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과 점포 운영의 효율화라는 두 가지 현대사회의 큰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무인 가게, 무인 점포의 증가일 것이다. 과학기술이 주는 경제성과 편의성이 무인화의 주요 계기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점주는 물론 사회와 심지어는 절도범에게까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상당한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무인 가게와 점포에 대한 절도가 최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예전에 실험됐던 학교에서의 ‘무감독 시험’을 생각나게 한다. 학생과 소비자의 양심을 시험하는 것이다.
급기야 사회 문제로까지 일컬어지는 이 무인 가게, 점포 절도는 그 자체가 주요 범죄의 하나지만, 그로 인한 추가적인 몇 가지 쟁점도 수반된다. 사적 이익의 보호를 위한 공권력의 행사가 옳은지, 이와 관련된 것으로 소액 절도 사건에 대한 법 집행으로 인한 공권력의 낭비는 없는지, 자원의 한계와 경찰 업무의 긴급성 등 우선순위로 인한 법 집행과 처벌의 신속성, 확실성, 그리고 엄중성 등 처벌의 실효성도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무인 점포 절도범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촉법소년범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경찰을 비롯한 사법제도의 일 처리에 대한 불만과 재범과 누범 피해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하소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점주의 적에 관한 제재는 문제가 없는지 우리 사회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또 점주의 사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찰권을 남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예전엔 경기장이나 심지어 사설 유료 공원의 질서 유지까지 경찰이 맡았던 기억이 있지만,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바로 수익자 부담 원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경기장이나 공원을 운영해 이익을 얻는 측, 즉 수익자 측에서 안전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용역 경비, 민간 경비가 자리 잡게 된 계기도 여기서 나왔다.
‘무인 점포의 경우도 해당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그래도 절도는 엄연한 범죄고, 어떤 범죄이건 경찰의 임무요, 사명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지만, 무인 점포 절도가 대부분 소액 사건임에도 이에 대응하느라 다른 중요 경찰 사명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는지 묻고 있다.
무인 점포 절도는 소액 사건이 대부분이고, 따라서 경찰력의 집행에서 후 순위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CCTV가 설치돼있어도 모자를 쓰는 등 얼굴을 가려 신원 확인이 거의 불가능해 범인의 검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검거돼도 처벌이 충분히 엄중하지 않으며, 특히 대부분이 미성년자이거나 촉법소년이어서 더더욱 처벌이 확실하지도, 충분하지도 않게 된다.
이런 현실은 곧 범죄 억제를 위해서 전제돼야 할 처벌의 확실성, 신속성, 그리고 엄중성이 확보되지 않게 되어 결국은 처벌의 실효성을 비롯한 기존의 무인 점포 대책에 문제는 없는지 의문이 남게 된다. 이렇게 되자 점주의 입장에서는 재범이나 반복 피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이 직접 대응에 나서게 된다.
바로 사적 제재다. 용의자의 얼굴을 그대로 매장에 게시해 개인정보 보호 및 명예훼손으로 점주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처벌받기도 한다. 결국 점주가 이중의 피해자가 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신상이 공개된 해당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적어도 ‘공개 망신 주기’로 치명적인 낙인을 찍게 된다.
절도범의 대부분이 미성년자이고 그중에서도 촉법소년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란도 존재한다.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 조정이나 부모에 대한 민사 책임의 부과 등의 논의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범죄 예방, 특히 재범의 방지라는 명목으로 처벌을 통한 범죄의 억제를 들기도 하지만, 무인 점포 절도가 대부분 미성년 청소년, 촉법소년이라는 점에서 책임의 문제와 그로 인한 전과자라는 낙인화의 문제를 남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쟁점과 논란의 중심에는 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사적 이익과 공적 책임, 공경찰과 사경찰, 미성년자의 책임과 보호, 사적 제재와 공적 제재 사이 그 어디엔가에서 사회적 합의에 따른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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