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억 체납자’에 지원금 맡긴 서울시 논란

체납자에게 금고를?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7억원 규모의 지역발전 지원금이 장기간 미납됐지만, 수년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파산 상태로 회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 대표가 주민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지원금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사시설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시설 운영과 관련한 민원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장사시설 특성상 많은 규모의 방문객과 차량 이동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장례 절차가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차량 출입이 늘어나고, 시설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변 도로가 혼잡해진다.

소송으로
버티기?

무엇보다 장사시설이 인근에 위치할 경우 주거 환경 선호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문제다. 장사시설은 흔히 말하는 혐오 시설이기 때문이다. 장사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집값뿐만 아니라 지역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지역발전수익지원금(이하 지원금)’이다. 이 지원금은 주로 지역 주민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이나 복지사업 등에 활용된다. 지역 전체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 지원금은 부대시설의 수익금에서 발생한다. 장사시설 내에는 매점, 식당, 카페 등 부대시설이 함께 운영되는데, 이들 시설은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기보다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시설 운영권을 부여받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납부하게 되며, 이 금액이 지원금금으로 조성된다.

먼저 기관이 입찰 등을 통해 부대시설 운영 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는 계약 조건에 따라 매년 일정 금액을 납부한다. 즉, 이 지원금은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구조다.

따라서 지원금 납부 여부와 금액은 부대시설 운영업체와 공공기관 간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계약 조건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금액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장사시설 내 부대시설은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부대시설 운영 규모가 크거나 이용객이 많은 경우, 하루 수천 명 단위의 방문이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부대시설 운영권은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다. 실제로 운영업체는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납부하는 조건을 감수하더라도, 운영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발전 기금 7억5000만원 미납
계약 해지 후에도 영업 지속

공단은 2018년도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 업체를 모집했고,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부대시설 운영 조건으로 납부할 지역발전 지원금 규모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업체는 ‘높빛’이라는 업체로, 매년 7억원 수준의 지원금 납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빛은 2018년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권을 확보한 뒤, 2019년 1차년도 지원금 7억원을 납부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기금이 미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 측은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금 납부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기금이 미납되기 시작하자, 공단은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공단은 기금 납부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높빛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업체 측은 계약 해지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계약 해지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게 됐다. 문제는 높빛 측이 계약 해지 통보 이후에도 즉시 시설에서 철수하지 않고, 일정 기간 부대시설을 계속 운영했다는 점이다.

높빛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2년이나 운영을 지속해 왔다. 2019년 1차년도 지원금 납부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이어왔고, 이로 인해 총 7억5000만원의 미납금이 발생하게 됐다.

회수도
불투명

이 과정에서 업체는 서울시 측에 시설 사용에 따른 임대료는 납부하면서도, 지원금은 납부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해 해당 부대시설 영업장이 폐쇄되면서 운영은 종료됐지만, 미납된 지원금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됐다.

문제는 이후 대응 과정이다. 공단과 서울시는 2020년부터 지원금 미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채권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계약상 매년 납부해야 하는 금전 채무가 발생한 경우 통상적으로는 채권 보전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장기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높빛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총 7억5000만원의 기금을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공단은 해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해 영업장이 폐쇄될 때까지도 미납금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피해 지역 주민들과 고양동 주민자치회, 직능단체장협의회 등이 서울시와 감사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진 뒤에야 공단과 서울시는 미납금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다만 소멸시효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미납금 7억5000만원 규모에 대해서 민사소송이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체가 이미 법인 해산 상태라는 점이다. 법인이 해산된 경우 채권 회수는 더욱 까다로워지며, 실질적인 변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7억5000만원은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8억을
또 지급?

미납금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사시설 관련 주민협의회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된 주민협의회는 2012년 서울시와 고양동 일대 주민들이 체결한 ‘부대시설 운영권 부여 합의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 합의서는 고양동 18·19·20통과 원신동 5통 등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한 권리를 일부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화장장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돈을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약속이다. 이에 따라 지원금은 주민들을 위한 재원으로 쓰이게 되고,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주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게 된다. 이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주민협의회다.

하지만 당시 협의회 내부 갈등과 운영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18년 서울시는 기존 주민협의회를 해산시켰다. 문제는 이후 과정이다. 2020년 2월, 고양시는 ‘주민협의회 재구성 명단’이라는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 공문은 협의회가 다시 구성됐다는 취지의 자료였지만, 서울시는 이후에도 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재구성됐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1년 고양시에 공문을 보내 협의회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고, 2024년에도 “재구성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없고 회의록도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회는 사실상 운영을 이어왔다.

수년 미납금 방치? 채권 관리 도마 위
서울시, 소멸시효 앞두고 뒤늦게 소송

이 같은 상황에서 2025년 3월, 높빛 대표였던 B씨가 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B씨는 앞서 7억원의 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의 대표이기도 하다. 주민협의회는 운영 규정에 따라 구성원이 참여하고 내부 의결로 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다.

즉, 일정 자격을 갖춘 구성원으로 포함되면 내부 절차를 통해 회장 선출이 가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높빛 대표도 내부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선출됐다.

문제는 이 협의회가 실제로 주민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 여부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협의회 구성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일부 구성원이 실제 피해지역 주민이 아니거나,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가 아닌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 구성원의 10명 중 6명이 피해지역 주민이 아니며, 피해지역 주민 4명도 총회 선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협의회가 정말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당초 합의서 취지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기금을 관리하는 구조였지만, 실제 운영은 그 취지와 다르게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특히 2025년 5월, 서울시가 해당 주민협의회를 사실상 기존 조직의 연속으로 인정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 결정에 따라 과거 높빛에서 최초 납부했던 지원금이 다시 협의회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26년에도 약 8억원 규모의 지원금 예산이 편성·통과됐다. 이에 A씨는 “협의회 구성원의 선출 과정도 불분명한데 기존 협의회와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믿을 수
없는 상태

한편, <일요시사>는 서울시 관련 부서에 “현재 주민협의회 회장이 지원금을 미납한 업체 대표가 맞느냐”고 질의했고, 해당 부서는 “그 사람이 맞다”고 답했다.

채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법원에 채권 확보를 요청한 상태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자는 협의회지만 해당 업체가 법인 파산 상태여서 실제 확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수 조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회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동안 납부 독촉을 했지만 결국은 납부가 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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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자란 ‘명픽’ 출마자들

1% 모자란 ‘명픽’ 출마자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후보의 인지도도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후보들의 체급은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과 후로 나뉘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친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는 법.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픽’ 후보들의 수난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하정우 부산 북갑 후보가 혹독한 정치 신고식을 치렀다. ‘손털기’부터 ‘오빠’ 논란까지, 정치 초보를 겨냥한 유권자들의 회초리가 매섭다. 이재명 대통령이 뽑은 인재라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정이 키웠지만… 하정우 후보는 대통령실 신설 직책인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로 예고된 국가 AI 투자 및 인프라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등 이재명정부의 AI 산업을 이끌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유독 하 후보를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국무회의서 훈훈한 ‘케미’를 보여주는가 하면 대통령이 묻는 말에 막힘없이 답해 “우리 하GPT(하정우와 챗GPT를 합친 단어)는 다 알고 있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 후보의 차출설이 돌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로 열리는 부산 북갑에 그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하 후보의 출마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가 맴돌았다. 지난 4월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AI 수석이던 하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우리 하GPT가 할 일이 많은데 작업 들어오는 것 같다.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돼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청와대는 차출설에 선을 그었지만 당 지도부는 연일 하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출마를 설득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출마 여부는 하 수석이 결정하기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하 수석의 마음이 정해져야지, ‘나가라’ 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가지 말라’ 해서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결정해야지, 대통령이나 당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우리 당으로선 쉽지 않은 지역인 북갑에 하 수석 말고는 이길 후보가 없다”며 거듭 강조하자 결국 하 후보는 “고향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출마 결심을 굳혔다. 일련의 사건이 하 후보의 체급을 키우기 위한 당정 간의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를 떠나 부산으로 향했지만 첫 선거 유세서부터 발목이 잡혔다. 유세 첫 일정으로 방문한 구포시장에서 상인과 악수를 한 뒤 양손을 비비거나 손을 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른바 ‘손털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오만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 후보는 “처음으로 수백, 수천명과 처음으로 악수를 하다 보니 손이 저려 무의식중에 손을 쳤던 것 같다”며 당사자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정우·정원오’ 호명하자 단숨에 관심·인지도 ‘쑥’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3일에는 ‘오빠’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을 찾은 정 대표는 구포시장에서 하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거듭 “오빠(해봐요)”라고 말했고 하 후보도 “오빠”라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SNS에 올리며 “62세 정청래 대표와 50세 하정우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참 낯뜨겁다. 망설이는 아이에게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재차 ‘오빠라고 해보라’고 재촉하는 모습은 일종의 아동학대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여성단체에서도 “성인지 관점의 부재”라며 두 사람의 행동을 규탄했다. 하 후보는 캠프를 통해 “오늘 지역 주민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이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부모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대표도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구포시장 방문 과정의 상황과 관련해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님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원오 서울시장도 대표적인 ‘명픽’ 인물이다. 선거 초반 불거진 ‘칸쿤 여행지’ 의혹으로부터 겨우 벗어나나 싶더니 하 후보와 마찬가지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르는 모양새다. 정 후보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한 여론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성동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쓴 것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정 구청장은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정원호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이재명정부와 손발이 맞는 서울시장”을 강조하며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그런 정 후보도 실언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CBS 라디오에 출연해 “시장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대권을 바라보면 그때부터 불행해진다”며 “제가 경험해 본 박원순 전 시장,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똑같다. 이상한 일들이 막 생기고 이상한 고집을 피우고 그런 것이 바로 대권을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이름을 올린 만큼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권보다는 시정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고 박원순 전 시장을 오세훈 시장과 동일시했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오만했나? 실수 또 실수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경선을 치렀던 전현희 의원은 “고 박원순 전 시장님을 오세훈 시장과 ‘똑같다’고 평가한 정원오 후보의 발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으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으며 박주민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이 공도 있고, 과도 있겠습니다마는 오세훈 시장처럼 ‘대선에 눈이 팔려서 시정을 망쳤다’는 평가를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잘못된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SNS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는 박원순 전 시장님 곁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지냈고, 시장님의 고뇌를 지켜보면서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며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취지는, 서울시장은 오직 시민의 삶과 서울의 미래에 집중해야 하는 자리이며, 저 또한 그 책임에만 전념하겠다는 다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 주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컨설팅’ 논란에 휩싸였다. 남대문시장에서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상인에게 “장사가 왜 안 돼요,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데”라며 “계속 이러지 마시고 컨설팅을 한번 꼭 받아보세요”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회자한 것이다. 오세훈 후보가 “시민을 가르치느냐”며 공세를 퍼붓자 정 후보 캠프 측은 “오세훈 후보 측의 굴절된 마음이 굴절된 시각으로 민심 청취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워낙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작은 일도 꼬투리를 잡아 크게 벌리는 것을 생존 수단으로 정한 것 같다”면서도 “네거티브 공격이 들어올 만한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선거철에 민심이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칭 타칭 ‘이재명픽’이라고 강조하는 이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이재명의 선택’을 캠프 슬로건으로 내건 김용남 평택을 후보는 같은 곳에 출마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강도 높은 네거티브 공세를 주고받고 있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거쳐 민주당에 입당한 김용남 후보를 저격하며 “이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다고 본다” “과거 김 후보가 대장동 사건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의 무기징역을 주장했었다” 등 견제구를 던졌다. 살아남은 최후 1인 김 후보가 과거 보수 정당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국 사태뿐 아니라 검찰개혁,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해 내놨던 과거 발언을 재점화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과거 보수 정당에서 원내대변인 직책을 맡다 보니까 정파적 입장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이나 민주·진보 진영 분들에게 거북한 말씀을 드렸던 적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스럽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도 조 대표의 사모펀드 등을 겨냥한 듯 “적어도 조 후보님과 관련해서 사실과 다른 말씀을 드렸던 기억은 전혀 없다. 지금 아무리 곰곰이 되돌려 봐도 사실관계는 틀림없어 보인다”고 말했고 이를 시작으로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친 이재명) 간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 보였다. 잡음이 커지자 민주당은 입단속에 나섰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29일 정 대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오만한 언행에는 지위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당 대표인 저부터 불광불급·종횡무진·전광석화·지성감천의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책을 잡히자 일부 후보들이 ‘이재명 후광’을 믿고 안일하게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직접 띄워주고 밀어준 만큼 여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론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개인 역량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뜻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다. 철저하게 개인주의 성향”이라며 “이 대통령은 특정 인물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한 게 전부다. 그걸 가지고 ‘대통령이 뽑은 나’에 취해 선거를 그르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를 호명하고 몸값을 띄워주는 것까지가 이 대통령의 역할”이라며 “이후 어떻게 살아남는지는 철저하게 본인의 역량이고, 이 대통령은 여기서 끝까지 남는 이들만 자신의 그룹에 넣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명’ ‘찐명(진짜 친명)’만 강조한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다 탈락했다”고 부연했다. 역량 부족? “자기 일은 스스로” ‘친명’ 훈장만 믿었다간 낭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의 남자’로 알려졌지만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 전 부원장은 “안산·하남 어디든 국민께 심판받겠다”며 지도부에 신호를 보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그의 출마가 보수 결집의 명분이 되는 등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경기 지역 전략공천 결과 발표 후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리한 것”이라며 “특정 후보의 리스크가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현장 후보들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당내 친명계 의원들은 김 전 부원장을 ‘검찰 수사의 피해자’로 규정했고, 공천을 통한 정치적 명예 회복을 요구했으나 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친명 한준호 의원도 경기도지사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대통령의 ‘1호 감사패’를 받은 만큼 경기도지사 출마 당시에도 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나섰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2차 예선서 추미애 후보에게 밀려 패배했고, 정치권에서는 “큰 단위의 선거에서는 특정 인물과의 관계보다는 개인 역량이 중요한데 그 점을 간과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안 됐다. 그런데 ‘한준호픽(한 후보와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며 “반면 지금 추미애 후보 같은 경우는 강성 지지층의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구도 가장 많고 당원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추미애 후보가 한번에 후보를 확정했다”며 “이변이 일어났다. 권력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현역을 모두 물갈이하는 과감한 쇄신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출신이거나 이 대통령과 가깝게 일한 이들도 대거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인천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된 박찬대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핵심 인사다. 이정부 첫 정무수석인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강원도지사 후보로 1호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직접 ‘입당하면 좋겠다’고 언급한 김상욱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후 그는 탈당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가 됐다. 원팀이거나 업보거나 코스피 상승과 맞물려 이재명정부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의 후광효과’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여권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지만 오로지 후광효과만 보려고 하는 현상도 늘어났다”며 “다만 우려가 되는 건 만약 이들이 모두 당선됐을 때, 시간이 지나고 다음 선거가 ‘심판론’으로 치러진다면 부정적 평가는 이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