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스마트폰 보조금' 해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02 19: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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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시장에 소비자만 '봉'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갤럭시노트Ⅱ, 갤럭시SⅢ 등 최신 스마트폰 출고가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단말기보조금'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통신사 및 단말기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부당하게 부풀려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참여연대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이 커지자 통신3사와 이통3사는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논란이 끊이질 않는 '단말기보조금',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봤다. 

스마트폰 가격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대리점과 약정기간에 따라 단말기 가격을 반 이상 깎아주거나 공짜로 주기도 한다. 같은 단말기라도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논란이 된 갤럭시SⅢ의 '고무줄 가격'도 이를 잘 보여준다. 출고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신기기 갤럭시SⅢ가 할부원금 17만원까지 하락하면서 제값주고 구입하거나 구입 시기를 놓친 소비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이를 두고 애플의 아이폰5 발표를 앞두고 삼성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보조금을 과도하게 뿌렸다는 누리꾼들의 분석과 지적이 이어졌다.

참여연대 손배소송

이처럼 단말기보조금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2008년 3월 '휴대폰보조금 금지'법 조항이 사라지면서 통신3사의 보조금 경쟁이 점점 심해졌다. 방통위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강동원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쓴 마케팅 비용만 무려 27조823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약정보조금' 명목으로만 1조9683억원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강 의원은 "단말기를 싸게 구입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구매시점에 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결국 많은 통신요금을 내며 2년 이상의 약정을 채워야 하므로 단말기 보조금은 통신요금에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지나친 보조금 지급은 휴대폰 가격을 높여왔다"며 "통신사와 제조사는 보조금 지급을 감안해 휴대폰 공급가나 출고가를 높이 설정하고, 부풀려진 출고가를 기준으로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도 "과도한 보조금은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단말기 제조사 및 대리점만 돈을 버는 구조를 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고가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속여 온 휴대폰 제조사 3곳과 이동통신사 3곳에 대해 총 과징금 453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뒤 보조금을 통해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가격 부풀리기가 이뤄진 휴대폰 모델은 모두 253개로 이들은 44개 휴대전화 모델에 대해 공급가보다 출고가를 평균 22만5000원 높게 책정했다. 나머지 209개 모델은 공급가가 부풀려졌다.

이를 두고 한 통신 대리점 관계자도 "통신사가 단말기할인과 요금할인에 따른 보조금을 책정해 제시하면 각 판매점에서 요금에 따른 리베이트와 마진을 빼고 고객들에게 지급할 보조금을 정하는 방식"이라며 "100만원대 스마트폰의 경우 보조금 등 거품을 빼면 제조원가는 40만∼50만원 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 · 이통사 단말기 가격 '뻥튀기' 논란
공급가 때문 vs 출고가 때문…네탓 책임공방

이에 지난 10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시민 100여 명과 함께 1인당 30만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이통3사와 단말기 제조3사에 제기하며 칼을 빼들었다.

이번 공익 소송을 대리하는 참여연대는 "(이통사와 제조사가) 소비자를 기만하여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가격과 품질 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제조사는 공급가를, 이동통신사는 출고가를 '뻥튀기'한 후 그 차액을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마치 할인해 주는 것인 양 생색을 내왔다는 것. 참여연대는 공정위의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가 통신3사의 불법행위를 제재한 것일 뿐 많은 소비자가 입은 손해와 충격에 대한 배상 조치는 아니라며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참여연대는 소비자 피해 사례를 추가로 모집해 고객을 속인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담합 행위에 대해 추후 형사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통3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은 가격 부풀리기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국감에서 단말기 가격 및 이동통신 요금이 비싼 문제가 제기되자 서로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통3사는 "지나치게 높은 단말기 출고가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최근 열린 '디자인경영' 간담회에서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서비스 요금은 3년 전보다 내려갔다"며 "통신비가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말기 출고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통신사들 간의 과대한 스마트폰 고객유치 경쟁으로 발생한 문제를 애꿎은 제조업체로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 단말기 유통구조상 제조사가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있으므로 사실상 단말기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은 제조사가 아니라 이통사라는 주장이다.

단말기 제조사 한 관계자는 "보조금, 약정할인 등의 제도는 모두 통신업계에서 만든 시스템"이라며 "제조업체가 단말기의 판매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단말기 출고가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방통위 현장 조사

지난 9월 중순부터 방통위가 현장 조사에 돌입하면서 '보조금 전쟁'은 잦아든 상황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단말기 보조금이 없어질 거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갤럭시S3, 아이폰5 등 최신기기를 놓고 보조금이 다시 넘쳐날 때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예약자 명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매년 반복되는 보조금 논란, 방통위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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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