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쇼크' 메가톤 후폭풍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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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원세훈 전 국정원장…혼자 죽지 않는다

[일요시사=정치1팀] '원세훈 불구속'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검찰과 법무부가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조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 쪽에도 불똥이 튄 모양새.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결국 자유의 몸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14일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4월18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19일)를 5일 앞두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불구속 기소
압력 의혹 증폭

예상대로 '원세훈 불구속'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가장 시끄러운 쪽은 그를 불구속한 검찰과 법무부다.

검찰의 구속 의지는 강했다. 수사 내내 그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검찰'오명을 벗겠다는 각오였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신속하고 철저하게 성역 없는 수사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일찌감치 법무부에 구속 방침도 전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생각을 바꿨다. 검찰은 왜 그랬는지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구속해도 수사 기간이 짧다는 불구속 배경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법무부가 튀어나온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구속 기소 의지를 사실상 꺾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보고했지만, 황 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검토하란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법무부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검찰에 압력을 행사하고 수사권을 지휘했다는 정황이다. 황 장관은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황 장관에 고개를 숙인 채동욱 검찰총장도 외압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수사팀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을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청와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법무부가 청와대와 교감 없이 단독으로 결정했을 리 없어서다. 사전에 사건을 조율했다는 의심이 가득하다. 곽상도 민정수석의 수상한 전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곽 수석이 국정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5월 하순에 (국정원 정치개입을 수사하는) 검사들이 저녁회식을 할 때 곽 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너희들 뭐하는 사람들이냐, 도대체 뭐하는 거냐, 이렇게 수사를 해서 되겠느냐'는 요지로 얘기했다”며 청와대의 수사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곽 수석과 법무부, 검찰은 한목소리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법무부 적지 않은 후유증
청와대·국정원·경찰에도 불똥

경찰과 국정원에도 '원세훈 불똥'이 튀었다. 양대 권력기관이 '한통속'으로 지난 대선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권력의 눈치를 살핀다는 불신이 팽배한 두 기관에 대한 개혁 소용돌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다.

원 전 원장과 함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은 혐의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이후 국정원 여직원 수사 과정에선 수사팀에 부당하게 외압을 행사했다. 

원 전 원장이 기소됐다는 점은 국정원의 여론조작을 통한 정치개입 의혹이 더 이상 의혹이 아닌 사실이란 의미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업무 범위를 벗어나 정치에 관여한 셈이다. 정치도구로 전락한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들통 나면서 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일각에선 해체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원 국정조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야권은 황 장관과 곽 수석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태세. 이들의 해임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원 사건과의 전쟁'을 선포한 민주당은 황 장관과 곽 수석의 사퇴, 국정조사 합의 등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SNS 팀장을 맡았던 당직자를 선거법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은 민주당 분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물타기'로 풀이하고 있다. 불구속된 원 전 원장과의 '차별'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앞서 민주당과 검찰 수사 종결 이후 즉각적인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돌연 '조건부'단서를 달고 나섰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재판 이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가 행사되면 안 된다고 규정한 관련법을 거들먹거리고 있다.

국정원 개혁 불가피
일각선 해체론까지

정치권에선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이 끝나도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선거개입이 사실로 결론 나면 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 국정원 사건을 적극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경찰의 '깜짝'수사결과 발표를 근거로 국정원 개입 의혹을 단순한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몰아세웠다. 새누리당도 이번 국정원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노골적으로 원 전 원장을 감싸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보다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 전 대통령은 전 정권 비리로 확대되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개인비리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원 전 국정원장이 황보건설 전 대표 황보연씨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를 캐고 있다. 이미 지난 6일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분식회계로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황씨를 구속한 상태. 황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원 전 원장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건넨 명품가방과 순금 등 '선물리스트'도 확보했다. 대가성 여부가 수사의 초점. 특히 '선물리스트'엔 정관계, 금융·언론계 인사도 포함돼 있어 원 전 원장 외 정권실세들도 로비에 연루된 MB정권 '게이트'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홈플러스의 무의도 연수원 인허가 과정에서 산림청에 외압을 넣은 정황도 포착했다. 원 전 원장은 홈플러스의 청탁을 받고 2010년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SSM(기업형슈퍼마켓)법의 국회 처리를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원 전 원장이 행안부 장관 취임 전까지 대형마트로부터 매달 500만∼600만원의 현금을 지원받고, 에쿠스 승용차를 렌트해 운전기사와 함께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국정조사 '뜨거운 감자'
이명박·박근혜 조마조마 '좌불안석'

원 전 원장이 개인비리로 구속될 경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원 전 원장을 캐면 4대강, 주가조작, 내곡동 등 이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올 수 있어서다. 둘의 관계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 그중에서도 몇 안 되는 독대가 가능한 심복이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MB정부 들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2009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무려 4년간 국정원장을 지냈다.


국정원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상황이라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만하다.

국정원 선거개입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선거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일부에서 도출한 불공정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추상적인 결론도 무리가 없어 보일 정도다. 박 대통령은 대선 직전 TV토론에서 오피스텔에 감금당한 국정원 여직원을 옹호했다. 한 유세 현장에선 아예 "무죄"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혐의가 없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렸고, 이는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권력 기관들이 총동원해 사건을 은폐 축소했던 일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봐도 권력기관에 의한 국기문란이고, 이명박·박근혜정권으로 이어지는 국기문란 계승 사건"이라고 밝혔다.

MB정권 게이트?
현 정부 족쇄?

국정원 사건은 이 전 대통령 때 벌어졌지만, 박 대통령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원 전 원장이 정치에 개입한 것은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선거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 등은 더욱 그렇다. 양측이 모종의 유착관계가 아니더라도 '원세훈 쇼크'는 현 정권 내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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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