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아기자기 작은 박물관여행 ④진천 종박물관

땡땡땡 딸랑딸랑…귀로 감상하는 명품 종소리

아기 울음소리를 본떠 ‘에밀레종’이라 불렀다는 성덕대왕신종(국보 29호) 이야기, 목숨을 구해준 선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제 머리로 종(치악산 상원사종)을 치고 죽은 까치 이야기, 가난하여 노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자 아이를 내다 버리려 한 효자가 부처의 은덕으로 아이도 살리고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홍효사 석종 이야기….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에는 종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었다.

국내 유일의 종 박물관…성덕대왕신종·상원사종 재현
문학 숨쉬는 정송강사 김유신 탄생지 등 볼거리 다양

진천 종박물관은 이처럼 흥미로운 설화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한국 범종의 역사와 특징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하고, 한국 종을 연구·수집·보존할 목적으로 개관한 국내 유일의 종 전문 박물관이다.

‘역사 속의 종’
한 자리에

2층 규모의 박물관은 외관부터 한국 종을 빼닮았다. 항아리를 뒤집어놓은 듯한 유리 구조물은 종의 기본 형태를, 그 오른쪽으로 음파가 퍼져 나가는 듯한 굴곡은 맥놀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맥놀이란 진동수가 다른 두 소리가 서로 간섭하며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현상으로, 한국 범종의 특징이다.

전시실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현존하는 고대 범종 가운데 가장 큰 성덕대왕신종(통일신라, 771년)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 쇳물 주조 과정을 마치고 거대한 거푸집을 떼어내는 장면을 연출해 종의 탄생을 표현했다.


1층 제1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밀랍 주조 공법으로 복원·복제한 문화재급 고대 범종이 즐비하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대표하는 이 종들은 중요무형문화재 112호인 주철장(鑄鐵匠) 원광식 선생이 기증한 작품이다. 50여 년 동안 만든 크고 작은 종이 무려 7000여 개에 이른다고. 2005년 화재로 소실된 양양 낙산사 동종 복원도, 매년 1월1일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종 제작도 원광식 장인의 손을 거쳤다.

한국 범종의 전형으로 최고의 예술미를 자랑하는 통일신라, 전 시대의 양식을 이어받으면서도 현실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고려, 중국 종의 형식이 결합된 조선, 전형적인 일본 종의 형태로 제작된 근대, 한국 종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도기인 1970년대까지 관람을 마치면 시대별 범종의 특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관람 동선은 2층으로 이어진다. 한국 종 제작기법인 밀랍 주조 공법과 중국 남방 계통이나 일본 종 제작기법인 사형 주조 기법의 다른 점, 밀랍 주조 공법으로 종을 만드는 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했다. 종과 관련된 설화, 지구촌의 종소리, 일상에서 쓰이는 다양한 종소리도 체험할 수 있다.

다음은 세계의 종 전시실이다. 인물 종, 데스크 벨, 유리 종 등 여러 가지 종을 매년 새로운 시리즈로 선보이는 이 전시는 한국의 범종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말안장에 장식해 말이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내는 행진용 의례 종, 20세기 러시아의 토이 벨, 자명종 등 귀엽고 앙증맞은 종이 가득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도회에서 쓰던 가면의 축소품에는 장식용 방울이 있어 흔들면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고 한다. 내부에 추가 있어 칵테일을 혼합하기 위해 흔들면 소리가 나는 셰이커, 붉은색 칵테일 잔 손잡이 아랫부분에 금속 추를 달아 마신 뒤 흔들면 소리가 나는 1960~1970년대 미국 제품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세계의 종을 경험한 뒤에는 1층으로 내려가 개관 7주년 기념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 <천년에 얽힌 이야기전>을 관람하자. 상원사 동종은 현존하는 고대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이다. 전시는 성덕왕 24년(725년)에 제작되어 한국전쟁 당시 월정사가 소실되는 와중에도 기적적으로 화마를 피한 사연, 천년의 울림을 멈추고 휴식기에 들어간 안타까운 사연, 원광식 장인에 의해 전통 기법으로 다시 태어난 사연으로 이어진다. 개관 7주년 기념전은 3월 말까지 계속된다.

진천 종박물관 관람 전후 들러볼 만한 연계관광지로는 진천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사적 414호), 보탑사, 진천 정송강사(충청북도 기념물 9호), 진천 농다리(충청북도유형문화재 28호), 진천 덕산양조장(등록문화재 58호) 등이 있다.

김유신 장군은 가야국 왕족 출신으로, 아버지 김서현이 진천(옛 이름은 만노군)의 태수였다. 무덤이 경주에 있어 많은 이들이 탄생지도 경주라고 생각하는데, 진천이 고향이다. 계양마을 입구 장군터라 불리는 곳에 1983년 유허비가 건립되었으며, 태령산(해발 461.8m) 정상에 태실이 있다.


보탑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3층 목탑 때문이다. 1992년 불사를 시작해 1996년에 완공된 이 목탑은 황룡사 9층 목탑을 이어받았으며, 내부 계단으로 1층부터 3층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삼국시대 이후 단절된 ‘오를 수 있는 탑’의 전통을 현대에 재현한 것이다. 불사에는 한국 전통 건축의 대가 신영훈 대목이 참여했다.

연계 관광지
전통·이야기 가득

진천 정송강사는 ‘가사 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1536~1593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신도비가 있는 입구를 지나면 시비가 나오고, 이어 사당과 유물 전시관이 있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산길을 조금 오르면 송강과 그 둘째 아들의 묘소가 위아래로 자리 잡고 있다.

돌을 깎거나 다듬지 않고 원래 모양 그대로 쌓아 만든 진천 농다리는 허술해 보여도 천년을 이어온 진천의 자랑이다. 10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총 28칸으로 구성되었다. 다리 건너 언덕을 오르면 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와 산책로가 있다. 구불구불한 모양새 때문에 ‘지네 다리’라고도 불린다.

1930년에 건립된 덕산양조장은 양조장 건물로는 유일하게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단층 합각지붕 목조건축물이다. 지금도 3대째 가업을 이어 전통 막걸리를 만든다. 예약하면 전시 시음관을 견학하고, 막걸리와 빈대떡을 맛볼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김유신 탄생지 → 보탑사 → 진천종박물관 → 진천 농다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김유신 탄생지 → 보탑사 → 진천 정송강사
둘째 날 : 진천종박물관 → 진천 덕산양조장 → 진천 농다리

여행 정보
진천군 문화관광 www.jincheon.go.kr
진천종박물관 www.jincheonbell.net
진천 덕산양조장(세왕주조) www.icnj.co.kr

문의 전화
진천군청 문화체육과 043)539-3623
진천종박물관 043)539-3847
보탑사 043)533-6865
진천 덕산양조장(세왕주조) 043)536-356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진천, 20~30분 간격(06:30~20:30)으로 운행, 1시간 40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진천버스터미널 043)533-2376
자가운전 정보
중부고속도로 → 진천 IC → 좌회전 후 성석사거리 우회전 → 벽암사거리 좌회전 → 백곡저수지 방향 직진 → 장관교 지나 좌회전

숙박 정보
아랑훼스펜션 : 이월면 화산동길, 043)536-3366, www.aranghwese.com
별빛고운언덕펜션 : 이월면 진안로, 043)536-6114, www.ipension.net
수호텔 : 진천읍 남산9길, 043)534-5161, www.hotelsoo.co.kr

식당 정보
느티나무집 : 민물매운탕·닭백숙, 진천읍 백곡로, 043)532-5534
보림숯불갈비 : 숯불갈비, 진천읍 중앙서로, 043)532-0030
엄나무에걸린닭 : 누룽지닭죽·누룽지오리죽, 진천읍 금사로, 043)532-8200
두부촌 : 깻잎두부보쌈·두부전골, 진천읍 금사로, 043)533-9946
곰가내 : 쌀밥정식, 백곡면 백곡로, 043)532-0767, http://cafe.naver.com/gggooommm

주변 볼거리
길상사, 배티성지, 진천 석장리 유적, 진천 이상설 생가, 초평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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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