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확인> 태광그룹 로비의혹 돌출 내막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12.12 12: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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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다 맞은 날벼락'에 회장님 똥줄 탄다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판 중인 태광그룹 모자에 돌발 악재가 겹쳤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정공방과 별도로 또 다른 예민한 사안이 터졌다. 공소장에 빠진 정관계 유착·로비·특혜 의혹이 그것이다.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건강상 이유로 일단 철창에서 나온 이선애·이호진 모자가 편히 쉬지도 못하게 생겼다.

태광산업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를 지낸 전성철 변호사가 태광그룹의 불법 차명거래 의혹 등과 관련한 조사자료의 공개를 금융당국에 요구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소송을 낸 지 3년 만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전 변호사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행정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금감원의 상고를 기각, 전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돌발 악재 급부상

2007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3년간 태광산업 사외이사로 재직한 전 변호사는 2008년 1월 전 직원으로부터 회사의 불법 차명거래 의혹 및 내부자 거래 의혹을 전해 들었다. 태광산업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를 도용해 채권·증권계좌를 운영했다는 의혹과 태광산업이 쌍용화재를 인수하기 전 자사의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는 의혹이다. 그 금액이 수백억∼수천억원대에 달했다. 전 변호사는 녹취록, 매매거래원장 등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입수했다.

감사위원도 겸직했던 그는 즉각 조사에 착수해 수십차례에 걸쳐 서면과 구두로 태광산업 경영진에 사실확인을 요구했다. 경영진이 이를 모두 거부하자 전 변호사는 직접 금감원에 확인을 요청했다. 금감원도 법인의 경영상 비밀 및 개인 사생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묵살했다. 전 변호사는 2010년 2월 금감원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1차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지만 그해 9월 각하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는 판결 한달 전인 2010년 10월 시작됐다. 이후에도 금감원으로부터 외면당한 전 변호사는 2개월 뒤 다시 같은 내용의 2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전 변호사는 한 웹사이트에 올린 칼럼을 통해 태광그룹과 금감원 간 유착 가능성을 제기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쌍용화재 인수 직전인 2006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직원들의 차명계좌로 쌍용화재 주식을 집중 매입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다 금융당국에 적발돼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보고의무 위반'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500만원만 냈다.

전 변호사는 "금감원이 태광그룹의 대규모 차명주식거래를 파악하고서도 자료 요청이나 당사자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금감원은 차명계좌의 실주인으로 지목된 대주주·CEO(이호진)와 주범으로 판정된 이모씨(이선애)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심각한 정경유착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태광그룹 불공정거래 조사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사해 공정하게 처리했고, 그 어떤 유착관계도 없다"며 "전 변호사의 확인요청은 금융실명법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12월 2차 소송 결과가 나왔다. 행정법원은 1차 때와 달리 정보공개 거부를 취소하란 판결을 내렸다. 금감원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갔다.

전 사외이사 금융당국 정보공개 소송서 승소
태광과의 유착·특혜 수수께끼 풀릴지 주목

고등법원의 판결도 다르지 않았다. 고등법원은 "금감원은 순수한 관련자의 인적사항 등 일부정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사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전 변호사의 승소를 결정했다. 고등법원은 "회사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서 금감원의 조사 정보에 대해 알권리가 있다"며 "정보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정도가 크지 않고, 주식매매 경위나 그 취득자금 출처 등에 관한 정보는 태광산업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다시 상고를 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면서 이번에 고등법원의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성역시 됐던 금감원의 증권·금융 관련 법 위반 사건 조사기록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전 변호사 측은 "비리 등 조사기록을 무조건 비공개라고 해석하면서 이를 거부해 온 금감원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며 "금융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금융기관들의 부정·부당 행위를 예방하는데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로 대기업 비리에 대한 사외이사 등의 감시 기능을 확대하는 중대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소송이 태광그룹과 금융당국 간 유착·로비·특혜 의혹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도 예상된다. 이 의혹은 현재 재판 중인 이 전 회장과 이 전 상무의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정공방과 별도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와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당초 전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은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었다. 정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111일에 달하는 장기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고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수수께끼를 남긴 채 수사를 마무리 지었고, 이를 두고 '용두사미 수사' '반쪽 수사'란 지적이 쏟아졌었다.

당시 검찰은 태광그룹과 금감원 관련 의혹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소환 조사를 실시했지만 기소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정관계 로비 의혹도 기소될 만한 구체적인 자료나 증거를 확보한 바가 없다. 내부고발자의 진술을 통해서도 로비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적잖은 파장 예상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 지난 2월 1심에서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전 상무도 징역 4년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모자는 건강상 이유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석방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되면서 수감 기간이 60여 일에 불과해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며 이 전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7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이 전 상무에겐 징역 5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0일 열린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태광 비자금 수사 일지]

 

<2010년>
▲10월13일  태광산업 본사 압수수색
▲10월16일  이호진 자택 압수수색
▲10월21일  이선애 자택 압수수색

<2011년>
▲1월4일    이호진 소환조사
▲1월12일   이선애 소환조사
▲1월18일   이호진 구속영장 청구
▲1월21일   이호진 구속
▲1월31일   이선애 불구속

<2012년>
▲2월21일   이호진 징역 4년6월 선고
                이선애 징역 4년 선고(법정구속)
▲3월24일   이호진 구속집행정지
▲4월21일   이선애 구속집행정지
▲11월27일  검찰 항소심 구형
               (이호진 징역 7년)
               (이선애 징역 5년)
▲12월20일  항소심 선고공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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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