기업은 모두 전 정권 핵심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물론 현직 정치인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검찰은 두 그룹에 대한 내사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자칫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MB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수사를 일단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권에서 갑자기 급성장한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정부의 비호를 등에 업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 시기 기형적으로 덩치를 키운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는 롯데그룹이 그렇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등 굵직한 사업들을 승인받아 최대 수혜기업으로 지목돼 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쉽게 나서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롯데그룹 핵심인 롯데호텔에 이어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치권을 향한 사정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무조사를 맡은 곳은 다름 아닌 '대형사건 전담반'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게다가 광고계열사 대홍기획은 공정위 조사를, 롯데시네마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이들 조사 결과 부정한 자금흐름이 드러날 경우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지는 '살생부'
정관계 로비 초점…대형쓰나미 예고

사정기관 관계자는 "전 정권의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 등을 두고 그동안 계속 말들이 많았다"며 "거물급 정치인과 정부 고위 관료 등이 개입한 특혜설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다른 부서도 아닌 조사 4국이 세무조사를 진행한다면 뭔가 특별한 의미나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국세청 주변에선 롯데그룹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는 얘기가 들려 검찰 수사와 맞물릴 경우 예상보다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그룹도 전 정권의 비호 아래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한 결과다. 급하게 덩치를 키우면서 잡음도 많았다. 특혜설이 제기됐다.

M&A 자금 중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면서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업체를 시장 적정가격보다 2배가량 비싸게 사들여 논란이 일었고, 사실상 오너의 개인회사를 인수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을 무리하게 동원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C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검찰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향한 '검날'
어디까지 꽂힐까

마찬가지로 그때마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 이름이 오르내렸다. 지난 정부 실세였던 모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C그룹의 로비 대상엔 참여정부 인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여부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거액을 탈세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 국세청과 공정위도 C그룹을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정치권을 향한 '표적 사정설'에 대해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 나돈 기업 수사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정치권 사정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재계를 정조준한 '검날'이 어디까지 꽂힐지 주목된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검찰 '다음 타깃'은?

정보라인 풀가동…방패막이도 영입


검찰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면서도 혹시 모를 '불똥'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냥 방치했다간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라인을 풀가동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부 기업은 '방패막이'로 영입한 법조인 출신의 임원들을 통해 검찰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모 그룹 한 직원은 "혹시 모를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대관업무 담당 부서를 풀가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그룹 측은 "정보팀도 모자라 법조인 출신 임원들을 동원해 사정기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꼭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괜한 구설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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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