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영화 <노멀>은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 사울 굿맨으로 등장해 명성을 누린 밥 오덴커크가 세 번째로 출연한 액션 영화다. <노바디> 시리즈에 이어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특성이 이식된 <노멀>은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의외의 질문을 남겼다.
영화 <노멀>은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단독으로 국내 개봉했다. 주연은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서 사기꾼 변호사 ‘사울 굿맨’을 연기한 이후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밥 오덴커크가 맡았다. <노멀>은 <노바디> 시리즈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출연한 액션 영화다.
임시 부임
<노멀>은 미국 중북부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노멀’을 배경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룬다. 주인공 율리시스(밥 오덴커크 분)는 전임자 사망으로 공석이 된 보안관 자리로 임시 부임한다. <노멀> 초중반엔 그가 보안관보들·주민들과 친분을 쌓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율리시스에게 만족한 시장은 그를 정식 보안관으로 임명하려고 한다.
이 평화로움은 후반부에 드러나는 마을의 실체와 액션 묘사를 위한 빌드업이다. <노멀>이 마을의 실체 폭로와 액션으로 급회전하는 계기는 어수룩한 강도 커플의 마을 내 은행털이 시도였다.
<노멀>은 <노바디>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노바디> 시리즈와 <노멀> 모두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제작진이 참여했다. 제작을 주도하면서 각본을 쓴 사람은 존윅의 각본을 책임지는 데릭 콜스태드였다. 이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노바디> 시리즈의 흔적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사울 굿맨은 겉으로는 늘 유쾌하고 좋은 언변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지만, 내면에는 엘리트 변호사인 형에 대한 열등감·인정 욕구가 가득차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기 어려워질 때마다 드러나는 고뇌는 사울 굿맨을 ‘찌질하면서도 비장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노바디> 시리즈는 밥 오덴커크의 사울 굿맨 정체성을 완전히 뒤집었다. <노바디> 시리즈 주인공 허치 만셀은 가족과의 사이는 소원하고, 세파에 찌들어 피로를 느낀다.
<노멀>의 율리시스도 초반부터 아내와의 사이가 소원하다. 사울 굿맨 특유의 사기꾼 정체성은 3편의 영화를 거치면서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꿈꾸는 평범하고 피로한 중년 정체성으로 바뀌었다.
찌질·비장 ‘사울 굿맨’ 중년이 되기까지
설원의 미 중북부 마을에 이식된 남부 특성
이는 밥 오덴커크가 구사하는 액션에도 영향을 미친다.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 제작진은 주연 배우 키아누 리브스에게 존윅의 정체성을 이식할 때는 완벽할 정도로 합이 맞는 액션을 연출했다. 이로써 그 어떤 범죄자도 두려워하면서도 경의를 표하는 세계 최고의 살인 청부업자인 존윅의 위상을 관객이 여실히 느끼게 했다.
그런데 <노바디> 시리즈와 <노멀>에선 녹슬고 피로한 중년의 액션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노바디> 시리즈의 주인공 허치와 <노멀>의 율리시스가 한동안 묵혀놨던 실력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고생하는 액션 초반 장면이 인상적이다.
죽을 위기에 처해도 자신의 실력으로 금방 극복하는 존윅과 달리 허치·율리시스는 위기를 운이 반쯤 섞인 임기응변으로 극복한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 적을 유인하는 속성은 <람보> 시리즈의 존 람보로부터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본 관객이라면 <노멀>의 공간적 배경인 마을의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흥미를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일상적이면서도 복고풍 넘치는 공간으로 위장한 범죄자들만의 세계를 그렸다는 점이다.
그들이 중요한 공지를 하는 수단은 전보였고, 그들 중 누군가는 비둘기를 통신 수단으로 활용한다. 존윅 시네마틱 시네버스의 특성은 마을에 고스란히 개입돼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노멀’이란 것은 의미심장하다. 겉으로만 ‘노멀’이기 때문이다.
마을의 위치가 중북부 미네소타주로 설정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미네소타주는 2010년대 이후로는 경합주가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블루 스테이트로 알려진 미국 민주당의 텃밭이다. 주지사·연방 상원의원 모두 민주당에서 배출했지만, 주 상원과 주 하원은 민주당·공화당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노멀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면서도 임시 보안관인 율리시스를 예의주시해 어딘가 이질감을 준다. 이 때문에 노멀 마을은 분명히 미네소타주에 있는데도 마치 공화당에 몰표를 줄 법한 전형적인 미국 남부 소재 마을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간적 배경을 겨울로 설정해 눈이 쌓였다는 것도 그 이질감을 자극한다. 남부를 배경으로 한 다수의 작품에서 흔히 나오는 대사인 “우리 마을에서 떠나”도 중후반 이후 들을 수 있다. “우리 마을에서 떠나”라는 대사에는 대체로 ▲특유의 폐쇄성과 규범 ▲마을 주민이 공유하는 비윤리적 비밀 ▲강한 소유권 의식 등 남부인의 심리적 구조가 개입돼있다.
<노바디2> 이어 고어에 가까운 고 액션
가벼운 블랙코미디 속 공리주의적 의문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남부의 공간적 특성은 척박한 황무지 아니면 울창한 숲이다. 그래서 미네소타주 어딘가의 설원에서 구사되는 “우리 마을에서 떠나”는 미국 영화 특유의 장르적 비틀기를 위해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비틀기를 내세워 걸작이 됐던 영화 중엔 코엔 형제의 1996년작 <파고>가 있다. 당시 코엔 형제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고, 주연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노멀>은 <파고>를 이식해 <노바디>와 다른 개성을 만들려고 한 것 같다.
제작진은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수위를 조절하려고 애썼던 것과 다르게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노바디> 시리즈와 <노멀>에선 수위를 높이는 편이다.
특히 <노바디 2>의 연출은 인도네시아 액션 영화계 흐름을 주도하던 신진 영화감독 중 한 명인 티모 차얀토 감독에게 맡겼다. 차얀토 감독은 지난 2018년 공개된 <밤이 온다>를 통해 수위가 매우 높은 액션 느와르의 진수를 보여줬다. 고어에 가까워 보이던 그의 액션 연출은 <노바디 2>에도 일부 이식됐다.
이로써 국내 기준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노바디>와 달리 <노바디 2>는 청소년 관람불가였다. <노멀>도 <노바디 2>의 방향을 이어받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액션이 이어진다.
따라서 “배경과 캐릭터 설정 일부만 달라졌을 뿐, <노바디> 시리즈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노멀>은 율리시스의 성격과 상황을 비틀었다.
그는 허치 만셀과 다르게 안정을 지향한다. 허치 만셀에게 폭력은 해방구였고, 폭력을 휘두르는 명분은 그저 빌미였다. 무료하던 삶을 바꾸는 에너지를 왕년에 휘두르던 폭력으로부터 찾는다.
안정 지향?
그래서 율리시스는 특유의 안정 지향적인 성격을 토대로 수습에 방점을 둔다. 거대한 폭력의 끝이 수습으로 향하는 것도 관객에게는 어이없는 웃음을 주는 블랙 코미디 특성의 방점을 찍는다. 이는 지난 2009년 공개된 영화 <왓치맨>에서 보여줬던 극단적인 공리주의의 정점이었다.
이 같은 <노멀>의 묘사는 “평화·안정과 진실 중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질문에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렇듯 <노멀>은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의 액션 영화 속에서 의외의 질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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