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측근?" 정수장학회 출신 인맥 지도 대공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8 1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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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욕먹고도 못 놓는 이유 여기 있었네"

[일요시사=정치팀]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을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임명하면서 논란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수장학회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수장학회의 막강한 인맥 지도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수장학회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진 사퇴한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들의 모임이다.

김 이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를 졸업했다. 이후 방림방적에서 기업인으로 활동하다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는 상청회 회장을 맡았고, 박 대통령이 30년 넘게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문화재단에서 2009년부터 3년간 감사를 지냈다.

최필립은 갔지만
만만찮은 김삼천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05~2011년에는 상청회 회장 자격으로 한 해를 빼고 매년 최고한도인 5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사퇴한 최 전 이사장의 잔여임기인 2014년 3월까지 정수장학회를 이끌게 된다.

김 이사장의 선임에 야권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통합당은 "김 신임 이사장은 박 대통령의 직계심복"이라며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언론을 장악할 의지도 없고 할 수도 없다던 박 대통령이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에 친박 심복을 '바지이사장'으로 앉혀서 대리운영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기간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미 환원했고 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에는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회동이 발각돼 박 대통령의 해명이 사실상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필립 가고 김삼천 왔지만 "그 나물에 그 밥"
야권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사유물" 맹공

최 전 이사장과 이 본부장은 이날 회동에서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을 매각해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를 위해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되지 않겠냐는 대화를 나눴다.

정수장학회는 강제 기부된 김지태씨의 재산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일장학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던 김지태씨를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정권으로부터 갖은 협박을 받던 김씨는 1962년 5월25일 문화방송 발행 주식 2만주와 부산문화방송 발행 주식 1만3100주에 대한 포기각서를 작성한 뒤 공소기각결정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 박정희 정권은 이를 바탕으로 5·16장학회를 설립했다가 이후 명칭을 박정희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따 정수장학회라는 이름으로 개칭했다.

공익재단?
사유재산?

지난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김지태가 헌납한 재산이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5·16장학회를 거쳐 정수장학회로 이어져 오면서 사유재산처럼 관리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은 대대로 박 대통령 본인 혹은 친척이나 최측근이 역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직을 약 10년 동안이나 맡았다.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연간 1억에서 2억원 가량을 보수로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교육청은 "이사장의 연봉이 목적사업에 비해 과다하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야권은 그동안 정수장학회 장학생의 모임인 청오회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를 박 대통령의 외곽 지원단체로 지목해왔다. 정수장학회 장학생은 재학시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청오회'에 가입하게 되고 졸업하면 자동으로 '상청회' 회원이 된다.

일각에서는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상청회가 장학금 지급 대상 학생들로 하여금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절을 하게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해야만 장학금 지급을 하는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세력 확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정수장학회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오회와 상청회는 정기적으로 학술·봉사·기부·친목도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인맥파워를 자랑하는 단체 중 하나다.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청오회 회원 중 상당수는 거의 매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 측은 추도식 참석은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갈 수는 있겠지만 단체의 성격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상청회의 홈페이지 배경화면에 적혀있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휘호를 보면 처음부터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케 한다. 이 휘호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것으로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해야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김 이사장도 상청회장 시절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음수사원이란 휘호를 소개하며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께서 우리들에게 남겨주신 음수사원의 글귀를 마음 속 깊이 각인해 신뢰받고 약속을 지키는 상청인이 되자"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받았던 은혜를 잊지 말자는 뜻이다.

음수사원
은혜 잊지말자?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온갖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수장학회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62년 설립 이후 정수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이들은 3만8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이른바 '정수장학회 인맥'을 형성하고 우리나라 사회 전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수장학회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수장학회 출신 인사들이 박 대통령을 후원해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대통령의 꿈을 이뤘지만 앞으로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도 정수장학회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강력한 지지기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수장학회 출신 인사들의 정·재계 인맥 지도는 무척이나 화려하다.

우선 정계 인물들로는 새누리당에 김기춘, 현경대, 김기도, 강성구 전 의원과 김재경 의원, 민주통합당에 손봉숙, 채수찬, 홍창선 전 의원과 오제세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전 의원 등이 있다. 그중 김기춘, 현경대 전 의원은 상청회장 출신으로 상청회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두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으로 활약했었다.


박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 정수장학회
상청회원 3만8천여 명 각계 고루 포진

법무부장관을 지내기도 한 김기춘 전 의원은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김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 파견검사를 지냈으며,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에는 코드인사라는 비판에도 김 전 의원을 제9대 여의도 연구소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이와 함께 현경대 전 의원은 정수장학회 1기 출신으로 정수장학회 출신 중 가장 먼저 국회에 진출했다. 현 전 의원은 박 대통령 지지 조직인 한강포럼을 주도했으며,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 대통령 대선캠프의 제주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법조계에서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 주선회 전 헌법재판관, 허만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성영훈 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고, 행정관료계에서는 서석준 전 경제부총리,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다.

방송·체육계에서도 축구해설가 신문선씨, 양상문 전 프로야구 롯데 감독, 정은아 아나운서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다. 하지만 상청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영역은 학계다. 상청회 회원 중 약 400명이 현재 전국 각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교수들 중 몇몇은 자발적으로 청오회 회원들을 지도하며 상청회 회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회계사와 건설회사 대표, 변호사, 병원장, 대학 총장 등 상청회 인사들의 면면은 무척 화려하고 다양하다. 게다가 정수장학회 출신 유력인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배출될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러한 강력한 지지기반을 쉽게 포기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끌어주고
당겨주고


한 정치전문가는 "상청회 조직 전체를 박 대통령의 외곽 지지조직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약 4만 명에 달하는 상청회 회원 중 대부분은 장학금만 받았을 뿐 박 대통령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면서도 "다만 상청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인물들이 박 대통령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단단한 지지기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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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