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넥타이 살인사건' 진실공방 전모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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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성관계로 사망한 남편…"내가 안 죽였어요"

[일요시사=사회팀] 광주지법 형사6부(문유석 부장판사)는 성관계 도중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넥타이로 목을 졸라 달라"는 남편 B(44)씨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가 법정에 섰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남편을 살해했다"고 말했다가 법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재판부는 7차례의 공판 끝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를 석방했다. 검찰은 즉각 불복하며 항소했다. 과연 검찰은 A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지난 12월21일 광주지법 형사6부(문유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성관계 도중 남편 B(44)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날 법원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고 A씨는 구속된 지 5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폭력적인 남편
변태적인 남편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법원이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즉각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이번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광주 넥타이 살인사건'의 진실 공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죽은 B씨와 A씨는 부부였다. 금슬이 좋은 부부는 아니었다.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던 B씨는 술만 먹으면 수시로 주사를 부렸다. B씨는 사건 전부터 A씨에게 잦은 폭행을 가해왔다. B씨는 폭행으로만 3~4차례 정도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망하기 5일 전에도 A씨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다가 경찰서 신세를 졌다. 그러나 폭행 피해자인 A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가해자이자 남편인 B씨를 꺼내줬다.

죽은 B씨의 휴대폰에서는 음란물이 발견됐다. 생전에 B씨는 아내 A씨에게 자주 변태적 성관계를 요구했다. 항문성교도 원했다. 술만 마시면 변태적 성행위가 심해졌다. B씨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도 한 번 손을 댔다. B씨의 성추행 당시 A씨와 딸은 아동보호센터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가정에서는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남편이었지만, B씨는 맡은 일을 곧잘 하는 회사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의 한 지인은 "B씨가 생산직 중소기업에서 근무했고, 넉넉지는 않지만 가족을 부양할 정도로는 돈을 벌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B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직장 동료들에게 휴직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술이었다.

늘 술에 절어 있던 B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6월7일 회사에서 조퇴했다. 조퇴 전 B씨는 자신의 상사에게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겠다"고 말한 뒤 "입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퇴 후 광주 북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 B씨는 A씨에게 '내일부터 알코올 중독 입원치료를 받기로 했으니 마지막으로 함께 술을 마시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B씨는 술을 마시면서도 거듭 A씨에게 "이번에는 꼭 입원치료를 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넥타이로 묶어줘" 아내 "오늘은 조여줄게"
살인사건의 유일무이 목격자는 바로 피고인

A씨와 B씨 부부는 맥주와 막걸리 등을 섞어 마셨는데 술자리가 길어지자 B씨의 억눌린 성욕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3%였다. 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무려 0.2%가량 높은 수치다. 이는 심각한 만취상태에 해당한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거나하게 취한 B씨는 여느 때처럼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법정에서 A씨는 "남편과 성관계를 하기 싫었으나 남편이 알코올 중독 입원치료를 약속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뜻에 따라주고자 했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함께 화장실로 향했고, 성관계를 시도했으나 이에 만족하지 못한 B씨는 A씨에게 "넥타이로 목을 조르자"고 말했다. A씨는 이를 승낙했다. 이 부분에 대해 A씨는 "남편이 입원하면 당분간 폭행이나 변태적 성행위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의 요구를 들어줬다"고 진술했다.

B씨는 거실에 있던 자신의 넥타이를 A씨 앞으로 들고 왔다. 그러면서 "넥타이로 목을 조르면 성관계를 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B씨는 A씨의 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그러나 A씨는 이를 거부하며 곧 넥타이를 풀었다. 그러자 B씨는 "그럼 내 목만 졸라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는 A씨가 B씨의 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이런 건 처음인데
점점 기분 좋아져"

오후 4시45분. 넥타이를 감은 채로 A씨와 성관계를 하던 B씨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넥타이로 남편 목을 조르던 A씨는 이 같은 상황에 매우 놀라 넥타이를 풀었지만 B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남편 B씨의 사망 당시 A씨는 곧바로 B씨를 거실로 옮기고,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남편이 죽었다"며 신고했다.

이 사건의 한 유력 관계자는 "만약 사람을 죽일 의도가 있었다면 시신을 옮겨 인공호흡을 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살의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살인 직후 멍하니 있거나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성관계 중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행위는 처음 해봤다'는 A씨 진술에 기초했을 때 어느 정도의 힘을 줘야 사람이 죽는지도 모르는데 여자인 A씨가 남자인 피해자(B씨)의 어떤 저항도 없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란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 측 주장은 다르다. 검찰은 "피고인(A씨)의 진술대로 피해자가 '넥타이로 목을 졸라 달라'고 요구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가정폭력과 변태적 성행위를 일삼은 남편에 대한 앙심이 살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피고인의 '성관계 중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행위를 처음 해봤다'는 진술도 온전히 믿을 수 없다"라는 의견이다.

사망한 B씨는 부검을 거쳐 질식사 판정을 받았다. 당시 부검을 맡은 감정의는 "목을 졸렸는데도 B씨가 저항한 흔적은 없었으며, 서서히 일정한 힘이 목에 가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A씨의 몸에서도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위해를 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부검 결과에 근거, B씨가 급작스런 힘이나 위력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사건 당시 B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3%로 만취했었기 때문에 일종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며 반의식 상태에서도 정황을 기억하거나 위협에 대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반론으로 제기됐다.

수사결과 상당한 규모의 부채나 B씨 명의로 들어 놓은 거액의 보험금도 없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A씨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증은 오직 자백밖에 없었다.

"네가 살인범이지?"
"그래 내가 죽였어요"

A씨는 신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내가 남편을 죽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남편이 자신을 수시로 때리고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하며 딸아이까지 건드는 게 너무 미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당시 A씨는 극도의 흥분상태였고 질의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어진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의도를 시인했다. 변태적 성행위 중 '남편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런 A씨의 자백을 토대로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광주지검은 이 사건을 기소하기로 하고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

경찰이 기록한 A씨의 "내가 남편을 죽였다"라는 자백은 재판과정에서 핵심쟁점으로 부각됐다. 자백 내용처럼 A씨가 B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남편이 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1심 판결을 가름하는 열쇠였다.

재판을 앞두고 있던 A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만나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었다. 구속 상태였던 A씨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고 변호인에게 하소연했다. 수사기관에서 했던 자백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얘기였다. A씨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진술은 죄책감과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나온 것이며, 실제로 자신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두 아이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자신이 살아서 나가야 죽은 남편 대신 남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 A씨의 오락가락하던 진술은 범행을 부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연속된 공판에서 A씨는 "남편을 죽였다"는 진술을 부정했다. 그리고 재판은 A씨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판에서 검찰은 "A씨가 진술을 번복했다"며 A씨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를 제외하고는 B씨의 사망 경위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검찰의 주장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 조사 단계에서 A씨를 취조한 담당형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형사는 "수사 과정에서 '학대로 남편이 미웠죠?'라고 피고인에게 묻자 '제가 남편을 죽였어요. 곧 감옥에 가겠죠'라고 피고인이 답했다"면서 A씨의 자백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경찰의 증언만으로 A씨의 범행을 확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님 제가 너무 세상 물정 몰랐어요"
검찰 "말 바꾸지 마" 변호인 "증거 대세요"

이처럼 "내가 남편을 죽였다"는 A씨의 자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검찰은 "피고인에게도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으며 피고인이 넥타이로 피해자의 목을 조를 당시 분명 살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미필적 고의로라도 A씨의 살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받아쳤다. 이렇게 모두 7차례의 공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2월21일 열린 최종 공판에서 법원은 결국 변호인의 손을 들어줬다. A씨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핵심쟁점이었던 A씨의 자백에 대해 "A씨의 '내가 죽였다'라는 진술은 '살의를 갖고 살인했다'라는 의미보다는 '남편의 죽음이 자기 책임이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동기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A씨가 B씨로부터 받아왔던 폭력행위 등을 고려할 때 넥타이로 목을 조를 당시 A씨가 B씨에게 일시적 고통을 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어진 판결문에서 "하지만 이것이 짧은 순간 살의로까지 번졌다고 보긴 어려우며 다음 날 남편이 치료를 위해 입원하면 한동안 남편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남편의 모든 요구를 들어줬다는 A씨의 진술도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B씨가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넥타이를 가져오는 등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만약 A씨가 B씨를 죽일 의도로 목을 세게 졸랐다면 반항이나 몸싸움의 흔적이 남았어야 함에도 B씨와 A씨 모두에게서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B씨가 상당 시간 동안 서서히 목이 졸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럼 A씨가 갑자기 살의를 느껴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앞선 상황 등을 종합하면 A씨가 특정한 동기를 갖고 B씨를 살해했다고 보긴 어려우며, 증인의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A씨는 지난 5개월의 송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감자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돌아간 A씨는 현재 광주를 떠나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죄 석방된 아내
검찰 " 꼭 잡아넣겠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항소장을 제출한 검찰은 현재 고등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살인의 고의는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과실치사)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법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1심 판결의 기소 항목은 살인이었는데 과실치사가 포함되면 재판결과가 또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다만 항소심에서도 살인혐의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변호사는 "담당사건이 아니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과실치사가 형사상 넓은 개념이 아니므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재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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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