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측근?" 정수장학회 출신 인맥 지도 대공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8 1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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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욕먹고도 못 놓는 이유 여기 있었네"

[일요시사=정치팀]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을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임명하면서 논란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수장학회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수장학회의 막강한 인맥 지도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수장학회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진 사퇴한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들의 모임이다.

김 이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를 졸업했다. 이후 방림방적에서 기업인으로 활동하다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는 상청회 회장을 맡았고, 박 대통령이 30년 넘게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문화재단에서 2009년부터 3년간 감사를 지냈다.

최필립은 갔지만
만만찮은 김삼천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05~2011년에는 상청회 회장 자격으로 한 해를 빼고 매년 최고한도인 5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사퇴한 최 전 이사장의 잔여임기인 2014년 3월까지 정수장학회를 이끌게 된다.

김 이사장의 선임에 야권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통합당은 "김 신임 이사장은 박 대통령의 직계심복"이라며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언론을 장악할 의지도 없고 할 수도 없다던 박 대통령이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에 친박 심복을 '바지이사장'으로 앉혀서 대리운영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기간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미 환원했고 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에는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회동이 발각돼 박 대통령의 해명이 사실상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필립 가고 김삼천 왔지만 "그 나물에 그 밥"
야권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사유물" 맹공

최 전 이사장과 이 본부장은 이날 회동에서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을 매각해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를 위해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되지 않겠냐는 대화를 나눴다.

정수장학회는 강제 기부된 김지태씨의 재산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일장학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던 김지태씨를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정권으로부터 갖은 협박을 받던 김씨는 1962년 5월25일 문화방송 발행 주식 2만주와 부산문화방송 발행 주식 1만3100주에 대한 포기각서를 작성한 뒤 공소기각결정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 박정희 정권은 이를 바탕으로 5·16장학회를 설립했다가 이후 명칭을 박정희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따 정수장학회라는 이름으로 개칭했다.

공익재단?
사유재산?

지난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김지태가 헌납한 재산이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5·16장학회를 거쳐 정수장학회로 이어져 오면서 사유재산처럼 관리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은 대대로 박 대통령 본인 혹은 친척이나 최측근이 역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직을 약 10년 동안이나 맡았다.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연간 1억에서 2억원 가량을 보수로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교육청은 "이사장의 연봉이 목적사업에 비해 과다하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야권은 그동안 정수장학회 장학생의 모임인 청오회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를 박 대통령의 외곽 지원단체로 지목해왔다. 정수장학회 장학생은 재학시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청오회'에 가입하게 되고 졸업하면 자동으로 '상청회' 회원이 된다.

일각에서는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상청회가 장학금 지급 대상 학생들로 하여금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절을 하게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해야만 장학금 지급을 하는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세력 확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정수장학회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오회와 상청회는 정기적으로 학술·봉사·기부·친목도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인맥파워를 자랑하는 단체 중 하나다.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청오회 회원 중 상당수는 거의 매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 측은 추도식 참석은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갈 수는 있겠지만 단체의 성격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상청회의 홈페이지 배경화면에 적혀있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휘호를 보면 처음부터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케 한다. 이 휘호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것으로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해야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김 이사장도 상청회장 시절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음수사원이란 휘호를 소개하며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께서 우리들에게 남겨주신 음수사원의 글귀를 마음 속 깊이 각인해 신뢰받고 약속을 지키는 상청인이 되자"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받았던 은혜를 잊지 말자는 뜻이다.

음수사원
은혜 잊지말자?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온갖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수장학회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62년 설립 이후 정수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이들은 3만8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이른바 '정수장학회 인맥'을 형성하고 우리나라 사회 전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수장학회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수장학회 출신 인사들이 박 대통령을 후원해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대통령의 꿈을 이뤘지만 앞으로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도 정수장학회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강력한 지지기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수장학회 출신 인사들의 정·재계 인맥 지도는 무척이나 화려하다.

우선 정계 인물들로는 새누리당에 김기춘, 현경대, 김기도, 강성구 전 의원과 김재경 의원, 민주통합당에 손봉숙, 채수찬, 홍창선 전 의원과 오제세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전 의원 등이 있다. 그중 김기춘, 현경대 전 의원은 상청회장 출신으로 상청회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두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으로 활약했었다.


박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 정수장학회
상청회원 3만8천여 명 각계 고루 포진

법무부장관을 지내기도 한 김기춘 전 의원은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김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 파견검사를 지냈으며,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에는 코드인사라는 비판에도 김 전 의원을 제9대 여의도 연구소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이와 함께 현경대 전 의원은 정수장학회 1기 출신으로 정수장학회 출신 중 가장 먼저 국회에 진출했다. 현 전 의원은 박 대통령 지지 조직인 한강포럼을 주도했으며,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 대통령 대선캠프의 제주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법조계에서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 주선회 전 헌법재판관, 허만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성영훈 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고, 행정관료계에서는 서석준 전 경제부총리,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다.

방송·체육계에서도 축구해설가 신문선씨, 양상문 전 프로야구 롯데 감독, 정은아 아나운서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다. 하지만 상청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영역은 학계다. 상청회 회원 중 약 400명이 현재 전국 각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교수들 중 몇몇은 자발적으로 청오회 회원들을 지도하며 상청회 회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회계사와 건설회사 대표, 변호사, 병원장, 대학 총장 등 상청회 인사들의 면면은 무척 화려하고 다양하다. 게다가 정수장학회 출신 유력인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배출될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러한 강력한 지지기반을 쉽게 포기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끌어주고
당겨주고


한 정치전문가는 "상청회 조직 전체를 박 대통령의 외곽 지지조직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약 4만 명에 달하는 상청회 회원 중 대부분은 장학금만 받았을 뿐 박 대통령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면서도 "다만 상청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인물들이 박 대통령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단단한 지지기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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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