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이미숙 마리아아카데미 대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5 14: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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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에 질 나쁜 커피 너무 많아요"

[일요시사=사회팀] 국내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감별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미숙(49) 마리아아카데미 대표. 그는 많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질 낮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20년 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 온 그와의 인터뷰는 ‘진짜 에스프레소’처럼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에스프레소 감별사는 와인의 소믈리에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인 최초로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감별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미숙 마리아아카데미 대표. 그는 IIAC(커피감정국제연구소)이 인증하는 '에스프레소 감별사' 자격증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전문가'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10년에 걸친 시간 동안 통역 없이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커피의 A부터 Z를 알아간 이 대표는 지금도 이탈리아로 날아간 그때의 열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서 공부

"국내에 원두커피가 1989년 처음 들어왔어요. 저는 1992년부터 커피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고요. 1998년에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을 전국 10군데에 오픈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1999년.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했는데 때마침 저도 미국 시애틀에 가서 에스프레소에 대해 배우던 참이었어요. 그때 에스프레소의 고향이 이탈리아인 걸 알게 됐고, 2000년엔 커피를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이탈리아로 찾아갔어요. 그리고 현지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게 '아, 이건 뭔가 다르다'고 느꼈어요. 정말 '특별한 맛'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이 대표는 이탈리아의 커피 원두 제조업체인 TRUCILLO와 인연을 맺으면서 새로운 커피에 눈뜨게 됐다. 이 대표는 TRUCILLO가 운영하는 바리스타 양성 프로그램인 T.C.F를 통해 커피 전문 교육을 받았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던 이 대표는 2006년 국내에서 벌이던 사업을 모두 접고, 현지에서 에스프레소 전문가 코스를 밟는다. 그리고 2010년, 이탈리아 국가 기관인 INEI(Istituto Nazionale Espresso Italiano)와 IIAC이 인증하는 최고의 '에스프레소 전문가'가 된다.


"TRUCILLO에서 처음 커피 교육을 받을 때 눈물이 났어요. '커피가 이런 거였구나'하고. 커피가 뭔지를 조금씩 배워가니까 한국에서 하던 사업이 잘못됐었다는 걸 알았죠. 또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의 원조처럼 알려졌는데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 역사만 100년이거든요. 이탈리아는 정부가 직접 엄격하게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관리해요. 저는 10년이 걸렸고요. 커피의 진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원두의 품질부터 로스팅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어떤 기계를 사용할 것인지 등 고려할 게 참 많아요. 이 모든 것을 다 알려면 '바리스타'가 커피의 전문가여야만 하죠."

그가 말하는 바리스타는 커피만 단순히 추출하는 사람이 아닌 메뉴를 개발하고 그에 따른 원두를 고를 줄 아는 그래서 커피의 품질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커피 장인(匠人)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위시한 대형 브랜드 커피 전문점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면서 커피의 질이 떨어졌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커피가 대중화됐죠. 밥 먹고 커피 한잔씩 마시잖아요. 누굴 만날 때도 이젠 커피숍에서 만나고. 하지만 한국의 커피 문화가 발전한 것에 비해 대형 브랜드 커피는 그 맛과 수준이 떨어져요. 커피는 생산국에서 만들어진 콩을 갖고 이걸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데…. 원두가 일종의 원석이라 할 수 있죠. 에스프레소 커피는 이 원석을 가공한 보석이에요. 하지만 국내에 공급되는 커피의 경우는 대부분 로스팅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어요. 생산지에서 질보다는 가격을 맞춰야 되니까 값싼 원두를 수입하게 되고요."

이 대표에게 커피는 음료가 아닌 음식이다. 몸에 좋은 음식, 안 좋은 음식이 있듯 커피도 '좋은 커피'와 '안 좋은 커피'가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커피숍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안 좋은 커피'가 사람들의 건강과 미각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최초 '에스프레소 감별사' 자격 취득
"커피는 음료가 아닌 음식…전문 쉐프 필요"

"흔히 돈 있는 사람들이 커피숍 창업이 쉬우니까 '카페베네'처럼 여기저기 커피숍을 만드는데 그 사람들은 커피에 관심 없어요. 그냥 돈에 관심이 있는 거죠. 당연히 커피의 품질에는 관심이 없는 거고. 운영하는 업주들이 고용하는 친구들. 그 친구들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하는데 업주들은 커피 교육에도 관심이 없고. 그러니까 소비자는 맛없는 커피, 자연스레 연하게 먹는 '아메리카노'만 찾게 되는 거고. 그래서 몸에 카페인만 늘어나는 거예요. 아메리카노에 포함된 카페인이 에스프레소의 2∼3배거든요. 이런 것들을 전문가가 얘기해서 커피의 품질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되는데…."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에 비해 '에스프레소 감별사'라는 직업은 아직 국내에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인터뷰 도중 이 대표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거대한 자본은 결국 커피 품질에 관심이 없고, 커피를 본고장에서 배워 온 자신의 목소리도 업계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에 미친 지 23년인데 저의 열정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커피를 알리고, 좋은 커피를 만드는 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전문가인 제 의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음식은 습관이죠. 나쁜 인스턴트커피에 길들여지면 좋은 커피의 향을 못 느끼는 것처럼. 그런 것들이 아쉬운데…. 좋은 쉐프가 많아져야 음식의 맛도 좋아지는 것처럼 좋은 바리스타가 더 많아져야 되는데 한국에는 그들이 설 공간도 별로 없어요. 이미 대형 브랜드가 커피 시장을 과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3년 커피에 미쳐

그는 요즘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 커피숍을 운영하는 사람들과도 만나 커피 품질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커피 얘기를 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는 그래도 좀 나아지지 않겠냐"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 대표의 말처럼 좋은 커피를 누구나 즐기고 행복해하는 그런 커피숍이 많이 생긴다면 커피를 마시고 다음날 속이 쓰린 그런 일은 이제 우리에게 없지 않을까.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이미숙 대표는?

▲1992년 커피앤디자인 설립
▲1999년 미국 시애틀 에스프레소커피 연수
▲2001년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커피 연수
▲2008년 Trucillo Centro Formazione 교육센터 대표 계약체결
▲2010년 IIAC협회 이태리 커피 감정인 자격증 획득
   IIAC협회 이태리 에스프레소 스페셜리스트 자격증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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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