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박근혜 지하경제' 발언 논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7: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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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화→활성화" 국어 못하는 후보님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지하경제 활성화'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진위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박 후보는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복지재원 마련 방안을 설명하며 "지하경제 활성화"라고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인 것. 새누리당 측은 단순 말실수라고 밝히고 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토론회에서 "지하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복지정책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설명하던 중 "지하경제 활성화를 통해 매년 27조씩 5년간 135조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성화=활성화?

지하경제란 매춘, 사채, 도박 등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모든 경제 활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기획재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경제는 3가지로 분류되는데 ▲신고되지 않은 재화나 용역의 합법적 생산 ▲불법적인 재화나 용역의 생산 ▲은폐된 현물소득이 그 범주에 속한다.

2011년 한국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지하경제의 규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250조원 규모로 전체 GDP의 17.1%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의 2012년도 예산이 19조89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 예산의 12.4배 규모의 돈이 세금을 피해 음지에서 돌아다니는 셈.

이날 토론 이후 '지하경제' '박근혜 지하경제' '지하경제 활성화' 등은 모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또 누리꾼들은 박 후보의 발언을 두고 "실수다" "아니다"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말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앞서 지난 8월23일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박 후보는 복지재원 마련 방안을 설명하며 "지하경제 활성화"를 예로 든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후보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대해서는 "무조건 증세를 말할 게 아니라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예산 전달체계가 잘못돼 중복·낭비되는 것부터 고치면 지금 있는 예산만 갖고도 증세한 만큼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뒤 "6대4 원칙에 따라 기존 씀씀이를 줄여 60%를 보태고 '지하경제 활성화'와 비과세 감면 등 잘못된 부분을 고쳐 세입에서 40%를 보탤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급기야 SNS를 통해 지하경제와 관련된 각종 패러디를 만들어 전파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fore***은 "8월에 이어 이번 토론까지 지하경제 활성화라고 2번이나 말했다. 실언이 아닌 것. 사실 말실수가 그 사람의 본심이라는 게 심리학 분야에서 연구되고 인정된 바 있다. 생각이 곧 말이 된다. 왠지 4대강 공약처럼 박 후보가 내세운 복지 공약은 지키지 않으면서 지하경제 활성화 공약만큼은 반드시 지킬 것 같다"고 내다봤다.

8월 간담회 이어 토론회서 같은 실수 반복
설마 본심?…각종 패러디에 진위공방 확산

아이디 천재가***은 "말실수라기보다 주입식교육의 잘못된 예인 것 같다. 단어를 배우면 쓰임을 이해해야 하는데 측근들로부터 갑작스럽게 많은 것들을 주입받다 보니 실수가 이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아이디 hist***는 "산소가스, 솔선을 수범, 바쁜 벌꿀, 전화위기, 지하경제 활성화…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말씀 번역어 사전>이라도 끼고 살아야 할 듯"이라고 비꼬았다.


아이디 달탱***은 "지하경제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도 황당하다. 불법자금을 더욱 조장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박 후보는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지하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세금 내라 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아이디 tjsr***는 "지하경제라는 단어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박 후보를 지켜본 것으로 평가하건대 박 후보는 지하경제를 석탄이나 석유, 철광석과 같은 땅속의 지하자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라며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반면 아이디 Lip***는 "빛과 어둠이 항상 공존하듯이 경제에도 양면이 있다. 지하경제라고 반드시 조폭이나 매춘 같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하경제의 실체를 인정하여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박 후보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기 바쁘구나"라며 박 후보를 옹호했다.

아이디 무즉***는 "뭘 그리 꼬투리를 잡는가. 활성화든 양성화든 같은 말 아닌가. 지하경제는 음성적이고 불법적인데 그것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니 앞으로 법망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이디 nu***은 "활성화라는 말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공기계를 활성화한다고 하면 통신사에 등록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니 틀린 말도 아니다. 표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공약의 진정성을 따져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실수가 아닐 수도…

아이디 wyu***는 "이번 선거 바쁜 일이 있어 투표하기 어려웠는데 꼭 해야겠다. 사사건건 꼬투리 잡는 세력이 정권 잡으면 큰일 날 것 같다. 사람이나 정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말실수 하나를 약점 잡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고 혈안이 돼 있는 사람들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 꼭 투표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조갑제 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대선후보 토론에 나와서 스무고개 하듯이 하고 이걸 모르면 골탕먹여야지 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선토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의 촌철살인 역공에 당한 이정희"라며 박 후보 편을 들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박근혜 말실수 퍼레이드>

"5.8조→5점8조"…"꿀벌→벌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연이은 '말실수'를 놓고 너무 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2차 TV토론에서 "지하경제 활성화"라고 말한 것뿐만 아니라 '5.8조'를 '5조8000억'이라고 말하지 않고 "5점8조"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1차 토론회가 열린 지난 4일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고위공직처비리수사처"라고 말했고 지난 1일 단독 토론에선 '솔선수범'을 "솔선을 수범해서"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1월 SBS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영국 시인인 윌리엄 브레이크의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라는 명언을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경기도당 선대위 발대식에선 사자성어 '전화위복'을 "이번 논쟁을 '전화위기'의 계기로 삼아"라고 잘못 말했고, 그날 오후 인천시당 선대위 발대식에서도 같은 실수를 또 했다.

박 후보는 중요한 기자회견에서도 실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인혁당'을 "민혁당"이라고 말해 사과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지난달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가 취재진이 지적하자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고 정정하는 촌극도 벌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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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