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알뜰폰' X파일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10 0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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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면 뭐하나…기계가 없는데

[일요시사=사회팀]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 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등장한 알뜰폰이 출시 된 지 1년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렇다 해도 전체 가입자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알뜰폰 사업자들은 LTE 서비스를 앞두고 속내가 복잡하다고 한다. 알뜰폰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도매가격으로 원하는 업체에 통신망을 빌려주는 이동통신 재판매(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서비스를 의무화하면서 알뜰폰이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처음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비슷한 값으로 통신망을 빌려주기 시작하면서 CJ헬로비전 등 대기업 계열사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도 알뜰폰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상태인 만큼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대형유통사도 진출

알뜰폰은 기존 이통3사로부터 망을 임차하여 소비자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하다. 망 투자비용이 없는 만큼 낮은 단가에 통신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 그래서 이름도 '알뜰폰'이다.

실제로 알뜰폰 요금제는 이통3사의 평균 요금제보다 20% 가량 싸다. 기본료만 보면 5500원으로 이통3사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그리고 통신3사와 동일한 주파수, 중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 품질도 이통3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16일을 기준으로 KT 제휴사 51만5000여 명, SK텔레콤 제휴사 28만4000여 명, LG유플러스 제휴사 21만3000여 명 등 총 101만2000여 명으로 집계되며 알뜰폰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알뜰폰은 홍보부족으로 말미암은 낮은 인지도 때문에 신규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조금씩 시장을 키워 온 것이다. 물론 5300만에 육박하는 전체 이동통신 시장과 비교하면 알뜰폰의 가입자 점유율은 2%에도 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마저도 방통위가 이통사 보조금 규제에 나서면서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엔 이통3사들이 비정상적인 수준의 보조금을 뿌려대는 통에 알뜰폰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통3사를 통해 갤럭시S3를 17만원에 구입할 수 있을 때 알뜰폰 업체를 통한 동일 단말기의 가격은 할부원금 기준 80만원에 달했다. 연간 8조원 수준에 이르는 기존 통신사들의 보조금 규모를 작은 알뜰폰 업체들이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조금 문제는 단말기 수급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보조금 지급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주는 기존 이통3사에만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또한 대안으로 떠올랐던 단말기 자급제용 단말기도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단 2종에 불과했다.

'요금 저렴'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00만 명
보조금 차별에 단말기 모자라…최신형 없어

알뜰폰 사업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요금을 더욱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래서인지 매출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 24개사의 올해 7월까지 매출총액은 1135억원에 그쳤다. 특히 스페이스네트의 경우 가장 많은 18만3000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7개월 동안 매출이 75억원에 불과했다.


알뜰폰이 활성화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다. 이통3사에서 LTE 네트워크를 구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LTE 통신망에는 의무적인 도매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LTE 서비스는 알뜰폰 사업자와 기존 통신3사의 요금제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현재 이통사들은 3G망은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대가로 제공하고 있지만 LTE 망은 양보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또 알뜰폰 사업자들이 LTE 서비스가 가능한 최신 단말기를 수급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 중 스마트폰을 확보해 판매하는 곳은 'CJ헬로모바일'이 유일하다. CJ헬로모바일 역시 LTE 지원이나 단말기 구매 여력의 문제가 맞물려 '갤럭시S3' '옵티머스 LTE2' 등 인기 스마트폰 확보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설사 최신 단말기를 확보한다고 해도 워낙 고가라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 이통3사에선 약정 보조금을 통해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해왔지만 알뜰폰은 보조금을 지급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단말기 자급제 스마트폰인 '갤럭시M스타일'이 40만원 대에 출시됐고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도 단말기 자급제용으로 출시될 예정이지만 최신 스마트폰보다 사양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선 아무리 알뜰폰의 통신 요금이 저렴하다고 해도 보조금 할인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셈이다.

덧붙여 알뜰폰 업체들은 무선데이터 요금제 면에서도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뜰폰 업체가 제공하는 무선 데이터는 월100MB~1GB 정도가 한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상의 데이터를 쓰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기존 이통사들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과 단말기 수급 문제 때문에 알뜰폰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방통위가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행정 편의주의에 자꾸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유통망을 가진 대형마트의 알뜰폰 출시로 인지도가 확산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선데이터 한계

방통위 관계자는 "보조금 규제에 나서고 있는 만큼 단말기 수급까지 제도적으로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통사에서 단말기를 살 때 알뜰폰 업체도 동시에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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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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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