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사정, 일석이조 플랜 해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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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털어 정치권 목줄 잡는다

[일요시사=정치1팀] '박근혜식'기업 사냥이 시작됐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하다. 국세청이 선봉에 서고 검찰이 종지부를 찍는 모양새. 노무현·이명박 때와는 게임이 안 된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게다가 정밀타격식이다. 문제는 기업을 털면 비자금이 나오기 마련. 비자금은 로비, 곧 정치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 재계를 덮친 '사정 칼바람'방향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회를 어지럽히는 기업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여러 번 재계에 경고를 보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그리고 곧바로 재계엔 '살생부'가 돌았다. '사정 칼바람'을 맞을 이른바 검찰 수사 블랙리스트였다. CJ그룹도 그중 한곳이었다.

검찰이 지난 18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6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20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수사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명박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단 두달 만에 마무리 지어 더욱 그랬다.

정밀타격 수사에
세무조사 '병행'

대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 회장까지, 재계 10위권 그룹 총수 3명이 동시에 구속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 이런 상황에서 검찰발 '사정 폭풍'이 언제 어디로 휘몰아칠지 몰라서다. 특히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린 기업들은 더하다. 좌불안석이다. 예견된 검찰의 움직임이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재계는 "불황에 검풍까지 겹친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검찰의 매서운 칼날은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여기에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대기업 저승사자'들도 가세해 재계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태세다.


정치권에선 대기업 수사가 정관계 수사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최종 표적이 전 정권 또는 전전 정권 인사로 향해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검찰은 기업의 비자금을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정치인을 솎아내는 데 비자금만한 통로가 없다. 비자금이 곧 정관계 로비로 연결돼서다. 검찰이 과거 정권의 특정 인사를 잡기 위해 그들로부터 특혜를 받거나 유착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검찰이 전 정권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들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안다"며 "재계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결국 정치인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초 CJ 수사도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정관계에 뿌렸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은돈'종착지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 회장이 MB정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CJ그룹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권력 상층부에 줄대기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이번 수사에선 '미제'로 남은 상태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개인 사생활"이란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국세청 선봉 서고 검찰 종지부
진짜 표적은 전 정권 핵심인사

일각에선 검찰과 이 회장이 혐의를 낮춰주는 조건으로 정관계 로비리스트를 '딜'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특정 인사들의 목줄을 잡고 흔들기 위한 박근혜정부 차원의 '히든카드'로 남겨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생부에 거론된 검찰의 다음 타깃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같이 정관계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CJ그룹에 이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유력한 대기업은 적게는 1∼2곳, 많게는 3∼4곳으로 압축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된다.


우선 그동안 검찰의 내사를 받았던 기업들이 위험하다. 한화, SK, CJ가 모두 같은 과정을 거친 이유에서다. 검찰 안팎에선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 이 과정에서 유수한 기업들이 검찰 캐비닛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과 소문만 키운 채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 A그룹과 B그룹의 비자금 의혹이다.

검은돈 종착지
"끝까지 찾는다"

검찰은 MB정부 때 A그룹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해 내사에 나섰다.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M&A)하면서 인수대금을 부풀려 검은돈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시기 검찰은 B그룹도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등 해외 현지법인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수백억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 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했다.

두 기업은 모두 전 정권 핵심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물론 현직 정치인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검찰은 두 그룹에 대한 내사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자칫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MB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수사를 일단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권에서 갑자기 급성장한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정부의 비호를 등에 업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 시기 기형적으로 덩치를 키운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는 롯데그룹이 그렇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등 굵직한 사업들을 승인받아 최대 수혜기업으로 지목돼 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쉽게 나서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롯데그룹 핵심인 롯데호텔에 이어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치권을 향한 사정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무조사를 맡은 곳은 다름 아닌 '대형사건 전담반'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게다가 광고계열사 대홍기획은 공정위 조사를, 롯데시네마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이들 조사 결과 부정한 자금흐름이 드러날 경우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지는 '살생부'
정관계 로비 초점…대형쓰나미 예고

사정기관 관계자는 "전 정권의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 등을 두고 그동안 계속 말들이 많았다"며 "거물급 정치인과 정부 고위 관료 등이 개입한 특혜설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다른 부서도 아닌 조사 4국이 세무조사를 진행한다면 뭔가 특별한 의미나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국세청 주변에선 롯데그룹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는 얘기가 들려 검찰 수사와 맞물릴 경우 예상보다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그룹도 전 정권의 비호 아래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한 결과다. 급하게 덩치를 키우면서 잡음도 많았다. 특혜설이 제기됐다.

M&A 자금 중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면서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업체를 시장 적정가격보다 2배가량 비싸게 사들여 논란이 일었고, 사실상 오너의 개인회사를 인수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을 무리하게 동원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C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검찰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향한 '검날'
어디까지 꽂힐까

마찬가지로 그때마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 이름이 오르내렸다. 지난 정부 실세였던 모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C그룹의 로비 대상엔 참여정부 인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여부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거액을 탈세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 국세청과 공정위도 C그룹을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정치권을 향한 '표적 사정설'에 대해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 나돈 기업 수사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정치권 사정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재계를 정조준한 '검날'이 어디까지 꽂힐지 주목된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검찰 '다음 타깃'은?

정보라인 풀가동…방패막이도 영입


검찰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면서도 혹시 모를 '불똥'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냥 방치했다간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라인을 풀가동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부 기업은 '방패막이'로 영입한 법조인 출신의 임원들을 통해 검찰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모 그룹 한 직원은 "혹시 모를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대관업무 담당 부서를 풀가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그룹 측은 "정보팀도 모자라 법조인 출신 임원들을 동원해 사정기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꼭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괜한 구설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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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